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방어력 무한-104화 (104/196)

104화

라시나.

대격변 직후 길드연합과의 패권 다툼에서 지고 음지로 숨어든 길드를 총칭하는 이름이다.

하지만 내가 소설 속에 머물렀던 때에는 라시나의 세력이 많이 약화 됐었기 때문에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았다.

길드연합과 자웅을 겨룰 만큼 큰 세력이었던 라시나가 왜 갑자기 세력이 약화됐는지는 나도 모른다.

분명 무슨 사건이 있어서 약화 된 것 같지만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라시나의 몇몇 길드들은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중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길드가 바로 월야 길드였다.

월야 길드면 라시나의 중추 세력 중 하난데 여기서 왜 난데없이 라시나가 나오는 거지?

사실 여기 처음 올 때만 해도 가벼운 마음으로 왔었다.

조한희 말대로 대한 그룹에서 이런저런 생체 실험을 하는구나 싶었다.

그리고 실험체를 테스트하기 위해 지하 격투장을 열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상은 더욱 끔찍하고 복잡했다.

지하 격투장은 실험체의 테스트를 위한 장소이기도 했지만 각성자를 조달하기 위한 미끼였다.

게다가 거기서 행해지는 생체 실험은 인간들이 할 짓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이젠 이 모든 일 배후에 라시나가 있다는 것까지 밝혀졌다.

생각보다 일이 너무 커진 것이다.

할 일도 많은데 이젠 라시나까지 꼬이네. 그래도 이런 짓까지 하는 놈들을 가만둘 수는 없지.

“야! 월야 길드면 라시나 중추 세력인데 그럼 너희가 이 일을 전부 꾸민 거야?!”

그는 내가 월야 길드와 연관된 라시나까지 알고 있자, 고통도 잊은 채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날 바라봤다.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이야기한 모양이었다.

“뭘 그리 놀라고 있어?! 이건 모두 월야 길드에서 꾸민 거냐고?!!”

“어…. 그, 그렇다.”

“그래? 그 말은 월야 길드랑 대한 그룹이 한통속이란 거네. 근데 이곳 경기장의 챔피언은 대체 누구야?!”

“그, 그는…. 한… 아름 동생….”

“뭐? 동생?!”

이 미친년 놈들이 세트로 개지랄을 떨었단 거잖아!

그 외에도 몇 가지 그와 관련된 정보들을 더 캐낸 다음 그를 보고 차갑게 말했다.

“좋아. 이제 너도 죽어.”

난 그의 얼굴을 잡고 초열의 불꽃을 일으켰다.

그는 살짝 저항했지만 순식간에 온몸이 파란색 불꽃에 휩싸이며 재가 되어 사라졌다.

대한 그룹, 월야 길드, 라시나, 한아름 그리고 그년 동생이라…. 이거 잘만 이용하면 생각보다 대한 그룹을 쉽게 먹을 수 있겠어.

이 일의 실체를 파헤쳐 대한 그룹의 만행을 세상에 알리면 그룹의 가치는 폭락할 것이다.

그때 미리 준비하고 있던 피앤씨 컴퍼니에서 헐값에 대한 그룹을 인수하면 된다.

일단 나가서 한희랑 상의부터 해봐야겠어.

난 품에서 코인 하나를 꺼내 씹으며 엘리베이터 앞으로 갔다.

다행히 엘리베이터는 정상적으로 작동을 했다.

하지만 지상으로 올라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깜짝 놀랐다.

“어?! 다 어디 간 거지?!”

공장 안에서 일하던 수많은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공장 안에서 생산하던 부품과 자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공장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장소를 옮긴다고 하더니 이 공장도 한 몸이었구나. 일단 나가서 한희한테 연락부터 해야겠어.

그리고 발걸음을 옮기던 난 품에서 코인을 몇 개 꺼내 허공을 향해 던졌다.

퍼펑. 펑. 펑.

폭음과 함께 소형 촬영용 드론들이 폭발하며 바닥에 떨어졌다.

흠! 드론들도 내가 나온 걸 알았을 테니 앞으로 어떻게 나오나 볼까!

밖으로 나오자 어느새 아침이었다.

주변에 있던 공장에서는 하나둘 출근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난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조한희에게 연락했다.

[태준씨! 어떻게 됐어?]

“음, 생각보다 일이 커졌어.”

[왜? 무슨 일인데?]

난 그녀에게 지하 격투장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자세히 얘기했다.

내 말을 모두 들은 그녀는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만큼 충격이 큰 모양이다.

아무래도 자신과 연관이 있는 기업이라 그 충격은 더할 것이다.

난 그녀가 현실을 받아들일 동안 아무 말 없이 기다렸다.

한참을 아무 말이 없던 그녀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래서…. 태준 씨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다 죽여야지. 그런 인간 같지도 않은 놈들을 살려둘 순 없지. 어떻게 보면 그 새끼들이 히든 보스보다 더한 놈들이야!”

[태준 씨….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죽여버려. 나도 여기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도울 테니까…!]

목소리만 듣고도 그녀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됐다.

“그건 걱정하지 말고. 근데 생각보다 잔인한 놈들이라 당분간은 회사에 못 들어갈 거야. 그러니까 뒤에서 백업만 좀 부탁해. 그리고 다시 한번 나랑 너랑 연관된 정보가 있는지 찾아보고 있으면 즉시 삭제해. 어떤 짓을 할지 모르는 놈들이니까.”

[…알겠어. 몸조심하고….]

“그래. 혹시 모르니까 너도 당분간은 집에 들어가지 말고 회사에서 지내도록 해. 알겠지?”

[응. 그럴게.]

전화를 끊고 바로 럭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곤 김아름과 그녀의 동생, 그리고 월야 길드와 라시나에 대해 알아낼 수 있는 건 다 알아내라고 얘기했다.

“후! 일단 서울로 가자.”

오늘 12시에 시청에서 공격력 측정관과 약속도 있기 때문에 시청 근처로 이동했다.

그리곤 근처 옷가게에서 옷을 사서는 호텔 방을 하나 잡고는 들어갔다.

샤워를 하며 몸 곳곳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명상에 들어갔다.

명상을 하자 혼란스러웠던 마음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되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명상을 하는 중 알람 소리에 명상에서 깨어났다.

공격력 측정관과의 약속 때문에 미리 맞춰둔 알람이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그럼 가볼까!”

호텔을 나와 시청으로 가는데 아까부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난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기감을 확장했다.

그러자 아주 미약한 기 하나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날 따라오는 게 느껴졌다.

흠. 월야 길드에서 보낸 놈들인가? 어차피 저놈 처리해봤자 또 다른 놈을 붙일 테니 일단은 따라오게 둬야겠다.

잠시 후 시청 앞에 도착한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측정관을 찾았다.

하지만 어디서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시간을 확인하니 12시 1분이었다.

뭐야! 먼저 만나자고 해놓고 지각을 한단 말이야?!

그때 예의 전음이 들려왔다.

[약속대로 나와 줘서 고마워요. 근데 꼬리가 붙었네요. 혹시 꼬리를 끊을 수 있다면 고개를 끄덕여 주세요.]

난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확실히 꼬리를 끊고 정면에 보이는 9층짜리 건물 안으로 와줘요. 난 7층과 8층을 사이 계단에서 기다릴게요.]

그리고 더는 전음이 들리지 않았다.

귀찮았지만 보안에 신경 쓰는 만큼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에 군소리 없이 환영보를 시전했다.

내 몸은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졌고 잠시 후 뒤편에 있던 5층 건물 옥상에 나타났다.

내 앞에는 얼굴을 복면으로 가린 남자가 어리둥절해하며 아래를 내려다보고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어이! 나 찾는 거야?!”

그는 갑자기 뒤에서 들린 소리에 움찔하고 놀라며 급히 도망을 갔다.

“어딜!”

난 도망치려는 복면인의 뒷목을 잽싸게 낚아채고는 말했다.

“어디서 왔는지는 말 안 해도 아니까 그냥 죽어라.”

순식간에 그의 몸이 파란색 불꽃에 휩싸여서는 재가 되어 사라졌다.

난 곧바로 환영보를 전개해 측정관이 말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아마도 월야 길드나 대한 그룹에서 촬영용 드론을 대거 사용하는 거로 봤을 때 감시카메라를 해킹해 내 위치를 알아내는 것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최대한 감시카메라에 노출되지 않는 위치로 이동했다.

측정관이 말한 7층과 8층 사이 계단으로 가자 전음대로 공격력 측정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지난번 봤을 때와 같은 스타일의 한복을 입고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난 그녀를 향해 가볍게 묵례를 하고는 물었다.

“절 여기까지 부른 이유가 뭐죠?”

“태준 씨는 본론부터 말하는 걸 좋아하나 보군요.”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미소에 여유가 있어 보이진 않았다.

“제가 조금 바빠서요.”

“나도 그편이 좋으니 바로 본론부터 말하죠.”

그리곤 잠시 텀을 뒀다 말을 이었다.

“내 이름은 김주안이에요. 몽유도 출신이죠.”

“몽유도요? 그런 곳도 있나요?”

몽유도란 곳은 처음 들어봤다.

“아마 처음 들어봤을 거예요. 세상엔 알려지지 않은 곳이거든요.”

이건 또 뭔 소리지?

내가 무슨 소리냐는 듯 쳐다보자 그녀가 설명하기 시작했다.

“몽유도는 무인들이 머무는 섬이에요. 특별한 진이 설치되어 있어 외부에선 절대로 볼 수 없어요. 그건 인공위성으로도 마찬가지예요.”

“무인들이 머무는 섬이라구요? 그럼 무공을 쓰는 무인들만 사는 건가요?”

“그래요. 몽유도엔 무인이 아닌 사람은 들어올 수 없어요. 섬에서 태어난 아기들도 어릴 때부터 무공을 배워야지만 몽유도에 머물 수 있죠.”

“흠! 몽유도가 뭐 하는 곳인지는 알겠어요. 근데 그런 걸 저한테 왜 알려주시는 거죠?”

그제야 그녀는 슬슬 본론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몽유도의 역사는 무척이나 길어요. 2천 년이나 되니까 말이죠.”

“네? 2천 년이요?”

“그래요. 그 긴 시간 동안 몽유도는 큰 분란 없이 잘 지냈어요.”

“그게 어떻게 가능하죠? 무인들이라면 기본적으로 힘을 추구할 텐데 큰 충돌이 없을 수가 있나요?”

“호호호. 충돌이 없지는 않죠. 몽유도는 힘의 논리가 그대로 적용되는 곳이니까요. 그래서 무인들의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해 10년에 한 번씩 비무 대회를 열고 있어요. 그 비무 대회에서 우승한 가장 강한 무인이 몽유도를 이끌게 되고요.”

하지만 난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만으로 그들의 충돌을 막을 수 있나요? 제가 겪어본 바로 무인들은 무공에 미친 사람들이 대부분이던데!”

“그래서 10년에 한 번씩 비무 대회를 여는 거예요. 그들의 무공에 대한 욕구가 채워지도록 말이죠.”

“그러니까 제 말은 10년이 너무 길지 않냐 이거죠.”

그제야 그녀는 내 말의 의도를 파악하곤 미소를 지었다.

“무인에게 10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에요. 한 번 폐관 수련을 시작하면 5년은 금방 지나가니까요. 우리에게 10년은 적당한 시간이라고 보면 돼요.”

“그런가요? 완전히 이해되는 건 아니지만 알겠어요. 근데 저한테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뭐죠?”

“그런 몽유도가 대격변 후 완전히 변했어요.”

“대격변 후 변했다구요? 어떻게요?”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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