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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130화 (130/196)

130화

박경민의 말대로 도시를 벗어나 조금 달리자 멀리서 무수히 많은 기들이 느껴졌다.

영희는 날 중국군이 내려다보이는 산 중턱 어딘가로 안내했다.

거기엔 한 남자가 엎드려 저격용 총의 망원경으로 중국군을 감시하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엄청난 거구의 남자였다.

“날 쏜 게 너구나?”

하지만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 너 지금 나 무시하는 거야?!”

내가 조금 기운을 흘리자 그제야 그는 날 쳐다봤다.

그러나 그뿐.

곧 망원경을 향해 다시 고개를 돌렸다.

“지금 나 무시당한 거 맞지?”

내가 황당해하며 한마디 더 하려는데 영희가 급히 말했다.

“그 역시 약에 당해서 그래. 그 후유증으로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게 됐어. 냄새도 못 맡고 말이야.”

그제야 그가 보인 행동이 이해가 됐다.

“그런 건 진작 얘길 해야지. 그나저나 박경민 말대로 많기도 하네. 역시 중국 놈들이야!”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난 그녀를 잠시 바라봤다.

눈빛을 보니 내가 그냥 돌아갈까 봐 불안해하는 듯했다.

난 그런 그녀를 보고 피식하고 웃었다.

“걱정하지 마. 안 돌아가니까.”

“정말?”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금방 돌아올 테니까!”

그리곤 곧바로 환영보를 사용해서 중국군이 있는 곳까지 달려갔다.

하지만 모여 있는 중국군은 수만 명은 돼 보였기 때문에 그들 모두를 죽일 수는 없었다.

저놈들을 모두 죽일 수는 없으니 일단 대가리부터 쳐야겠다.

난 즉시 기감을 확장해 가장 강한 기를 가진 이들을 찾았다.

중국군 후방에 꽤 큰 기운을 가진 이들이 여럿 모여 있는 게 느껴졌다.

저기구나!

난 순식간에 방금 전 기운들이 느껴진 곳에 도착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아무도 내가 온 걸 눈치채지 못했다.

그건 내 움직임이 워낙 빠른 것도 있지만 생각보다 중국군 내에 각성자들 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중국군의 대부분은 일반인이었다.

사실 처음 이 정도 규모의 군대를 봤을 때 곧장 도시로 쳐들어오지 않은 걸 이상하게 느꼈다.

하지만 실상을 알고 나자 이해가 됐다.

이러니 견제가 가능했던 거구나!

일반인들은 아무리 많더라도 각성자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물론 그들이 총으로 난사를 한다면 아무리 각성자라도 버티기 힘들겠지만 병신도 아니고 그냥 맞고만 있을 각성자는 없다.

결국 각성자 간의 대결이 이 전쟁의 승패를 결정할 것이다.

보아하니 중국군 쪽이 더 많은 각성자를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질적인 면에선 박경민의 세력이 우세해 보였다.

물론 압도적인 수로 밀어붙인다면 도시는 점령할 수 있겠지만 그 과정에는 엄청난 희생이 따를 것이다.

그걸 알기에 중국군도 섣불리 진군을 못 하고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박경민 측에서도 저 많은 중국군 사이로 뛰어들 수는 없다.

아무리 일반인이라고 하지만 아마도 저들은 초월 슈트를 입었을 것이기 때문에 잘못하면 다구리 당해 죽을 수도 있다.

임시로 지어진 막사 가까이 다가가자 안에서 세 사람의 기운이 느껴졌다.

“당장 쳐들어갑시다. 언제까지 여기 있을 순 없습니다.”

누군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안됩니다. 그러면 이길 순 있겠지만 저들의 전력을 봤을 때 우리 군도 절반 이상이 희생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다른 지역을 점령할 때 차질이 생깁니다.”

“그럼 이대로 가만히 있자는 거야?! 군사라면 다른 수를 생각해 내야될 거 아니야?!”

“그래서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당장 회군해야 된다고!”

“뭐? 회군? 위대한 우리 중국군이 저딴 새끼들에 밀려서 회군한다고? 그게 군사가 할 소리야? 어!”

“모두 조용!”

누군가의 호통에 막사 안이 조용해졌다.

“우린 오늘 밤 저 도시를 친다.”

“대교님!!”

“시끄럽다. 더 시간을 끌 순 없다. 나도 최대한 병력을 아끼고 싶지만 승리를 위한 희생은 어쩔 수 없는 일. 희생된 인원은 추후에 본국에서 보충하면 되니 걱정 안 해도 돼!”

“아무리 그래도……!”

대교님? 대교가 뭐지? 계급 같은데….

즉시 아이즈를 통해 검색을 했다.

아이즈에는 온라인 검색 기능도 들어있기 때문에 쉽게 대교가 뭔지 알 수 있었다.

검색 결과 대교는 대령에 해당하는 중국의 계급이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역시 대교님이십니다. 하하하하!”

그때 내가 막사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결단력은 좋은데 선택이 잘 못 됐네.”

그들은 갑작스레 난입한 날 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경계했다.

“누구냐?!”

“니들 죽이러 온 사람.”

“뭐?! 이게 누구 앞에서 감히!”

산적처럼 생긴 남자가 날 향해 거침없이 달려들었다.

그리고 난 그를 거침없이 죽였다.

복잡할 것도 없었다.

주먹 한 방에 그의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고 그는 놀란 눈을 한 채 날 쳐다보다 곧 그 자리에 허물어졌다.

“흠. 이제 좀 조용하네. 더 덤빌 사람 있어?!”

그때 막사 안의 소란을 느끼고 주위에 있던 부관들이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리고 나와 바닥에 죽어있는 이를 번갈아보더니 다급히 옷에 달린 호루라기를 불었다.

삐이이이익!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밖에서 군인들이 몰려오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난 그동안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눈앞에 있는 이들만 바라봤다.

보아하니 저놈이 대교인가 하는 놈이고, 저놈이 군사인가 보네.

둘 다 평상복을 입고 있었지만 정면에 있는 이가 상석에 앉은 데다 더 강한 기운을 가진 걸로 봐서 대교인 것 같았다.

“겁도 없이 여길 들어오다니. 실력에 제법 자신이 있는 것 같다만 이 많은 인원을 다 상대할 순 없을 거다!”

“그래 보여?”

그때 옆에 있던 군사가 급히 대교에게 말했다.

“대교님. 뭔가 이상합니다. 군대에 둘러싸여있는 데도 전혀 긴장하지 않는 태도하며, 왕소교를 단번에 죽인 실력을 봤을 때 조심하셔야 합니다.”

“시끄럽다! 그냥 알량한 실력을 믿고 뛰어든 불나방 같은 놈일 뿐이다. 모두 저놈을 죽여라!”

그리곤 대교는 막사 밖으로 몸을 피했다.

하지만 난 그를 뒤쫓지는 않았다.

죽이는 건 너무 쉽다.

그들이 다시는 이곳을 못 오게 하려면 공포를 심어줘야 한다.

내 얼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오줌을 지릴 정도의 공포 말이다.

난 태연히 막사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수백이 넘는 이들이 모여 있었다.

대부분 각성자였는데 느껴지는 기운으로 봐선 실력은 형편없어 보였다.

기감을 확장하자 내가 있는 곳으로부터 50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대교와 군사의 기가 느껴졌다.

아마도 거기서 날 지켜볼 모양이다.

“이제 관중도 생겼으니 우린 본격적으로 놀아볼까!”

난 망설임 없이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곤 무자비하게 그들을 죽였다.

대신 날 피해 도망가는 이들은 붙잡진 않았다.

그렇게 미친 듯이 날 공격하는 이들을 죽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내게 달려드는 이가 줄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아무도 날 향해 달려들지 않았다.

그제야 난 움직임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봤다.

내 주위엔 죽은 사람들의 시체와 피로 가득했고 몸 곳곳에도 피가 튀어 악귀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제 끝인 건가?

난 다시 기감을 확장해 대교의 기를 찾았다.

하지만 대교의 기는 아까 그 자리에서 찾을 수 없었다.

아마 내가 각성자들을 도륙하는 걸 보고 겁을 먹고 도망친 모양이다.

어쭈, 도망을 가?!

난 기감을 더욱 확장했다.

그러자 저 멀리 빠르게 도망가는 대교와 군사의 기가 느껴졌다.

그 기를 느끼자마자 내 모습은 그 자리에서 연기처럼 사라졌다.

* * * * *

“헉, 헉….”

대교는 미친 듯이 중국 국경을 향해 도망가고 있었다.

그가 본 나는 악마 그 자체였다.

그도 중국에서 내로라하는 각성자들을 많이 만나봤다.

그중에는 SSS급 각성자도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내가 오늘 보여준 모습처럼 충격적이지 않았다.

그의 눈에 난 절대자 같이 보였다.

그건 군사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군사는 중국군이 키라와 싸울 때 참전했었다.

거기서 멀리서나마 키라가 싸우는 걸 본 적이 있는데 그때의 충격은 엄청났다.

그녀가 보여준 강함은 인간의 상상력 자체를 아득히 넘어서는 강함이었다.

헌데 오늘 그때와 같은 충격을 또 느꼈다.

아니, 오늘 느낀 충격이 더 심했다.

그건 인간이 아니야! 만약 그자가 북한에 소속돼 있는 상태라면 서둘러 이 사실을 알려야 돼. 그자가 북한에 있다면 우린 절대 북한을 차지할 수 없어!

그때 그의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달리던 걸음을 멈춰 세웠다.

단지 소름이 돋았다고 걸음을 멈춘 건 아니다.

본능이 멈추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건 대교 역시 마찬가지인 듯 그 역시 급히 걸음을 멈추고 수풀 한 켠을 긴장과 공포가 뒤섞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오! 눈치 빠른데!”

난 박수를 치며 수풀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사실 그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한 난 그들이 지나갈 걸로 예상되는 길목에 숨어 있었다.

그때 대교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우, 우릴 왜 죽이려고 하는 거야…?!”

“그거야 의뢰를 받았으니까.”

내가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자 그가 다시 제안했다.

“누가 의뢰해, 했는지 모르지만 두, 두 배를 줄게. 아니, 세 배를 줄게. 그러니 제발 살려줘!”

“호오! 세 배를 준다고?”

그는 내가 흥미를 보이자 얼굴에 화색이 돌며 말했다.

“그, 그렇다니까. 어때?”

“돈은 언제 줄 수 있는데?”

“돈은 바로 보내줄게.”

“그래? 근데 싫어!”

그는 당연히 내가 승낙할 줄 알고 있다가 갑작스레 내가 안 한다고 하자 황급히 물었다.

“왜…? 왜 안 되는데?”

“그냥!”

“뭐? 그냥?”

“그래. 그냥. 너희 죽이는 데 이유까지 필요해야 되는 거야?”

그제야 그는 내게 놀아났다는 걸 깨닫고는 얼굴이 수치심으로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쉽사리 내게 달려들진 못했다.

“안 올 거면 내가 갈게.”

푸욱!

어느새 내 오른손은 대교의 가슴을 꿰뚫고 있었다.

“끄으윽…….”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날 바라보던 대교는 내가 관통한 손을 빼자 바닥에 허물어지더니 그대로 죽어버렸다.

그제야 난 빙그레 웃으며 군사를 바라봤다.

“이제 너 하나 남았네.”

하지만 군사는 죽음을 각오한 듯 결연한 표정으로 방어자세를 취했다.

“하하하. 걱정 마. 너는 안 죽일 거니까.”

그 말에 군사는 의아한 표정을 하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

“말 그대로야. 넌 안 죽인다고.”

“난 왜 살려주는 거지?”

“네가 가서 내 얘길 잘 해줘야 하니까.”

그의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갔다.

“그 말은 너란 존재가 있으니 여긴 더 건드리지 말라고 나보고 경고하라는 거야?”

“하하하. 윗대가리들이 네 말을 듣기나 하겠어? 그냥 넌 가서 내가 며칠 내로 찾아갈 거라고 전하기만 하면 돼. 겁도 없이 우리 땅에 들어온 대가를 누군가는 치러야 할 테니까. 그럼 또 보자구.”

난 그대로 환영보를 시전해 중국군이 있는 영역을 벗어나 아까 영희와 헤어졌던 곳으로 돌아왔다.

내가 가자 영희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어, 어떻게 그렇게 강할 수 있지? 설마 SSS급 각성자라도 되는 거야?”

하지만 난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하하. 날 고작 SSS급 각성자와 비교하다니 서운한걸! 뭐 어쨌든 중국군은 이제 철수할 테니 박경민한테 돌아가자!”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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