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화
우리가 제보한 사진과 내용은 즉시 속보로 각 언론사에서 보도됐다.
대한 그룹에서 그걸 막기 위해 압력을 사용하려 했지만 회사에서 즉각 나서서 그것들을 차단했다.
대한 그룹이 대단하긴 하지만 그들은 지는 태양이고, 우린 뜨는 태양이다.
대부분이 대한 그룹의 압박을 무시하고 기사를 그대로 내보냈다.
그와 동시에 스타클래스에 대한 압수수색이 시작됐다.
이것 역시 우리가 압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기사 때문인지 대한 그룹의 주가는 폭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한희는 폭락하는 대한 그룹의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
이미 상당한 주식을 보유한 상태였는데 이번 일로 대한 그룹에 있는 총 지분이 40퍼센트를 넘어섰다.
대한 그룹에선 즉각 자신들은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속속 스타클래스와 대한 그룹이 연관이 있다는 증거들이 나왔다.
연일 신문과 뉴스에서는 이에 대한 기사를 특종으로 다뤘다.
그사이 엽기적인 행각을 벌인 배우 한아름은 피해자로 탈바꿈했다.
모든 것이 대한 그룹에서 벌인 일이라고 이야기를 만들어 퍼트린 것이다.
그건 진실이 아니었지만 이미 대중들에게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불안한 현실을 잠시라도 잊게 해줄 가십거리가 필요할 뿐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재밌는 일이 일어났다.
일부 일반인들이 대한 그룹을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일반인들을 각성자로 만들려고 한 대한 그룹의 행위가 인류의 진화를 위한 거대한 초석이라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미친 논리지만 의외로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로 인해 대중은 대한 그룹을 옹호하는 쪽과 심판하자는 쪽으로 나뉘어 연일 싸워댔다.
그때 이 모든 걸 뒤덮을만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 대한 그룹이 라시나와 손을 잡았다. 그리고 대한 그룹의 대표 조양호는 자신의 형을 죽이고 회사를 차지한 파렴치한이다.
대중들은 라시나의 힘의 논리에 크게 데인 적이 있기 때문에 여론은 다시 대한 그룹 심판론 쪽으로 확연히 기울었다.
거기다 그룹의 대표가 저지른 반인륜적 행위는 대중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사무실에서 같이 티비 뉴스를 보고 있던 나는 조한희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이제 비련의 주인공이 나서야 할 때네. 어때? 준비됐어?”
내 질문에 조한희는 더없이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이미 10년을 넘게 준비한 일이야. 준비는 진작 끝났어! 그럼 대한 그룹을 박살 내러 가볼까!”
나는 조한희와 함께 피앤씨 컴퍼니를 나왔다.
회사 입구에는 수많은 기자들이 조한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기자들 앞에 서서 잠시 분위기가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장내가 조용해지자 입을 뗐다.
“저는 대한 그룹 조양호 회장의 형인 조유신의 딸 조한희라고 합니다….”
이후 이어진 그녀의 스토리는 대한 그룹의 심판론으로 흐르는 분위기에 쐐기를 박았다.
담담한 그녀의 목소리가 오히려 그녀의 이야기를 더욱 진실 되어 보이게 했다.
그녀의 스토리는 연일 특종으로 보도가 됐다.
일각에선 복수를 위해 모든 걸 바친 독한년이란 비난도 있었지만 두 눈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피앤씨 컴퍼니라는 거대 회사를 세운 그녀의 스토리는 대부분의 대중들에게 감동을 줬다.
그녀의 기자회견 후 며칠 뒤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대한 그룹 회장인 조양호의 전화였다.
그는 조한희에게 은밀히 만날 것을 제안했고 그녀는 그 제안에 응했다.
그리고 드디어 양평 인근의 별장에서 조양호와 조한희가 만났다.
물론 그 자리엔 나도 같이 갔다.
화려한 별장에 들어가 거실에 앉아 있자 잠시 후 조양호가 2층에서 내려왔다.
그리곤 나를 한 번 힐끔 본 후 조한희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한희야. 정말 오랜만이구나. 그 꼬마 공주님이 이렇게 크다니! 밖에서 보면 몰라보겠구나!”
하지만 조한희는 싸늘한 목소리로 냉정하게 말했다.
“가식적인 인사는 그만하고 본론부터 얘기하죠. 절 왜 부른 거죠?”
하지만 그는 그녀의 그런 태도쯤은 예상했는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진하게 미소를 지었다.
“네가 나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듯해서 얘길 하기 위해 불렀다. 근데 개인적인 가족 얘기에 외부인이 끼는 건 그런데….”
그러면서 그는 내가 있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표현했다.
하지만 조한희는 냉기를 풀풀 풍기며 냉정하게 말했다.
“내겐 이 사람이 더 가족같은 사람이에요. 인간 같지도 않은 당신보다 더!”
그 말에는 조양호도 약간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바로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알겠다. 네가 그렇게까지 얘기한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럼 앉아서 얘기할까?”
잠시 후 비서로 보이는 이가 차를 준비해서 가지고 왔다.
“긴 얘기가 될 테니 차라도 마시면서 이야기하자꾸나.”
난 향긋한 차가 담겨 있는 찻잔을 들고는 여유있게 향을 한번 음미한 다음 한 모금 마셨다.
- 보툴리눔 톡신을 섭취했습니다. 하지만 독에 대한 내성으로 인해 100퍼센트 저항합니다.
그 메시지를 보고는 빙그레 웃었다.
만약 내가 라우라를 만나기 전이었다면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수도 있다.
보툴리눔 톡신은 보톡스 주사에 쓰이는 재료인데 세상에서 가장 강한 독이라고 알려져 있다.
예전에 호기심이 생겨 세상에서 가장 강한 독에 대해 찾다가 보톡스 주사에 쓰이는 성분이 가장 강한 독이라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었다.
그래. 이렇게 더럽게 나와 주셔야지. 또 어떤 게 준비돼 있는지 볼까!
그동안 초월적인 힘을 가진 강자들과만 싸우다 보니 이런 식의 공격이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난 즉시 조한희를 바라봤다.
다행히 그녀는 아직 차를 마시지 않은 상태였다.
그걸 보고는 내가 마시고 있던 차를 한입에 다 털어 넣은 다음 그녀의 찻잔에까지 손을 댔다.
“한희야. 내가 목이 너무 말라서 그런데 이것도 좀 마실 수 있을까?”
조한희는 내 돌발행동에 살짝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난 목 안 마르니까 다 마셔도 돼.”
난 그녀의 잔에 담긴 차까지도 단숨에 들이켰다.
그러나 이번엔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는 걸로 봐서 독은 내 차에만 넣어둔 모양이었다.
난 차를 다 마신 후 조양호의 표정을 살폈다.
하지만 그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한희야. 뭔가 오해를 하는 모양인데 형은 내가 죽인 게 아니란다. 그건 사고였잖니. 교통사고.”
그러나 그에 대해 조한희는 대답 대신 준비해간 서류를 건넸다.
서류 안에는 몇 장의 사진과 보고서가 들어있었는데 그걸 본 조양호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너 이걸 어디서…?”
“그건 알 거 없고 이제 추하니까 그만 인정하는 게 어때요?”
그 말에 그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서류만 쳐다봤다.
그러다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이거 한 방 먹었는걸! 애송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제법이야. 하하하.”
“그 말은 우리 부모님 죽인 걸 인정한다는 말인가요?”
“너 말대로 이 정도 증거까지 있는데 인정을 안 하면 추하지 않겠니?”
“흥! 우리 부모님은 대체 왜 죽인 거죠?”
조한희의 질문에 그는 또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왜 죽였냐고? 그야 방해가 되니까 죽였지. 고작 2년 먼저 태어났단 이유로 나보다 더 많은 걸 가진 걸 어떻게 참으란 거지? 나보다 능력도 떨어지는데 말이야.”
조양호의 말에 조한희는 말문이 막혔는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러다 곧 그녀의 표정은 분노로 바뀌었다.
그리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조양호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도저히 말로 해서는 안 될 사람이군요!”
하지만 그는 빙그레 웃으며 오히려 그녀를 더 도발했다.
“말로 안 하면 어떻게 할 생각이지? 설마 날 죽이기라도 할 셈이냐?”
“못할 것도 없죠.”
조한희는 분노로 인해 상황 판단이 잘 안 되는 듯싶었지만 난 그의 행동에서 뭔가 이상함을 눈치챘다.
내 능력을 모르는 바가 아닐 텐데 왜 저렇게 침착한 거지? 분명 뭔가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뭘까?
난 일단 조한희를 진정시켰다.
“한희야, 잠깐만 진정해봐. 저 새끼 하는 행동을 보니 뭔가 숨겨둔 수가 있는 것 같아.”
내 말에 그녀는 억지로 마음을 진정시키고 자리에 다시 앉았다.
이번엔 내가 그에게 물었다.
“우리 시간 끌지 말고 뭔가 할 거면 어서 시작하자고. 너도 내 능력 알 텐데 굳이 이런 곳으로 데리고 온 걸 보면 뭔가 준비했단 거잖아! 안 그래?”
그는 내 말에 또 한 번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 그렇지. 피차 바쁜 사람들이니 길게 끌어서 좋을 건 없지. 내가 준비한 패는 바로 이거지.”
말을 하며 그가 손을 들어 올리자 우리가 앉아있던 자리가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이건 뭐지? 진법은 아닌 것 같은데….
“하하하. 표정을 보아하니 이건 처음 보는 것 같군. 나도 이번에 처음 본 건데 다들 그걸 마법진이라고 부르더군.”
“마법진?!”
그 말을 들은 난 깜짝 놀랐다.
그는 내 놀란 표정을 보고는 기분이 좋은지 계속 웃음을 흘렸다.
“그래. 바로 그런 표정이야. 내 앞에선 그런 표정을 지어야지. 놀라고 당황하고 불쌍하고 비굴한 표정 말이야. 하하하하하.”
마법진이라…. 들어본 적은 있는데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네. 이걸 내 힘으로 깰 수 있을까?
마법진은 마법과는 다르다.
마법은 각성자들 사이에서 원소 감응력이 뛰어난 이들이 희박한 확률로 사용을 하게 된다.
하지만 마법진은 그렇게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걸 넘어서 그걸 완벽히 이해하고 재배치 할 수 있는 단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마법진을 사용할 수 있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만약 제대로 된 마법진을 사용할 수 있는 이가 있다면 그 위력은 진법의 수배에서 수십 배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일단 무슨 종류의 마법진인지부터 파악하는 게 중요하겠어.
그는 내 생각을 읽었는지 웃으며 말했다.
“하하. 무슨 마법진인지 파악하려는 건가? 그거라면 내가 알려주지.”
“그래? 무슨 마법진이지?”
“혹시 역소환 마법진이라고 들어봤나?”
“역소환 마법진?”
처음 듣는 이름이지만 듣자마자 그게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설마… 너?!”
“하하하. 내가 너 같은 괴물과 직접 상대할 바보로 보이나? 그럼 잘 가라구!”
“태, 태준 씨! 저게 대체 무슨 말이에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죠?”
조한희가 약간 겁에 질린 표정으로 내 팔을 붙잡았다.
“젠장! 아무래도 함정에 빠진 것 같아. 역소환 마법진이란 걸 보니까 우리가 다른 곳으로 소환되는 것 같은데….”
그때 발아래에서 다시 한번 환한 빛이 터져 나오며 눈앞이 새하얘졌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나와 조한희는 난생처음 보는 장소에 서 있었다.
“여긴 대체 어디지?!”
나 혼자 방어력 무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