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화
깜짝 놀란 건 옆에 있던 김신우와 최태산 역시 마찬가지였다.
티격태격하던 둘은 현승민의 말을 듣고는 화들짝 놀라서는 대화에 끼어들었다.
“지금 어딜간다고? 미쳤어?”
김신우가 놀라서 소리쳤지만 현승민은 그는 쳐다보지도 않고 날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지금이 바로 기회입니다. 시간을 끈다면 대장의 정체가 미리 그들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가 아무리 조사를 했다 하더라도 완벽히 과거를 세탁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니, 저들이 준비되지 않고 대장에 대해 잘 모르는 지금이 가장 적기입니다.”
흠. 어떻게 하지?
그때 또다시 김신우가 끼어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지금 공격할 인원들을 모으기엔 시간이 너무 걸려. 쳐들어가더라도 준비할 시간을 좀 가지고 내일 가는 게 어때?”
하지만 현승민은 고개를 저었다.
“쳐들어가는 건, 이 하수구 안에 있는 인원들이면 충분해.”
“여기 있는 인원들로 쳐들어간다고? 라시나 한국 총단이라며? 우리가 쳐들어간다는 게 알려지면 어마어마한 인원들이 몰려들 텐데……!”
“그러니까 더욱이 우리만 있으면 돼. 사실 나랑 대장만 가도 충분하지만, 대장이 활약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소문 내줄 사람도 필요해서 데려가는 거야.”
그러나 여전히 김신우는 불안한지 날 쳐다보며 무슨 말이라도 해보라는 식으로 무언의 압박을 가했다.
“좋아! 지금 당장 가자.”
“뭐?!”
“자네까지 왜 이러나?”
김신우와 최태산이 동시에 소릴 질렀다.
하지만 난 이미 마음을 굳혔다.
“현승민 말이 맞아요. 위치만 알면 저 혼자 쳐들어가도 큰 위협은 없어요. 그러니 너무 걱정 안하셔도 돼요. 어차피 쳐야 될 거 빨리 처리하면 더 좋은 거 아닌가요?”
“그건 맞지만 아무리 그래도 당장은…….”
“그렇게 위험해 보이면 두 분은 안가셔도 돼요.”
“그…… 그건 아니지. 당연히 우리도 같이 가야지, 너도 갈 거지?”
김신우의 물음에 최태산도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야지. 이제 한 팀이 됐는데 같이 움직여야지! 암.”
난 그들을 보며 잠시 미소를 짓고는 현승민을 바라봤다.
“그래서 라시나 한국 지부 위치는 어디야?”
“부산 다대포에 있습니다.”
“그래? 생각보다 멀리 있네. 요 근처에 부산으로 가는 이동 포탈은 있어?”
“네,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가실 건가요?”
“그러지 뭐. 가자!”
산책 가듯 가볍게 말하는 날 보고 김신우와 최태산은 여전히 불안한 표정을 지었고, 현승민은 역시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밖으로 나가서 광장 안에서 수련하고 있던 짱짱 길드원들을 한데 모았다.
모인 사람은 우릴 제외하고 모두 12명이었다.
현승민은 회의 내용을 모인 사람들에게 간단히 알린 후, 곧장 부산으로 가는 이동 포탈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이동 포탈을 통과하자 보이는 건 푸른 바다였다.
이제 조금씩 더워지고 있기 때문에 바다를 보러 온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여기서 대략 1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라시나 한국 총단이 있습니다.”
“자세한 건 가면서 얘기하자.”
우린 현승민의 안내에 따라 빠르게 라시나 한국 총단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가는 길에 그는 대략적인 그들의 규모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 총단에는 각 길드에서 파견된 실력자들이 두, 세 명씩 상시 거주하고 있습니다.”
“굳이 거주할 필요가 있는 거야?”
“자잘한 일들은 굳이 길드장들끼리 모이지 않아도 그들이 권한을 위임받아 대신 처리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아이즈로 화상 회의를 해도 될 텐데. 왜 굳이 그런 방법을 쓰는 거지?”
“아마 보안에 대한 위협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보안이라…… 하긴 숨어 지내는 그들 입장에선 사소한 것 하나라도 어긋나면 안 될 테니까.
“그럼 계속 설명하겠습니다. 그래서 한국 총단에는 상시 80여 명 이상의 실력자들이 거주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80명이라…… 그들 실력은 어느 정도지?”
“대장이 걱정할 만한 실력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혹시 길드장들이 연합해서 공격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대장을 위협할 만한 이는 없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 그럼 난, 최대한 화려하게 그들을 제압하면 되는 거야?”
그러나 그는 내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화려하게 보다는 압도적인 게 좋습니다. 화려한 게 처음엔 멋져 보일지 몰라도, 사람들 기억에 오래 각인 되는 건 압도적이고 공포스러운 모습이니까요.”
정확히 파악하고 있네. 훌륭해.
난 새삼스런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소설 속에서 20여년 후의 그는 엄청난 실력자라고만 알려져 있지 이토록 머리가 좋다는 얘긴 없었다.
하긴. 애초에 머리가 나쁜 사람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리가 없지.
그 사이 우린 목적지에 도착했다.
라시나 한국 총단이 있는 곳은 인적이 드문 산 중턱이었다.
보아하니 요양원을 리모델링한 모양이다.
입구에는 경비원 네 사람이 서서 오는 사람이 없는지 감시하고 있었다.
“압도적이라고 했지? 그럼 나 혼자 들어갈 테니까 다른 사람들한텐 나서지 말고 혹시 모를 사태에만 대비하라고 해. 도망가는 놈들은 굳이 잡을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몇 놈 도망가줘야 소문도 더 빨리 퍼질 테니까.”
“알겠습니다.”
“아! 근데 우리 이름이라도 정해야 되는 거 아니야? 뭐 생각해둔 거 없어?”
그가 내 질문에 고민하고 있을 때 뒤에 있던 최태산이 불쑥 끼어들며 말했다.
“반마연합 어때?”
그 말을 들은 현승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요. 약간 유치하긴 하지만, 마인이란 존재에 대해 대중에게 알릴 수도 있고.”
“좋아. 그럼 반마연합으로 하자.”
그리곤 바로 경비원들을 향해 걸어갔다.
경비원들은 수풀에서 걸어 나오는 날 향해 소리쳤다.
“이곳은 사유지다. 돌아가!”
하지만 난 웃으며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곤 감추고 있던 내공을 완전히 개방했다.
내가 가진 내공이 악마와 같은 형상으로 발현됐고 경비원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는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난 떨고 있는 그들을 지나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건물 전체에서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렸다.
아마 내가 지나간 후 정신을 차린 경비원이 비상벨을 울린 모양이다.
허나 경비원들은 내 요구대로 멀찍이 뒤따라오던 현승민에 의해 간단히 제압당했다.
사이렌 소리에 건물 안에 있던 이들이 모두 밖으로 뛰쳐나왔다.
하지만 내가 뿜어내는 기운 때문에 감히 달려들지는 못했다.
현승민 말대로 제법 괜찮은 실력자들이기 때문에, 내 기운에 완전히 잡아먹히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걸 무시하고 달려들 정도 실력은 안됐다.
난 머뭇거리는 그들을 향해 내공을 실어 큰소리로 외쳤다.
“난 반마연합의 대장 박태준이다. 지금부터 마인과 결탁한 너희 라시나들을 처단하겠다!”
내공이 실린 내 목소리를 들은 이들은 모두 귀를 막고 괴로워했다.
그때 그들 사이로 누군가 걸어 나왔다.
그는 쥐탈을 쓴 자였는데 내가 내뿜는 기운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지 매우 여유로운 모습으로 내 앞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역시 나왔구나.
아까 오는 길에 현승민이 이곳에 십이지신 중 한 명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었는데 그의 예상이 적중한 것이다.
앞으로 나선 그는, 날 향해 말했다.
“어떻게 그분에 대해 알았는지 모르지만! 네깟 놈이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그는 애써 태연하게 말했지만 그의 목소리 만큼은 작게 떨리고 있었다.
그만큼 내가 뿜어내고 있는 기운이 엄청나다는 말이다.
“응. 그리고 넌 여기서 죽을 거야.”
“뭐라……?!”
하지만 그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어느새 소환한 화룡도로 시전한 단월이 그의 몸을 횡으로 그대로 잘라버렸다.
하지만 내 공격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의 뒤에 서 있던 이들 중 단월의 영향권 아래 있던 이들도 쥐탈과 같이 몸이 잘리며 죽었다.
그걸 시작으로 난 일방적으로 적들을 공격했다.
그야말로 압도적.
곳곳에서 피와 살점이 튀었고 순식간에 수십 명이 죽어나갔다.
난 그들이 완전히 의욕을 상실했다고 느끼고서야 공격을 중단했다.
내가 쥐탈을 죽이고 공격을 멈출 때까지 걸린 시간은 2분이 채 넘지 않았다.
살아남은 이들은 모두 내 앞에 무릎을 꿇고 감히 얼굴도 들지 못한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제야 난 몸을 돌려 현승민 일행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들은 내가 걸어오자 현승민을 제외한 모두가 흠칫 놀라며 뒤로 두어 걸음 물러났다.
그만큼 내가 보여준 무위가 압도적이면서 잔인했다는 말이다.
좀 자극이 강했나?
하지만 난 모른 체하며 현승민에게 말했다.
“어때? 이 정도면 되는 거야?”
현승민도 약간 놀랐다는 얼굴로 날 쳐다보며 말했다.
“충분합니다. 제가 대장 실력에 대해 잘못 평가했군요. 이 정도로 강할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곤 뒤를 돌아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길드원들을 향해 말했다.
“이분이 반마연합의 대장인 박태준이시다. 우리 짱짱 길드는 지금부터 박태준 대장을 대장으로 모신다! 강한 이를 따르는 게 우리 길드의 제 1 규칙인 만큼, 불만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여전히 몇몇 길드원들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몇몇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최태산이 은근슬쩍 다가와서는 조용히 속삭였다.
“자네… 혹시 제자 키워볼 생각 없나?”
“네? 갑자기 제자요?”
“그래. 좀 나이가 있긴 하지만 기본기 탄탄하고 시키는 건 뭐든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알고 있는데…… 어떤가?”
“그거 설마 길드장님 말하는 거에요?”
그때 옆에서 듣고 있던 김신우가 재빠르게 끼어들었다.
“그럼 머리 좋고 기본기 탄탄한 사람은 어떤가? 아무리 기본기가 탄탄해도 머리가 비어 있으면 가르치는 맛이 없지. 안 그런가?”
그의 말에 최태산이 발끈하며 소리쳤다.
“뭐? 머리가 비어?! 너 오늘 머리 빈 놈한테 죽어봐라!”
그들이 또다시 투닥거리는 사이, 난 현승민에게 말했다.
“저놈들 정리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그냥 돌려보낼 생각입니다.”
“돌려보낸다고? 그냥?”
“네. 원래는 본보기로 처단하고 좀 더 겁을 준 다음 풀어줄 생각이었는데, 지금 저들 상태로 봐서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하긴. 그건 그렇지.
여전히 겁에 질려 떨고 있는 이들 중에는 오줌을 싼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럼 뒷정리는 너한테 맡길게. 이제 앞으론 어떻게 할 생각이야?”
“라시나 한국 총단도 없앴기 때문에 라시나도 한동안은 섣불리 움직이지 못할 겁니다. 상황을 파악하는데도 시간이 조금 걸릴 테니, 그동안 저흰 수련을 하고 모일 수 있는 장소를 먼저 섭외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흠…… 공간은 얼마나 필요하지?”
“앞으로 사람이 얼마나 모일지 모르기 때문에 기왕이면 넓은 장소면 좋겠습니다. 그 다음 곧바로 라시나의 대형 길드들을 각개 격파할 생각입니다.”
“그럼 기왕이면 월야 길드부터 처리하자. 갚아줘야 할 게 있거든. 장소는, 내가 따로 알아볼게.”
난 현승민한테 그곳 정리를 맡긴 후 그곳을 혼자 빠져나왔다.
“일단 한희한테 가볼까. 쓸 만한 장소가 있는지도 알아보고 돌아가는 상황도 얘기해줘야 하니까.”
나 혼자 방어력 무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