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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152화 (152/196)

152화

게이트를 통해 나온 곳은 처음 루크레이지에 왔을 때와 같은 장소였다.

풀이 길게 자라난 벌판 한가운데로 떨어진 난 그제야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호랑이탈은 내가 손을 놓자 급히 나로부터 떨어져서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날 대체 어디로 데려온 거지?! 그리고 저것들은 또 뭐고?!”

그의 외침에 난 급히 기감을 확장했다.

그의 말대로 뭔가가 빠르게 우릴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처음엔 예전에 루크레이지에 왔을 때처럼 이 구역의 사람들인가 했지만 좀 더 자세히 보자 그게 아니었다.

지금 달려오고 있는 것들은 뭔가 다른 거였다.

생명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존재였다.

저게 대체 뭐지? 예전에 있을 땐 저런 건 본 적이 없는데……

“왜 저런 것들이 여기 있는 거야?!”

호랑이탈은 나보다 다가오는 것들이 뭔지 더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넌 저게 뭔 줄 아는 거야?”

그는 되려 내가 묻자 황당하다는 얼굴로 날 바라봤다.

“니가 데려와 놓고는 저게 뭔지도 모르는 거야?”

“그러니까 말하잖아. 저게 대체 뭔데?”

“이 미친 새끼야. 저건 그냥 이 대지 자체잖아!”

“뭐라고? 대지 자체라고?”

난 그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게 대체 무슨 말이야?”

“이런 멍청한 새끼! 집중해서 지금 오고 있는 것들을 잘 봐봐!”

그의 말을 듣고 좀 더 집중해서 달려오고 있는 것들을 살펴봤다.

어?! 이게 뭐야?!

호랑이탈 말대로 더 자세히 보자 확실히 보였다.

다가오는 것들은 대지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고 있었다.

정확히는 대지와 연결돼 있다고 하는 게 맞겠다.

내가 급히 호랑이탈을 쳐다보자 그는 한심하다는 듯 날 보고 말했다.

“이제야 알겠냐? 그러니까 어서 날 원래 있던 곳으로 데려다 놓으라고!”

그러나 그럴 순 없다.

‘여기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빼내야 돼. 그러기 위해선 일단 저 놈을 체념하게 만들어야 해.’

“미안하지만 그럴 수 없어.”

“뭐? 그게 무슨 개소리야?!”

그는 잔뜩 흥분한 채 소리쳤다.

“내가 너한테 사용한 스킬은 일회성 스킬이야. 단 한 번 차원을 가를 수 있는 기술이지. 그걸 통해 게이트를 만들 수 있지만 다시 돌아가는 방법은 몰라. 나도 이런 결과가 나올지 몰랐어…….”

그러자 그는 더욱 흥분해 발광을 했다.

“이…… 이 개새끼야!!”

하지만 그때 적들이 가까이 접근한 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호랑이탈도 싸울 준비를 했다.

잠시 후 나타난 것들은 다양한 형상을 하고 있었다.

동물 모양도 있었고 인간과 비슷한 형상을 한 놈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들 모두 회색빛의 무채색이었다.

헐. 저것들은 대체 뭐지?

호랑이탈도 마찬가지 생각을 하는지 어이없는 표정을 하다 갑자기 흥분해서는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적들도 만만치 않았다.

끊임없이 대지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는데다 부셔도 부셔도 다시 재생했다.

그때 호랑이탈이 날 향해 짜증을 냈다.

“이 새끼야! 넌 구경만 하고 있을 거야?!”

하지만 난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를 향해 말했다.

“혼자 잘 싸우는데 굳이 내가 도와줄 거 있어?”

“야이 개새끼야! 빨랑 와서 안 도와?”

“하하하. 알았으니까 좀 진정하라구.”

그제야 난 어슬렁어슬렁 전장에 끼어들었다.

우릴 공격하는 존재들이 뭔지는 모르지만 호랑이탈과 내 상대는 될 수 없었다.

우린 파죽지세로 달려드는 적들을 짓뭉갰다.

계속 달려들던 적들도 완전히 박살이 나자 더는 재생을 하지 못했다.

“이제 대충 정리가 된 것 같네.”

내 말에 그는 의심가득한 눈으로 날 바라봤다.

“너 여기서 나갈 방법 알고 있지?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여유로울 수가 없어.”

보기보다 날카로운데!

하지만 난 딱 잡아뗐다.

“그럼 울고 있을까? 일단은 살아야 되잖아. 그러니 노력하는 거라구.”

그러나 그는 여전히 의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난 그를 보며 태연하게 웃으며 속으로는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웠다.

제일 중요한 건 츤츤이와 마주치지 않는 거야. 그러기 위해선 여기서 멀리 벗어나지 않는 게 좋겠지? 흐흐흐. 그리고 정보를 다 빼내고 나면 내 알바 아니니까 버려두고 가면 돼.

그 후로 며칠을 츤츤이와 마주치지 않게 주의하며 호랑이탈과 붙어다녔다.

처음엔 의심하던 그도 며칠이 지나도 내가 돌아가지 않자 서서히 내 말을 믿고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느 정도 내 말을 믿기 시작한 후에 한 유도질문에도 그는 좀처럼 넘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2주가 지나고 3주 가까운 시간이 지나자 슬슬 그도 지치기 시작했다.

가끔 찾아오는 적들은 문제없이 처리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먹을 거였다.

예전과 달리 먹을 게 눈에 띄게 적어졌다.

우린 서로 구역을 나눠 수색했지만 먹을 걸 찾긴 어려웠다.

하지만 난 백팩 안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먹을 것들을 많이 넣어두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호랑이탈과 떨어져 있을 때는 물과 음식을 섭취했다.

그러나 너무 많이 먹지는 않았다.

혹시라도 너무 많이 먹으면 그가 눈치 챌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허기만 달랠 정도로 먹었다.

그리고 결국 3주가 다 되어가던 날 호랑이탈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의 모습은 눈에 띄게 야위어있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3주 동안 먹은 게 거의 없었다.

물도 제대로 먹지 못해 입술은 바짝 말라서 갈라져 있었고 머리카락은 푸석푸석했다.

그나마 내가 미리 꺼내놓은 생수 두 통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넋두리하듯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난 도깨비와 인간 사이에 태어난 혼혈이야. 태어나면서부터 이런 외모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했지.”

난 아무 말 없이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어디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외모였지만 도깨비 무리에선 날 받아들여줬지. 아버지가 꽤 영향력 있는 도깨비였거든. 하지만 아버지가 죽고 나자 도깨비들은 날 대놓고 무시하기 시작했어.”

말을 하는 그의 눈에는 예상외로 아무런 감정도 떠올라 있지 않았다.

마치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하듯이 말을 이어갔다.

“그들의 무시는 나로 끝나지 않고 우리 가족 전체로 번졌지. 그러다 결국 사고로 어머니가 돌아가셨어. 그들은 사고라고 했지만 도깨비 짓이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었다. 난 참지 못하고 그동안 참았던 울분을 터트렸어. 나도 몰랐지만 내겐 엄청난 힘이 내재돼 있었고, 그걸로 그동안 날 괴롭히던 도깨비들을 도륙할 수 있었지.”

난 그의 말을 들으며 추임새 대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포악한 도깨비들 사이에서 서로 죽고 죽이는 건 흔하게 있는 일이었지만 그날 난 정신이 나가 너무 많은 도깨비를 죽이고 말았어. 그래서 결국 도깨비 왕이 나섰고 난 그에게 패했던 거야. 본래라면 패한 난 죽었어야 하지만, 내 사정을 알고 있던 도깨비 왕은 날 그냥 살려줬고. 대신, 마을에서 쫓아냈어. 난 그 후 정처 없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마인을 만났어.”

고해성사를 하듯 조곤조곤 말하는 그의 모습은 경건하기까지 했다.

“내 사정을 들은 마인은 도깨비들을 모조리 죽여주겠다고 했어. 대신 그 대가로 내게 자신의 일을 도와달라고 했다! 하지만 난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도깨비들이 모두 죽는 걸 원치 않았어. 그러나 난 그의 제안을 수락했다. 내부에서 스파이 노릇을 하기로 한 거지.”

거기까지 들은 난 조심스레 질문을 했다.

“근데 도깨비 왕이 그만큼 강하다면 마인 세력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거 아니야?”

허나 그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본 마인의 힘은 상상을 초월해. 물론 도깨비왕도 강하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마인보다는 한수 아래지.”

“그래도 도깨비들 개개인이 워낙 강력하잖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거 아니야?”

“만약 마인 혼자라면 도깨비들로 막을 수 있겠지. 하지만 마인이 가지고 있는 힘은 생각보다 방대해서 절대로 도깨비들만으로는 그들을 막을 수 없어. 아마 도깨비왕도 그걸 알기 때문에 강한 힘을 가진 인간을 찾는 걸 테고 말이야.”

“흠…… 마인이 그렇게 강하단 말이지?”

그때 그가 예상치도 못한 말을 했다.

“마인은 강하지. 하지만 마인 뒤에는 그보다 더 강한 존재가 있어.”

“마인보다 더 강한 존재라고?!”

설마 진짜 히든보스가 마인을 조종하는 건가?

드디어 뭔가 실마리가 풀리려고 하자 기대반 긴장반의 마음으로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래. 나도 직접 보진 못했지만 마인 뒤에 누군가 있는 건 확실해. 마인 세력을 컨트롤하는 군사도 그가 보낸 인물이니까!”

특별한 정보는 아니지만 마인 뒤에 누군가 있다는 건 분명해졌다.

그리고 직감이지만 그가 히든보스일 가능성이 크다.

그가 더는 모른다고 판단이 서자 곧바로 다른 걸 물었다.

“그럼 니가 얼마 전에 말한 신의 축복이라는 건 뭐야?”

“내가 너와 처음 만나고 회의를 하러 가는 길에 갑자기 세상의 모든 것이 멈췄어. 날 제외한 세상의 시간이 멈춘 거지! 그리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어.”

“목소리?”

“그래. 그 목소리는 내가 뜻을 이룰 수 있게 신급 스킬을 주겠다고 했어.”

“신급 스킬을? 그래서 아무리 잘려도 재생이 가능한 거야?”

그는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받은 스킬은 ‘재생력 무한’이란 이름의 신급 스킬이야. 그 덕에 난 어떤 상처를 입어도 재생이 가능한 몸이 됐다. 그리고 그 스킬을 얻고나자 니가 떠올랐어. 너도 역시 나처럼 신급 스킬을 받았다는 걸 알게 됐지.”

“그럼 그 목소리가 자기가 신이라고 한 거야?”

“그런 건 아니지만, 세상의 시간을 멈추고 신급 스킬을 맘대로 줄 수 있는 존재라면 당연히 신이겠지. 안그래?”

“그러니까 스스로 신이라곤 안 했다는 거네.”

그의 말을 듣자 혼란스러웠던 머릿속이 어느 정도는 정리가 됐다.

하지만 누가 그에게 신급 스킬을 줬는지는 의문이다.

나와 헤어지고 나서 신급 스킬을 받았다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왠지 나와 관련되어 있어 스킬을 받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흠…… 저 놈에게 스킬을 준 것도 작가일까?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봤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이럴 땐 다른 걸 물어봐야지.

일단 그에게 들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빼내는 게 중요했다.

조합은 그 다음에 하면 된다.

“그럼 탄은 어떻게 만난 거야?”

내 질문을 들은 그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니가 어떻게 그 사람 이름을 아는 거지?!”

그제야 난 실수했다는 걸 깨닫고 서둘러 둘러댔다.

“그 사람이 나한테 얘기해 주던걸. 자기 이름이 탄이라고.”

하지만 그는 갑자기 날카로운 눈으로 날 노려보며 말했다.

“역시 뭔가 이상했어. 넌 그 사람과 아는 사이였던 거야. 그래서 그 사람이 널 살려준 거고. 하긴 니가 그 사람을 이겼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

그제야 그는 퍼즐을 다 맞춘 것처럼 개운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은 확신이었다.

난 그 얼굴을 보곤 더 이상 속이는 건 의미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사실대로 털어놨다.

“그래. 난 사실 탄과 아는 사이야. 하지만 니가 생각하는 것만큼 친한 사이는 아니야. 오히려 서로 죽이려고 안달이 난 사이지.”

“뭐? 너도?!”

잠깐! 너도라고?!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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