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화
“넌 그냥 죽어라!”
화르륵.
난 순식간에 다가가 박사의 얼굴을 손으로 잡았다.
그러자 내 몸을 두르고 있던 초열의 불꽃이 박사의 온몸을 뒤덮었다.
“끄아아아악! 끄아악! 뜨, 뜨거워…. 꺼, 꺽…!”
잠시 후 박사는 한 줌 재가 되어 사라졌다.
“도망가면 너도 뒤진다!”
내 말에 몰래 도망가려던 조수가 급히 멈췄다.
내가 박사를 죽인 이유는 조수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보아하니 박사는 완전히 미친놈이라 입을 열리기 어려울 것 같지만 조수는 그렇지 않았다.
아까 언뜻 본 조수의 눈에서 불안과 공포를 읽었기 때문이다.
저런 놈들은 조금만 겁을 줘도 아는 것들을 술술 불기 때문에 다루기가 편했다.
“내 질문에 대답해. 대답 안 하면 바로 죽여 버릴 테니까!”
그 말에 그는 공포에 질려 고개를 끄덕였다.
“여긴 뭐 하는 곳이지?”
“해, 해체실입니다.”
“해체실?! 그게 뭐지?”
조수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내 눈을 보곤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잡아 온 각성자들을 해, 해부하는 곳입니다….”
“뭐? 해부?”
그의 말을 들어보니 지하 격투장으로 온 각성자들 중 쓸 만한 각성자들은 특수 가스를 이용해 정신을 잃게 만든 다음 이 장소에서 해부를 한다고 했다.
“해부한 다음엔 어떻게 하는데?!”
“해, 해부를 한 다음엔 주요 장기들을 다른 각성자의 몸에 이식을 합니다….”
“이식을 한다고? 그것만으로 다른 각성자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거야?”
“그것만으론 불가능합니다….”
“그럼 어떻게 가능하게 한 거지?!”
그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포기했는지 모든 걸 말하기 시작했다.
“연구진 중에 융합 스킬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장기가 이식된 후 그 실험체에 융합 스킬을 사용해 능력을 하나로 합치게 합니다.”
융합 스킬이라고? 그런 스킬도 있었나?
난 처음 듣는 스킬 이름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것만으로 끝이라고? 그럼 무한대로 각성자들을 융합할 수 있는 거야?”
“무한대는 아닙니다. 융합 스킬의 성공률은 백퍼센트가 아니고 융합횟수가 올라갈수록 확률은 줄어드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융합에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데?”
“융합에 실패하면 대부분 이성이 사라지고 오직 분노만이 남은 괴물이 됩니다.”
그 말을 듣자 아까 폐공장에서 내 손에 죽은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 사람들도 실험체였던 거구나. 실험에 실패했기 때문에 폐기된 거였어!
그제야 하나씩 퍼즐이 맞춰졌다.
그들이 왜 그렇게 날 보고 분노했는지 말이다.
그 후 그로부터 자세한 얘길 들어보니 이곳에선 하루에 서너명의 각성자들을 해체한다고 했다.
보통은 융합에 실패하지만 개중엔 특이 체질을 가진 이들도 있어서 그들의 경우 융합 성공률이 굉장히 높다고 했다.
그건 해체 전에 융합 스킬을 가진 연구원이 와서 판별을 하는데 나의 경우는 융합 성공률이 제로라고 나왔기 때문에 해체를 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융합 성공률이 높은 육체로 판명이 나면 그 즉시 모체가 되어 다양한 각성자들의 능력을 받아들이게 되고 능력도 엄청나게 상승한다고 했다.
거기까지 들은 나는 챔피언에 대해 물었다.
“그럼 챔피언도 융합 스킬에 의해 만들어진 거야?”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여기 오기 전부터 챔피언이어서….”
“진짜야?!”
내가 그를 압박하며 기운을 불러일으키자 조수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여기서 나가는 길과 구조를 자세히 말해봐!”
“…예.”
말을 들어보니 나가는 길은 내가 들어왔던 길밖에 없다고 했다.
이 층의 구조는 단순해서 복도로 나가면 이곳과 같은 모양의 연구실이 두 곳 더 있고 복도 끝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가면 아까 내가 있었던 경기장이 있었던 층이 나온다고 했다.
“근데 너나 박사나 왜 아까 나온 가스에 영향을 안 받는 거지?”
“그건 미리 면역력을 생기게 해주는 주사를 맞아서 그렇습니다.”
거기까지 들은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이곳에 대한 궁금한 건 거의 풀렸다.
물론 실험의 목적이 뭔지는 모르지만 그건 좀 더 윗대가리를 만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해 줄 얘긴 다 끝난 거야?”
“예예! 그럼 전 살려주시는 거죠…?”
“아니!”
난 단번에 그의 목을 잡고는 들어 올렸다.
화르륵.
그 역시도 내 몸을 감싸고 있는 초열의 불꽃에 순식간에 타서 재가 됐다.
난 손에 묻은 재를 털어내고는 밖으로 나갔다.
조용한 걸 보니 다행히 내가 나온 걸 아무도 모르는 듯했다.
여기서 일어나는 일들은 극비기 때문인지 보안 카메라도 보이지 않았다.
이러면 너무 땡큐잖아! 일단 이 층부터 정리하자.
난 곧바로 다른 연구소 두 곳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서 그곳에 있는 연구원들과 지키던 각성자들을 다 죽였다.
하지만 그때까지 융합 능력을 가졌다는 각성자는 보이지 않았다.
난 복도를 걸어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갔다.
미리 챙겨둔 연구원의 카드를 대자 엘리베이터가 작동을 하며 문이 열렸다.
안에는 누르는 층이 1과 2, 두 개밖에 없었다.
위층이 경기장이 있는 곳이라고 했으니까 여긴 1층이겠네.
난 2층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며 위로 올라갔다.
잠시 후 멈춰선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수많은 각성자들이 문 앞에 대기한 채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 그렇지. 이렇게 쉽게 끝날 리가 없지.
난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이렇게 알아서들 찾아와주니 좋네. 찾아다니는 수고를 안 해도 되니까 말이야!”
그때 날 둘러싼 사람들 사이로 누군가 걸어왔다.
짙은 남색 수트를 입고 콧수염을 기른 멋진 중년남자였다.
“밑에 있는 연구소와 연구진들은 다 정리했나?”
“그럼. 깔끔하게 정리했지.”
내 대답에 그는 예상외로 박수를 치며 웃었다.
짝짝짝.
“정말 잘했어. 안 그래도 오늘 정리하고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했는데 수고를 덜어줬군.”
그 말을 듣자마자 그 소란을 부리는데도 아무도 안 내려온 이유를 알았다.
젠장. 그래서 내가 그 난리를 부리는데도 아무도 안 내려온 거군.
단순히 감시카메라가 없어서 지원 병력이 안 내려왔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일부러 안 내려온 거였다.
하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저놈들은 오늘 여기서 다 죽을 거니까!
“네가 여기 책임자야?”
“하하하하. 지금은 그렇다고 봐야지.”
그때 내 눈에 촬영용 소형 드론 여러 대가 허공에 떠 있는 게 보였다.
날 감시하겠다…. 좋아. 잠깐 동안 지켜보라구. 이놈들이 어떻게 죽는지!
난 그대로 정장을 입은 남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 사이를 다른 각성자들이 가로막았다.
그들 역시 개조를 당했는지 한 사람에게서 다양한 기가 동시에 느껴졌다.
난 풍천각을 사용해 나를 향해 몰려드는 각성자들을 찢어버렸다.
이번에 사용한 풍천각은 폐공장에서처럼 힘을 제한하지 않았기 때문에 순식간에 반경 오미터 안에 있는 각성자들은 회오리처럼 몰아치는 강기에 몸이 갈기갈기 찢겨졌다.
그들은 아까 폐공장에 있던 이들과는 비교도 안 되게 강했지만 그렇다고 천의권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돈 아니었다.
그 후 곧바로 풍천각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 있어 살아남은 몇몇 각성자들도 순식간에 처리했다.
그리곤 품에서 코인을 몇 개 꺼내 날 촬영하고 있는 드론을 향해 던졌다.
퍼펑. 펑. 펑.
드론들은 코인에 맞아 작은 소리를 내며 그대로 터져버렸다.
그제야 난 정장을 입은 남자를 웃으며 쳐다봤다.
“이제 너만 남았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기는 했지만 겁을 먹거나 하진 않았다.
“알려진 것보다 더 강하군. 하지만 그렇다 해도 날 상대할 정돈 아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몸에서 기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호오! 그 정도면 SS급은 되겠는걸!”
무시하는 듯한 내 태도에 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너도 SS급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같은 SS급이라도 급이 다르다는 걸 보여주지.”
그 말을 들은 난 동의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아. 같은 SS급이라고 해도 급이 틀리지. 이렇게 말이야!”
이제 감시하는 사람도 없겠다 내가 가진 힘을 제대로 그 앞에 드러냈다.
모든 내공을 폭발시키듯 뿜어내자 유형의 기운이 악마같은 형태로 내 전신을 감쌌다.
난 그 상태로 웃으며 중년 남성을 바라봤다.
그는 너무 놀라 말도 제대로 못 한 채 입만 뻐끔거리고 있었다.
“어때? 급이 다르지?”
“…너, 너 같은 놈이…. 어떻게 그런 힘을….”
“그건 알 거 없고 이제 네가 알고 있는 걸 불어야겠어. 얌전히 불 리는 없을 테니까 일단 좀 맞자.”
난 그의 말은 듣지도 않고 그를 구타하기 시작했다.
그는 내 기운에 완전히 잡아먹힌 상태였기 때문에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
그 정도로 그와 나는 수준 차이가 났다.
이제 SSS급 각성자 같은 특별한 이들이 아니면 인간 중에 내 상대가 될 만한 이는 없다고 보면 된다.
한참을 때리던 난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고통스러워하는 그를 보고 물었다.
“이제 조금 말할 마음이 들었어?”
내 질문에 그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난 잽싸게 그의 말을 잘랐다.
“뭐? 아직도 말 못한다고? 그럼 어쩔 수 없지. 조금만 더 맞자.”
이번엔 좀더 신중하게 힘 조절을 해서 때렸다.
조금만 강하게 힘을 줘서 때리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을 몇 번 정도 더 반복했다.
얼마나 맞았는지 그는 고통에 신음하며 바닥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서야 난 어느 정도 스트레스가 풀렸다.
“이제 말할 거지?”
그는 말할 기운도 없는지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네가 한 말이 지금은 네가 여기 책임자라고 했는데 원래 책임자는 누구지?”
“한…아름….”
“한아름?”
잠깐.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어디였더라…?
그때 불현 듯 얼마 전에 본 기사 내용이 떠올랐다.
“설마 배우 한아름 말하는 거야?”
그는 내 말이 맞는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배우 한아름이 여길 관리했다고? 그럼 그녀도 각성자란 소리야?
“한아름도 각성자야?”
“그녀가…. 연구 책임…자.”
“뭐? 한아름이 연구 책임자라고? 잠깐! 그럼 혹시 융합 스킬을 가진 각성자 연구원이 한아름이야?”
그는 이번에도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본 나는 놀란 얼굴로 중년 남성에게 물었다.
“그럼 넌 어디 소속이지? 대한 그룹 소속이야?”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대한 그룹 소속이 아니라고? 그럼 어디 소속이지?”
“월…야…길드.”
“잠깐! 월야 길드라고? 거긴 라시나 소속 길드잖아?!”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나 혼자 방어력 무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