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방어력 무한-134화 (134/196)

134화

말살자 말고도 최초의 생명체가 또 있다고?

난 가던 길을 멈추고 급히 키라를 돌아봤다.

그녀는 행복에 겨운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게 정말이야? 말살자 말고도 최초의 생명체가 더 있어?”

“확실한 건 몰라. 그냥 그런 소문을 들었을 뿐이야.”

“대체 그런 소문은 어디서 듣는 거야?”

하지만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고 웃기만 할 뿐이었다.

보아하니 더 말해줄 것 같진 않네.

“알겠어, 이 다음부턴 내가 알아볼게. 어쨌든 정보 고마워.”

난 그 길로 태산을 빠져나왔다.

나오면서 키라로부터 얻은 정보를 정리해봤다.

흠. 결국 말살자에 대해 제대로 알려면 지옥을 한 번 더 방문해야겠구나. 아마 말살자를 따랐던 그들이라면 키라보다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알고 있을 테니까. 그리고 생명체를 죽여 그 힘을 흡수할 수 있는 이가 있다고?

왠지 모르지만, 히든 보스와 관련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분명 뭔가 있어.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내 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어! 일단 다른 절대자들도 만나서 정보를 좀 더 모아봐야겠어.’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좀 더 실력을 키워야 했다.

키라는 황금 사과 때문에 입을 열긴 했지만 다른 절대자들은 어떨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길 순 없더라도 최소한 그들이 무시하지는 않을 만큼의 실력은 만들어야 돼!

그러나 아직 이렇다 할 방법이 떠오르진 않았다.

음. 츤츤이 따라서 루크레이지에나 다시 한 번 갔다올까?

하지만 이내 생각을 바꿨다.

아니야.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건 다 얻었다고 봐야 돼. 뭔가 다른 게 필요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다 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태산을 벗어나 있었다.

방법은 차차 생각해 보는 걸로 하고, 일단 베이징부터 가보자! 지금쯤이면 그놈이 내 소식을 알렸을 테니까!

난 얼마 전에 살려준 군사를 떠올렸다.

그리곤 베이징으로 발길을 돌렸다.

* * * * *

베이징은 여전히 중국의 수도였다.

하지만 그 모습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키라가 있는 곳에서 가깝기 때문인지 베이징 시내 곳곳에서 일반인보다 군인들의 모습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키라와의 전투가 소강상태에 들어가기는 했지만 그녀가 데려온 몬스터들이 빠르게 번식하며 세력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군이 긴장하고 있는 듯 했다.

일단 밥부터 먹자. 배고파 뒤지겠다.

난 근처에서 괜찮은 식당을 찾았다.

두리번거리며 식당을 찾는데 특이한 광경이 눈에 보였다.

저게 다 줄이야?

준 전시 상황으로 인해 일반인이 확연히 줄어 대부분의 식당들이 파리만 날렸는데, 유독 한 식당만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대체 뭘 팔길래 저렇게 사람이 많은 거야?!

난 잠시 기웃거리다 어느새 줄을 선 내 자신을 발견했다.

대체 뭐지? 내가 왜 줄을 서고 있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난 아무리 맛집이라고 해도 길게 기다려 음식을 먹지는 않는 편이다.

연애를 할 때 몇 번 시도한 적이 있긴 하지만, 노력을 보상받을 정도의 음식은 먹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줄을 서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깜짝 놀랐다.

내가 뭣 때문에 여기 섰을까?

그때 은은한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이거 때문이구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식욕을 자극하는 향이 식당 안에서 은은하게 흘러나왔다.

맛있는 향이라기보다는 냄새를 맡으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자동적으로 입 안에 침이 고이고 심한 사람은 침을 질질 흘리기도 했다.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꿀꺽.

난 입안에 가득 고인 침을 삼키고는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살폈다.

하나같이 침을 질질 흘리는 그들은 제정신이 아닌 듯 보였다.

그제야 난 정신을 차렸다.

‘뭔가 이상해! 정신 바짝 차려야겠어!’

긴장하며 내공으로 몸 상태를 살폈다.

하지만 몸에는 아무 이상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장의 끈을 놓지는 않았다.

그러자 식욕을 자극하는 향을 맡아도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다.

물론 침이 고이는 것까지 막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내 차례가 왔다.

난 종업원의 안내에 따라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식당 안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미친 듯이 음식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대부분의 테이블에 접시가 몇 개씩 쌓여 있는 걸로 봐서, 아무래도 개인당 몇 인분씩 먹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 종업원이 날 이인석 테이블로 안내했다.

종업원이 안내한 테이블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고 있었다.

“여기 앉으라고요?”

난 살짝 당황하며 종업원을 쳐다봤다.

“보셨다시피 밖에 기다리는 손님들이 많아서, 불편하시더라도 부탁드립니다.”

그리곤 날 안내한 종업원은 다른 사람을 안내하기 위해 가버렸다.

난 어쩔 수 없이 테이블에 앉아 맞은편에 앉은 이를 쳐다봤다.

나와 비슷한 나이로 보였는데 옷차림으로 봤을 때 꽤 잘 사는 사람 같았다.

하지만 그는 내가 오건 말건 신경도 쓰지 않고 오로지 먹는 데만 집중하고 있었다.

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저러는 거지? 아니, 아무리 음식이 맛있다고 하더라도 이럴 수가 있는 거야?

그때 다른 여직원이 메뉴판을 손에 들고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주문 도와드릴게요.”

“여기는 뭐가 제일 유명하죠?”

“아! 저희 려가채에 처음 오셨나보군요. 그렇다면 오늘의 특선 요리를 추천 드려요. 날마다 최고의 컨디션인 식재료로 요리를 하기 때문에 실패하는 일이 없답니다.”

“그럼 그걸로 주세요. 근데 여기 요리가 정말 맛있나봐요. 어째 사람들이 얘기 한 마디 없이 미친 듯이 먹기만 하네요!”

“너무손님들께서 맛있게 드셔주셔서 감사할 뿐이죠. 그럼 오늘의 특선 요리로 준비해 드릴게요.”

그리곤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물러났다.

난 그녀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

무공을 익혔어. 그것도 상당한 수준으로 말이야!

그녀의 걸음걸이가 너무 안정적이라 살펴본 결과 그녀에게서 상당한 내공이 느껴졌다.

나름 감추고는 있었지만 내 눈을 피해가진 못했다.

그제야 난 다른 종업원들도 찬찬히 살폈다.

그리곤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이게 뭐야! 전부 다 무공을 익혔다고?! 여기 대체 뭐하는 곳이지?!

그때 주문을 받았던 종업원이 음식을 가지고 왔다.

“주문하신 오늘의 특선 요리입니다. 맛있게 드세요.”

난 그녀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슬쩍 내공을 개방했다.

약간만 보여서 그녀의 반응을 보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그녀에게선 어떤 표정 변화도 읽을 수 없었다.

여전히 친절한 미소를 띤 얼굴 그대로였다.

일단 먹으면서 어떻게 나오는지 보자.

그제야 난 눈앞에 놓인 접시를 쳐다봤다.

나온 음식은 라면 그릇 같은 대접에 담겨 있었는데 각종 야채에 고기가 듬뿍 들어가 있는 탕 종류였다.

난 숟가락으로 탕을 한 번 휘저었다.

그러자 음식 향이 코를 자극했다.

우와 미쳤네. 어떻게 음식에서 이런 향이 날 수 있는 거지?!

난 참지 못하고 즉시 한 숟가락 듬뿍 퍼서 입에 넣었다.

“으헉! 이……이게 뭐야?!”

입에 넣자 코로 맡았던 향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렬함이 혀를 통해 느껴졌다.

그리곤 언제 사라졌는지 모르게 입 안에서 없어져 버렸다.

그때부터 미친 듯이 음식을 입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그릇을 비우고 세 그릇째를 먹고 있다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언제 이렇게 먹은 거지?

눈앞에 쌓인 대접을 보며 놀란 난 급히 들고 있던 숟가락을 그릇에 던졌다.

정신이 들고 나자 이상한 점이 생각이 났다.

맛이 너무 강렬해서 느끼지 못했는데 식재료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잖아! 그냥 이 미쳐버릴 정도로 식욕을 자극하는 향신료 맛만 느껴질 뿐이야.

난 혹시 몰라 다른 음식들도 몇 가지 더 주문했다.

그리곤 내 생각이 맞다는 걸 알았다.

‘역시 식재료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음식에 넣는 향신료 맛이 너무 강해서 다 같은 맛으로 느껴져! 몰랐다면 그냥 지나갔겠지만 알게 된 이상 이게 대체 뭘 쓴 건지 알아야겠어.’

난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갔다.

그 사이에도 여전히 내 맞은편에 앉은 남자는 음식을 먹고 있었다.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간 나는 사람들이 없는 식당 옆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기감을 확장해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을 확인했다.

‘어? 지하가 있어?’

식당 지하에서 많은 기들이 희미하게 느껴졌다.

뭔가에 막혀 있는지 선명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좀 더 집중을 하자 확실하게 느껴졌다.

대략 삼십 여명 이상이었다.

저기가 그 향신료를 만드는 곳이겠구나.

위치 파악이 끝나자 이제 저곳에 어떻게 들어갈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냥 정면 돌파를 할까? 아님 밤까지 기다려야 되나?

그때 누군가 날 향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난 가만히 서서 오는 이를 기다렸다.

잠시 후 내 앞에 내려선 이는 무협 영화에서나 봤던 옷을 입고 있는 남자였다.

그는 내가 자신을 기다렸다는 걸 알자 비웃음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일단 같이 좀 가야겠다.”

“같이 가자고? 어딜?”

“그건 알거 없고 그냥 가자!”

그리곤 다짜고짜 내 배를 공격했다.

“허억!”

난 그의 공격에 맞고는 자리에 풀썩 쓰러졌다.

그리곤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정확히는 정신을 잃은 척을 했다는 게 맞다.

그는 정신을 잃은 척 한 나를 들쳐 메고는 사람들 눈을 피해 식당 지하로 들어갔다.

역시 예상대로 식당에서 온 놈이구나!

지하도 들어온 그는 잠시 후 날 어딘가에 던져 놓고는 사라졌다.

그제야 난 눈을 뜨고 주위를 살폈다.

감옥?

내가 곳은 감옥이었다.

왜 식당 아래에 감옥이 있는 거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하는데 옆에서 기침소리가 들려왔다.

“콜록…… 콜록…….”

거기엔 80은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제대로 먹지도 못했는지 깡마른 모습이었다.

“할아버진 누구세요?”

내 질문에 그는 기침을 하다 날 슬쩍 쳐다봤다.

하지만 이내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이곤 다시 기침을 해댔다.

“……콜록…… 콜록…….”

그가 관심을 보이지 않자 나도 관심을 끄기로 했다. “일단 나가볼까.”

난 자리에서 일어나 철창문 앞으로 다가가 문을 가볍게 뜯어냈다.

그리곤 밖으로 나가려는데 뒤에서 노인이 급히 날 불렀다.

“자…… 잠깐만!”

“네?”

고개를 돌리자 노인이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자…… 자넨 어떻게 내공이 남아 있는 거지? 자넨 식당 음식을 먹지 않은 겐가?”

저건 또 무슨 소리야?

난 영문을 몰라 그에게 되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죠? 식당 음식에 문제라도 있는 건가요?”

“내공이 있는 이가 그 음식을 먹으면, 내공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네.”

“네? 내공을 못 쓰게 된다구요?”

나 혼자 방어력 무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