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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107화 (107/196)

107화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왜 소탈이 저기서 나오는 거야?!

그때 소탈을 쓴 김민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세상일이란 알 수가 없어. 이 타이밍에 진짜 천의문 계승자가 나타나다니 말이야!”

그의 말은 날 천의문 계승자로 인정한다는 말이었다.

거기 있던 다른 이들 역시 그 말이 뜻하는 바를 이해하고는 놀란 눈으로 나와 김민수를 번갈아 쳐다봤다.

“넌 뭐냐? 왜 여기서 천의문 계승자라고 사칭했던 거지?”

난 그의 정체를 모른 체하며 물었다.

“그건 알 필요 없고 쓸 수 없는 패는 버려야지.”

“그게 무슨 말이지?”

“너희들은 오늘 다 죽는다는 소리지!”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곳곳에서 비명이 들렸다.

“크으윽.”

“으억! 네가 왜…?”

“끄아악!”

갑자기 이십여 명의 무인들이 옆에 있던 동료들을 기습해 죽인 것이다.

기습한 무인들은 김민수와 같이 쿠데타를 일으켰던 이들 말고도 그를 반대했던 이들도 상당수 섞여 있었다.

하지만 난 놀라지 않았다.

그들이 그동안 벌인 수법은 거의 다 이런 식이었기 때문이다.

배신자들의 기습으로 십여 명이 죽었고 십여 명은 죽진 않았지만 부상을 입은 채 그들로부터 떨어졌다.

그 때문에 전세는 급격히 김민수 쪽이 유리해졌다.

난 급히 김주안에게 물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몽유도에 있는 전분가요?”

김주안은 생각지도 못한 현실에 당황해하다가 내 질문에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여기 오지 않은 이들이 반 정도 더 있지만 그들은 중립적인 입장이라 아마 나서지 않을 거예요!”

그때 김민수가 웃으며 말했다.

“그들이라면 걱정하지 마. 그들도 역시 친한 친구한테 배신당해 죽어가고 있을 테니까! 크크크크.”

“뭐라고?!”

이미 몽유도 전체에 손을 써둔 모양이었다.

보아하니 천의문 계승자를 사칭해서 몽유도를 점거할 계획을 세웠다가 혹시라도 이 계획이 실패하면 미리 포섭해둔 사람들을 활용해 몽유도를 지워버릴 작정이었던 모양이다.

“근데 상황이 이런데 최태철은 대체 뭐 하고 있는 거죠?!”

난 김주안과 조제암을 향해 물은 거지만 대답은 김민수에게서 들려왔다.

“그놈이라면 걱정하지 마. 지금쯤 사경을 헤매고 있을 테니까.”

“뭐? 대체 뭔 짓을 한 거야?!”

“아아, 그냥 내 계획에 방해가 되기에 장난 좀 쳤어. 포섭하려고 했는데 고집이 좀 세야 말이지.”

난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저 소탈이 호랑이탈 정도로 강한 놈이라면 난 저놈 하나 상대하기도 벅찰 거야. 그사이 다른 놈들을 막아낼 수 있을까?

아무리 봐도 힘들어 보였다.

전체적인 수로는 비슷하지만 우린 부상자가 절반이다.

그것도 대부분 상당히 심각한 부상을 입고 있어서 서둘러 치료받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상황을 반전시킬 묘수가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이대로면 저들이 다 죽는 걸 보고만 있어야 돼! 제길, 츤츤이라도 데려올 걸 너무 자만했어.

테세우스를 부를까도 했지만 이내 포기했다.

일단 내 위기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테세우스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컸고, 혹시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그의 무위가 나보다 더 부각된다면 곤란했다.

이곳을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서는 나 혼자의 힘으로 이 위기를 이겨내야 한다.

하지만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때 김주안이 날 향해 말했다.

“지금 우릴 걱정하는 거라면 그럴 필요 없어요. 우린 모두 무인. 구차하게 목숨을 연명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아요.”

난 잠시 그녀와 그 주위에 모여 있는 이들을 돌아봤다.

모두 죽음을 각오했는지 결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을 보고 그들이 어떤 마음인지는 이해했지만 어쩌면 이들은 앞으로 내 소중한 전력이 될지도 모르는 이들이다.

그런 이들을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일단 저들이 최대한 버티게 하고 내가 다 처리하는 수밖에 없겠어.

난 즉시 환영보를 사용해 순식간에 그들 바닥에 간단한 진을 그렸다.

대격변 때 정찬호가 있던 그룹에서 사용했던 것과 같은 진이었다.

간단한 진이지만 버티며 방어하는 데는 최고의 효과를 보여주는 진이었다.

“호, 혹시 그게 환영보인가요?”

김주안은 진보다는 내가 펼친 환영보에 더 관심을 보였다.

“맞아요. 그런 건 나중에 묻고 일단 이 진 안에서 최대한 버티세요. 내가 저놈들 다 죽일 때까지. 그리고 부상자들은 최대한 안으로 몰아서 추가 부상 막아주시구요.”

내 말에 김주안과 조제암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부상자들을 안으로 몰고 그들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방어진형을 짰다.

그것까지 보고서야 난 김민수에게로 몸을 돌렸다.

다행히 그는 내가 일련의 조치를 할 때까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이제 마지막 발악은 다 끝났나?”

“뭐 대충. 그나저나 자신 있나 봐. 이렇게 기다려주기까지 하고 말이야!”

“하하하하. 어차피 다 죽을 텐데 꿈틀거리는 모습 정도는 지켜봐 줘야지.”

그의 말에 나도 마주 웃으며 말했다.

“제대로 꿈틀거려 줄 테니까 어떻게 꿈틀대는지 한 번 보라구!”

그리곤 환영보를 시전해 곧바로 배신자들을 공격했다.

하지만 내 공격은 곧바로 김민수에 의해 막혔다.

“어허! 약한 놈들은 괴롭히지 말고 넌 나랑 놀아야지. 안 그래?”

젠장. 역시 이놈부터 죽여야겠어.

난 곧바로 그에게 달려들며 공격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수월하게 내가 하는 모든 공격을 막았다.

그러나 그 역시도 날 쉽게 압도하지는 못 했다.

지난 몇 개월간 충실히 기본기에 집중했기 때문에 내 실력은 호랑이탈을 만났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상승해 있었다.

“이거 아무래도 우습게보면 안 되겠어. 역시 천의문 정통 계승자는 다르단 건가. 이 정도로 강할 줄은 몰랐군.”

허나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전혀 당황하거나 놀란 목소리가 아니었다.

아직 꺼내지 않은 수가 있나 보구나.

그의 목소리에서 그가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피차 꺼내지 않은 수들이 있는 것 같으니 이제 간은 그만 보고 제대로 해볼까!”

“좋지. 나도 간만에 진지하게 임해야겠어. 이런 긴장감은 오랜만이군! 하하하하.”

그리곤 다시 공방이 시작됐다.

확실히 이번엔 그의 공격이 달랐다.

그의 몸이 엄청난 빠르기로 미세하게 진동했는데 그로 인해 일반 공격도 엄청난 위력을 냈다.

공격을 피해도 워낙 위력이 강력하다 보니 주위에 있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충격이 전해졌다.

공격력만 보면 호랑이탈보다 훨씬 강력했다.

상대가 내가 아니었다면 벌써 죽었을 것이다.

역시 호랑이탈 말대로 보통이 아니네. 이 정도면 SS급 각성자 정도는 그냥 씹어 먹겠는걸!

하지만 엄청난 공격력을 제외하곤 나머지는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다.

물론 그것도 공격력에 비해 뛰어나지 않다는 거지 다른 것들도 일반 각성자들과 비교하면 충분히 뛰어난 수준이었다.

최소 SS급 각성자 수준은 되니까 말이다.

다만 공격력이 워낙 월등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떨어져 보인다는 거다.

그러나 그의 뛰어난 공격력도 내 무한한 방어력 앞에선 아무 소용이 없다.

그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걸 깨달았는지 점점 공격이 강해졌다.

난 그의 공격을 피하며 말했다.

“초조한가봐. 점점 공격이 강해지는 걸 보니 말이야.”

“….”

하지만 그는 아무 말 없이 공격에만 집중했다.

이놈이 공격력만 무지막지하게 강한 놈이라 다행이야. 만약 호랑이탈처럼 전체적으로 뛰어난 밸런스를 가진 놈이었다면 힘들었을 거야!

요즘도 심상수련을 할 때 호랑이탈과 싸웠던 순간을 떠올리며 전투를 하지만 아직도 그를 압도하지 못했다.

이제야 겨우 비등한 수준 정도가 됐을 뿐이다.

하지만 그가 어느 정도 실력을 숨기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실제로 붙었을 때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그래서 그와 비슷한 실력을 갖췄다는 소탈을 상대하기 전에 긴장했던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나와 상성이 맞지 않았다.

그 덕에 쉽게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난 그의 공격을 피하며 뒤를 슬쩍 돌아봤다.

다행히 아직까진 내가 펼친 진을 활용해서 잘 버티고 있었다.

당분간 버티는 데는 문제 없어 보였다.

“이제 슬슬 끝내자!”

난 즉시 화룡도를 소환해 손에 들었다.

붉은 도신의 화룡도가 날카로운 예기를 뿜어냈다.

그는 도를 소환한 날 보고는 잠시 공격을 멈추고는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천의권은 권법으로 알고 있는데 도를 사용한다고? 지금 뭐 하자는 거지? 날 무시하는 건가?” 그의 목소리에는 여유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아직 큰 부상 없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공격을 봤을 때 날 죽일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인 듯싶다.

“그렇게 알고 있었어? 근데 어쩌지? 네가 잘못 알았는데. 단월!”

난 화룡도로 단월을 펼쳤다.

화룡도의 도신을 따라 모든 게 잘렸다.

하지만 김민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아까와 마찬가지로 팔을 들어 막았다.

그러나 그게 그의 결정적인 실수였다.

김민수가 막기 위해 내민 팔에서는 아까보다 더한 진동과 함께 더 많은 공기가 압축되며 화룡도를 막았지만 아까처럼 폭발하지 않았다.

화룡도는 아까와 달리 압축된 공기마저도 매끄럽게 자르고 지나갔다.

그리고 막아선 그의 팔도 자르고 급기야 그의 몸까지도 잘려 나갔다.

서걱.

“…이, 이게… 어떻게 된….”

하지만 그는 끝까지 말을 잊지 못하고 그대로 자리에 허물어졌다.

그 답지 않은 허무한 죽음이었다.

그의 실력을 감안하면 충분히 피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방심했고, 그 한 번의 방심이 부른 결과는 죽음이었다.

그 순간 사방에 정적이 흘렀다.

난 몸을 돌려 김주안 등을 공격하는 이들을 바라봤다.

그들 역시 김민수의 죽음을 목격하고는 공격을 멈추고 멍하니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이 김민수를 따른 이유는 그가 보여준 비전과 각종 혜택도 있지만 무엇보다 큰 영향을 미친 건 그의 압도적인 강함이었다.

그래서 모든 걸 걸고 그를 따라 몽유도를 배신한 거였다.

그런데 그가 죽었다.

그러니 어찌 혼란스럽지 않겠는가!

그들은 한동안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하다 일부는 항복을 하고 일부는 서둘러 도망갔다.

난 즉시 몸이 멀쩡한 사람들을 풀어 그들을 잡아 오게 했다.

그리고 조제암을 불러 중립을 지키고 있다는 이들의 상황을 알아보고 오라고 지시했다.

그들은 군말 안 하고 내가 내린 지시에 따랐다.

그만큼 내가 보여준 무위가 압도적이었단 말이다.

“여기 이 사람들을 치료할 만한 사람은 없나요?”

내 말에 김주안이 대답했다.

“한 사람 있긴 한데 좀 멀리 있어서 데려오려면 시간이 걸릴 거예요.”

난 백팩에서 마녀들이 만든 특급 포션을 있는 대로 꺼냈다.

하지만 내겐 필요치 않은 물건이라 6개 밖에 없었다.

“그럼 일단 급한 사람들한테 이거라도 먹이세요. 그리고 빨리 치료할 사람을 데려오세요.”

김주안은 내가 내민 특급 포션을 받아들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난 몸을 돌려 닫힌 저택의 문을 열었다.

“윽! 이게 무슨 냄새야?!”

문을 열자마자 무언가 썩는 냄새가 진동을 했다.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난 곧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난 즉시 기감을 확장해 최태철을 찾았다.

저기구나!

저택의 가장 안쪽에서 미약한 기가 느껴졌다.

기가 느껴지는 곳으로 갈수록 썩은 냄새는 더욱 심해졌다.

그리고 최태철을 찾은 난 그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찾아낸 최태철은 가부좌를 틀고는 눈을 감고 앉아있는데 온몸이 썩어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냄새는 흘러내리는 살에서 나는 것이었다.

“이, 이게 대체 뭐야?!”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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