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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155화 (155/196)

155화

내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그는 이해한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그럴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어. 물론 대부분은 말살자의 힘과 의지를 이어받은 누군가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지만!”

말살자의 힘과 의지를 이어받은 존재라고?

그건 그것대로 놀라운 일이다.

난 바로 호루스에게 물었다.

“말살자의 힘과 의지를 누군가 이어받는다는 게 가능한 거야?”

“당연히 가능하지. 너만 해도 말살자의 조각을 소유하고 있잖아.”

“그건 그렇지만, 내가 이걸 가지고 있다고 특별한 힘이 생기거나 하진 않았는데…… 아!”

그러다 차원을 갈라서 게이트를 열 수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건 말살자의 조각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 니가 얻은 차원을 여는 능력도 말살자가 가진 고유의 능력 중 하나야.”

호루스 역시 이시스처럼 상대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지 내 생각을 그대로 읽고는 말했다.

“그건 그렇지. 그럼 말살자 조각이 아닌, 그가 가진 온전한 힘을 얻은 존재가 정말로 있다고?”

“그래. 근데 힘만 얻은 것뿐이라면 우리가 이렇게까지 경각심을 가지지는 않을 거야. 중요한 건, 그 존재가 말살자의 의지까지 이어받았다는 거지.”

“말살자의 의지라면 전 차원을 하나로 통합하려 하던 일을 말하는 거야?!”

“맞아. 바로 그 일이야.”

하지만 생각해보니 이상한 일이다.

이미 이곳에 있는 절대자들은 한 곳에 모여 있는 상황이다.

말살자가 하려는 일이 전차원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거라면, 이미 모여 있는 절대자들은 상관없는 일 아닌가?

호루스는 이번에도 내 생각을 읽고는 바로 답해줬다.

“그 생각은 틀렸어. 같은 차원에 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문제는 그 다음이지.”

“그 다음?”

“그래. 생각해봐. 만약 말살자의 의도대로 전 차원이 하나로 합쳐진다 치자구. 그 다음은 무슨 일이 일어날 거 같아?”

하나로 합쳐지고 나서라……

난 전차원의 절대자들이 한곳에 모이는 상상을 해봤다.

“……전쟁!”

“그래. 바로 전쟁이야. 수많은 절대자들이 뒤엉켜 싸우게 되겠지. 싸우기 싫어도 자신의 가족과 부하들을 지키기 위해서 싸울 수밖에 없을 거야.”

“근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애초에 전차원에 있는 존재들이 여기 지구에 다 모일 수가 있어? 절대자들만이라면 모르지만, 그들의 부하들까지 모이면 발 디딜 곳조차 없을 것 같은데…….”

그러자 호루스는 갑자기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하.”

난 살짝 기분이 상했지만 가만히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한참을 웃던 그는 날 보며 말했다.

“웃어서 미안. 근데 인간들 사고는 참 재밌단 말이야.”

“뭐가 재밌단 거야?!”

난 기분이 상해 톡 쏘듯 물었다.

“생각해 봐. 너희 인간들은 이 지구만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잖아. 그래서 아까도 그런 말을 했던 거고.”

그의 말을 듣자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있었다.

“그럼 설마 우주에도 살 수 있는 곳이 있는 거야?”

“당연하지. 이 드넓은 차원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곳이 여기 하나밖에 없는 게 더 이상한 일 아니겠어?”

“잠깐. 만약 전 차원에 있는 절대자들과 그 세력들이 우주 곳곳에 퍼져서 지낸다면, 부딪힐 일도 거의 없는 거 아니야?”

허나 호루스는 고개를 저었다.

“절대자들에게 공간은 큰 제약이 되지 않아. 나만 해도 동일 차원 내라면 어디든 공간 이동을 할 수 있으니까. 나 같은 방법이 아니더라도, 절대자들이라면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공간의 제약을 벗어날 방법을 찾을 거야. 그 때문에 결국 호전적인 절대자들에 의해 전투가 벌어지게 될 거고.”

그제야 그가 하는 걱정이 뭔지가 이해됐다.

차원이 하나로 통합되면, 그 안에서 정복자 기질을 가진 절대자들이 정복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아니, 거의 확실하다고 봐야한다.

그렇게 되면 커지는 절대자의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다른 절대자들은 연합을 하던 다른 세력을 흡수하던 어떤 형태로든 세력이 키울 수밖에 없게 된다.

그 상황에서 무수한 희생이 발생할 것이고, 그게 자기가 아니란 보장이 없기 때문에 긴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절대자들이 전투를 좋아하는 건 아니니 말이다.

“이제야 이해를 한 것 같네. 그래서 절대자들이 모이는 거야! 근데 이상한 걸. 넌 왜 초대받지 못한 거지?”

“날 초대한다고? 인간도 초대받을 수 있는 거야?”

“그럼. 내가 알기로 인간 중 절대자급 강함을 지닌 사람도 초대받았다고 알고 있는데…… 난 그게 너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아니야?”

잠깐! 그럼 나 말고 인간 중에 절대자급의 강함을 지닌 존재가 또 있단 거야? 대체 누구지? 마인인가?

“그건 나도 궁금하네. 그럼 인간 대표론 누가 초대받은 거지?”

그도 그 부분은 궁금한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난 즉시 다른 걸 그에게 물었다.

“근데 이 모임은 누가 주최한 거야?”

“주최는 리치킹이 했어.”

“리치킹이? 그럼 혹시 인간 대표도 리치킹이 뽑은 거야?”

“아마 그럴걸.”

말하는 걸 들어보니 정확히는 모르는 모양이다.

아니 별 관심이 없다는 게 맞는 말이겠지.

어쨌든 리치킹이 뽑았다면 마인일 가능성이 높겠어!

“근데 말살자의 힘과 의지를 이어받았다는 존재에 대해선 어떻게 알게 된 거야?”

“그를 따르던 추종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거든.”

“그를 따르던 추종자라고?”

그 말을 듣자마자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들이 있었다.

설마 플뤼톤?

호루스는 내 생각을 읽고는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니 생각대로 플뤼톤이 포함된 네 명의 절대자들이야.”

“근데 걔들은 지금 다른 차원에 같이 모여 있는 거 아니었어? 근데 그들이 움직였다고? 어떻게?”

“그들은 지금 이곳으로 넘어오기 위해 차원의 벽을 뚫고 있는 중이니ᄁᆞ.”

그러나 난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말살자의 의지와 힘을 가진 존재가 있다면 당연히 차원을 오고가는 능력도 가지고 있는 거 아니야?”

“그렇지가 않나봐. 그 존재 스스로는 차원을 넘나다닐 수 있지만 다른 존재들까지 데리고 가지는 못하는 거 같아. 아마도 그건 너 때문이겠지!”

“설마 내가 게이트를 여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그렇겠지. 그래서 그 존재가 자신의 추종자들을 데리고 올 수 없으니까 추종자들이 직접 차원을 뚫고 있는 거야.”

“근데 차원이란 게 그렇게 뚫는다고 뚫리는 게 아니지 않아? 내가 듣기론 차원의 벽을 수호하는 이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렇지. 차원의 벽을 수호하는 자들이 있긴 해. 근데 어쩐 일인지 그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어! 그래서 추종자들도 대놓고 차원벽을 뚫으려는 시도를 할 수 있는 거고.”

저 말대로 만약 지옥과의 차원벽이 뚫린다면, 세상은 다시 한 번 대혼란을 맞게 될 것이다.

내가 경험한 건 일부지만 지옥에 있는 놈들은 기본적으로 제정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대로 손만 놓고 기다리기엔 상황이 너무 위험해. 좀 더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난 생각을 마치자마자 즉시 호루스에게 물었다.

“혹시 절대자들 회의에 내가 낄 순 없을까?”

“니가?”

“그래. 나 정도면 절대자급에 가까울 정도로 강하다고 생각되는데!”

그는 내 말을 듣고는 날 가만히 들여다봤다.

그러다 고개를 저었다.

“물론 니가 강하긴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해. 이번 모임은 각 차원을 대표하는 절대자들이 나오는 거거든. 근데 이미 리치킹이 너희 차원의 대표를 뽑았다고 하니 아쉽지만 어렵겠는데.”

“그럼 차원의 대표가 아니라 말살자 조각의 소유자 자격으로 참석하는 건 어때? 이번 회의 주제 자체가 말살자에 대한 내용이니 나도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오! 그거 좋은 생각인데! 그거라면 가능하겠어. 안 되도 일단 밀어붙여보지 뭐.”

“좋아. 그럼 회의가 일주일 후라고 했지? 회의 장소는 정확히 어디야?”

“원래는 아메리카 대륙이었는데 주최자인 리치킹 요청으로 스페인 북부에 있는 빈 성에서 만나기로 했어.”

“흠…… 알겠어. 그럼 혹시 내가 그때까지 여기서 신세를 좀 져도 될까?”

내가 약간 쑥쓰러워하며 묻자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당연하지. 얼마든지 머물러도 좋아. 오늘부터 넌 내 친구니까!”

오늘 처음 만났지만 호루스와는 참 잘 맞았다.

* * * * *

그날부터 일주일간 호루스와 함께 있으면서 수련에 열중했다.

호루스는 가끔 내 대련 상대가 되어줬는데 역시 절대자답게 어마어마한 전투력을 지니고 있었다.

거기다 신비한 능력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상대하기가 무척 까다로웠다.

호루스 말에 의하면 절대자들 중 자기처럼 특별한 능력을 가진 자들도 많다고 했다.

내가 일주일 동안 집중해서 연습한 건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기존에 있던 천의권들을 융합하는 일이었다.

파천과 일권을 융합했듯이 단월에 압천을 섞어보기도 했다.

대부분은 실패했지만 몇가지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두 번째는 적절한 회피 연습이다.

지금까지 무한의 방어력만 믿고 무작정 공격만 집중을 했었다.

물론 회피를 연습했던 시기도 있긴 했지만,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후부터는 회피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전 탄과 만난 후부터 상황이 변했다.

나도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처음엔 회피하거나 막는 게 상당히 어색했지만 계속된 연습으로 이젠 제법 자연스러워졌다.

그리고 피하고 막는 걸 연습하다보니, 상대를 더 잘 관찰할 수 있게 됐다.

그건 곧 효율적인 공격으로 이어져서 내 공격도 한 층 더 날카로워졌다.

예전의 내 공격들은 상대가 부서질 때까지 때리는 거였지만, 이제는 좀 더 효율적으로 상대의 빈틈을 공격하게 됐다.

그렇게 일주일이란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고 드디어 절대자들의 회의가 있는 날이 됐다.

나와 호루스는 회의에 갈 채비를 마치고 홀 중앙에 같이 섰다.

“이제 어떻게 회의 장소까지 갈 거야?”

내 질문에 호루스는 미소를 지으며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이렇게 가는 거지!”

그의 손이 내 어깨에 닿자마자 순식간에 눈앞의 풍경이 변했다.

방금 전까지 호루스 신전의 홀에 있었는데 지금은 수풀 한가운데 있었다.

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여기가 회의 장소인거야?”

“하하하. 거기서 앞으로 다섯 발자국만 더 걸어봐.”

그의 말대로 앞으로 다섯 발자국을 내딛자 놀랍게도 눈앞에서 수풀이 사라지고 거대한 성의 입구가 나타났다.

이게 뭐지? 진법은 아닌데……마법으로 성의 모습을 가려놓은 건가?

그때 호루스가 내 생각을 읽고는 궁금증을 풀어줬다.

“마법은 맞는데, 환영처럼 성을 가린 건 아니고 마법으로 공간을 왜곡시킨 거야. 그래서 가까이 다가가야지만 성이 보이게 되는 거지.”

“근데 경비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데 이걸로 괜찮은 거야?”

그는 내 말에 또다시 큰 소리로 웃었다.

“하하하하. 경비? 우리한테 경비 따위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렇긴 하네. 그럼 들어갈까!”

난 무안해서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호루스는 그런 날 뒤에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다 뒤따라왔다.

거대한 성문 앞에 서자 성문이 소리없이 부드럽게 열렸다.

아무 생각 없이 안으로 들어선 난 수많은 시선에 급히 걸음을 멈추고 놀란 눈으로 앞을 바라봤다.

이…… 이게 뭐야?! 벌써 다 와있는 거야?!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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