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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139화 (139/196)

139화

난 휑하니 뚫려있는 대마녀의 눈을 보고 급히 그녀에게 달려갔다.

그리곤 그녀의 손을 잡고는 다급히 물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에요? 대체 어떤 새끼가……?!”

하지만 그녀는 침착하게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이건 누가 그런게 아니라 자연스런 현상이니까 걱정 안 해도 돼요.”

“네? 자연스런 현상이라구요? 눈이 없어지는 자연스런 현상이 어딨습니까?!”

그때 뒤에 있던 최박사가 잔뜩 놀란 소리로 대화에 끼어들었다.

“설마, 의태를 하신 건가요?”

“에? 의태라구요?”

난 의태라는 말에 최박사와 대마녀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대마녀는 최박사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맞아요. 감사하게도 의태를 하게 됐네요. 근데 거기 계신 분은 처음 뵙는 분인데 누구시죠?”

그제야 최박사는 자기를 소개했다.

“전 최박사라고 해요. 예전 이종족들의 분쟁을 해결해주던 가문 중 하나를 맡고 있습니다.”

“아! 기억납니다. 그대가 누군지 보이는군요.”

“역시…… 그게 의태의 능력인가요?”

대마녀는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만요. 다들 나만 모르는 대화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의태가 대체 뭐죠? 그건 곤충들이나 하는 거 아닌가요?”

“곤충들이 하는 의태와는 이름만 같을 뿐, 전혀 달라요. 마녀의 의태는 신의 축복이라고도 하는데 극소수의 선택 받은 마녀들만이 의태를 하게 되죠.”

“그러니까 그 의태가 뭐냐구요!”

내가 답답해하자 이번엔 대마녀가 말했다.

“내가 설명하죠. 마녀들 중 특별히 선택받은 이들이 의태라는 걸 하게 된답니다. 의태를 하게 되면 자신의 신체 중 일부의 기능을 잃게 되지만 그로 인해 다른 능력을 각성하게 되죠. 그리고 전 감사하게도 의태를 경험하게 됐고 그 대가로 눈을 잃게 됐습니다.”

“그런 게 어떻게 가능하죠? 그리고 눈을 잃고 얻었다는 능력은 대체 뭔데요?”

“전 눈을 잃음으로써 더 많은 볼 수 있게 됐어요. 사람을 예로 들자면, 그 사람의 현재와 과거를 볼 수 있고 그를 둘러싼 여러 상황들을 느낄 수 있게 됐죠.”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하지만 이어지는 그녀의 말을 듣고는 믿지 않을 수 없었다.

“태준 씨는 얼마 전 아주 소중한 인연을 새로 맺었군요. 태준 씨와 이어진 아주 오래전의 인연이 그와 당신을 이어지게 만들었어요.”

“어? 그걸 어떻게……?”

그녀는 내가 얼마 전 화백 노인을 만난 것에 대해 말하는 듯 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건 그 다음에 이어진 그녀의 말이었다.

“태준 씨는 매우 복잡한 사람이군요. 미래와 과거가 뒤섞여 있어요. 게다가 감히 저는 들여다 볼 수조차 없는 무언갈 간직하고 있군요.”

설마, 저거 내가 작가에 의해 과거로 온 걸 말하는 건가? 간직하고 있다는 무언가는 말살자의 조각을 말하는 거고?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았다.

보통 점쟁이들이 하는 말들이 두루뭉술하다고는 하지만 나같이 특이한 경우를 맞추기는 불가능하다.

근데 대마녀는 그걸 정확히 캐치해낸 것이다.

“대단한데요! 그런 걸 어떻게 아는 거죠?”

“그냥 느껴져요. 그게 내가 의태로 받은 능력이죠.”

그제야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까지 되자 그녀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의태 때문에 마녀의 숲으로 돌아오신 거에요?”

“맞아요. 의태란 우리 일족에겐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아무 곳에서나 의태를 진행할 수는 없었어요. 마침 그때 태준 씨가 사라지고 없을 때라 제대로 말하지도 못했네요.”

“그래서 떠난 거라면 다행이에요. 난 또 내가 없는 사이에 큰 일이 벌어진 줄 알고 얼마나 조마조마했다구요. 근데 계속 여기서 괜찮으시겠어요? 혹시라도 지난번처럼 위협이 있으면 어쩌시려구요?”

하지만 그녀는 걱정말라는 듯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거라면 이제 걱정 안해도 돼요. 내가 의태를 하면서 마녀의 숲에 대한 지배력이 더 늘어났으니까요.”

“그걸로 보호가 될까요? 지난 번에도 쉽게 뚫렸는데…….”

난 여전히 걱정스러워 물었다.

“물론 태준 씨 정도의 강자가 온다면 막을 수 없겠죠. 하지만 지난 번 정도의 공격이라면 이젠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거에요. 그에 대한 대비도 틈틈이 하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 안해도 돼요.”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제가 물러나야죠.”

“근데 보아하니 제게 뭔갈 부탁하러 온 것 같은데 바로 말하셔도 돼요.”

“그런 것도 보이나요?”

그녀는 대답 대신 인자하게 웃기만 했다.

난 그녀에게 려가채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 다음 그곳에서 가져온 가루를 내밀었다.

내 말을 다 들은 그녀는 내가 건낸 가루를 조금 손에 쥐어보더니 냄새를 맡아보고는 다시 통 안에 털어넣었다.

“이건 아무래도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좋겠어요.”

“전문가요? 그게 누구죠?”

“태준 씨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에요. 바로 메이화에요.”

“네? 메이화가 이런 쪽 전문가에요?”

“그럼요. 그녀는 굉장히 뛰어난 마녀에요. 특히 약을 만드는데 특별히 뛰어난 재능이 있죠. 그녀라면 이 가루를 완벽히 분석할 수 있을 거에요.”

난 그녀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한 다음 오두막을 나오려고 했다.

하지만 최박사는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최박사님. 같이 안 가세요?”

“전 여기 남아서 대마녀님과 이런 저런 얘길 더 나누고 싶은데 안 될까요?”

난 난감한 눈으로 대마녀를 바라봤다.

대마녀는 마치 내가 보인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궁금한 게 많으신 모양이니 그렇게 하세요.”

그 말에 그녀는 난 쳐다보지도 않고 대마녀 앞으로 달려가 앉았다.

그걸 보고 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밖으로 나왔다.

그리곤 지나가는 마녀에게 메이화가 어딨는지 물었다.

“메이화라면 지금 ‘마녀의 하루’에 있을 거에요.”

“그래요? 감사합니다.”

난 즉시 마녀의 하루로 달려갔다.

마녀의 하루 안에는 들은 대로 메이화가 물건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러다 그녀는 들어오는 날 보고는 깜짝 놀라며 반갑게 함박웃음을 지었다.

“역시 살아있었군요? 다들 죽었다고 했지만 난 당신이 살아있을 줄 알았어요. 누가 당신 같은 괴물을 죽일 수 있겠어요!”

칭찬인지 아닌지 애매한 소리를 하며 메이화는 내 앞으로 달려왔다.

그러자 그녀의 그림자에서 소소도 튀어나와서는 반갑게 인사했다.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다들 날 이렇게 반갑게 맞이해 주다니 고마운 걸! 그나저나 대마녀님이 의태를 하셨던데 그거 괜찮은 거야?”

“괜찮냐구요? 그보다 더 좋을 순 없죠. 마녀에게 의태는 그야말로 신의 축복과 같은 거거든요. 동양에 있는 마녀 중 의태를 한 마녀는 현재 대마녀님 뿐이에요.”

“동양엔이라고? 그럼 서양에 있는 마녀인 위치들 중에는 의태를 한 사람이 있단 말이야?”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예상이 맞다는 걸 확인시켜줬다.

“위치들 중엔 이미 의태를 한 이가 두 명이나 있다고 들었어요.”

“두 명이나? 의태는 굉장히 드물게 나타난다고 하지 않았어?”

“맞아요. 몇 세기에 한 명 나올까 말까한 일이죠.”

흠…… 언제고 한 번 봤으면 좋겠네. 그녀들도 대마녀처럼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한 게 많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난 즉시 찾아온 용건을 이야기 했다.

이야기를 모두 들은 메이화는 흥미를 가지며 가루를 보여달라고 했다.

내가 백팩에서 가루가 든 통을 꺼내 보여주자 그녀도 대마녀처럼 가루를 소량 집어서는 냄새를 맡아보고 입으로 맛보기까지 했다.

“이거 무척 흥미로운 소잰데요. 그러니까 태준 씨 말은, 나보고 이걸 연구해달라는 거죠?”

“맞아. 가능하겠어?”

“당연히 가능하죠. 안 그래도 슬슬 여기 생활이 무료해지던 참이었거든요. 그럼 구체적으로 뭘 연구하면 되는 거죠?”

그제야 난 본론을 꺼냈다.

“그걸 향신료로 사용이 가능한지 알아봐줬으면 좋겠어.”

“향신료요?”

“그래. 잘만하면 그 가루가 최고의 향신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거든. 이왕이면 향신료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서 연구해줬으면 좋겠어.”

그녀는 무슨 말인지 잘 알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렇게 할게요. 근데 부탁할 게 있어요.”

“부탁할 거? 뭔데?”

“이 가루의 재료인 몬스터를 좀 잡아다 줘요.”

“몬스터를?”

“그 몬스터가 있어야 제대로 된 연구가 가능할 거에요. 가능할까요?”

“연구를 위해 필요하다는데 그 정도야 해줘야지. 얼마나 필요해?”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난 그길로 바로 다시 중국으로 건너갔다.

그리곤 태산으로 이동해서 가루를 만드는데 쓰인 몬스터를 보이는 대로 몽땅 잡아왔다.

몬스터가 초록 형광색을 띄고 있어서 발견하기도 쉬웠고, 전투력도 그다지 높지 않아서 쉽게 제압이 가능했다.

다만 아쉬운 건 개체수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최대한 죽이지 않고, 살아있는 상태로 움직이지만 못하게 한 후 가방에 넣어서 다시 마녀의 숲으로 돌아왔다.

즉시 마녀의 하루 간 나는 백팩에서 잡아온 몬스터를 꺼내 보여줬다.

메이화는 그걸 보고는 흥분해서는 즉각 연구에 들어갔다.

이제 대충 급한 일은 마무리 했고, 다음은 뭘 하지?

그동안 숨 가쁘게 쉬지도 않고 일들을 처리하다보니, 갑자기 일이 없어지자 공허함이 밀려들었다.

그때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누구지?

“여보세요.”

[여보세요? 박태준 씨?]

“네. 그런데요. 누구시죠?”

[저 이태훈입니다. 그동안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된 거에요?]

이태훈? 아!

그제야 각성자 등급 측정소에서 만났던 이태훈이 떠올랐다.

“뭐, 이런 저런 사정이 좀 있어서. 그런데 무슨 일이야?”

[혹시 아직도 길드 찾고 계세요?]

“길드? 혹시 짱짱 길드 말하는 거야?”

[네. 기억하고 계시네요. 그 쪽에서 태준 씨한테 관심을 보여서 계속 연락을 했었는데 연결이 안되더라구요. 아직도 생각 있으시면 약속 날짜를 잡을까하는데……어떠세요?]

“나야 좋지. 언제 어디로 가면 돼?”

마침 한가했기 때문에 난 바로 승낙했다.

[제가 전화 끊고 바로 짱짱 길드에 연락해서 약속 날짜와 시간 잡을게요. 그리고 문자로 보낼 테니까 약속 시간에 늦지 말고 오면 돼요.]

“걱정 말고 시간이랑 장소나 보내.”

그리곤 전화를 끊었다.

그 후 10분 정도가 지나자 이태훈에게서 약속 시간과 장소가 적힌 메시지가 왔다.

흠. 내일 오후 2시라…… 좋네.

난 즉시 메이화와 대마녀, 그리고 최박사에게 잠시 마녀의 숲을 떠날 거라고 말하고는 즉시 서울로 올라갔다.

그리곤 회사로 가서 오랜만에 조한희, 블라디미르와 함께 저녁을 먹고 그간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길 나눴다.

그 다음 언제나 그렇듯 다음날까지 기본기 수련을 했다.

다음날 약속 시간에 맞춰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이태훈이 미리 나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날 보고는 반갑게 인사를 했다.

“태준 씨. 오랜만이에요. 안 늦고 시간 딱 맞춰서 왔네요!”

“오랜만. 그나저나 짱짱 길드 건물은 어딨는거야?”

“그게 좀 특이한데…… 바로 저기에요.”

하지만 그가 가리킨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뭐야? 아무것도 없는데?”

“저기 땅바닥을 보세요.”

“땅바닥?”

그의 손끝을 따라 본 땅에는 맨홀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설마 맨홀을 얘기하는 거야?!”

난 설마하는 심정으로 말했지만 그는 내 말이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짱짱 길드는 맨홀 밑 하수구에 길드 본부가 있어요!”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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