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화
테세우스를 보자마자 난 반가운 마음에 급히 소리쳤다.
“테세우스!!”
그는 내 목소리를 듣고는 날 바라봤다.
그리곤 내 상태가 좋지 않은 걸 알고 급히 달려왔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상태가 왜 이래?”
난 그를 향해 힘겹게 웃으며 말했다.
“독 때문에 그러니까 저놈 좀 대신 상대해 줄 수 있을까? 그사이 이건 내가 어떻게든 해볼 테니까.”
내 말에 그는 고개를 돌려 라우라를 바라봤다.
라우라는 테세우스가 나오는 순간 그가 절대자급 강자임을 알아챘다.
그래서 긴장된 모습으로 테세우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테세우스는 라우라를 보고 엄청난 살기를 터트렸다.
“네가 내 친구를 이렇게 만든 건가?”
“그렇다면?”
“그럼 죽어야지!”
그때부터 테세우스와 라우라의 대결이 시작됐다.
난 라우라의 맹독을 몰아내는 데만 집중했다.
이미 라우라의 맹독은 내 전신을 뒤덮고 있었다.
난 즉시 초열의 불꽃으로 맹독을 태우기 위해 시도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독이 아닌지 초열의 불꽃으로도 태울 수 없었다.
상황이 이쯤 되자 마음이 상당히 조급해졌다.
이제 어쩌지? 무슨 방법이 없을까?!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해 보던 중 초열의 불꽃으로 맹독을 태워 없앨 수는 없지만 한곳으로 몰 수 있단 걸 알게 됐다.
그걸 확인하자마자 난 즉시 맹독들을 몰아서 외부로 배출하려고 했다.
하지만 외부로의 배출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일단 몸 안에 있는 모든 맹독을 단전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결국 모든 맹독들이 단전에 모였다.
이상한 일은 그때 일어났다.
단전에 모인 맹독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내공을 녹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걸 막기 위해 초열의 불꽃이 맹렬히 저항을 했다.
단전에 있는 초열의 불꽃을 머금은 내공과 맹독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맹렬히 싸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엔 엄청난 고통이 수반됐다.
그건 아까 맹독에 의한 고통보다 몇 배는 더 고통스러웠다.
“끄으으윽.”
참으려고 했지만 신음소리가 입술을 비집고 새어 나왔다.
정신을 잃을 것처럼 고통스러웠지만 초인적인 정신력을 발휘해 버텼다.
그사이 맹렬히 대립하던 두 기운은 서서히 초열의 불꽃을 머금은 내공이 우세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내공은 천천히 맹독의 기운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흡수하는 게 아니고 맹독이 가지고 있는 순수한 기운만 흡수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는 모르지만 일단 거기까지 일이 진행되자 난 급히 자세를 취하고 천의심법을 사용하며 명상에 들어갔다.
그 상태로 시간이 조금 더 흐르자 초열의 불꽃을 흡수했을 때처럼 맹독의 기운이 내공에 완전히 흡수가 됐다.
이제는 고통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몸 안에 남아있는 맹독의 찌꺼기 때문에 불쾌할 뿐이다.
하지만 아까와 달리 그 찌꺼기는 몸 밖으로 배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난 즉시 남아있는 맹독 찌꺼기를 한데 모아 토해냈다.
“우웩!”
입을 통해 검고 찐득한 뭔가가 밖으로 나왔다.
“퉤퉷!”
난 입안에 남아있는 잔여물까지 모두 뱉었다.
그때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 라우라의 맹독을 흡수했습니다. 라우라의 맹독은 세상에 존재하는 독 중 가장 강력한 맹독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독에 대한 내성이 100퍼센트가 되었습니다.
헐. 독 내성이 100퍼센트라고? 그럼 이제 독에 대해선 완전한 저항이 생긴 건가?
생각지도 못한 기연에 난 함박웃음을 지었다.
변한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몸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 막혀 있던 뭔가가 뚫린 느낌이었다.
시도해봐야 알겠지만 이제는 그동안 중간에 막혀서 사용하지 못했던 천의권 7장인 검무도 사용가능할 것 같았다.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셈인가! 이제 조금만 더 강해지면 절대자들과도 비벼볼 만하겠어!
그제야 난 시선을 돌려 테세우스와 라우라가 싸우는 걸 바라봤다.
그들의 싸움은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었다.
둘의 힘은 비슷했지만 라우라의 육체가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 서서히 갈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잠시 후 테세우스의 일격을 막은 라우라의 몸이 환한 빛과 함께 터져버렸다.
[아쉽구나. 말살자의 조각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그 말을 끝으로 라우라의 기운이 완전히 사라졌다.
아마 육신이 사라지자 자신의 차원으로 영혼이 강제로 소환된 듯했다.
난 전투 후 검을 닦는 테세우스에게 걸어갔다.
“고맙다. 친구야.”
그제야 그는 날 돌아보며 웃었다. “고맙긴. 당연한 거지. 덕분에 이렇게 다른 세상도 구경하고 좋네. 그보다 어째 예전보다 실력이 더 는 것 같은데?”
“그냥 조금. 그보다 넌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바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거야?”
“아마도. 내가 이곳에 있는 것 자체가 이 세상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일일 테니까!”
아니나 다를까 나에 대한 위협이 사라졌기 때문인지 그 옆에 새로운 포탈이 나타났다.
“그럼 또 볼 수 있는 거야?”
“친구가 위험하다면!”
“만약 나에 대한 위협이 지속된다면 네가 이 세상에 머물 수 있는 시간도 더 길어지겠네. 맞지?”
“그렇지. 친구에 대한 위협이 사라질 때까지 도와주는 게 신들과의 약속이니까!”
“알겠어. 다음엔 좀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볼게. 오늘 고마웠어.”
그는 내 말에 환하게 미소를 짓고는 미련없이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저렇게 좋은 전력을 이렇게 보내자니 너무 아쉬운 걸…. 다음에는 어떻게든 길게 잡아놔야겠어!
얼추 정리가 되자 난 주변을 둘러봤다.
역시나 예상대로 테세우스와 라우라의 격돌 때문에 주위는 온통 난장판이었다.
그리고 미처 피하지 못한 사람들의 신음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하지만 상황이 진정되자 곳곳에 숨어있던 시민들이 나와서 사람들을 구조하기 시작했다.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 거로 봐서 구조대로 출동한 듯싶다.
그것까지 확인하자 난 곧바로 D&D캡스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건물 앞에 서서 기감을 확장하자 아직도 많은 이들이 싸우고 있는 게 느껴졌다.
난 즉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1층 로비는 치열하게 싸우는 각성자들로 완전 난장판이었다.
아무래도 건물 안에 있던 이들은 융합을 통해 강화된 각성자들이기 때문에 길드연합에서도 그들을 제압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난 곧바로 그들 사이로 뛰어들어 초열의 불꽃으로 적들을 태워버렸다.
순식간에 몇몇 융합된 각성자들이 재가 되어 사라졌다.
그걸 보곤 남아있던 적들이 일제히 날 향해 달려들었다.
“직접 와주면 너무 고맙지.”
난 가만히 서서 그들이 모두 달라붙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모두 달라붙은 걸 확인한 후 초열의 불꽃을 폭발시켰다.
화르륵.
순식간에 내게 붙어 있던 적들이 재가 되어 사라졌다.
난 몸에 묻은 재를 털어내다가 따가운 시선을 느끼고 주위를 둘러봤다.
거기 있던 길드 연합의 각성자들이 모두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 모두의 눈은 경악을 넘어 경외의 빛마저 담겨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한참을 상대한 던 적들을 일격에 없애버렸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때 누군가 내게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
“혹시 박태준 씨 됩니까?”
말을 건넨 사람은 5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였는데 곳곳에 상처를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귀티나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정기범 아빠구나!
정기범이 엄마를 많이 닮은 건지 외모가 많이 비슷하진 않았지만 풍기는 분위기가 너무나 흡사했다.
“네. 제가 박태준입니다. 혹시 정기범 아버지 되시나요?”
그는 내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맞습니다. 기범이 아빠인 정태수라고 합니다. 근데 어떻게 아셨죠? 제가 말하기 전까지 절 기범이 아빠라고 알아본 사람은 박태준 씨가 처음이네요.”
“그런가요?”
“저랑 기범이가 아무래도 많이 다르게 생기다 보니 다들 못 알아보더라구요. 근데 태준 씨는 어떻게 아신 거죠?”
“풍기는 분위기가 완전 판박이던데요. 그나저나 혹시 미르길드를 대표해서 오신 건가요?”
내 질문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라면 길드장님께서 직접 오셔야 하지만 마침 오늘 한국에 계시지 않아서 급한대로 제가 왔습니다.”
그리고 몇 사람을 불러서 내게 인사시켰다.
다들 요즘 뜨고 있는 길드의 길드장이었다.
그들 모두는 날 경외심 가득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앞 다퉈 인사를 했다.
난 대충 인사를 받고는 정태수에게 말했다.
“이 건물 전부 샅샅이 수색하고 특이사항이 있으면 저한테 바로 연락주세요. 비밀 장소가 있을지도 모르니 샅샅이 조사해 주셔야 합니다. 저도 같이 도우면 좋은데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부탁 좀 드릴게요.”
그는 내 말에 손사래를 쳤다.
“그런 거라면 걱정 마시고 편하게 일 보셔도 됩니다. 연락처 알려주시면 특이 사항이 생기는 대로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난 그에게 연락처를 알려준 후 밖으로 나와 피앤씨 컴퍼니로 들어갔다.
월야 길드와 대한 그룹에서 나와 피앤씨 컴퍼니 사이의 관계를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와 관계가 있든 없든 그들은 우리 회사를 치기 위해 바로 옆 건물로 이사를 오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오히려 내 정체를 드러내는 게 회사가 더 안전해지는 길이다.
조한희가 있는 방으로 올라가자 마침 조한희가 방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날 보고는 반색하며 물었다.
“태준 씨! 이제 끝난 거야?”
“뭐 대충! 근데 바빠?”
“간단한 회의가 있는데 잠깐 미루지 뭐.”
그리곤 곧바로 비서를 통해 회의를 한 시간 후로 미뤘다.
난 조한희 사무실로 들어가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그간 있었던 이야기를 상세하게 말해줬다.
내 말을 모두 들은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게 정말이야? 그럼 그들이 실험을 통해서 절대자급 각성자를 만들려고 한 게 아니라 절대자를 직접 소환하려고 한 거네. 그 실험은 절대자를 담을 육체를 만드는 거였고.”
“그렇지.”
“그럼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어떻게 하긴! 일단 대한 그룹부터 쳐야지.”
“어떻게 할 건데?”
그녀는 내가 대한그룹부터 친다고 하자 급히 그 방법을 물어왔다.
난 대답 대신 그녀에게 스타클래스에서 찍은 사진을 전송했다.
사진을 본 그녀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설마 이게 그 실험체들이야?”
“그래. 완전 미친놈들이지.”
“이 사진을 나한테 보여줬단 건 이걸 대한 그룹이 한 일로 제보를 하자는 말이네.”
“그렇지. 일단 뒤흔드는 거야. 조금이라도 시간을 주면 증거를 싹 다 없앨 테니까 지금 아니면 시간이 없어.”
내 말에 그녀는 즉시 비서를 불러 몇 가지를 지시했다.
“지금 내가 보내는 사진과 메시지를 그대로 국내외 모든 언론사에 보내세요. 즉시 보내야 돼요. 급한 일이니까!”
그리곤 곧바로 간단한 메시지를 작성해 비서에게 전송했다.
그걸 받은 비서는 알겠다고 말한 후 즉시 밖으로 나갔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지 한 번 지켜볼까!”
나 혼자 방어력 무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