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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109화 (109/196)

109화

다들 내 말에 놀랐지만 표정들은 제각각이었다.

떠난다는 내 말에 권세훈의 얼굴은 밝아졌고, 조제암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김주안과 심곡은 놀라긴 했지만 얼굴빛은 변하지 않았다.

역시 젊은층은 이곳을 나간다고 하니 좋아하는구나. 반면 나이가 좀 있는 무인들은 나가는 걸 싫어하고 말이야.

인당과 지당의 경우 실력으로 나뉘긴 하지만 아무래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나이가 많을수록 실력이 높기 때문에 지당이 인당보다 평균 연령이 높았다.

“자자. 놀라지들 말고 내 말을 잘 들어. 지금부터 내가 하는 얘긴 그대들만 알고 있어야 돼. 절대 다른 이들에게 말해선 안 돼. 그대들을 믿고 얘기해 주는 거니 절대로 다른 이에게 발설해선 안 돼!”

내가 신신당부하자 그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고는 난 마인이 이끄는 세력에 대해 설명을 했다.

그러면서 동물탈을 쓴 이들이 벌이는 일들도 다 말해줬다.

얼마 전에 절대자인 리치킹과 용탈을 쓴 이가 만난 일까지 듣고 나자 그들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그럼 주군이 원하는 건 그들을 막는 건가요?”

김주안이 날 부르는 호칭이 어느새 주군으로 바뀌어있었다.

난 그 소리가 듣기 좋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세상은 여러 절대자들 간의 팽팽한 힘의 줄다리기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어. 근데 만약 이 상황에서 절대자들 두 명만 힘을 합쳐도 균형이 바로 무너져 내릴 거야. 그렇게 된다면 인류는 멸망할 가능성이 커.”

모두 내가 왜 어떤 이유로 몽유도가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하는 건지 이해한 듯했다.

“근데 나가도 문제에요. 몽유도에 있는 인원들만 백 명이 넘어요. 이 사람들이 살 곳을 찾아야 하는데 현재 몽유도 재정상태가 그리 좋지 못한 편이라….”

재정 담당이라 그런지 그녀는 현실적인 문제부터 걱정했다.

“그런 거라면 전혀 걱정 안 해도 돼. 일단 모두가 밖으로 나가지는 않을 거야. 수련하기에 여기보다 좋은 곳은 없으니까. 어느 정도 수련이 끝난 인원들만 밖으로 나오게 될 거야. 그리고 그들이 머물 장소는 내가 따로 마련하도록 하지.”

“네? 장소를 따로 마련한다구요? 아무리 그래도 상당한 비용이 들 텐데 주군께 그런 부담을 드려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그녀는 미안한 마음에 말끝을 흐렸다.

그 모습에 난 웃으며 말했다.

“돈이라면 걱정 마. 차고 넘치니까.”

“네? 그게 무슨?”

내 말에 그녀뿐 아니라 다른 이들도 한껏 기대 가득한 얼굴로 날 바라봤다.

사실 그들은 쪼들리는 재정 때문에 풍족하게 음식을 먹지 못했다.

하지만 다들 몽유도를 위해서 불평없이 수련에 열중했다.

조제암과 김주안이 각성자 등급 측정소에서 일을 한 이유도 조금이나마 재정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였다.

근데 내가 돈이 차고 넘친다고 하니까 기대할 수밖에…!

“몽유도에 있더라도 피앤씨 컴퍼니는 들어봤지?”

“그럼요. 요즘 가장 잘 나가는 기업이잖아요.”

권세훈이 즉시 대답했다.

역시 젊어서 그런지 섬에 갇혀 있어도 밖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렇지. 그리고 내가 거기 대표야.”

“네?!”

“뭐라구요? 거기 대표는 여자로 알고 있는데…!”

권세훈과 김주안은 놀라서 대답했고, 심곡과 조제암은 무슨 얘기냐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우릴 바라봤다.

아무래도 그들은 세상 돌아가는 일에는 관심이 전혀 없는 듯했다.

“그렇지. 정확히는 공동 대표지. 하지만 아무래도 내 정체가 대외적으로 알려지면 활동하는데 제약이 있다 보니까 한희가 회사 일은 모두 관리하고 있어. 아! 한희는 나랑 같이 공동 대표를 맡은 사람이야. 조한이라고. 나중에 기회 되면 소개해줄게.”

“마, 맞아요. 피앤씨 대표가 조한희라고 했어요.”

권세훈은 내가 피앤씨 대표라는 사실에 완전히 흥분했다.

얼마나 흥분을 했는지 자기가 알고 있는 피앤씨 컴퍼니에 대한 얘기를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하지만 심곡은 그 모습을 보고는 얼굴을 찌푸렸다.

“무공을 수련하는 놈이 저렇게 세상일에 관심이 많아서야 앞으로 어쩌려고 저러는지…. 쯧쯧!”

“호호호. 그냥 두시죠. 아직 젊어서 그러는 거니. 어쨌든 앞으로 몽유도에 많은 변화가 있겠네요.”

김주안이 권세훈을 감싸자 그 모습이 더 못마땅한지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난 그 모습을 보곤 심곡에서 웃으며 말했다.

“무공 수련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내가 최고의 스승을 여기로 데리고 올 테니까.”

“네? 최고의 스승이라면 어떤?”

“흐흐흐. 보면 아마 깜짝 놀랄 거야. 지금 내가 제대로 붙어도 이길지 장담할 수 없을 정도의 실력자니까.”

그 말에 권세훈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주군 정도의 실력자가 여기로 온다구요? 그럼 와서 저희 무공을 지도해 주는 건가요?”

권세훈이 대표로 묻기는 했지만 다들 그 부분이 가장 궁금한 모양이었다.

나 정도의 실력자가 와서 무공을 지도해준다면 그야말로 기연을 얻는 것과 다를 바 없으니까 말이다.

“그래. 바로 연락을 취할 거니까 며칠 내로 여기로 올 거야. 대신 사정 때문에 모습이 좀 괴상하니까 이해해 달라구. 실력은 최고니까.”

그리곤 몇 마디 더 나눈 다음 헤어졌다.

김주안이 안내해 준 임시 숙소로 들어와서는 즉시 이철진에게 연락했다.

늦은 밤이긴 하지만 그는 즉시 전화를 받았다.

[어? 사형이 이 야밤에 웬일로 전화를 다 했어?]

“급히 할 말이 있어서 그런데 츤츤이 거기 있지?”

[사부님이면 저기 계신데 왜? 전할 말이라도 있어?]

“어. 츤츤이한테 최고의 수련장소를 찾아냈으니까 내일 아침에 바로 이리로 좀 오라고 얘기해줘.”

[잠깐만!]

잠시 이철진이 츤츤이와 말을 주고받더니 말했다.

[근데 사부님이 귀찮다고 하시는데.]

“여기 오면 제대로 스트레스 해소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해봐!”

그 말에 다시 이철진은 츤츤이와 몇 마디 주고받고는 말했다.

[일단 가긴 가는데 만약 거짓말이면 다 때려치울 거라고 하시는데?]

“걱정 말고 오기나 하라고 해. 그럼 내일 보자.”

연락을 끊고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계획을 세워봤다.

일단 몽유도를 손에 넣긴 했는데 제대로 길들이지 않으면 잡음이 많을 거야. 뭐, 그거라면 츤츤이가 알아서 잘할 테니 걱정할 것 없을 것 같고…. 수련이 끝나는 당부터 밖에서 활동을 시작해야겠어. 동료들과 몽유도의 인당, 지당, 천궁 세력까지 합치면 최소 네 개 세력은 되니까 이곳저곳에 활용하긴 좋겠어. 그리고 원로원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숨겨두고 말이야.

이미 몽유도의 존재를 마인의 세력이 알고 있겠지만 섣불리 이곳을 건들진 못할 것이다.

이곳에 있는 이들 대부분이 능력으로만 보면 최소 A급 이상의 힘을 지니고 있으니까 말이다.

대충 여기 수습이 끝나면 츤츤이한테 통제권을 넘기고 지하 격투장 관련 일들부터 알아봐야겠어. 마침 럭키가 보내온 정보도 있으니까 한아름부터 파보자.

아까 최태철을 치료하던 중 럭키가 아이즈를 통해 메시지를 보내왔었다.

그땐 정신없어 확인을 못 했지만 조금 전 보니 한아름과 그의 동생에 관한 상세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월야 길드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아마도 음지에 숨어 있는 길드기 때문에 정보를 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을 정리하자 난 곧바로 명상에 들어갔다.

난 다음 날 점심 무렵까지 명상을 하다가 이작도로 오는 배를 탔다는 이철진의 메시지에 김주안과 함께 이작도로 동료들을 마중 나갔다.

이작도에 도착하자 잠시 후 배가 들어오고 반가운 얼굴들이 내렸다.

이틀 만에 본 건데도 굉장히 오랜만에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들도 마찬가지 심정인지 날 보고 환하게 웃으며 달려왔다.

“형. 진짜 고마워!”

“태준아. 정말 고맙다!”

최우혁과 해진우가 동시에 내 손을 잡으며 진심을 담아 고맙다고 말했다.

“다들 왜 이래?”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리함과 정찬호, 홍준기도 달려와서는 내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철진만이 츤츤이 옆에서 붙어서 그런 우릴 바라보고 있었다.

“형. 거긴 지옥이야! 그래도 형 덕분에 그 지옥에서 잠깐 탈출할 수 있었어! 정말 고마워!”

정찬호의 말에 그제야 이들이 왜 이리 내게 고마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

아마 오전 동안 훈련을 쉬게 돼서 기쁜 모양이다.

난 옛날 생각이나 그들을 측은한 눈으로 바라보다 츤츤이를 불렀다.

그리고 지금까지 있었던 일에 대해서 설명했다.

츤츤이는 몽유도가 천의문에 의해 만들어진 거라는 말을 듣고는 상당히 놀란 듯했다.

내 말을 다 듣고 츤츤이는 한동안 무언가를 생각하다 말했다.

[왜 날 불렀나 의아했는데 천의문과 관련이 있는 곳이라면 내가 관리하는 게 맞지. 내가 그 놈들에게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지옥을 보여주지. 그건 저놈들도 마찬가지고. 흐흐흐.]

동료들은 츤츤이의 눈빛에 흠칫 놀라며 공포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나저나 저 사람은 누구지?]

츤츤이는 김주안을 쳐다보며 물었다.

“아! 몽유도에서 재정 담당을 맡고 있는 사람이야. 이리 와서 인사해. 앞으로 몽유도에서 너흴 가르칠 스승이니까.”

그녀는 내 말에 굉장히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하는 말이 장난인지 진심인지 알 수가 없어 매우 혼란스러운 모양이었다.

그 모습에 난 츤츤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마 처음에 고생 좀 할 거다. 널 스승으로 인정하게 만들어야 할 테니까.”

[흥. 그거라면 걱정하지 마. 30분 안에 바닥을 기어 다니게 만들 테니까! 오랫동안 무공을 익힌 놈들이라니 스트레스 풀겠네. 저놈들은 너무 약해서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인단 말이지.]

그리곤 동료들을 다시 한번 힐끔 쳐다봤다.

그 눈빛에 동료들은 또 한 번 공포에 몸을 떨었다.

그때 김주안이 조심스럽게 다가와서는 츤츤이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김주안이라고 합니다.”

[호오. 제법 잘 배웠구나. 기본이 잘 갖춰져 있어.]

김주안은 츤츤이의 전음에 깜짝 놀라며 뒤로 두어 걸음 물러났다.

“저, 전음?”

그녀는 자신의 방금 한 행동이 예의에 어긋난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지만 그걸 의식하지 못할 만큼 놀란 상태였다.

그 모습에 난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뭘 그 정도로 놀라고 그래. 내가 말했잖아. 사정이 있어서 지금은 모습이 좀 그렇다고. 그래도 실력은 확실하니까 아마 제대로 배울 수 있을 거야.”

그제야 김주안은 자신의 실수를 눈치채고 깊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실례를 범했습니다.”

츤츤이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큰소리로 웃었다.

[허허허허. 괜찮다.]

근데 지금 한 전음은 김주안만 들은 게 아니라 나도 같이 들었다.

“어? 방금 어떻게 한 거야? 나도 같이 전음을 들었는데 이게 가능한 거야?”

[흐흐흐. 내가 누구냐. 한 명씩 전음 보내기가 귀찮아서 새로 만들어 봤다.]

“편하고 좋네. 그럼 이제 몽유도로 가볼까!”

우리 모두는 몽유도로 가기 위해 바닷길로 향했다.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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