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화
예상대로 최박사는 럭키를 만나 거기서 하는 일을 들은 후에는 굉장히 만족했다.
특히나 어마어마한 새로운 정보량에 쾌감을 느끼는 듯 했다.
그리곤 곧바로 자리를 잡고 앉아서 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정보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는 게 많아서 그런지 정보 분석 능력이 굉장히 뛰어났다.
특히 이종족에 관한 정보는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정도로 천재적인 분석력을 자랑했다.
최박사가 지낼 곳까지 마련하고 난 후엔 곧바로 피앤씨 컴퍼니로 가서 반마연합이 자리잡은 곳을 둘러봤다.
그들은 그곳에서 지내는 거에 상당히 만족했는데, 특히 지하에 마련된 수련장을 가장 좋아했다.
아무래도 날 기준으로 설계된 수련장이다보니 웬만한 충격에는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그리곤 현승민의 제안에 따라 세상에 반마연합의 존재를 알리고 마인에 대한 정보도 공개했다.
또한 내가 절대자급에 버금가는 강자라는 것도 대대적으로 홍보해서 인간 중에도 절대자급의 강자가 있다는 사실을 중심으로 알렸다.
그 덕분에 난 순식간에 스타가 되어버렸다.
아직은 국내를 중심으로 알려졌을 뿐이지만, 해외에서도 나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할 만큼.
작은 나라 한국에 절대자급의 힘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모든 나라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연일 기자들이 회사 앞에 진을 치고 날 취재하기 위해 열심이었다.
그 때문인지, 더 이상의 다른 공격은 없었다.
아무래도 대중의 시선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후론 회사에 틀어박혀 짱짱 길드원들과 새로 합류한 반마연합원들을 훈련시켰다.
새로 합류한 이들 안에는 천수노인의 제자인 박대길, 양성한, 김영원, 이하나도 있었다.
훈련이 시작된 후엔 최태산과 김신우도 은근슬쩍 그 안에 끼어들어 같이 훈련을 했다.
처음엔 자신들의 지위가 있다 보니 주위 시선을 많이 신경 썼지만, 막상 훈련에 들어가고 나서는 그런 것들은 신경 쓰지 않고 열심히 했다.
내가 아는 수련 방식은 츤츤이한테 배운 게 전부다.
그러다 보니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난 훈련법이 많았다.
가끔 훈련하는 모습을 보러 내려온 조한희는 그들을 보고 나와 몇 년간 했던 수련이 생각나는지 부르르 몸을 떨고 돌아가기도 했다.
사실 루크레이지로 데려가서 훈련을 하면 더 좋았겠지만 츤츤이와 한 약속도 있고 훈련에 방해가 될까봐 그만뒀다.
난 훈련을 하면서도 럭키와 최박사를 통해 라시나와 마인 세력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했다.
다행히 내 존재가 알려진 후 라시나가 절대자들 밑으로 들어가려는 계획은 무산됐는지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특이한 움직임은 오히려 절대자들 쪽에서 나타났다.
이유는 모르지만 한동안 잠잠했던 리치킹이 다시 이집트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고, 아메리카대륙에 있던 절대자들도 서서히 영역을 넓히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확하진 않지만 소문에 의하면 지금 지구에 와있는 절대자들이 모임을 가지려 한다고도 했다.
정말 절대자들이 한 자리에 모두 모일 수 있을까?
그 소문을 들은 직후의 내 생각이었다.
하지만 난 어렵다고 생각했다.
굳이 그들이 만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모두 모인다는 건 전체가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주제가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그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면 그것만큼 큰 도 없다.
어떤 이유에서든 그들이 힘을 하나로 모은다면 막을 수 있는 힘이 지금 인간들에겐 없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츤츤이와 약속한 날이 됐다.
츤츤이가 루크레이지로 넘어간 지 세 달이 지난 것이다.
난 수련장에 혼자 서서 화룡도를 소환했다.
그리곤 한껏 힘을 머금은 다음 차원을 갈라서 루크레이지로 가는 게이트를 열었다.
그렇게 한 십분 쯤 기다렸을까.
열린 게이트를 통해 누군가 뛰어나왔다.
“어? 사제?”
가장 먼저 나온 사람은 이철진이었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오랫동안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아서 산발이었고, 수염은 길게 자라있었다.
하지만 가장 크게 변한 건 그의 눈빛이었다.
그의 눈빛은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는데 그 안에 잠들어 있는 거대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날 보고는 반가운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형. 오랜만이야.”
“다른 사람들은?”
“아마 조금 있으면 올 거야. 내가 제일 먼저 오후 수련을 끝내서 온 거니까.”
그의 말대로 조금 지나자 하나 둘 게이트를 통해 돌아왔다.
마지막으로 츤츤이가 밖으로 나왔고 난 츤츤이를 웃으면서 반겼다.
“살아있었네. 거긴 괜찮았어?”
“최고였지! 수련하기엔 최적의 공간이었어. 저 게이트는 잠깐 닫지 말고 있어봐. 아직 결착을 못낸 상대가 있어서 마무리 지으러 갔다 올 생각이니까.”
“어? 너 지금 말을 한 거야?”
“흥! 이 정도야 내가 연습만 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허나 난 츤츤이를 신기하게 바라봤다.
말하는 개라니…… 이건 꼭 동영상으로 저장해 둬야겠어.
“근데 거기에 너랑 맞대결할 만한 상대가 있다고? 내가 알기로 그런 상대는 없을 텐데……?”
“없긴 왜 없어?! 빌어먹을 놈이 하나 있어. 시간이 조금만 더 있으면 그 새끼도 조져버리는 건데, 일단 게이트가 열렸길래 돌아온 거야.”
“근데 사람 수가 갈 때보다 많이 준거 같은데?”
“흥! 약해 빠진 놈들 몇 놈이 죽긴했지. 한 열댓 명 될 거다. 초반에 적을 얕잡아보고 죽은 놈들이야. 덕분에 다른 놈들에겐 좋은 교훈이 됐지.”
난 고개를 끄덕이곤 동료들을 찾았다.
다행히 동료들 중에는 죽은 이가 한 명도 없었다.
“다들 무사했네. 거기서 성과는 좀 있었어?”
내 질문에 해진우가 웃으며 대답했다.
“성과가 있었냐고? 아직 일대일로는 안 되겠지만 우리가 합격진을 펼친다면 형도 오래 버티지 못할 거야.”
“하하하! 자신있나보네. 그럼 말 나온 김에 한 번 붙어볼까? 어때?”
“좋지. 안 그래도 다들 돌아가기만 하면 형 코를 납작하게 해주겠다고 벼르고 있었으니까! 다들 괜찮지?”
해진우가 묻기도 전부터 다른 동료들은 전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본 몽유도의 고수들은 우리가 싸울 수 있게 멀찍이 물러나 공간을 만들어줬다.
츤츤이도 재밌다는 표정으로 물러났다.
동료들은 여유 있는 표정으로 날 둘러싼 다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날 향해 공격해 들어왔다.
처음엔 발전해봤자 얼마나 했겠어란 심정이었지만 생각보다 그들의 실력은 대단했다.
내게 큰 타격을 주진 못했지만 그들을 죽이지 않고 제압하긴 어려웠다.
난 그들의 공격을 피하며 진심을 담아 칭찬했다.
“정말 많이 달라졌는걸. 이 정도 실력이면 절대자랑 붙어도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겠어.”
“버티는 게 아니라 이길 수 있다고 해야지. 그 증거로 형도 지금 못 벗어나고 있잖아. 안 그래?”
해진우의 말에 난 쏟아지는 공격을 피하며 말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렇다면 현실을 보여줄 필요가 있겠네.”
난 말과 동시에 몸 안에 있는 내공을 모조리 폭발시켰다.
하지만 그 정도론 동료들의 움직임을 묶을 순 없었다.
그러나, 잠깐 움찔거리게 만들 수는 있었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이 승패를 갈랐다.
그들이 잠깐 움찔거리며 움직임을 멈춘 순간 난 곰으로 변해 있는 최우혁의 몸에 일권을 박아넣었다.
그렇게 한 명이 무너지자 틈이 생긴 합격진은 더 부수기가 쉬웠다.
잠시 후 난 바닥에 쓰러져 끙끙 거리는 동료들을 향해 말했다.
“너희도 살수를 쓰진 않았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만약 처음부터 내가 너희를 죽이려고 달려들었다면 너흰 모두 내 일격에 죽었을 거야.”
그의 말에 해진우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시무룩한 얼굴로 말했다.
“우린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형이랑만 붙으면 그대로인 것처럼 느껴진단 말이야.”
“하하하, 그렇다고 너무 주눅들 필욘 없어. 내가 인간을 초월한 실력자기 때문에 그런 거니까.”
간단히 그들에게 위로의 말을 한 후 난 게이트에서 나온 이들 하나하나와 모두 대련을 벌였다.
그들이 정확히 어떤 실력인지 알아야지만 실력에 따라 배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련은 5시간 동안 계속 됐다.
하지만 그 대련을 통해 돌아온 이들의 실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지금 수련을 하고 있는 반마연합이랑은 최소 세 배에서 다섯 배 이상 실력 차이가 난다고 봐야겠네. 역시 계획대로 그들도 루크레이지로 보내자.’
대련이 끝난 후 난 츤츤이만 남겨두고 다른 이들은 모두 정해진 숙소로 보냈다.
한 달 전부터 이들이 돌아올 걸 대비해 미리 매입해둔 본사 건물 옆에 숙소를 지어놨었다.
그들이 숙소로 돌아간 후 난 츤츤이에게 없는 동안 일어난 일들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곤 츤츤이에게 반마연합을 훈련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한 달 정도만 니가 루크레이지로 다시 가서 저들을 다듬어주면 안 될까?”
그러나 내 기준에서 한 달이지 츤츤이 입장에서 보면 2년이 넘는 시간이다.
그 긴 시간을 또 지내달라고 부탁하는 게 무리한 부탁이란 건 알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부탁할 사람이 츤츤이 밖에 없었다.
난 아무래도 조만간 절대자들이 모인다고 하는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가봐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걱정과 달리 츤츤이는 흔쾌히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그러지 뭐. 크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거기서 마무리해야 할 일도 있으니까.”
“진짜?!”
생각보다 별 고민없이 츤츤이가 승낙을 하자 약간 얼떨떨했다.
“대신 이번에 돌아오면 나랑도 대련을 해보자.”
“대련을?”
“그래. 원래 쉽게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까 대련하는 걸 보니 예상보다 니가 더 강했어. 아직은 제대로 붙는다면 내가 질 확률이 높아. 하지만 이번 수련을 통해, 널 뛰어넘어 보겠어.”
그는 날 상대로 승부욕을 불태우고 있었다.
그 말을 듣고 난 그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
“대련이야 언제든 할 수 있으니 걱정 말고 부탁 좀 할게.”
그는 알겠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건물을 나온 나와 츤츤이는 미리 마련된 숙소로 이동했다.
거기엔 미리 연락을 받고 온 조한희와 럭키 등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날 밤 우리는 미친 듯이 마셨다.
그들도 몇년만에 처음 마시는 술이라 제어가 안돼서인지 하나 둘 취해 쓰러졌다.
그렇게 회포를 풀고 난 후 다음 날 반마연합을 모두 수련실로 소환했다.
사람들이 모두 모이자 난 츤츤이를 소개했다.
“여기 이 개가 앞으로 나 대신 너희 수련을 돌봐줄 스승이야. 이름은 츤츤이니까 서로 인사들 해.”
하지만 내 말에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그런 반응은 이미 예상 했던 거기 때문에 난 당황하지 않고 추가 설명을 했다.
“츤츤이는 내게 무공을 가르쳐준 스승이기도 해. 일단 츤츤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한 번 들어보자.”
난 옆으로 물러나 츤츤이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츤츤이는 내가 서있던 자리로 와서 모두를 한 번 쓱 훑어보고는 약간 실망한 투로 말했다.
“이건 뭐 쓰레기들 밖에 없구만. 쓸 만한 놈들은 기껏해야 네 놈 뿐이야.”
그 말에 장내는 완전히 아수라장이 됐다.
“저게 뭐야?! 개가 말을 한다고?!”
나 혼자 방어력 무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