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방어력 무한-111화 (111/196)

111화

그로부터 며칠간 몽유도는 매우 바쁘게 돌아갔다.

츤츤이의 수련은 다음 날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무공 수련에 평생을 바친 무인들조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극한의 수련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들은 이런 수련법이 있다는 것에 기뻐했다.

수련받는 동안은 고통에 비명을 질렀지만 하루하루 강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기에 수련에 빠지거나 꾀를 부리는 사람은 없었다.

그건 원로원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츤츤이가 가진 무공에 대한 무한한 지식에 놀랐고 마음으로부터 그를 존경하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이제 츤츤이가 개라는 사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거기까지 본 나는 이제 내가 없어도 되겠다고 판단하고 츤츤이와 동료들, 몽유도의 대표들을 불러 떠나겠다고 말했다.

[이제 어디로 갈 거냐?]

“한아름을 한 번 뒤져봐야지.”

“주군 혼자 괜찮으시겠어요?”

김주안이 날 걱정하며 말했다.

그 말에 옆에 있던 츤츤이가 코웃음을 쳤다.

[흥. 걱정할 놈을 걱정해야지! 세상이 다 망해도 저놈은 살아남을 테니까 그런 걱정은 하지도 마라.]

하지만 여전히 김주안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에서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을 읽었기에 미소를 지었다.

“츤츤이 말대로 내 걱정은 할 필요 없어. 그보다 내일쯤이면 이작도에 대량의 식자재가 배송될 거야.”

“네? 식자재라뇨?”

김주안은 그게 무슨 말이냐는 얼굴로 날 바라봤다.

“있어 보니까 여기가 먹을 게 영 부실하더라고. 그래서 식자재를 이작도로 정기배송 시켜놨으니까 3일에 한 번씩 가지고 가면 될 거야. 수련도 힘들 텐데 먹는 거라도 잘 먹어야지. 안 그래?”

그녀는 내 배려에 감동을 했는지 눈시울이 약간 붉어져 있었다.

난 그 모습에 살짝 당황했다.

“뭘 이런 거로 울려고 그래. 사람 민망하게!”

내 말에 그녀는 급히 미소를 지으며 발뺌했다.

“호호호. 울다니요. 전 무인이에요. 고작 이런 거에 울 리가 없잖아요!”

하지만 그녀의 눈은 여전히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녀의 말에 난 웃으며 시선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아마 한동안 힘든 수련이 계속될 거야. 버틸 수 있지?”

“지금까지 버틴 게 억울해서라도 버텨야지.”

“맞아. 그동안 그 고통을 어떻게 버텨왔는데…! 만약 지금 포기하면 억울해서 죽지도 못할 거야!”

최우혁과 해진우가 앞 다퉈 자신 있는 얼굴로 말했다.

그런 그들을 보자 저절로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럼 좀 더 고생하고! 츤츤이는 나랑 잠깐 얘기 좀 하자.”

난 모여 있는 이들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서 츤츤이에게 말했다.

“수련이 다 끝나는 그룹부터 밖으로 보내줘. 어제 얘기한 것처럼 생각보다 시간이 많지 않을 수도 있어. 그러니까 빡세게 굴려서 합격진을 사용하면 최소한 지금의 나 정도는 상대할 수 있게 만들어줘! 해줄 수 있지?”

[흥! 쓸데없는 걱정을 다 하네. 그딴 걱정 말고 네 할 일이나 제대로 해.]

츤츤이가 툴툴거리며 말했지만 누구보다 확실하게 일 처리 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안심하고 몽유도를 떠났다.

이작도를 거쳐 인천항에 내렸다.

그러자 얼마 후 누군가 또다시 은밀히 따라붙는 게 느껴졌다.

부지런하기도 하지. 내가 보이자마자 따라붙네.

하지만 난 신경 쓰지 않고 럭키가 보내준 정보를 다시 한번 검토했다.

한아름이 소속된 소속사로 가보는 게 아무래도 좋겠지? 방송국은 보는 눈이 너무 많을 테니까! 집으로 가면 가장 좋은데 집 주소를 모른다라…. 럭키가 못 찾아낼 정도면 생각보다 보안이 엄청 철저한 모양이야.

집을 모르기 때문에 일단 한아름의 소속사로 가기로 결정했다.

럭키가 보내준 정보에는 한아름의 프로필과 소속사의 주소, 그리고 한아름의 최근 행적이 적혀 있었다.

한아름 동생은 한치현이라고 했는데 최근 반년간의 행적이 전혀 없다고 했다.

그럼 가볼까! 아! 그 전에 저놈부터 처리해야겠지?

한아름 소속사로 가는 게 알려지면 안 되기 때문에 난 따라붙은 이를 예전처럼 간단히 처리하고 감시카메라를 피해 서울로 향했다.

한아름의 소속사는 이태원에 있었다.

대격변 전의 이태원은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곳으로 유명했는데 지금은 스타클래스 소속사가 있는 곳으로 더 유명했다.

스타클래스는 한아름이 소속된 소속사로 한아름 외에도 다수의 유명 연예인을 배출하는 곳이다.

스타클래스는 이태원에 있던 호텔을 없애고 그 자리에 거대한 사옥을 지었는데 그 건물이 지금은 이태원의 랜드마크가 된 상태였다.

흠. 여기가 스타클래스 앞인가? 근데 무슨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거야?!

아마도 스타클래스 소속 연예인들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 같았다.

보는 눈이 많아서 방송국을 피했는데 여기 모인 사람도 만만치 않게 많았다.

저길 어떻게 들어가지?!

환영보를 사용해서 건물 안으로 접근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몰래 건물 안으로 들어가긴 어려워 보였다.

요즘 각성자들이 일으키는 범죄가 늘고 있어 덩달아 보안도 철저해졌기 때문이다.

일단 건물 안에 몇 명이나 있는지 볼까!

난 기감을 확장해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을 확인했다.

큰 건물이라 그런지 수십 명 이상의 사람들이 감지됐다.

휴. 많기도 해라. 그래도 각성자는 많지 않은 것 같네.

느껴진 기를 볼 때 각성자는 열 명 내외였다.

그중 대부분이 1층에 있는 거로 봐서 경비로 고용된 각성자인 모양이다.

그냥 밀어붙이기엔 보는 사람이 너무 많은데 어쩌지?! 한아름이 나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려 볼까?

하지만 이내 그 생각도 접었다.

스타클래스가 대형 기획사다 보니 수많은 연예인들이 차를 통해 들락날락했다.

그리고 연예인 차다 보니 차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누가 한아름인지 파악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물론 한아름이 각성자라고 했으니 기를 감지해 각성자를 찾아내면 되지만 요즘은 연예인 중에도 각성자가 많기 때문에 만난 적도 없는 한아름을 찾아내는 건 어려웠다.

젠장! 무턱대고 찾아오는 게 아니었어!!

그래도 왔으니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한참을 수많은 팬들 속에 뒤섞여 고민하고 있을 때 검은색 밴 한 대가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근데 그 안에서 익숙한 기가 느껴졌다.

어? 이 기는… 설마…?

그 순간 내 몸은 이미 그 자리에서 귀신처럼 사라졌다.

환영보를 사용한 것이다.

난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밴의 뒤를 사람들 눈을 피해 귀신처럼 따라붙었다.

주차장 입구에도 경비를 서는 각성자가 있기는 했지만 날 감지할 정도의 능력은 안 됐다.

잠시 후 주차된 밴의 문이 열리고 누군가 뒷자리에서 내렸다.

그 모습을 본 난 쾌재를 불렀다.

역시! 정기범이구나!

밴에서 내린 사람은 정기범이었다.

근데 밴에서 내린 사람은 정기범 혼자였다.

매니저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난 거리낌 없이 정기범 앞으로 걸어가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어이, 정기범. 오랜만이야!”

그는 누구냐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가 날 보고는 겁에 질려 뒷걸음질 쳤다.

“…어, 어!”

그때 운전석에서 내린 로드매니저가 나와 정기범 사이를 가로막았다.

“뭡니까?! 더 다가오시면 안 됩니다!”

“아아. 나 정기범이랑 잘 아는 사이야. 안 그래, 정기범?!”

내 말에 로드매니저는 정기범을 슬쩍 쳐다봤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친한 사이같아 보이진 않는지 즉시 어딘가로 연락을 취했다.

난 그걸 보자마자 그의 뒷덜미를 내리쳐서 기절시켰다.

그리곤 차 문을 열고 기절한 매니저를 앉힌 다음 정기범을 보고 웃었다.

“우리 잠깐 얘기 좀 할까!”

“무, 무슨 얘기?!”

“내가 너희 회사를 좀 구경하고 싶은데 안내해 줄 수 있어?”

그는 그게 무슨 소리냐는 얼굴로 날 쳐다봤다.

“그렇게 볼 거 없어. 진짜 너희 회사가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하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들여보내주기만 하면 돼.”

“그, 근데 회사는 등록된 직원 외에는 들어갈 수가 없는데….”

“출입카드 같은 게 필요한 거야?”

그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라면 저 사람 걸 잠깐 빌리면 되지 뭐.”

“근데 안면인식도 통과해야 되기 때문에 그것만 가지곤 어려워.”

“안면인식? 무슨 기획사에 안면인식 시스템까지 갖춰져 있어?!”

“그러니까 안 된다고 했잖아….”

그는 내가 역정을 내자 눈치를 보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예전에 나한테 당한 충격이 컸다고는 하지만 그는 필요 이상으로 겁을 먹고 있었다.

“야! 그렇게 겁 안 먹어도 돼. 누가 잡아먹냐!”

“그, 그래도 내가 어떻게 피앤씨 컴퍼니 대표한테 함부로 하겠어….”

“뭐? 너 내가 피앤씨 컴퍼니 대표인 건 어떻게 알았어?!”

그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이 나오자 깜짝 놀라며 눈을 부릅뜨고 그를 다그쳤다.

그는 돌변한 내 태도에 더욱 겁을 먹고는 두려움에 떨며 말했다.

“아, 아버지가… 말해줬… 는데….”

말을 들어보니 그는 아이즈에 있는 캡쳐 기능을 활용해 내 얼굴을 찍은 사진을 아버지께 보여줬다고 한다.

그리고 복수를 해달라고 했더니 정기범 아버지가 그를 향해 노발대발 화를 냈다.

그리곤 내가 피앤씨 컴퍼니 공동대표고 절대로 손을 대선 안 되는 강자 중 한 명이라고 말해주며 복수는 완전히 포기하라고 말해줬다는 것이다.

거기까지 들은 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길드장을 통해 나에 대한 정보를 들은 모양인데…. 이거 내 정보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새어 나갈 수도 있겠어…! 잘못하면 한희가 위험해 질 수도 있고…. 서둘러 이 일부터 정리해야겠어!

마음을 먹은 난 정기범을 보고 씨익하고 웃었다.

그는 내 웃음을 보고는 흠칫하고 놀라더니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왜, 왜 그런 웃음을?”

“안면인식까지 있다면 네가 좀 노력해줘야겠어.”

“무… 슨 노력?”

“너 진상이라고 소문 많이 났던데 오늘부터 매니저를 나로 바꿨다고 진상 부려 봐. 너 정도 연예인이면 회사에서도 함부로 못 할 테니까 괜찮지 않아?”

“하지만 그러면 내 이미지가….”

그 말에 난 헛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이미지? 너 죽을래? 할 거야, 말 거야?!”

서서히 내공을 끌어올리며 협박하듯 말하자 그는 급히 두려움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당장 가자.”

지금 일어난 일들은 감시카메라 사각지대에서 벌인 일이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알지 못했다.

난 정기범과 함께 회사로 들어갔다.

이 건물은 특이하게 지하에서 바로 위층까지 통하는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무조건 1층 로비로 올라와서 통과해야지만 회사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대체 연예인 기획사에서 왜 이렇게 보안을 철저하게 해 놓은 거지?! 우리 회사보다 보안이 더 철저한 거 같은데?

아닌 게 아니라 피앤씨 컴퍼니 본사보다 보안이 더 철저했다.

출입카드와 안면인식을 통과해도 또다시 검색대를 통과해야 했다.

거기다 정기범에게 들어보니 건물 내부로 들어가도 특정 층은 승인받지 못한 사람은 아예 들어가지도 못한다고 했다.

뭘 숨기고 있는 건지 어디 한번 보러 가볼까!

나 혼자 방어력 무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