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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165화 (165/196)

165화

그때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아…… 내 얼굴이……!”

“얼굴이 원래대로 돌아왔어!”

“저주가 풀렸나봐!”

그 소리에 선녀들을 돌아보자 정말로 그녀들의 일그러졌던 얼굴이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정상으로 돌아온 선녀들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난 괜히 그녀들을 보고 있자니 절로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

역시 선녀는 저래야지!

그때 선녀장이 호량과 함께 다가와 내게 깊이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은인이시여. 은인께서 저희의 저주까지 풀어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약소하지만 보물 창고에 있는 물건 중 하나를 선물해 드리고 싶습니다.”

마치 짜여있는 대본을 읽듯 어딘가 부자연스러웠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넘어갔다.

지금 중요한 건 보물이니까.

“그럼 가죠. 보물 창고로.”

난 거절하지 않고 그녀와 호량을 따라 선녀궁의 보물 창고로 갔다.

보물 창고는 말 그대로 자그마한 창고였다.

하지만 오랫동안 사용을 하지 않았는지 내부에는 먼지가 소복하게 앉아있었다.

난 황당한 얼굴로 선녀장을 보며 물었다.

“진짜 여기가 보물 창고에요? 내가 보기엔 그냥 창고 같은데요?”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복희씨한테 잡혀 있다 보니 이곳 관리를 제대로 못했습니다.”

“어쨌든 정말 여기가 보물 창고라는 말이죠?”

“네. 이래 보여도 여기 있는 물건들은 모두 세상에서 다시 보기 힘들 정도로 값진 보물들입니다.”

자부심 넘치는 그녀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인 후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먼지를 걷어내며 찬찬히 살펴봤지만 이렇다 할 눈에 띄는 보물은 없었다.

그렇게 지나치려 하는데 구석에 다른 장비들 사이에 가려진 검이 하나 보였다.

응? 검이네. 내가 왜 지금까지 이걸 못 봤지?

사실 지금 내게 필요한 장비는 창이나 검이다.

파천이나 검무를 버틸 수 있는 장비가 없어서 실전에서 전혀 사용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손으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위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쓸 만한 검이나 창을 찾고 있었는데 이 보물 창고 안에선 지금껏 보이지 않다가 이제야 검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흠. 그래도 보물 창고 안에 있는 검인데 쓸 만하지 않겠어?

난 즉시 손을 뻗어 구석에 놓인 검을 집어들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검신이 울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더니 급기야 스스로 검에 쌓여있던 먼지까지 털어내버렸다.

헐. 이게 뭐야. 대박이잖아!

먼지가 떨어지자 붉은 검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모습은 화룡도와 꼭 닮아 있었다.

다른 점이라면 검이라는 점만이 달랐다.

난 즉시 다른 손에 화룡도를 소환해 둘을 비교해봤다.

역시! 이건 화룡검이야! 근데 어째서 화룡검이 선녀궁 안에 있는 거지?

내가 화룡검을 선택하고 화룡도까지 소환해 비교하는 걸 본 선녀장은 화룡도를 보고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설마 그건 화룡도?!”

“어? 화룡도를 아세요?”

“알다마다요. 그 화룡도와 화룡검은 본래 한 명의 주인이 가지고 있던 겁니다. 하지만 제가 알기로 그 분이 화룡도는 자신의 제자에게 줬다고 들었는데…….”

그녀의 말을 듣고보니 화룡이 스승으로부터 화룡도를 받았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럼 화룡의 스승이 이 화룡도와 화룡검의 원래 주인인 건가? 그게 아니면 그 스승의 스승이 원래 주인일까?

난 그녀에게 검의 주인이 누구였는지 물었다.

“그럼 원래 주인은 누구였나요?”

“원래 그 검과 도를 가지고 계셨던 분은 해모수란 분이십니다.”

“해모수요?”

해모수면 고구려 건국신화에 나오는 인물 아닌가? 근데 왜 그런 사람 이름이 여기서 나오는 거지?

“혹시 그분의 이름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들어본 적은 있습니다.”

“그럼 더 설명할 필요는 없겠군요. 그 검과 도는 그 분이 쓰시던 겁니다. 무력으로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분이셨죠.”

“가장 강했다구요? 환웅이나 환인보다도요?”

“네. 순수한 힘만으로 본다면 그분이야 말로 이 세계의 최강자셨습니다.”

근데 계속 과거형으로만 말하는 걸 보니 뭔 일이 있었던 건가?

“그럼 그는 지금은 어딨죠?”

내 질문에 그녀의 표정이 약간 어두워졌다.

“아쉽게도 지금은 안계십니다.”

“죽은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죽지는 않으셨지만 아주 오래 전, 제게 화룡검을 맡기신 후 사라지셨습니다.”

“아주 오래전이면 얼마나……?”

“기억하기도 힘들 정도로 오래전입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이천년은 넘었을 겁니다.”

“이천년이나요?!”

대체 이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대체 어디를 간 거지? 그건 그렇고 그럼 이 검은 주인이 있는 건데 내가 막 써도 되는 건가?

“근데 해모수가 나중에 와서 이 검을 찾으면 어떻게 하시게요?”

“괜찮습니다. 은인께선 그 검을 가지실 충분한 자격이 되십니다.”

“충분한 자격이요?” “이미 화룡도를 소유하고 계시니 자격은 충분한 셈이지요. 화룡검은 이제부터 은인의 것입니다.”

난 그녀로부터 확답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인 후 화룡검을 다시 한 번 자세히 살폈다.

내가 쳐다보자 은은한 붉은 빛을 띄는 검신이 잔잔하게 울었다.

그에 맞춰 화룡도의 도신도 잔잔하게 울렸다.

그걸 보고 있자니 금과 도에 마치 의지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일단 여기 일은 일단락 됐으니 나가는 방법부터 알아봐야겠다.

“근데 제가 여기로 들어올 때 선녀궁에서 절 선택했다고 했거든요. 혹시 선녀장님께서 절 선택하신 건가요?”

“맞아요. 제가 선택했어요. 은인께 호량 저 아이와 비슷한 힘이 느껴졌기 때문이죠.”

“흠…… 그럼 부탁하실 일은 다 끝난거죠?”

“네. 언제든 가시면 됩니다. 아마 처음 이곳으로 오셨던 곳으로 가시면 포탈이 생겨나 있을 겁니다.”

“자…… 잠깐만요! 혹시 선녀장님도 어떤 존재와 계약을 맺은 건가요?”

내 질문에 그녀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계약이라면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거죠?”

“지금 여긴 던전 안이 아닌 건가요?”

“던전이라니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네요.”

표정을 보아하니 정말로 모르는 눈치였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여긴 이중 던전 아닌가? 근데 계약이 안되어 있다고?

난 이에 대해 몇가지 경우를 생각해 봤다.

던전을 여는 존재와 계약을 맺을 때는 그 차원을 대표하는 절대자만 계약을 맺으면 되거나 그게 아니라면 이중 던전 자체가 던전이 아닌 경우일 수도 있다.

이번에 여기로 넘어와서 느낀 건데 이곳은 던전이라고 하기엔 세계가 너무 거대했다.

마치 다른 차원으로 넘어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한가지 가설을 세워봤다.

던전의 경우 던전을 만든 존재와 계약을 통해 만들어지지만, 그 안에 랜덤하게 생겨나는 이중 던전은 다르다.

이중 던전의 경우 그 던전을 통해 던전 안에 있던 존재들이 원래 속해있던 차원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즉 던전 자체가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는 통로가 되는 것이다.

물론 왜 그런 게 가능한지는 모른다.

하지만 충분히 가능성 있는 가설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돌아가기 전에 단군을 잠깐 만나보자. 그라면 뭔가 알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화룡검을 화룡도처럼 귀속시킨 후 소환 해제하고는 보물 창고에서 나왔다.

그리고 호량과 선녀장에게 작별인사를 하고는 곧바로 단군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단군이 끌고 온 병력은 여전히 아까 그 자리에서 버티고 서 있었다.

난 즉시 허공을 걸어 군대 앞에 버티고 서 있는 단군 앞으로 걸어갔다.

그의 모습은 내가 상상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길게 기름 수염과 현기 넘치는 눈. 그리고 입고 있는 갑옷. 이 모든 게 완벽하게 그와 어울렸다.

외모는 50대 후반 정도로 보였지만 넘치는 생기 때문에 기운은 그보다 훨씬 더 어려보였다.

단군은 내가 다가오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는데 분위기를 보아하니 내가 복희씨를 죽인 걸 알고 있는 눈치였다.

그는 내가 가까이 다가오자 손을 뻗어 제지하며 입을 열었다.

“그대가 복희씨를 죽였다는 자인가?”

“네. 복희씨는 제가 죽였어요.”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자 단군의 눈은 더욱 밝게 반짝였다.

“그는 이 세상에서 신으로 불리는 존재. 죽이기가 쉽지는 않았을 텐데.”

“뭐 그다지 어렵지도 않던걸요. 재수가 좋았죠 뭐!”

내 대답을 들은 단군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날 바라보다가 말했다.

“흠…… 그대는 말살자 조각의 소유자로군. 그래서 복희씨를 죽일 수 있었던 겐가?”

“뭐 그렇죠. 아무리 나라도 절대자급 힘을 가진 복희씨를 그렇게 쉽게 죽일 수 있었던 건 말살자 조각의 힘 때문이니까. 부인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좋군. 그런데 여긴 왜 온 거지? 날 만나러 온 겐가?”

“뭐 그렇죠. 혹시 말살자가 부활한 건 알고 계세요?”

내 물음에 단군은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말살자가 부활했다고? 그게 사실인가?”

“네. 사실이에요. 보아하니 모르셨던 모양이네요. 그럼 아버지인 환웅도 이 사실은 모르시는 거죠?”

단군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정말 큰일이군. 말살자가 부활했다니…… 그 사실을 알려주려 일부러 여기까지 온 겐가?”

“그럼요. 그게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요!”

“신경써줘서 고맙네. 내 아버지께 바로 알리도록 하지.”

“혹시 제가 환웅을 직접 만나볼 수는 없을까요?”

“아버지를?”

“네. 가능할까요?”

단군은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그건 어렵겠군. 당장은 외부인을 만나기 좀 어려운 상황이라서. 이해해주게나.”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죠. 그럼 꼭 환웅께 말살자에 대해 알리시고 대비해주세요. 그를 따르던 추종자들도 조만간 제가 있는 차원으로 넘어올 것 같으니까요.”

“알겠네. 그럼 난 아버지께 가볼 테니, 그대도 조심히 돌아가게.”

그리곤 군대를 돌려 어딘가로 날아갔다.

무슨 특별한 능력을 쓴 건지 병력들이 타고 있는 말들을 하늘을 달렸고, 말에 타고 있지 않는 병사들도 허공을 걸어서 돌아갔다.

난 잠시 그 장관을 지켜보다가 지상으로 내려왔다.

내려오니 제단 앞에서 서성이는 호곡이 보였다.

그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날 보고는 초조한 표정으로 복희씨가 어떻게 됐는지 물었다.

난 그에게 선녀궁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히 알려준 다음 그와 작별하고 포탈이 있던 곳으로 향했다.

호곡은 내가 사라져 없어질 때까지 내 등에 대고 연신 고맙다는 말을 쏟아냈고 난 괜히 쑥스러워 얼른 왔던 곳으로 달려갔다.

처음 이곳으로 왔던 장소를 찾아서 가보니 선녀장 말대로 포탈이 생겨나 있었다.

난 잠시 그곳을 한 번 둘러보곤 포탈 안으로 몸을 밀어넣었다.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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