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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150화 (150/196)

150화

탄을 본 순간 잠시 정리했던 머릿속이 또다시 혼란스러워짐을 느꼈다.

탄이 저기 왜 있는 거지?

생각지도 못한 탄의 모습에 자리에 멈춰 서서 어찌해야 할지를 망설였다.

그때 탄이 날 보고는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여어, 반가워. 어서 이리와!”

탄이 날보고 인사하자 옆에 있던 돼지탈도 날 쳐다봤다.

‘일단 어떻게 된 일인지나 알아보자.’

난 일부러 여유롭게 걸어서 탄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돼지탈은 내가 가는 동안 날 계속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그들 앞에 선 다음 탄에게 물었다.

“니가 왜 여기 있는 거야?”

내 질문에 탄은 대답 대신 놀란 눈으로 날 바라봤다.

“너 그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몰라보게 강해졌는데?!”

“내 질문에나 대답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캬캬캬캬. 그렇게 열 내지 말라구. 내가 지난번에 얘기 했었잖아? 차원의 벽이 약해져서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렇다고 이런 식은 좀 아닌 것 같은데!”

난 어떻게든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서 유도질문을 했다.

“캬캬캬캬! 이게 뭐 어때서? 내가 말하지 않았나?”

“뭘?”

“난 실험을 좋아한다고.”

“말했지. 그래서 대체 무슨 실험을 한 건데?”

“일단 여기서 하고 있는 실험은 인간들의 폭력성을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이지.”

“폭력성을 끌어올린다고?”

그때 옆에서 듣고만 있던 돼지탈이 탄의 말을 가로막았다.

“아무리 탄님이라고 해도 기밀 정보를 뭣도 아닌 놈에게 그렇게 막 알려주시면 안됩니……!”

하지만 돼지탈은 끝까지 말을 잊지 못했다.

탄이 갑자기 그의 목을 손날로 잘라버렸기 때문이다.

“어디 버러지 같은 게 시끄럽게 끼어들고 있어?”

난 탄의 갑작스런 행동에 급히 방어자세를 취하며 뒤로 물러났다.

탄은 그런 날 보고 태연히 말했다.

“뭘 그리 놀라고 그래. 버러지가 시끄러워서 죽인 것뿐인데. 그것보다 궁금한 게 많을 것 같은데?”

역시 미친놈이야. 그래도 얻을 정보는 얻어야지.

난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질문을 했다.

“먼저 폭력성을 끌어올린다는 게 무슨 말이지?”

“말 그대로야.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폭력성을 극대화하는 거지.”

“대체 뭘로……?”

“아아. 이놈들이랑은 우연히 만났는데 재밌는 걸 가지고 있더라구. 살아 꿈틀대는 액체였지.”

“살아 꿈틀대는 액체? 설마 검은 액체를 말하는 거야?”

“흠. 그걸 너흰 검은 액체라고 부르는 거야? 이름이야 어쨌든, 이놈들은 우연히 그 액체를 만든 모양이던데 그게 자아를 가지고 있는 줄은 모르더라구.”

난 탄의 말에 깜짝 놀랐다.

“자아를 가지고 있다고? 그럼 그 액체가 생각을 한단 말이야?”

“생각까지는 아니고 본능적으로 움직인다고 할까. 대충 그 정도지.”

“근데 그거랑 폭력성이 무슨 상관이지?”

탄은 내 질문에 한심하다는 듯 잠시 날 바라보다 말했다.

“하여간 이래서 멍청한 놈들이랑 대화하면 피곤하다니까. 그 액체는 본능적으로 움직이지? 그리고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 중 하나가 바로 폭력성이야. 난 그 액체를 통해 인간의 본능 중 하나인 폭력성을 최대로 끌어올린 거야.”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한 거냐고?”

“그건 영업 비밀이라 알려줄 순 없지.”

“에휴, 그럼 폭력성을 끌어올렸을 뿐인데 적과 아군도 구분 못하고 날 뛰는 건 무슨 이유지? 그건 말해줄 수 있겠지?”

“그건 단순한 거야. 보통 화가 많이 나면 피아식별을 못하기도 하잖아? 그런 거지 뭐.”

“그게 끝이야?!”

난 황당해서 그에게 물었고 탄은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어?”

“그건 불가능해.”

“불가능하다고?” “그래. 이미 그 액체가 저들 뇌속에 완전히 흡수가 됐을 거거든. 완전히 흡수되기 전이라면 가능하겠지만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났기 때문에 그걸 분리해내는 건 나라도 불가능해.”

“그럼 저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 평생 저렇게 사는 거야?”

내 말에 탄은 아무렇지도 않게 고갤 끄덕였다.

“그렇지. 저렇게 살다가 죽는 거야. 그래도 걱정할 필욘 없어. 아마 1-2시간 후면 모두 죽을 테니까.”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저게 본능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건 좋은데 그게 점점 심해지거든. 그래서 결국 머리 혈관이 터져서 죽어버리더라구. 근데 걱정 마. 저 정도 부작용은 내가 금방 해결할 수 있으니까.”

“그럼 저 사람들을 원래대로 되돌릴 방법이 전혀 없단 말이야?”

내 질문에 그는 잠깐 뭔가를 생각하다 말했다.

“흠. 그러고보니 한 가지 방법이 더 있긴 하지.”

“그게 뭔데?”

난 다급히 그에게 물었다.

하지만 그는 답지않게 뜸을 들였다.

아마도 내가 초조해하는 걸 즐기는 모양새다.

“야! 빨랑 말해!”

“캬캬캬캬! 난 이런 순간이 너무 즐거워. 나만이 모든 걸 알고 있는 이런 상황 말이야.”

“이 미친 새끼야. 빨랑 말하라니까!”

그의 말대로라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혹시라도 되돌릴 방법이 있다면 빨리 알아내야 한다.

탄은 좀 더 내가 초조해하는 모습을 즐기다 겨우 입을 열었다.

“그 방법은 뇌속에 녹아 있는 액체가 스스로 밖으로 나오게 하는 거야.”

“그게 가능해?”

“내가 말했듯이 그것들은 본능적으로 움직이지. 그래서 지들이 위험하다고 느끼면 알아서 밖으로 기어나올거야.”

“그럼 죽이겠다고 위협하면 되는 거야?”

내 질문에 탄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그 놈들은 뇌에 녹아들어 있어. 그리고 액체 상태기 때문에 숙주가 죽더라도 스스로는 죽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그래서 죽을 때까지 싸우는 거야. 물론 숙주가 죽으면 뇌에 녹아들어 있던 그놈들도 죽는다는 걸 그 멍청한 놈들은 모르지. 그래서 일반적인 방법으론 그놈들한테 위협이 될 수 없어.”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는데?”

난 애가 닳아 급히 물었다.

“그놈들에게 직접적으로 타격을 가해서 위협을 줘야 돼.”

“직접적으로?”

“그래. 감전을 시키던 불태우던 그놈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낄 때까지 몰아붙이면 돼. 그럼 그 놈들이 알아서 숙주를 포기하고 기어 나올 거야.”

“태우라고?”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이해했다.

나라면 방금 탄이 말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나밖에 할 수 없다.

1-2시간 안에 나 혼자 저 많은 사람을 구해내긴 불가능했다.

‘냉정하게 생각해야 돼. 지금 내가 나가서 모든 사람들을 구해내는 건 불가능해. 기껏 구해봐야 몇 명 안 될 거야. 그렇다면 지금은 어설프게 사람을 구할게 아니라 탄이 왜 여기 있는지를 알아내는 게 더 중요해.’

죽을 사람들이 불쌍하긴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정보를 알아내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렇게 마음을 먹자 조급하던 마음이 진정이 됐다.

“그건 그렇고 니가 왜 저 놈들이랑 같이 있는 거지?”

“우연히 만났지. 심심해서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말이야.”

우연히 기웃거리다 마인 세력을 만났다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분명 숨기고 있는 게 더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딴 소리를 지금 나보고 믿으라는 거야?”

하지만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

“믿기 싫음 말던가. 그나저나 내가 궁금한 건 어떻게 니 실력이 그렇게 비약적으로 늘었냐는 거야.”

그러면서 손에 검은색으로 일렁거리는 단검을 소환했다.

그 단검은 지난번보다 더욱 위험해보였다.

“니 실력이 그만큼이나 늘었다면 실험해봐도 되겠어.”

난 급히 방어자세를 취하며 물었다.

“뭘 실험해보겠다는 거야?!”

탄은 손에 든 검을 가볍게 빙그르 돌리면서 장난스럽게 웃었다.

“뭐긴? 당연히 그동안 성장한 이 검의 힘이지. 솔직히 이 검도 내 예상과 달리 너무 성장해서 잘못하다 니가 죽어버리면 어쩌나 고민 중이었거든. 근데 지금 니 실력을 보니 쉽게 죽진 않을 것 같으니 실험해보기 좋겠어.”

“흥. 니 말대로 내 실력이 좋아지긴 했지. 이렇게 말이야!”

난 그가 공격하기 전에 먼저 선빵을 날렸다.

아까 호랑이탈과 싸울 때처럼 파천을 응용한 일권이었다.

그러나 탄은 절대자에 가까운 실력을 가진 존재이니만큼, 수월하게 단검을 이용해 내 공격을 막았다.

어?! 뭔가 이상한데……!

탄의 저 기분 나쁜 단검과 내 주먹이 맞닿을 때마다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뭔가 불길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난 그 기분을 무시했다.

물리 공격으론 내게 아무런 해도 미치지 못한다는 절대적인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 막고만 있던 탄이 내 품안으로 파고들더니 배를 향해 단검을 쑥하고 밀어 넣었다.

피하기엔 늦었기 때문에 그가 하는 공격은 무시하고 계속 공격을 퍼부었다.

탄은 내 주먹을 요리조리 피했고 그 사이 그의 단검이 내 복부에 닿았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끄아악!”

어마어마한 통증이 복부를 중심으로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이…… 이게 대체 무슨……?”

난 깜짝 놀라 서둘러 뒤로 물러선 다음 단검에 찔린 배를 살폈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찔린 곳에서 피가 배어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경고 메시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 창조된 세계관 밖에 존재하는 ???에 의해 피해를 입었습니다.

- ???의 피해를 완벽히 막아낼 수 없습니다.

- ???의 피해를 완벽히 막아낼 수 없습니다.

창조된 세계관은 뭐고 ???는 또 뭐야?!

하지만 그 메시지가 말하는 바는 명확했다.

내가 가진 스킬로도 저 단검은 완벽히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예전에 탄이 말살자의 조각으로 단검을 만들어 공격했을 때도 고통스럽긴 했지만 피를 흘리진 않았다.

그러나 지금 저 단검은 고통뿐만 아니라 내 신체에 피해까지 줬다.

난 단검을 빙글빙글 돌리며 웃고 있는 탄에게 물었다.

“그 단검은 대체 뭐지? 어떻게 내 몸에 상처를 낼 수 있는 거지?”

탄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질문에 답했다.

“우연히 발견했다고 했잖아. 나도 이게 정확히 뭔지는 모르지만 재밌게도 혼자 성장을 하더라구. 근데 역시 대단해! 보통 이 단검에 스치기만해도 흔적도 없이 소멸해 버리는데 넌 생채기 정도만 나잖아? 좀 더 성장시켜야지 널 죽이는 게 가능해지겠어. 기대하라구, 하하하하!”

저건 정말 위험해. 정신 바짝 차려야겠어.

몸에서 피가 나자 그제야 나도 죽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생겼다.

위기감 때문인지 온몸이 긴장되고 집중력도 늘어났다.

난 탄을 노려보며 화룡도를 소환했다.

그런데 탄은 되려 들고 있던 단검을 소환해제 했다.

“더 안 싸울 거야?”

난 여전히 긴장 가득한 얼굴로 탄을 노려보며 물었다.

“테스트도 끝났는데 뭐하러 더 싸워. 괜히 실험체가 망가지기라도 하면 나만 손해잖아, 안그래?”

실험체가 날 두고 하는 말이란 걸 알았지만 탄이 멈춰준다니 내심 고마웠기 때문에 난 아무말도 안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다시 마인 세력이 있는 곳으로 돌아갈 거야?”

“캬캬캬캬. 그놈들이 가지고 있는 액체가 궁금해서 잠깐 어울렸던 것뿐이야. 그리고 난 정복놀이엔 관심도 없어.”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인데?”

“그건 비밀. 조만간 또 보게 될 거야.”

그리곤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지만 자리에서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난 그가 사라진 자리를 복잡한 심정으로 바라봤다.

‘앞으로는 싸울 때 주의해야겠어. 괜히 스킬만 믿고 있다간 죽을 수도 있으니까. 일단 호랑이가 있는 곳으로 가자. 그놈은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으니까.’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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