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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144화 (144/196)

144화

서울로 올라간 나는 곧장 피앤씨 컴퍼니 본사로 향했다.

가는 길에 조한희한테 전화를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받지를 않았다.

바쁜가? 지금까지 전화를 안 받은 적은 없는데……

아이즈를 착용한 후로는 전화가 오면 바로 눈앞에 전화 왔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래서 예전처럼 전화를 안 받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일부러 안 받는다면 모를까.

혹시 회의 중이라면 못 받을 수도 있지만 내심 걱정이 돼 서둘러 10층에 있는 조한희 사무실로 한달음에 올라갔다.

하지만 거기에도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난 사무실 앞에 있는 비서에게 그녀가 어딨는지 물었다.

“회장님께서는 2시간 전쯤, 대한 그룹 본사로 회의차 가셨습니다.”

“대한그룹 본사로? 고마워요.”

비서에게 그녀가 있는 곳을 안 나는 서둘러 대한 그룹 본사가 있는 여의도로 향했다.

가는 길에 이번엔 블라디미르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 역시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블라디미르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텐데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건…… 둘 다 무슨 일이 생긴거구나!

난 최대로 속도를 높여 대한 그룹 본사로 달려갔다.

근데 어찌된 일인지 본사 입구에 있어야 할 경비원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걸 본 난 큰일이 생겼다는 걸 직감했다.

일단 들어가보자.

대한 그룹 본사 안으로 한 걸음 들여놓자마자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 던전 ‘대한 그룹’에 진입했습니다. 클리어 전에는 이곳을 나갈 수 없습니다.

던전?!

난 생각지도 못한 메시지에 황당한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건물 내부는 내가 알던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아까 그건 무슨 말이지? 던전 ‘대한 그룹’이라고?

그때 어디선가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정확히 어디서 들리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비명 소리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주기적으로 다른 목소리의 비명이 계속 들려왔다.

음……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이 건물이 던전으로 변한 모양인데…… 이런 계열의 능력도 있는 건가?

듣도 보도 못한 상황에 살짝 당황하긴 했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걸어갔다.

어차피 던전이야. 그냥 다 부셔버리면 돼.

그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날 향해 걸어오는 게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그들을 쳐다봤지만 걸음걸이가 이상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마치 로봇처럼 부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응? 왜 저러지?

설마 좀비인가 싶어 그들의 외모를 자세히 살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다가오는 이들은 모두 여섯 명이었는데 외모는 모두 멀쩡했다.

눈빛도 정상이어서 좀비라고 보긴 어려웠다.

예전에 던전에서 몇 번 좀비와 싸워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들이 좀비가 아니라는 건 명확히 알 수 있었다.

그럼 저건 대체 뭐지?

난 그들이 더 다가오기 전에 기세를 끌어올리며 경고했다.

“더 이상 다가오지 말고 거기 멈춰!”

하지만 그들은 내 경고를 무시하고 계속 앞으로 걸어왔다.

“경고를 무시한다면 어쩔 수 없지.”

난 일단 그들을 제압하고 살펴보기로 했다.

보아하니 각성자는 아닌 듯 했기 때문에 일권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역시 예상대로 살짝 힘을 줘서 치기만해도 힘없이 나가떨어졌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분명 쉽게 일어나지 못할 정도의 강도로 쳤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오뚝이처럼 일어나 다가왔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분명 간단히 일어날 수는 없었을 텐데…… 어디 이번에도 일어나는지 한 번 보자.

이번엔 조금 더 힘을 줘서 그들을 공격했다.

퍽. 퍼억.

순식간에 그들의 몸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그들은 오뚝이처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다고 그들이 전혀 피해를 입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내게 공격을 받고 입가에선 피를 흘리고 있었고, 한 중년 남성은 팔이 부러졌는지 기이하게 꺾였는데도 여전히 내게 다가왔다.

아무래도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듯 했다.

그때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거 설마 마리오네트 능력인가?

얼마 전, 서치를 돌아다니다가 사람들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각성자가 있단 걸 본 기억이 있었다.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보면 마리오네트 기술에 걸린 이는 시전자가 풀거나 죽지 않는 한, 죽어서 시체가 되더라도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면에선 좀비와 비슷하지만 좀비는 이성이 없는 반면 마리오네트 능력에 걸린 이는 이성도 그대로고 고통도 그대로 느낀다고 했다.

하필이면 마리오네트라니…… 어쩌지…… 다 죽여버릴까?

하지만 이내 마음을 바꿔 죽이지 않고 저 기술의 파훼법을 찾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저들이 일반인이어서이기도 하지만, 혹시라도 블라디미르나 조한희가 저 기술에 걸렸다면 곤란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좀처럼 파훼법을 찾을 수 없었다.

‘이대론 방법이 없어. 일단 저 기술을 건 사람부터 찾아야겠어.’

난 즉시 기감을 확장해 건물 안에 있는 각성자들을 찾았다.

생각보다 건물 안에는 각성자가 많이 있었는데 모두 꼭대기 층에 모여 있었다.

저긴가 보네. 어쩔 수 없지. 다 뚫고 올라가는 수밖에!

난 다가오는 사람들을 피해 일단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갔다.

당연히 작동을 안 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정상적으로 동작을 하고 있었다.

마침 엘리베이터가 1층에 있었기 때문에 버튼을 누르자마자 문이 열렸다.

가까운 곳에서 조종 당하는 사람들이 걸어오고 있어서 난 서둘러 닫힘 버튼을 눌렀다.

아슬아슬하게 문이 닫히자 즉시 꼭대기 층인 33층으로 가는 버튼을 눌렀다.

우우웅.

엘리베이터가 작동을 하며 위로 올라갔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는 올라가다 3층에서 멈춰섰다.

그리고 자동으로 문이 열렸다.

난 계속 닫힘 버튼을 눌렀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열린 엘리베이터 문은 닫히지 않았다.

“에휴! 그럼 그렇지. 이렇게 쉬울 리가 없지.”

투덜거리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3층은 1층 로비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층의 모든 불빛이 붉은색으로 바뀌어 있었고 층 전체에서 음산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러니 진짜 던전 같네.”

난 복도를 따라 더 깊숙이 들어갔다.

“근데 왜 아무도 없지?”

안으로 들어갈수록 음산한 기운은 강해졌지만 어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복도의 끝에 도착했다.

그때까지도 나타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뭐하자는 거지?

난 어찌해야 하는지 몰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때 갑자기 등 뒤가 서늘해졌다.

어?! 뭐지?

즉시 뒤를 돌았지만 벽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뭐지? 분명히 뭔가 있었던 거 같은데…….”

그때 또다시 서늘한 느낌이 들며 내 발목을 뭔가가 덥썩 잡았다.

“왓! 깜짝이야!!”

급히 발쪽으로 시선을 돌리고서야 내 발을 잡은 것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내 발목을 잡은 건 바닥에서 솟아오른 입이었다.

“아니, 갑자기 바닥에서 입이 왜 튀어나오는 거야?!”

바닥에서 솟아오른 입은 사람의 입처럼 생겼는데 내 오른쪽 발목을 계속 씹고 있었다.

그때 왼발이 있는 바닥에서도 입이 튀어나오더니 왼쪽 발목을 물고 씹었다.

그것들이 열심히 씹고 있지만 아프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신기하게 관찰하고 있는데 이번엔 뒤에 있던 벽에서 수십 개의 손이 튀어나와서는 내 온몸을 휘감았다.

그리고는 열심히 벽쪽으로 끌어당겼다.

하지만 내공을 두르고 있는 내 몸은 마치 바닥에 박힌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한참을 날 끌어당기기 위해 애쓰던 손들은 도저히 안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어느 순간 포기하고 모두 벽 안으로 다시 사라졌다.

“벌써 끝난 거야? 좀 징그럽긴 해도 재밌었는데…….”

그때 바닥 전체가 꿀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바닥 전체가 쩍하고 벌어지며 거대한 입이 되어 내 몸을 삼키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대비하고 있던 난 바닥에 생긴 입으로 떨어지지 않고 허공에 둥실 뜬 상태로 바닥을 내려보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 오래는 아니지만 1-2분 정도는 허공에 가만히 떠있을 수 있을 수 있게 됐는데, 이것도 공기를 가를 수 있게 되면서부터 할 수 있게 된 기술이다.

공기 중에 있는 수많은 입자들을 느낄 수 있게 되자 그것들을 밟고 서 있을 수도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잠깐이긴 하지만.

저걸 어떻게 처리하지?

잠깐 허공에 뜬 상태로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벌려진 입에서 거대한 혀가 쑥하고 튀어나오더니 내 몸을 휘감았다.

“어!”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당황한 사이 거대한 혀는 내 몸을 휘감고는 입 속으로 끌고 들어가려고 했다.

난 즉시 힘을 줘서 휘감은 혀에서 벗어난 후 바닥에 생겨난 거대한 입을 향해 일권을 사용했다.

쿠콰콰콰.

무시무시한 강기의 폭풍이 벌려진 입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하지만 난 거기서 멈추지 않고 두 번 세 번 연속으로 입 안에 일권을 찔러넣었다.

그때 입 안쪽에서 뭔가가 깨지는 소리가 나며 바닥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붉은색 조명도 서서히 원래의 주광색으로 돌아왔다.

- 3층의 보스 몬스터를 클리어하셨습니다. 창조된 몬스터기 때문에 아이템은 없습니다. 이제 8층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잉? 저게 보스 몬스터였어?”

결국 보스 몬스터의 정체도 모른 채 끝났지만 아무렴 어떠랴.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난 서둘러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아까처럼 꼭대기 층인 33층 버튼을 눌렀다.

문이 닫히고 계속 올라가던 엘리베이터는 예상대로 8층에 멈춰섰다.

그 후부터는 쉬웠다.

멈추는 층에 나타나는 보스 몬스터를 처리하면 다음 층으로 올라가는 구조였다.

계속 진행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각 층은 실제 던전처럼 완전히 다른 차원의 공간이었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갈 때 기감을 확장하면 건물 전체에 있는 사람들의 기가 감지됐지만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리면 전혀 감지가 안됐다.

그 말은 각 층들이 별개의 다른 차원이란 의미였다.

어쨌든 멈추는 층을 모두 클리어하고 드디어 꼭대기 층에 도착할 수 있었다.

드디어 끝이네.

33층 문이 열리자 문 앞에 조종당하는 십여 명의 사람들이 날 향해 달려왔다.

난 그들을 피해 빠르게 각성자들의 기가 느껴지는 곳으로 이동했다.

저기다.

복도 끝 코너 끝에서 각성자들의 기가 느껴졌다.

코너를 돌자 예상대로 각성자로 보이는 이들이 서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보아하니 내가 올 걸 알고 미리 진형을 짜놓은 모양새다.

날 기다리는 각성자들은 모두 열다섯 명이었는데 저 끝에는 조한희와 블라디미르의 모습도 보였다.

역시 당했나보구나!

예상했던 대로 그들은 마리오네트 기술에 당한 상태로 보였다.

일단 시전자를 찾아야 되는데 어딨는 거지?

시전자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는데 조종당하는 사람들이 갑자기 양옆으로 갈라지며 길을 만들었다.

그 길 끝에는 두 사람이 있었는데 한 사람은 의자에 앉아 있었고 다른 사람은 의자 옆에 서 있었다.

“니들이냐? 이런 짓을 꾸민 게?!”

내 물음에 의자 옆에 서 있는 이가 말했다.

“캬캬캬캬! 그럼 우릴 건드리고도 무사할 줄 알았어? 역시 소문대로 실력은 꽤 있는 것 같은데, 동료들과는 어떻게 싸우는지 한 번 볼까?”

그 말과 동시에 갈라져 있던 각성자들이 날 향해 달려들었다.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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