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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145화 (145/196)

145화

난 달려드는 각성자들을 바라보다 화룡도를 소환했다.

그러자 멀리서 아까 말하던 이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캬캬캬캬! 다 죽여버리려는 거야? 그것도 나름 재밌겠어. 캬캬캬캬.”

하지만 난 씨익하고 웃으며 눈을 감았다.

눈을 감자 반대편에 있는 이들의 기가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난 그 상태로 반대편에 느껴지는 이를 향해 화룡도를 휘두르며 단월을 시전했다.

“끄아아악!”

비명소리와 함께 조종을 당하던 각성자들이 갑자기 허물어지듯 바닥에 쓰러졌다.

그제야 의자 옆에 있던 남자가 오른팔이 잘린 채 바닥에 주저앉아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게 보였다.

갑작스런 상황에 의자에 앉아있던 이도 당황했는지 의자에서 일어나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있었다.

“어때? 내 공략법 괜찮았어?”

하지만 그는 고통스러워 내 말이 들리지 않는지 계속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러워했다.

단월에는 초열의 불꽃도 섞여 들어가 있으니 더 고통스러울 것이다.

“일단 니가 이 사람들을 조종하는 놈이란게 확실해졌으니 그만 죽어. 시끄럽기도 하고 말이야.”

내 말에 그가 놀라서 뭐라 하려 했지만 이미 그의 목은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그제야 난 홀로 경계하며 서 있는 남자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넌 벙어리야? 왜 아무 말도 안하고 있어?”

“나…… 난…….”

그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곤 말도 제대로 못했다.

그만큼 방금 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 충격적이었던 모양이다.

“보아하니, 니가 여길 던전으로 만든 놈인 거 같은데. 맞지?”

그러나 그는 완전히 패닉에 빠진 건지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저건 상태가 왜 저래?

훈련을 받은 사람이라면 보통 아무리 당황스러운 상황이라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멘탈을 회복하게 된다.

실제로 그런 훈련도 하고 말이다.

근데 저놈은 아무리 봐도 훈련을 받은 걸론 보이지 않았다.

“너 진짜 라시나 소속이 맞아?”

“어…… 어…….”

그때 그의 뒤가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빛은 점점 강해지더니 나중엔 눈을 뜰 수도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잠시 후 빛이 사라진 자리엔 아까 그 남자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었다.

방금 그건 뭐였지? 뭔가 엄청난 게 나타났던 거 같은데……!

- 던전 ‘대한 그룹’이 해제되었습니다.

해제? 저놈이 정신을 잃어서 그런 건가?

그때 등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니 조한희였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있었다.

“한희야, 왜 그래? 어디가 안 좋아?”

걱정이 돼서 물었지만 그녀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날 바라보며 더듬거렸다.

“태……태준 씨…… 아까…… 그…… 거…….”

“응? 아까 그거라니? 뭘 말하는 거야?”

“그…… 그거…….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거대…….”

“한희야, 일단 좀 진정해. 그리고나서 천천히 얘기해.”

하지만 조한희는 공포에 질린 창백한 얼굴로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난 그녀의 양 어깨를 잡고 내공을 살짝 흘려보냈다.

따뜻하고 강렬한 기운이 몸 안에 들어와서인지 그녀는 조금 안정이 된 듯 얼굴이 아까보다는 한결 나아보였다.

그 사이 블라디미르도 정신을 차리고 우리가 있는 곳으로 왔다.

난 일단 조한희가 좀 더 진정이 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하고 블라디미르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게 나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정확히 모르겠어. 엄마는 회의하러 들어가고, 난 밖에 있었는데 갑자기 의미를 알 수 없는 속삭임 같은 게 들리더니…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더라구.”

그리곤 이곳으로 올라와서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그럼 여기 있는 동안 저놈들이 하는 얘긴 못들은 거야?”

“듣긴 했는데 별 내용은 없었어. 근데 이상한 게, 우릴 조종하던 놈이 의자에 앉아 있는 놈한테 하대를 했어.”

“그래? 그럼 서 있던 놈이 더 높은 놈이란 건데 이놈은 왜 의자에 앉아있었던 거지? 날 속이려고 그랬던 건가?”

하지만 의문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지금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저놈은 각성자가 아니었다.

분명 아까 전까지는 각성자의 기가 느껴졌는데 지금은 일반인이었다.

각성자였다가 일반인이 될 수도 있는 건가? 아님 저놈한테만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난 건가?

그때 조한희가 어느 정도 정신을 차렸는지 내게 말을 걸었다.

“태준 씨. 고마워.”

“고맙긴 뭘. 근데 아까는 뭐에 그렇게 겁에 질렸던 거야?”

내 질문에 그녀의 표정이 또다시 겁에 질렸지만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한 후 차분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아까 환한 빛이 비췄을 때…… 그때 뭔가를 봤어.”

“뭔가를 봤다고? 그게 뭔데?”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뭔가가… 틈새로 우릴 쳐다보고 있었어.”

“그래? 이번 일에 키라 같은 절대자가 끼어든 건가?”

하지만 그녀는 강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키라가 아니야. 키라보다 훨씬 거대한…… 도저히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뭔가였어. 아마도 그 존재가 저 사람한테 능력을 준 것 같아.”

난 그녀의 말에 깜짝 놀랐다.

키라보다 훨씬 강하다고?

절대자 키라보다 강한 존재는 있지만 훨씬 거대하다고 표현할 정도의 존재는 없다고 내가 알기론 없었다.

같은 절대자 중에는 말이다.

하지만 조한희가 한 말이니 안 믿을 수도 없다.

그녀의 감지 능력은 내가 아는 그 어떤 이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키라보다 훨씬 뛰어난 존재라면 말살자 빼고는 없는 거 아니었나? 어? 잠깐만!

그때 키라가 마지막에 해줬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분명 키라가 최초의 생명체는 말살자 한 명이 아닐 수도 있다고 했는데…… 설마 그게 진짜인거야?!

분명치 않고 억측이긴 하지만 일단 가능성은 열어두기로 했다.

그때 환한 빛에 휩싸였다 쓰러진 놈이 정신을 차렸다.

“으음…… 여긴 어디……?”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자신을 바라보는 우리와 눈이 마주치고는 화들짝 놀랐다.

“누…… 누구세요?!”

“누구세요? 이 새끼 뭐지? 지금 연기하는 거야?”

하지만 이어진 그의 반응으로 봤을 때 연기 같지는 않았다.

그는 자신이 근처 중소기업에 다니는 회사원이라고만 했다.

그의 기억을 추적해보니 어젯밤 집에 가는 길에, 갑자기 환한 빛에 휩싸인 것까지만 기억을 하고 있었다.

“흠. 저거 아무리 봐도 연기는 아닌 것 같은데……그럼 기억이 지워진 건가?”

조한희와 블라디미르도 내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 이제 어쩌지?”

“어쩌긴. 우릴 건드렸으면 그에 걸맞는 대가를 치르게 해줘야지. 그전에 일단 여기부터 수습하자.”

조한희는 사람들을 불러 주변을 정리했고 회사에 이상이 있는지를 조사했다.

모든 조사가 끝나고 회사가 정상으로 돌아가는 걸 확인한 우리는 곧바로 피앤씨 컴퍼니 본사로 돌아왔다.

조한희 사무실 쇼파에 앉자마자 난 본론부터 꺼냈다.

“아까 말했듯이 반마연합이 지낼 곳이 필요한데, 차라리 여길 본부로 삼는 건 어떨까?”

내 제안에 조한희는 신중히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오는 길에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 다 말해줬기 때문에 그녀의 결정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그것도 좋을 것 같아. 대한 그룹을 공격해 들어왔다는 건 태준 씨랑 나와의 관계에 대해 이미 파악이 끝났단 말일 테니까.”

“그렇지. 그래서 반마연합이 이곳에 둥지를 틀면 회사도 보호하면서 아지트도 생기는 거니까 일석이조라고 생각해. 근데 그렇게 되면 회사 경영에 차질이 생기진 않을까?”

“괜찮아. 머물 곳은 윗층에 마녀들이 살던 곳을 개조하면 되고, 수련장은 밑에 잘 마련되어 있으니까 문제없어! 대신 일반인들과 마주치는 일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따로 입구를 만들고 반마연합 전용 엘리베이터를 증설할 생각이야.”

난 그녀의 생각대로 일을 처리하라고 말해준 다음 회사를 나오며 현승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조한희와 나눈 내용에 대해 말해줬다.

[좋은 생각입니다, 대장. 현상태에서 가장 훌륭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보다 놀라운 건 대장이 피앤씨 컴퍼니의 공동 대표라는 겁니다.]

“어차피 나는 경영에는 참여도 안하는데 뭐.”

[그래도 그 직함은 쓰일 데가 많을 겁니다. 거기다 아무리 힘이 최고인 세상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돈의 힘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건 저희에게 커다란 무기가 될 겁니다.]

“그래. 어떻게 활용할지는 니가 한 번 생각해봐. 그리고 내 성격상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순 없거든. 그래서 날 공격한 놈들이 정확히 어떤 길드에 속한 놈들인지 알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

허나 그에 대해선 현승민도 지금으로선 알 방법이 없다고 했다.

하긴 라시나의 요직에 있었던 블라디미르도 그들은 처음 보는 이들이라고 했으니 어쩌면 라시나가 아닐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최근에 라시나에 영입됐거나 말이다.

어쨌든 지금으로선 당장 그들이 누구고 어디에 소속됐는지 밝혀낼 방법이 없다.

“알겠어. 그건 차차 알아가기로 하고, 거기 일 마무리 하는 대로, 여기로 길드원들 데리고 오면 돼. 알겠지?”

[알겠습니다, 대장. 대장은 거기서 저흴 기다릴 건가요?]

“아직 마무리 못한 일들이 있어서 그것만 마무리하고 올게. 회사로 들어오게 되면 전화하고.”

난 현승민과 전화를 끊고서 즉시 마녀의 숲으로 달려갔다.

가면서 앞으로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정리를 했다.

일단 메이화한테 그 가루에 대한 연구는 계속 맡기고, 난 일단 최박사를 럭키한테 데려가야겠어. 아무래도 앞으로의 상황에선 정보력이 더욱 중요해 질 테니까. 그 다음 반마연합을 훈련시키고……

앞으로 할 일에 대해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면서 빠르게 달리다보니 어느새 마녀의 숲에 도착했다.

난 즉시 대마녀에게 가서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 간략히 얘기해줬다.

“그래서 마녀의 숲도 위험해 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나와 한희와의 관계를 알았다는 건 마녀들과의 관계도 알았다는 말이니까요.”

하지만 그녀는 한 점의 동요도 없이 평온한 얼굴로 말했다.

“걱정할 거 없어요. 이미 그에 대한 준비는 끝났으니까요.”

“정말 괜찮을까요?”

“호호호! 정말 괜찮아요. 만약 그래도 걱정이 된다면 힘을 좀 빌려주세요.”

“힘을 빌려달라면 어떤……?”

“태준 씨라면 숲이 더욱 강해지도록 만들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숲을 더 강하게라면……아! 혹시 진법 말하는 거에요?”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아무도 들어올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진법을 설치하고 갈게요. 대신 그렇게 되면 마녀들도 쉽게 들어오고 나갈 수 없을 텐데 괜찮을까요?”

“어차피 나갈 일도 없으니 괜찮아요.”

난 그 길로 밖으로 나가 마녀의 숲 주위를 돌며 진법을 설치했다.

이번에 설치한 진법은 내가 츤츤이한테 배운 진법 중 가장 난해한 진법이었다.

위협적이진 않지만 정확한 길을 모르는 사람이 들어오면 길을 잃고 헤매다 밖으로 다시 나가게 된다.

만약 밖에서 진을 부수려고 하면 진을 설치한 사람이 쏟아부은 내공의 다섯 배에 이르는 내공을 한 번에 쏟아부어야지만 깰 수가 있었다.

그래서 이 진법은 설치하는 사람의 역량에 따라 위력이 천차만별이었다.

“휴! 드디어 다 설치했네.”

마녀의 숲이 상당히 넓기 때문에 진법을 설치하는 데만 삼 일이나 걸렸다.

난 진법 설치가 끝나자 마녀의 숲에 있는 모든 이들을 불러 모아 그들에게 진법에 대해 설명하고 지나가는 방법도 알려줬다.

그리곤 메이화에게 계속 연구를 하라고 부탁한 후, 안 떠나려는 최박사를 억지로 끌고 람보르기니에 탔다.

“지금 가는 곳은 박사님 지적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는 곳이니까 아쉬워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럼 출발합니다.”

난 즉시 럭키가 있는 서울로 최박사를 데리고 올라갔다.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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