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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162화 (162/196)

162화

놀라서 묻는 날 보며 호곡은 더욱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복희씨는 호천을 죽인 후 겁에 질린 호천의 아내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네. ‘저 아이는 저주 받았다. 불경스럽게도 신을 죽일 수 있는 씨앗을 몸 안에 품고 있지. 저 아이를 네 손으로 죽여라. 그럼 선녀궁은 살려주마.’라고 말이지.”

“잠깐만요. 그 아이는 왜 자기가 직접 죽이지 않고 남에게 맡긴 거죠? 자기가 죽이면 제일 확실하지 않나요?”

“그건 그 아이가 가진 힘 때문이네. 혹시라도 자신이 손을 쓰다가 아이가 폭주하기라도 한다면 자신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아! 그럼 그 아이는 엄마 손에 죽은 건가요?”

하지만 호곡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신의 협박이라고 하지만 부모가 어찌 자식을 죽이겠는가! 그 선녀는 선녀궁의 다른 선녀들이 알아채기 전에 자신의 아이를 아무도 찾을 수 없는 동굴 깊숙한 곳에 봉인시켰다네. 그리고 돌아와서는 선녀들에게 아들을 죽였다고 거짓말을 했지.”

“설마 그걸 믿은 건 아니죠?”

“믿을 수밖에 없다네. 선녀들은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존재거든.”

“?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존재라구요? 방금 거짓말을 했다고 하셨잖아요.”

그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거짓말을 했어. 그로 인해 그녀는 사라졌다네.”

“사라졌다니요? 그게 무슨……?”

“거짓을 말한 죄로 무로 돌아가 버린 거지. 선녀는 고귀한 존재기 때문에 거짓을 말할 수 없네. 거짓을 말하는 순간 고귀한 신분을 잃어버리고 무로 돌아가버린다네.”

“그럼 다른 선녀들도 그녀가 거짓을 말하는 걸 알게 된 거 아닌가요?”

호곡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 추측이 맞다고 알려줬다.

“그녀가 사라지는 걸 본 선녀들은 모두 그녀가 아이를 죽이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지. 하지만 선녀들은 거짓을 말하고 죽은 아이 엄마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네. 그래서 후에 복희씨가 찾아왔을 때 아이가 죽었다고 말했지.”

“방금 전에 거짓을 말하면 죽는다고 하셨지 않나요? 그럼 복희씨에게 거짓말을 한 선녀도 죽은 건가요?”

“그건 아니네. 그녀들은 죽은 선녀에게 들은 내용을 그대로 이야기 했을 뿐이네. 죽은 선녀에게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말하는 건 거짓말이 아니니까.”

“그걸 복희씨가 듣고 속아 넘어갔다구요?”

“그건 정확히 모르네. 하지만 복희씨 입장에서도 선녀궁은 건드리기 부담스러운 존재라네. 그래서 속아넘어가는 척 했을 수도 있지.”

그 말에 난 급히 질문을 했다.

“복희씨면 중국의 삼황 오제라 불리는 이들 중 최고로 치는 자인데 선녀궁이 그런 그를 부담스럽게 만들 정도의 힘이 있는 건가요?”

“선녀궁이 큰 힘을 지니고 있는 건 아니네. 하지만 선녀궁 뒤에는 웅녀의 자식인 단군이 있지.”

“단군이 왜요? 그가 복희씨를 견제할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는 건가요?”

“단군의 부인 중 하나가 바로 선녀궁 사람이라네. 그리고 단군이 지닌 힘도 굉장하지만 그 뒤에는 환웅이 있고, 그 위에는 환인이 있다네. 아무리 복희씨라도 환인까지 건드릴 수는 없지.”

단군 신화에 나오던 신들의 이름이 여기서 다 언급이 된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그럼 단군 신화에 나오는 인물들도 다른 차원에서 넘어온 절대자들인 건가? 그건 이해할 수 있겠는데 던전 안에 들어오려면 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럼 이들도 누군가와 계약을 맺은 건가?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엔 뭔가 앞뒤가 맞지 않았다.

일단은 이야길 더 들어보자. 듣다보면 뭔가 나오겠지!

“그건 알겠어요. 그래서 그 다음은 어떻게 됐어요?”

호곡은 내가 생각을 정리할 동안 가만히 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복희씨는 선녀궁의 말을 듣고 돌아갔지. 하지만 돌아가면서 경고의 말을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네. 만에 하나라도 그 아이가 살아있다면 선녀궁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거라고 말이지.”

“그럼 그 동굴에 봉인된 아이는 어떻게 됐죠?”

“선녀궁의 선녀들은 혹시라도 봉인이 깨질까봐 복희씨 몰래 봉인이 깨지지 않게 철저하게 관리했네. 근데 한 해 전쯤 갑자기 봉인이 깨져버렸네.”

“갑자기요?”

“그렇다네. 갑자기 봉인이 깨져버렸지. 아마도 커져가는 그 아이의 힘을 봉인이 더는 감당할 수 없었을거라고 보네.”

난 침을 꿀꺽 삼키고는 다음 이야기를 기다렸다.

“봉인이 깨진 걸 안 선녀궁의 선녀들은 그 아이의 힘이 밖으로 새어나가는 걸 막기 위해 몇 겹의 봉인을 다시 설치했다네. 다행인 건 봉인이 깨졌음에도 아이가 깨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빠르게 다시 봉인할 수 있었지.”

“그럼 다 해결된 거 아닌가요?”

“하지만 봉인이 깨지고 다시 봉인이 이루어지기 전까지의 시간 동안 아이의 힘이 한 번 폭주를 했고, 그걸 복희씨가 알아챈 거지. 복희씨는 즉시 선녀궁으로 찾아와서 선녀들을 추궁했다네.”

“그래서 그 봉인된 아이를 찾았나요?”

내 질문에 호곡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못 찾았다네. 선녀궁의 선녀들은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거든.”

“그럼 복희씨는 돌아간 건가요?”

“아니. 복희씨는 그때부터 선녀궁을 점거하고 선녀궁에 있던 선녀들을 하루에 한 명씩 죽이고 있다네.”

“네? 하루에 한 명씩이요? 그럼 지금까지 대체 얼마나 죽은 거죠?”

“벌써 300명이 넘었네.”

“300명이요? 그 새끼 완전 미친 새끼네! 근데 선녀궁을 건드리면 단군이 가만있지 않는다더니 300명이나 죽을 동안 대체 뭘 한 거죠?”

그 부분에선 호곡도 깊은 한숨을 쉬었다.

“단군이 움직일 수 없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네. 하지만 그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선녀궁을 향해 얼마 전 출진을 한 상태네.”

“단군이 움직였다면 다 해결된 거 아닌가요?”

허나 호곡은 고개를 저었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한 전쟁은 계속 일어날 걸세. 단군이 강하다 하더라도 독자적인 세력으론 복희씨를 아직 이길 수 없거든. 그를 누르기 위해선 결국 그의 아버지인 환웅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전쟁 규모가 엄청나게 커지게 되네.”

“그럼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모든 게 다 해결된다는 거네요. 혹시 그 근본적인 문제란 게, 봉인된 그 아이를 처리하는 건가요?”

호곡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길고긴 이야기 끝에 드디어 본론이 나왔다.

“그러니까 저한테 그 아이를 처리해달라는 거군요. 맞죠?”

“처리해달라라……맞네. 자네가 그 아이를 처리해줬으면 하네.”

“어떻게 처리하면 되죠? 분위기를 보니 죽여달라는 건 아닌 거 같고…… 혹시 그 아이가 가진 폭주하는 힘을 없애달라는 건가요?”

그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가능하겠나?”

그때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 퀘스트 ‘호랑이의 아이’가 생성되었습니다. 호랑이의 아이가 가진 말살자 조각의 힘을 회수하십시오. 보상: ???

무슨 퀘스트가 이래? 보상이 뭔지도 제대로 안 나오는 거야?

난 한참 동안 눈앞에 생겨난 퀘스트를 살피는데 열중했다.

그러자 기다리다 지친 호곡이 다시 물어왔다.

“안 되겠나?”

“일단 시도는 해봐야죠. 근데 선녀궁에서 절 선택한 이유가 뭐죠?”

“그건 자네도 마찬가지로 말살자 조각의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네.”

“그런 게 느껴지는 건가요?”

“난 느끼지 못하지만 선녀궁에 있는 선녀장은 알 수 있었을 거네. 그래서 자네를 선택한 것일 테고.”

‘흠. 선녀장이라…… 일단 여기 일이 다 정리되면 한 번 만나봐야겠어.’

“근데 어르신은 대체 누구세요?”

“아까 말했지 않은가. 최초로 인간이 된 호랑이인 호천의 후손이라고.”

“그건 들었는데 그것만으로 이렇게까지 자세한 이야기를 알고 있다는 건 설명이 안되거든요. 그 부분도 설명을 좀 해주시죠.”

내 질문에 호곡은 아무 말 없이 한동안 날 물끄러미 바라보다 입을 뗐다.

“아까 말했듯이 난 호천의 자손이 맞네. 호천과 선녀 사이에는 자식이 두 명이었는데 그 중 봉인되지 않은 그들의 자식이 바로 내 선조라네. 그리고 우리는 대대로 봉인된 그 아이를 지키는 임무를 맡았어.”

그제야 그가 왜 그렇게 자세히 알고 있는지가 이해됐다.

“그럼 설마 여기가 호천의 아이가 봉인됐다는 동굴인가요?”

“맞네. 바로 저 안에 봉인된 아이가 있지.”

그러면서 내 뒤편을 가리켰다.

난 그의 손을 따라 뒤를 돌아봤지만 그가 가리키는 곳에는 돌벽 밖에 보이지 않았다.

“저기에 있다구요? 설마 저 돌벽 너머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다네. 저 돌벽 너머에 바로 봉인된 아이가 있다네. 그럼 들어갈 준비는 다 됐나?”

난 그의 질문에 씨익하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준비랄 게 뭐 있나요. 그냥 가면 되는 거죠.”

그는 이런 내 자신감이 마음에 드는지, 지금껏 보이지 않던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부탁하겠네. 들어가서 자네가 성공하면 봉인된 문이 자동으로 열릴 걸세. 그럼 성공하길 빌겠네.”

말을 마친 호곡은 내 뒤편 벽으로 가서 벽 어딘가를 만졌다.

딸깍.

뭔가 장치가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벽면이 굉음을 내며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돌로 된 테이블 위에 누워있는 남자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난 망설임없이 열린 돌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그그긍.

내가 들어가자 문은 또다시 굉음을 내며 닫혔다.

난 닫힌 문을 힐끔 돌아본 후 누워있는 아이에게로 걸어갔다.

가까이서 본 아이의 모습은 더욱 앳돼보였다.

“얘가 말살자 조각의 소유자라고…… 어디 한 번 볼까!”

난 그 아이를 살펴보기 위해 손을 뻗었다.

파지지직.

강력한 스파크와 함께 뭔가가 내 손을 밖으로 밀어냈다.

“흐음. 이게 봉인인가? 어디 이번엔 좀 더 강하게 넣어볼까!”

난 좀 더 강한 힘으로 봉인 안에 손을 넣었다.

파지지직.

강렬한 스파크가 튀고 강렬한 힘이 내 손을 밀어냈지만 난 무시하고 더욱 강한 힘으로 찍어 눌렀다.

파지지직. 파지직.

호곡 말대로 몇 겹의 봉인이 이루어져 있는지 하나의 봉인을 뚫으면 다른 봉인이 나왔고, 그걸 뚫으니 또 다른 봉인이 나왔다.

그렇게 다섯 겹의 봉인을 뚫고나니 그제야 아이의 몸에 손이 닿았다.

‘아이의 힘이 새어나가지 않게 하는데 집중한 봉인이라 방어는 그다지 강하지 않아 다행이야.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봉인을 뚫는 거야 어떻게든 했겠지만 그 과정에서 이 아이도 큰 상처를 입었을 테니.’

난 그 아이의 가슴에 손을 얹고는 내공을 불어넣기 위한 준비를 했다.

그때 새로운 메시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 또다른 말살자의 조각과 접촉했습니다. 말살자의 조각은 접촉 시 하나로 합쳐지게 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체가 되는 조각은 소유자가 가진 힘을 통해 정해집니다.

뭐?! 하나로 합쳐진다고?!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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