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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137화 (137/196)

137화

츤츤이에게 듣기로 허공답보는 경공술의 최고 단계 중 하나라고 했다.

특히 저렇게 천천히 걷는 건 더 어렵다.

난 즉시 그가 가진 힘의 크기를 가늠해봤다.

하지만 저런 최고 수준의 경공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내공의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이 깊이 감춰져 있었다.

백발의 노인은 천천히 허공을 걸어 내 앞에 내려섰다.

그리곤 날카로운 눈으로 날 바라보다 놀란 표정을 보이며 말했다.

“놀랍구나, 놀라워!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강하구나. 허허허… 너 같은 인재가 중국인이 아니란 사실이 통탄스러울 지경이야!”

“그러는 할아버지도 대단하세요. 제가 지금까지 만난 무공을 익힌 사람들 중 가장 강한 것 같네요.”

내 말은 빈말이 아니다.

진짜로 그는 끝 모를 정도의 강함을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츤츤이와 싸워도 밀리지 않을 것 같았다.

‘역시 세상은 넓구나. 인간 중에도 저 정도로 강한 자가 존재하는 걸 보면 말이야!’

그렇다고 내가 질 것 같다는 말은 아니다.

깨달음도 얻은 데다가 방금 전, 불의 정수의 힘을 완전히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공격력이 비약적으로 늘었기 때문에 싸운다면 내가 이기는 건 당연하다.

다만 그가 목숨을 걸고 덤빈다면 이기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문제는 그렇게 되면 압도적인 힘으로 중국군에게 위협을 가하려던 내 계획이 틀어지게 된다.

에이, 몰라!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자!

그때 가만히 날 지켜보던 노인이 말했다.

“노부의 이름은 화백이다. 아이야, 네 이름은 무엇이냐?”

화백이라고? 어디서 분명 들어봤는데…… 아!

그제야 난 려가채 주인이 죽기 직전 화백을 이길 수 있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전 박태준이라고 합니다.”

“박태준이라…… 그만한 실력을 지녔다면 분명 사문이 있을 터. 사문이 어딘지 물어도 되겠느냐?”

그는 백발의 노인이었지만 무척이나 예의바르게 날 대했다.

그래서 나도 예의를 지키며 말했다.

“전, 천의문 4대 계승자입니다.”

난 별 생각 없이 내뱉었지만 내 말에 화백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뭐?! 천의문이라고?!”

설마 중국에서까지 천의문을 알 거라는 생각은 안했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얘기한건데 그가 알 줄은 생각도 못했다.

“천의문을 아세요?”

하지만 그는 내 말을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지 한참을 혼자 중얼거렸다.

“천의문이라…… 역시…… 그래서 그런 거군…… 드디어 때가 됐구나…….”

그러다 고개를 들어 날 바라봤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방금 전까지 보이던 자상한 눈빛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리고 난 저 눈빛이 의미하는 바를 잘 알고 있었다.

승부욕!

그의 눈빛은 지독한 승부욕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왜 저런 눈빛으로 날 보는 거지? 혹시 천의문과 관련이 있는 건가?

그때 그가 군인들을 향해 말했다.

“모두 물러나라. 너희가 상대할 자가 아니다. 나 혼자 이 자를 상대할 테니 그동안 너희는 이곳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어라! 그리고, 경고하는데 누구도 내 대결에 끼어들어들지 마라. 그건 날 모욕하는 행위로 알고 즉각 처단할 것이다!”

그는 목소리에 내공을 실어 큰 소리로 말했고 그의 말을 들은 중국군은 즉각 이백여 미터 이상 물러났다.

생각보다 영향력이 높은가 보네. 말 한마디에 모두 물러나는걸 보면 말이야.

노인은 군인들이 물러나자 그제야 내게 말을 걸어왔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네. 이제 승부를 내볼까!”

“갑자기 승부라니 그게 무슨 말이죠? 이유나 알고 싸워야죠!”

그러자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표정을 하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자네 입으로 천의문 4대 계승자라고 하지 않았나?”

“맞아요. 제가 천의문 4대 계승자에요. 근데 그게 승부하는 거랑 무슨 관계가 있는 거죠?”

“설마 아무 얘기도 못들은 겐가?”

“무슨 얘기요?”

난 영문을 모르겠단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그는 잠시 날 빤히 쳐다보다 뭔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긴…… 천의문은 오랜 시간 계승자가 나타나지 않았으니 우리와 얽힌 이야기에 대해 듣지 못했을 수도 있겠군.”

“역시. 천의문이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거군요?”

“있었지. 이야기는 천의문을 만든 신기 노인이 중원으로 넘어오면서 시작됐네.”

화백의 이야기는 이랬다.

중원으로 넘어간 신기 노인은 가자마자 중원의 고수들을 찾아다니며 하나하나 격파를 했다.

결국 그는 중원의 모든 고수들을 격파하는데 성공하고는 중원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중원의 고수들은 신기 노인에게 20년 후에 다시 만나 재대결할 것을 제안했다.

신기 노인은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고는 20년 후에 자신이 오지 못한다면 자신의 제자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한 후 떠났다고 한다.

그 후 약속대로 신기 노인 대신 그의 제자인 천의문 2대 계승자가 찾아왔지만 20년을 준비한 중원의 고수들은 그를 이기지 못했다.

그때부터 20년 간격으로 계속 대결을 하며 중원의 고수들은 실력을 키워갔다.

하지만 천의문 3대 계승자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대결이 중단됐다.

그러나 중원의 고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언젠가 천의문 계승자가 나타난다면 설욕을 갚아줘야 한다며 자신들의 기술을 한 사람에게 전수하기 시작했다.

“그럼 설마 할아버지가……?”

“그래. 노부가 바로 중원 무공의 정수를 이어받은 28대 전승자네.”

‘그런 일이 있었구나. 나중에 츤츤이한테 물어봐야겠다.’

“알겠어요. 그럼 지금 대결은 천의문과 중원과의 승부라고 생각할게요. 덤비세요.”

마치 하수를 대하는 듯한 내 말투에 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그도 알고 있었다.

자신보다 내가 더 강하다는 걸.

“그럼 시작하겠네.”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가 자신의 힘을 개방했다.

화아악!

그를 중심으로 엄청난 기의 폭풍이 생겨났다.

오우! 이 정도였어? 대단한 걸!

순수하게 감탄하긴 했지만 날 긴장시킬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 어디 한 번 놀아볼까!

난 휘몰아치는 기의 폭풍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때부터 생전 듣도 보도 못한 공격들이 화백으로부터 쏟아져 나왔다.

그냥 맞는 건 예의가 아니겠지.

맞아도 내게 아무런 타격도 없지만 그래서는 제대로 된 대결이라 부를 수 없다.

난 극한으로 환영보를 사용해 그의 공격을 피하면서 천의권을 사용했다.

그러다 한참을 공격하던 그가 갑자기 뒤로 물러나더니 호흡을 고르며 말했다.

“역시 천의문! 대단하구나! 더 이상 시간 끄는 건 무의미하겠지. 이제 노부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무공으로 승부하겠네.”

그리곤 숨을 들이마시고는 오른손을 둥글게 오므리더니 천천히 앞으로 내밀었다.

천천히 앞으로 전진하는 손을 보며 난 처음으로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손이 내게 조금씩 다가올수록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압력이 날 짓눌러왔기 때문이다.

난 급히 화룡도를 소환해 진중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손을 향해 단월을 시전했다.

단월의 궤적을 따라 파란색 불길이 일어나며 눈앞에 다가오던 미증유의 힘을 잘라버렸다.

단월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대로 화백의 오른팔까지 잘라버렸다.

하지만 화백은 떨어져 내린 팔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팔을 지혈한 다음 내게 고맙다고 말했다.

“최선을 다해줘서 고맙네.”

“아닙니다. 오늘 세상이 넓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어르신께선 각성자가 아니시군요.”

마지막 격돌을 통해 안 사실인데 그는 각성자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이 정도 대결을 벌였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아마 그가 각성자였다면 승패는 어찌될지 몰랐다.

“잘 보았네. 난 각성자는 아니지.”

“만약 어르신께서 각성자셨다면 이번 승부는 제가 졌을지도 모릅니다.”

허나 그는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네. 각성자가 되면 신체 능력이 월등히 좋아지고 특수한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되지. 물론 그건 전투에 많은 도움을 준다네. 허나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게 되면 그런 것들이 승부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결국 승부를 가르는 건 깨달음의 깊이지. 마지막 격돌에서 난 들여다보지 못한 경지를 자네에게서 보았네! 그러니 내가 질 수밖에.”

하지만 말을 하는 그의 모습은 오히려 기뻐보였다.

“근데 어르신 얼굴이 오히려 밝아 보이십니다.”

“자네를 통해 그동안 막혀 있던 벽이 하나 허물어졌으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팔 하나로 새로운 경지로 나아가게 되었으니 싸게 먹힌 셈이지.”

그러다 그는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물었다.

“20년 후에, 또다시 자네와 대결을 할 수 있겠나?”

마치 여행을 가기 전 아이처럼 설레여하는 그를 보며 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20년 후 오늘.\, 이 자리로 찾아오겠습니다. 그때까지 무탈하셔야 합니다.”

“허허허허. 걱정 말게나. 내 무덤에서라도 벌떡 일어나 찾아올 테니.”

난 그의 말을 듣고 웃으며 멀찍이 떨어져 있는 군인들을 바라봤다.

그는 내 의중을 눈치 채고는 말했다.

“저들이라면 걱정 말게. 내 책임지고 북한으로는 못 들어가게 할 테니까.”

“하하하, 감사합니다. 근데 혹시 려가채란 식당에 대해 아시나요?”

“려가채? 그런 식당이 있다는 건 들어본 적이 있네. 허나 난 대부분의 시간을 다른 곳에서 수련만하며 보내기 때문에 가보진 못했군.”

역시 어르신은 관련되지 않았어. 그렇담 군수뇌부에서 몰래 꾸몄단 말인데……

“어르신. 잠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리곤 려가채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상세하게 얘기해줬다.

그는 역시나 처음 듣는 일이었는지 상당히 놀란 표정을 짓다가 마지막에는 분노하며 소리쳤다.

“내 이놈들을 당장에 쳐죽여버리겠어!!”

당장에라도 뛰어가려는 그를 난 급히 말렸다.

“잠시만요. 그 일은 제가 마무리하겠습니다. 나중에 뒷정리만 좀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혹시 동물탈을 쓴 이상한 놈이 찾아온 적은 없었나요?”

“동물탈?”

“예. 십이간지에 있는 동물의 탈을 쓴 놈들 말입니다.”

하지만 그는 본적이 없는지 고개를 저었다.

“그런 놈들은 본적이 없네.”

난 그에게도 간단히 마인 세력과 그 밑에서 활동하는 동물 탈을 쓴 놈들에 대한 얘기를 해줬다.

“그런 놈들이 있었다니…… 자네가 뭘 걱정하는지 잘 알겠네. 허나 걱정말게. 내가 있는 한, 그런 놈들이 활개칠 일은 없으니까!”

“어르신만 믿겠습니다. 그럼 수뇌부가 어딨는 지만 알려주시겠어요?”

난 그에게서 군 장성들이 모여있는 장소를 전해 듣고는 환영보를 사용해 그곳을 향해 순식간에 달려갔다.

그가 알려준 곳에는 마침 군 수뇌부들이 모여 긴급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회의실 안에 갑자기 내가 나타나자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경계자세를 취했다.

“누구냐?!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온 것이냐!”

가장 상석에 앉은 이가 날 보고 소리쳤다.

난 그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니가 여기 대가리야?”

“뭐? 대가리?!”

그는 그 말을 듣고는 바로 품안에서 총을 꺼내 주저 없이 날 향해 쐈다.

타앙.

하지만 총알은 내 이마를 맞고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걸 보고 모두는 놀라서 밖으로 급히 도망가려 했다.

“모두 동작 그만!”

내가 감추고 있던 내공을 개방하며 소리치자 달려나가던 이들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겁에 질린 채 부들부들 떨었다.

“이제 대화를 좀 해볼까! 즐겁게 말이야!”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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