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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163화 (163/196)

163화

갑작스런 메시지와 함께 갑자기 엄청난 힘이 아이의 몸에서 터져나왔다.

그리고 그 힘은 아이의 몸에 대고 있던 손을 통해 내 몸 내부로 흘러들어왔다.

“으헉!”

깜짝 놀라서 손을 떼려 했지만 손은 마치 아이의 몸과 하나인 것 마냥 떨어지지 않았다.

무리해서 떼내려 했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난 손 떼는 걸 포기하고 몸 안으로 흘러들어오는 힘에 집중하기로 했다.

흠…… 보아 하니 내공 대결 같은 걸 해야되는 건가?

내 예상대로 몸 안으로 흘러들어온 아이의 힘은 곧장 단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걸 보고 내 내공을 노린다는 게 확실해진 이상 더는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난 즉시 몸 안에 있는 내공을 모두 끌어모아 아이의 힘에 저항했다.

아이의 힘이 생각보다 대단하긴 하지만 난 순수 내공뿐 아니라 초열의 불꽃까지도 완벽히 흡수한 상태다.

절대자가 아니고선 순수한 힘으로 날 이길 수 있는 존재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내 힘이 아이의 힘과 부딪히자 마자 곧바로 내공에 녹아 있는 초열의 불꽃이 아이의 힘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 속도는 점점 빨라져서 급기야 내 몸 안에 들어와 있는 아이의 힘을 모두 흡수했다.

그리곤 이번엔 아이의 몸 안으로 내공이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초열의 불꽃을 머금은 내공은 아이의 몸에 있던 내공도 순식간에 흡수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초열의 불꽃은 아이의 몸에 있던 모든 내공을 흡수했고 그 순간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 모체가 될 말살자 조각이 결정됐습니다. 지금부터 말살자 조각 흡수가 시작됩니다. 약간의 충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메시지와 함께 아이의 몸안에 있던 뭔가가 내 안으로 흡수되는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충격이 몸 전체를 휘감았다.

“끄으으악!”

어마어마한 고통에 비명을 질러대던 난 급기야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내가 다시 정신을 차린 건 그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였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 처음 본 건 똘망똘망한 두 눈이었다.

“으헉!”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날 내려다보고 있던 건 아까 석판에 누워있던 아이였는데 정신을 차린 모양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직 문이 안 열린 걸로 봐서 뭔가 해결해야 할 일이 더 남은 모양이다.

일단 말부터 걸어볼까!

난 정신을 차린 아이를 쳐다보며 물었다.

“아이야. 넌 이름이 뭐니?”

“난 호천의 아들 호량이다. 넌 누군데 여기 있는 거지?”

“? 너, 여기가 어딘지 알아?”

분위기를 보아하니 호량은 여기가 어딘지 아는 모양이었다.

“알다마다. 이곳은 어머니와 나만의 비밀 장소다. 아무도 모르는 곳이지. 근데 어째서 네놈이 여기 있는 것이지? 설마 우리 어머니께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

호량은 머리가 굉장히 비상했다.

날 보고는 그 짧은 순간에 자신의 어머니께 일어난 일을 유추해내고 있었다.

난 그가 충분히 현 상황을 받아들일 만큼 영민한 아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간에 있었던 일을 요약해서 말해줬다.

이야기를 듣는 그의 표정은 남의 얘길 듣는 것처럼 평안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 일이 있었던 거군요.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상황을 몰라 무례했던 점, 사죄드립니다.”

“아니야. 그보다 괜찮은 거야? 어머니가 죽었는데도?”

“왠지 이런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생각은 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슬프지 않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슬퍼한다고 일이 해결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으니 그것부터 해결하고자 합니다.”

“하하하. 그건 걱정 마. 니 몸에 있던 말살자 조각은 내가 흡수 한거 같으니까. 이제 복희씨도 명분이 사라졌으니 계속 버티진 못할 거야.”

하지만 호량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생각하셨던 것만큼 복희씨는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닙니다. 그리고 선녀궁엔 제가 필요합니다. 아마도 폐쇄적인 선녀궁의 특성상 군사였던 제가 사라진 후에도 군사 자리가 공석으로 비어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니 이제라도 모든 걸 바로 잡아야 합니다.”

“자…… 잠깐만! 니가 선녀궁의 군사였다고?”

“네. 이곳에 봉인되기 전까지 군사직을 맡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10대 초반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 군사라는게 믿기지 않았다.

“아무리 니가 뛰어나다고 해도 열 살 정도로 밖에 안 보이는데 어떻게 군사가 될 수 있는 거지?”

내 의문에 호량이 처음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하. 제 외모가 어려보이긴 하지만 이래봬도 봉인되기 전에도 백년은 살았던 몸입니다.”

“백년이라고? 근데 백살치곤 외모가 너무 어려보이는데…….”

“우린 인간보다는 훨씬 오랜 시간을 살아가기 때문에 노화 속도도 다릅니다.”

그제야 이해가 갔다.

난 괜히 머쓱해서 머릴 긁적이며 말했다.

“그건 알겠어. 그래서 선녀궁으로 가서 선녀들을 돕겠다는 거야?”

“그래야죠. 그게 원래 제 일이었으니까요. 그게 아니라 하더라도 저 때문에 저런 고통을 겪고 있는데 모른척 할 수야 없죠.”

난 호량의 그런 마음 씀씀이가 마음에 들었다.

“좋아. 그럼 나랑 같이 가자. 복희씨가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지만 지금 나라면 붙어볼만 할 것 같으니까!”

아닌 게 아니라, 깨어난 후부터 몸 안에서 송곳처럼 꿈틀거리는 힘이 계속 느껴졌다.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그 전에 가지고 있던 말살자의 조각과 달리 이번에 흡수한 조각은 직접 사용이 가능해 보였다.

이게 복희씨가 말했다던 신을 죽이는 힘인가? 이 힘을 모두 방출하면 절대자라도 무사하지 못할 것 같긴 한데……

하지만 어딘가 부족했다.

뭐라 설명할 순 없지만 지금 얻은 힘은 일회성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몇 번 사용하고 나면 없어질 것 같았다.

‘그래도 몇 번은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절대자들이랑 붙었을 때만 사용해 봐야겠다. 혹시 말살자의 힘을 이어 받았다는 존재가 찾아온다면 그때 써먹을 수도 있을 거고! 근데 퀘스트가 있었던 거 같은데 완료는 된 건가?’

허나 내가 간다고 하자 호량이 뛸 듯이 기뻐했기 때문에 더 길게 생각을 이어가진 못했다.

“은인께서 같이 가 주신다면 그보다 더한 전력이 없을 겁니다. 비록 저는 그 힘을 제어하지 못해 폭주했지만 그 힘이 얼마나 강한지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힘이라면 충분히 복희씨를 상대할 수 있을 겁니다.”

“근데 여기서 어떻게 나가지? 아깐 분명 문제가 해결되면 입구가 자동으로 열린다고 했는데……!”

그때 호량이 잔뜩 굳어진 얼굴로 말했다.

“아무래도 밖에 무슨 일이 생긴 모양입니다.”

“무슨 일이라니? 문이 안 열린 것 만으로 그런 걸 어떻게 알 수 있지?”

“제가 아까 말씀 드렸듯이 이곳은 저희 가족만이 알고 있는 비밀 장소였습니다. 그래서 남들이 알지 못하는 몇가지 비밀 장치들이 되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허가 받지 않은 침입자가 동굴에 들어오면, 동굴 내부에 있는 모든 곳이 폐쇄되도록 해놓았습니다.”

“그럼 니 말은 침입자가 있어서 저 문이 자동으로 열리지 않는 거다, 이 말이야?”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지? 문을 부술까?”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까도 말씀 드렸듯이 이곳은 저희 가족의 비밀 장소! 그런 상황에 대비해 저희만이 알고 있는 출입구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곳으로 이동하면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니 말대로 밖에 침입자가 있다면 날 여기로 보내준 호곡이 위험에 처했을 수도 있는데?”

허나 그는 냉정하게 말했다.

“지금은 전시 상황입니다. 전쟁 중 희생은 불가피합니다.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내가 고개를 저었다.

“물론 정말 위험하다면 감수할 필요가 없겠지. 하지만 내겐 전혀 위험하지 않아. 그러니 밖으로 나가는 길로 안내해줘. 분명 그런 비밀 통로도 있겠지? 안 그래?”

내 말에 호량은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러다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역시 은인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분이셨군요. 맞습니다. 외부 말고 내부로 통하는 통로도 있습니다. 거기로 안내하겠습니다.”

왠지 날 시험한 것 같아 기분이 약간 상했지만 별말 없이 그를 따라 갔다.

호량이 오른쪽 벽면을 누르자 숨겨진 통로가 나타났다.

“자. 이쪽입니다.”

호량은 즉시 통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를 따라 통로 안을 걷다보니 양갈래 길이 나타났다.

호량은 왼쪽 길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길로 가면 동굴 중앙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반대쪽 길로 가면 동굴을 벗어난 곳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진짜 동굴로 돌아가실 건가요?”

“당연하지. 어서 안내해.”

“알겠습니다. 그럼 가시죠.”

왼쪽 길로 조금 더 걸어가자 막다른 길이 나왔다.

그곳도 역시 호량이 어딘가를 만지자 숨겨진 출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곳으로 나가자 호량 말대로 진짜 동굴 중간 부근이었다.

아마 호량이 봉인되어 있던 장소는 특별한 힘에 의해 내외부의 기를 감지할 수 없도록 차단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밖으로 나오자마자 다수의 기들이 동굴 깊은 곳에서 느껴졌다.

난 서둘러 기가 느껴지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동굴 끝에선 호곡과 날 안내했던 호랑이가 싸우고 있었다.

호곡과 호랑이는 둘 다 상당한 상처를 입고 있었는데 그 중 호랑이의 상처가 심각해보였다.

그들을 몰아붙이고 있는 상대는 모두 다섯 명이었는데 몸은 거대한 뱀이고 팔과 얼굴만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뿜어내는 힘을 보니 SS급에 조금 못 미치는 힘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그들은 호곡과 호랑이를 밀어붙이다 내가 나타나자 세 마리가 나를 돌아보고는 달려들었다.

“생긴 걸 보아하니 복희씨가 보냈나보네. 맞지?”

“쉭, 쉬익.”

하지만 그놈들은 말은 못하고 뱀처럼 혀만 낼름거렸다.

“뭐 생긴걸 보니 복희씨가 보낸 게 맞겠지. 일단 너흰 죽어야겠다.”

호곡과 호랑이가 위험에 처해있기 때문에 난 자비없이 다가오는 것들을 없앴다.

그리고 놀라서 달려오는 다른 놈들까지 무참히 죽여버렸다.

그 사이 호량이 호곡과 호랑이에게 먼저 달려가 그들의 상태를 살폈다.

내가 다가가자 호량이 날 쳐다보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 호랑이는 이미 너무 많은 피를 흘렸어요. 살기 어려울 겁니다.”

호량 말대로 호랑이가 입은 부상은 매우 심각했다.

최상급 힐러가 있다고 해도 살리기 어려울 정도의 상처였다.

호랑이는 예상대로 몇 번 숨을 헐떡거리더니 결국 숨을 거뒀다.

다행히 호곡이 입은 부상은 치료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난 즉시 그의 몸에 내공을 불어넣어 생기를 돌아오게 한 다음 백팩에 있는 상급 포션을 꺼내 먹였다.

그제야 아무 말 없이 우리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고 있던 호곡이 입을 열었다.

“해낼 줄 알았네. 고맙네.”

짧은 말이었지만 그 속에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난 그가 어느 정도 회복 된 걸 보고는 호량에게 말했다.

“이제 선녀궁으로 가자! 복희씨 그 개새끼 죽이러!”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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