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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127화 (127/196)

127화

이전의 아이즈는 획기적인 제품이었다.

휴대폰과 동기화가 되기 때문에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통화나 문자, SNS 확인이 가능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증강현실 기능을 강화해서 아이즈만으로도 물건들 결제가 가능했고, 서치에도 접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건 그 모든 걸 합친 것보다 충격적이었다.

이거 설마 가상현실인 거야?!

눈앞에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아이즈를 착용하자 자동으로 서치에 접속이 됐는데 완전히 다른 세상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하얀 방 안에 여러 포탈들이 보였고 그 위에는 카테고리들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난 그중 공략이라고 써진 포탈로 들어갔다.

화악.

포탈로 들어가자 효과음과 함께 눈앞에 또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이번엔 방이 아니라 도서관이었다.

이거 완전 진짜 같은데…!

사방엔 책이 책장 안에 깔끔하게 진열돼 있었는데 난 그중 하나를 뽑아봤다.

책 표지에는 ‘크래모 던전 공략’이라고 적혀 있었다.

책을 펼치자 맨 앞장에는 크래모 던전에 관해 자세히 설명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페이지의 끝에는 다음 페이지에 대한 안내가 되어 있었다.

시물레이션? 그런 것도 가능한 거야?

흥분되고 설레는 마음으로 책의 페이지를 넘기자 손에서 책이 사라지며 주변 환경이 바뀌었다.

이번엔 동굴 입구였는데 그 위에 ‘크래모 던전’이라는 글자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헐! 던전까지 구현해놓은 거야?!

하지만 던전 안에 들어가자 에러 메시지와 함께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왔다.

난 눈에서 아이즈를 빼고는 김찬성을 새삼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가상현실이라니! 대단해요!”

하지만 그는 내 칭찬에도 그다지 기뻐 보이지 않았다.

“이 정도론 안 돼요. 좀 더 보완하고 다듬어서 정식 출시될 때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해보려구요.”

이 정도만 해도 깜짝 놀랄 것 같은데…. 돈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는구나. 흐흐흐.

이게 솔직한 내 생각이었지만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난 그저 수고하라고 말해준 다음 럭키의 사무실을 나왔다.

그리곤 곧바로 인천항으로 향했다.

인천항에 도착하고 잠시 기다리자 김종현이 도착했다.

우린 즉시 이작도로 향했다.

이작도에 도착하자 김주안이 마중 나와 있었는데 그녀에게서 풍기는 기세가 이전과는 많이 달랐다.

“실력이 몰라보게 늘었는데?! 열심히 배우고 있나 봐!”

내 말에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열심히라는 말로는 부족하죠. 자는 시간도 거의 없을 정도로 구르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더없이 밝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츤츤이가 잘 가르치고 있나 보네.

내가 만족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 옆에 있던 김종현이 급히 물었다.

“이 미녀는 누구시죠?”

그제야 난 김종현에게 김주안을 소개했다.

“아! 몽유도의 살림을 책임지는 사람이에요. 서로 인사하세요.”

“김주안이라고 해요. 반가워요.”

김주안이 예의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전 김종현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38세고, 아직 미혼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분을 만나 뵙게 돼 영광입니다. 너무 아름다우세요!”

그의 반응에 김주안 뿐 아니라 나도 함께 당황했다.

지금 뭐 하는 거지? 김주안이 미인이긴 하지만 저 정도 반응을 보일 정도는 아닌데…. 게다가 나이도 열 살 가까이 차이 나는데….

난 김주안을 바라봤다.

그녀 역시 당황한 듯 보였지만 곧바로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좋게 봐주시니 감사해요. 그럼 주군! 바로 들어가시죠.”

그녀는 노련하게 화제를 전환했다.

“그럴까! 그럼 들어가죠!”

김종현은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바닷길을 따라 몽유도로 들어가는데 진법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미리 김주안의 주의에 따라 그녀가 밟은 곳만 밟고 달렸기 때문에 아무 문제없었지만, 아마 길을 모르고 이곳으로 들어섰다면 아무리 대단한 각성자라도 꽤 고생할 것 같았다.

잘해놨네. 칭찬해줘야겠는걸!

몽유도에 들어서자 해변가에서 수련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은 권세훈과 인당에 속한 사람들이었다.

김주안은 그들을 한 번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주군이 오신다고 하니까 자기들이 수련하는 모습을 제일 먼저 보여주고 싶다고 저러더라구요!”

그때 권세훈이 바람 같이 달려와서는 고개 숙여 인사했다.

“주군. 오셨군요!”

그의 눈에서 나에 대한 존경과 신뢰를 읽을 수 있었다.

“보아하니 수련은 잘 받고 있나 보네. 생각보다 한 달 새에 실력이 많이 늘었어.”

내 칭찬에 그는 기분이 좋은지 환하게 웃었다.

“이게 다 주군과 스승님 덕분입니다.”

난 간단히 인당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곧바로 츤츤이를 찾아갔다.

가는 길에 김주안에게 모두를 천궁으로 모이게 하라고 지시했다.

마침 츤츤이는 천궁 마당에서 동료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난 동료들에게 김종현을 소개한 다음 츤츤이를 따로 불렀다.

[럭키 말로는 한 달 동안 사라졌다고 하던데 어디 갔다 온 거야?]

“그게 좀 재밌는 일이 있었어. 안 그래도 그거 때문에 상의 좀 하려구!”

그리곤 루크레이지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말해줬다.

내 말을 모두 들은 츤츤이는 놀란 눈을 하고 날 쳐다봤다.

[그게 정말이야? 네가 차원을 열 수 있다고?]

“그렇다니까!”

[흠…. 그게 가능하단 말이지, 그렇다면….]

츤츤이는 뭔가를 중얼거리며 생각하다 말했다.

[네 말대로의 장소라면 수련하기 딱 좋은 곳이겠어.]

“그치? 안 그래도 그럴 것 같더라구. 적들은 너무 강한데 우리한테 주어진 시간은 많지가 않아서 걱정이었는데 이제 어느 정도 해결이 될 것 같네.”

그렇게 츤츤이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 몽유도의 모든 사람들이 천궁 마당에 모였다.

난 모인 이들에게 수련 장소를 바꿀 거라는 걸 간단히 알려주고 그곳이 어떤 곳인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리곤 곧바로 화룡도를 소환해 게이트를 열었다.

그걸 본 츤츤이가 탄성을 터트렸다.

[아! 너 이제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들어섰구나!]

“역시 알아보네. 얼마 전에 깨달음을 얻었거든.”

[나도 더 분발해야겠군….]

말을 하는 츤츤이의 눈은 승부욕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에휴. 애들이 더 힘들어지겠네.

잠시 후 몽유도 인원 모두는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츤츤이가 들어가며 말했다.

[내가 들어가면 게이트 입구는 닫아버려.]

“닫으라고? 그래도 되겠어? 그럼 나오는 방법이 없을 텐데!”

[갈 곳이 없어야 딴 생각을 안 하지. 걱정 말고 닫아. 그리고 정확히 세 달 후에 열어.]

“세 달이나? 사람들이 버틸 수 있겠어?”

[흥! 못 버티면 죽는 거지. 특별한 일 없으면 세 달 후에 열어. 알겠지?]

난 알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보고 츤츤이는 미련 없이 게이트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모두가 사라지고 텅 빈 마당에서 한동안 게이트를 바라보던 나는 츤츤이 요구대로 게이트를 닫았다.

“뭐, 알아서 잘하겠지. 이제 키라를 만나러 가볼까!”

난 즉시 아이즈를 열어 중국으로 가는 포탈을 찾았다.

하지만 의외로 중국으로 가는 포탈은 경상도 쪽에 몇 개가 있을뿐, 수도권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이러면 그냥 뛰어가는 게 빠르겠는데….

잠시 고민하던 난 북한을 통해 중국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물론 경상도에 있는 포탈을 타고 가는 게 더 빠르기야 하겠지만, 오랜만에 백두산에 들러 카린도 만날 겸 뛰어가기로 했다.

난 몽유도를 나와 백두산을 향해 출발했다.

지난번에 한 번 갔던 길이기 때문에 헤매지는 않았다.

가는 길에 난 계속 환영보를 연습했다.

단월을 통해 공간을 가를 수 있게 된 후 신기 노인이 언급했던 공간을 접어 달린다에 대해서도 약간 감이 잡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속 시도는 하고 있는데 될 듯하면서도 안 됐다.

생각보다 어렵네. 조금만 더하면 뭔가 될 것 같은데….

그러는 사이 어느새 백두산 근처에 도착을 했다.

근데 백두산 초입에 못 보던 마을이 있었다.

“응? 웬 마을이지?”

마을 안에선 삼십여 명의 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난 호기심에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

모두 집 안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도 나오지 않는 것이 의아하긴 했지만 굳이 캐려고 들진 않았다.

난 마을을 지나 백두산을 올랐다.

그리곤 지난번에 용암지대에서 올라온 구멍을 찾았다.

“분명 여기 어디였던 거 같은데….”

정확한 위치가 기억나진 않지만 분명 이 부근 어디였다.

“아! 저기 있네.”

난 한참만에야 사람 하나가 통과할 만한 구멍을 발견했다.

구멍을 통해 아래를 내려다보자 저 밑엔 여전히 뜨거운 용암이 흐르고 있었다.

그걸 확인하곤 망설임 없이 아래로 뛰어내렸다.

척.

용암이 흐르지 않는 바닥에 착지한 난 큰소리로 카린을 불렀다.

“카린!”

그때 요란한 소릴 내며 사람만 한 붉은색 도마뱀 한 마리가 날 향해 달려왔다.

갑작스런 상황에 도마뱀을 죽여 버릴까 했지만 그 모습이 왠지 눈에 익었다.

“어? 너 혹시 화룡…?”

도마뱀은 내가 자신을 알아본 것이 기쁜지 거대한 몸으로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이야! 너 그사이에 이렇게 큰 거야?”

“그 놈 먹는 게 장난 아니야!”

반가운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카린이 용암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하하하. 잘 지냈어?”

난 반갑게 웃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도 웃으며 날 바라보긴 했지만 표정이 마냥 밝지는 않았다.

“근데 표정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너 잘 왔다. 나 좀 도와주라.”

“도와달라고? 뭘?”

“너 혹시 여기 올라오다 밑에 있는 작은 마을 못 봤어?”

“봤지.”

난 방금 전 지나온 마을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그 마을 놈들 좀 다른 데 가서 살라고 해줘. 내가 그놈들 때문에 시끄러워서 살 수가 없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알아들을 수 있게 제대로 말해봐!”

그녀는 내게 그간에 있었던 일을 말했다.

그들과 카린이 처음 만난 건 두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뭔가를 피해 도망치던 그들을 구경하던 카린은 심심해서 그들을 구해줬다.

다른 의도는 없었다.

그냥 심심해서 도와준 것뿐이다.

근데 그게 화근이었다.

그때부터 그들은 백두산 아래에 자리를 잡고는 자신들을 보호해달라고 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다 들은 난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거야 그냥 무시하면 되잖아.”

“근데 그게….”

“왜? 다른 이유가 있는 거야?”

“그놈들이 날 신으로 모시잖아!”

“신? 널?”

그녀는 약간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렇다니까. 근데 날 신으로 믿고 날 향해 기도하는 그놈들을 보니까 기분이 좋더라구….”

난 그녀를 어이없는 표정으로 한동안 바라보다 말했다.

“그럼 네가 직접 다른 곳으로 이주하라고 하면 되잖아!”

“근데 난 백두산 주변을 벗어날 수가 없잖아. 그래서 그놈들이 여길 벗어나면 위협으로부터 지켜줄 수가 없어. 그러니까….”

거기까지 들은 난 그녀가 뭘 부탁하는 건지를 명확히 파악했다.

“그러니까 네 말은 나보고 마을 사람들을 위협하는 놈들을 처리하라는 말이지? 그다음 여기서 좀 벗어난 곳으로 마을을 이주시키라는 거고…. 맞지?”

“정확해! 해줄 수 있지?”

그녀는 내가 완벽히 자신의 의도를 파악하자 기대 가득한 눈으로 날 바라봤다.

난 망설이지 않고 그녀에게 대답했다.

“좋아. 들어줄게.”

“정말이지? 역시. 친구가 최고라니까! 하하하.”

좋아하는 그녀를 보며 난 웃으며 말했다.

“대신 너도 부탁 하나만 들어줘.”

“부탁?”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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