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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121화 (121/196)

121화

우릴 향해 소리친 사람은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었다.

외모는 동양인 같기도 하고 서양인 같기도 해서 어디 출신인지 정확히 알기 어려웠다.

복장은 몸에 달라붙는 반팔 티셔츠에 멜빵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어느 나라 말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아이즈로 대화를 알아들을 수 있다는 건 지구에서 왔다는 건데…. 여기 와서 처음 대화가 통화는 상대니 일단 말이라도 나눠보자.

난 호랑이 같은 눈을 하고 우릴 노려보는 노인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죄송합니다. 너무 배가 고파서 그만….”

하지만 그 노인은 내 사과는 귀에 들리지도 않는지 갑자기 마구 화를 냈다.

“이번엔 무슨 수작인지 모르지만 절대 안 속아! 다 죽여 버리겠어!”

의미 모를 소리를 외치더니 갑자기 그의 몸 주위로 수십 개의 얼음창이 나타났다.

난 급히 조한희 앞을 가로막았고 수십 개의 얼음창은 모두 내 몸에 날아와 박혔다.

투두두둑.

- 아이스 스피어의 냉기가 몸 안으로 침투합니다.

“하아아아.”

입에서 입김이 나올 정도로 몸의 체온이 급격히 떨어졌다.

하지만 그사이에도 노인의 공격은 계속됐다.

내가 아이스 스피어를 견뎌내자 이번엔 거대한 얼음창을 만들어 공격했다.

콰직.

- 자이언트 아이스 스피어의 냉기가 몸 안으로 침투합니다.

침투한 냉기로 인해 점점 몸을 움직이기가 힘들어졌다.

난 즉시 초열의 불꽃을 일으켜 몸 안의 냉기에 저항했다.

화륵.

초열의 불꽃은 몸 안의 냉기를 즉각 날려버렸다.

그걸 본 노인은 깜짝 놀라며 뒤로 황급히 물러났다.

그러나 전투 의지가 사라지거나 하진 않았다.

오히려 그는 전투 의지를 더욱 불태우며 이글거리는 눈으로 날 바라봤다.

“이번엔 제대로 준비한 모양이군. 그래도 결과는 똑같을 거야! 언제나 그랬듯…!”

그리고는 두 팔을 하늘 위로 높이 들어 올렸다.

그러자 두 팔 사이로 맹렬히 회전하는 축구공만 한 냉기 덩어리가 만들어졌다.

냉기 덩어리는 마치 블랙홀처럼 주변의 모든 걸 빨아들여서는 얼려버렸다.

저건 꼭 헬파이어 얼음 버전 같이 생겼네.

“이번엔 조금 힘들 거다. 아이스홀!”

축구공만 한 아이스홀이 주변의 모든 걸 얼려버리며 엄청난 기세로 날아왔다.

하지만 내겐 모든 걸 태워버리는 초열의 불꽃이 있다.

난 손을 앞으로 내밀며 맹렬한 기세로 날아오는 아이스홀을 막았다.

그리고 아이스홀이 손에 닿기 직전 초열의 불꽃을 일으켰다.

치이이익.

극한의 열기와 냉기가 만나자 엄청난 수증기를 만들어냈다.

아이스홀은 블랙홀처럼 내 초열의 열기를 빨아들였지만 곧 힘을 잃고 소멸했다.

“어, 어떻게…. 그걸!”

노인은 너무 놀랐는지 말까지 더듬거렸다.

“대단한데요. 이 정도 수준의 얼음마법은 처음 봐요!”

난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감탄을 했다.

보통 화염마법은 얼음마법보다 강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만난 마법을 쓰는 적들은 모두 화염마법만 사용했다.

하지만 노인을 보고나서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얼음마법도 화염마법 못지않게 강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는 내가 자기 마법을 칭찬하자 기분이 좋은지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방금 전까지 날 죽이기 위해 마법을 쓰던 노인과는 전혀 다른 사람인 것 같았다.

“그럼요. 제가 지금까지 경험해 본 얼음마법 중에 최고였어요. 헬파이어랑 맞붙어도 이기겠던데요!”

“허허. 그 정도던가? 허허허허.”

그는 기분이 좋은지 너털웃음까지 터트리며 아이처럼 좋아했다.

어느 정도 그의 기분이 풀린 듯하자 슬그머니 그에게 물어봤다.

“여긴 대체 뭐 하는 곳이죠?”

내 물음에 노인은 웃음을 멈추고 다시 한번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날 바라봤다.

“너희 설마 아직도 참가자 자격인 거야?!”

“네, 그런데요. 그게 뭐 문제라도 있나요?”

하지만 그는 질문엔 대답하지 않고 혼자서 계속 중얼거렸다.

“하긴…. 저 정도 실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내 아이스홀까지 막아낸 실력이니, 암…. 그렇고말고….”

난 혼자 중얼거리는 그를 재촉하지 않고 가만히 쳐다봤다.

괜히 재촉해서 또다시 흥분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시 제정신은 아닌 거 같네. 그래도 현재로선 유일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니 참아야지!

한동안 중얼거리던 노인이 생각이 정리됐는지 이번엔 내게 질문을 했다.

“근데 자네도 러시아 사람인 건가? 아니야…. 아이즈를 통해 통역돼서 들리는 걸 보니 그건 아닌 것 같고.”

노인은 질문하다 말고 또다시 혼자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 노인의 그런 정신 나간 행동보다 그가 한 말에 깜짝 놀랐다.

러시아라고? 그럼 저 노인이 러시아 사람이란 말이야?

갑자기 튀어나온 러시아란 이름에 당황한 건 조한희도 마찬가지였다.

“태준 씨. 저 분이 러시아 사람이란 말이에요? 러시아 사람이 왜 여기 있는 거죠?”

“그건 직접 물어보면 되지.”

난 곧바로 혼자서 중얼거리는 노인에게 조심스레 질문했다.

“어르신 말씀이 맞습니다. 저흰 러시아 사람이 아니고 한국 사람입니다.”

“한국?”

한국이란 말에 노인의 몸이 움찔거렸다.

“네. 한국을 아십니까?”

“알지. 너무나 잘 알지. 우리 어머니가 한국분이셨으니까.”

“네? 어머니가 한국 분이셨다구요?”

그때부터 한참 동안이나 노인은 자신의 옛날얘기를 했다.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러일 전쟁이 있기 전에 한국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첫눈에 반했고 연애하던 중에 러일 전쟁이 터졌다.

하지만 러일 전쟁에서 러시아가 패배했기 때문에 그의 부모님은 러시아에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서 살았고 거기서 그를 낳았다고 했다.

그 후에도 자신의 어릴 적 얘기를 계속했는데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 각별한 모양이었다.

“아! 그럼 우린 동포나 마찬가지네요. 그렇죠?”

능청스런 내 물음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우린 동포지. 암. 그렇고말고.”

“이런 곳에서 동포를 만나다니 정말 반갑습니다!”

난 한껏 과장된 몸짓과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가 포옹을 했다.

그도 웃으며 날 꽉 껴안았다.

잠시 후 그는 조한희에게도 다가가 포옹을 하려 했다.

그 모습에 그녀는 움찔 놀라긴 했지만 곧 노인을 따뜻하게 안아줬다.

노인은 그녀의 품에서 한참을 안겨 있다가 갑자기 훌쩍 거리기 시작했다.

“흑… 흑….”

갑작스런 노인의 행동에 조한희는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어, 어르신. 갑자기 왜 그러세요?!”

조한희의 물음에 노인은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닦지도 않은 채 그녀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엄마. 으아앙….”

“어, 엄마?”

“엄마?!”

이건 또 뭔 개소리야?!

노인의 행동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조한희를 보고 엄마라니?!

그러나 노인은 계속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된 얼굴로 조한희의 품에 얼굴을 묻고 엄마를 외치고 있었다.

처음엔 당황했던 조한희도 노인의 등을 토닥이며 그를 진정시켰다.

“괜찮아요. 진정하세요. 괜찮아요.”

그녀의 위로 때문일까?

노인의 흐느낌이 서서히 멈췄다.

잠시 후 노인은 울음을 완전히 멈췄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의 품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저기 어르신…. 무슨 일이시죠?”

하지만 노인은 내 물음엔 아무 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번엔 조한희가 나섰다.

“어르신. 무슨 일이신지 말씀해주시겠어요?”

그제야 노인은 고개를 들어 조한희를 바라봤다.

“엄마 냄새가 나. 엄마 냄새가….”

그리곤 다시 노인은 조한희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이게 무슨 개 같은 상황인 거지?! 그냥 미친 게 아니라 완전히 미쳤잖아!

그 사이 노인은 다시 진정됐는지 고개를 들어 조한희를 바라봤다.

“엄마가 환생한 거야. 그런 게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똑같은 냄새가 날 리가 없어! 엄마아~”

난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조한희를 향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냥 가자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녀는 따뜻한 표정으로 노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정말 엄마처럼 느껴지나요?”

“응. 엄마가 환생한 게 확실해. 수많은 여자를 만났지만 엄마 냄새가 나는 사람은 처음이야!”

“그럼 편하게 엄마라고 불러도 돼요. 저도 편하게 부를 테니까. 괜찮지?”

그는 조한희가 자신의 말을 믿는다는 생각에 한껏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응. 엄마도 내 말 믿어주는 거지?”

“그래.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보렴.”

조한희의 말에 노인은 편안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난 라시나의 고위 간부였어.”

“라시나라고? 잠깐! 라시나도 길드 연합처럼 정규 모임이 있는 거야?”

내 물음에 노인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당연하지. 오히려 우리 라시나가 길드 연합 따위보다 훨씬 단단히 뭉쳐 있지. 우린 패배를 통해 더욱 단단해졌으니까!”

그의 표정은 조한희를 볼 때와 완전히 다른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마치 라이벌을 보는 듯 눈빛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난 그걸 보고 욱했지만 일단은 참았다.

겨우 입을 열게 했는데 다시 이상한 행동을 하면 안 되니까!

난 그의 말에 대신 질문하라는 식으로 조한희를 바라봤다.

왠지 내가 질문하면 계속 저런 식으로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내 의중을 알아채고는 바로 노인에게 물었다.

“그럼 라시나에 속한 길드들도 정규 모임이 있는 거니?”

“네. 라시나는 한 달에 한 번 정규 모임을 열어요. 그리고 거기서 여러 안건들을 처리하죠.”

노인은 내가 물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표정과 말투로 조한희에게 말했다.

“근데 넌 왜 여기 있는 거니?”

“그건 월야 길드 그 개새끼들 때문에 그래요! 아차! 엄마, 욕해서 죄송해요.”

그는 욕을 하고는 혼날까 봐 조한희의 눈치를 봤다.

영락없는 어린아이의 모습이었다.

“괜찮아. 그보다 월야 길드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한 거지?”

조한희가 괜찮다고 하자, 그는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다시 말을 이었다.

“라시나 정규 회의에서 월야 길드가 하려는 일을 제가 반대했거든요.”

“그래? 무슨 일인데?”

“그놈들이 한국에 실험실을 세워서 절대자를 소환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엄마의 고향인 한국이 절대자에 의해 박살나는 꼴은 못 본다고 반대했어요. 차라리 일본에 실험실을 차리자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죠.”

그러면서 그는 조한희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봤다.

마치 잘한 일을 칭찬받으려는 아이처럼 말이다.

조한희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을 했다.

“우리 아들이 잘했네. 근데 넌 왜 여기로 온 거지?”

“월야 길드에서 날 제거하려 했어요. 근데 내가 라시나에서 가진 세력이 제법 되거든요. 그리고 실력도 제법 좋구요. 그러다 보니 힘으로 제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는지 함정을 팠어요.”

“함정?”

“네. 라임 길드에 마법진을 사용할 수 있는 놈이 있는데 그놈이 역소환 마법진을 이용해 날 여기로 보내버린 거예요!”

역시! 저 사람도 역소환 마법진으로 넘어온 거구나.

난 대충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많이 놀라진 않았다.

“그럼 여기 온 지는 얼마나 된 거니?”

“정확히 세보진 않았지만 대충 5년 정도 된 것 같은데….”

“5년?!”

“5년이라고?!”

조한희와 나는 동시에 놀라서 소릴 질렀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대격변이 일어나고 라시나가 생긴 지 이제 겨우 1년 정도인데 5년이라고? 이게 말이 돼?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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