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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101화 (101/196)

101화

나를 향해 걸어오는 상대는 인간과 몬스터의 기운을 동시에 뿜어내고 있었다.

설마 이 새끼들이 각성자 몸에 몬스터를 합성한 건가?

자세한 건 붙어봐야 알겠지만 뿜어져 나오는 기운만 보면 그랬다.

“어이! 너 인간이 맞는 거야?”

하지만 그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그의 눈에 초점이 없다.

그때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오늘의 제 3시합이 곧 시작됩니다. 다들 배팅을 시작해주세요.]

배팅? 경기 결과를 가지고 도박을 하는 거군.

잠시 후 배팅이 끝났는지 스피커를 통해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배팅이 모두 종료됐습니다. 그럼 경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초점이 없던 상대의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비단 초점만 돌아온 게 아니라 그의 눈이 온통 분노로 뒤덮였다.

마치 아까 폐공장에서 달려들던 놈들처럼 말이다.

뭔지 모르지만 이놈들은 본인 의지로 싸우는 게 아닌 게 확실해. 일단은 이기고 보자.

달려드는 이에게선 특이한 기운이 느껴지긴 했지만 날 상대할 정돈 아니다.

이런 곳에선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야 돼. 그래야 관객도 좋아하고 나도 빨리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겠지.

난 달려드는 남자를 가만히 노려보며 내공을 끌어올렸다.

그리곤 번개같이 일권을 시전했다.

달려들던 남자는 일권에 그대로 맞고는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잠시 경기장 안에 침묵이 흘렀다.

[……시합이 종료됐습니다. 새로운 강자의 탄생입니다. 너무 빨리 끝났기 때문에 잠시만 기다려주시면 바로 다음 시합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곤 내가 나왔던 문이 열리며 예의 직원이 다가왔다.

“박태준 님.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다시 대기실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를 따라 대기실로 들어갔지만 아직 다른 사람들은 경기가 안 끝났는지 아무도 없었다.

내가 처음에 앉았던 소파에 앉자 직원이 말했다.

“이번 승리 상금을 받으실 계좌를 알려주시겠습니까?”

아! 승리 상금이 있었지. 얼마나 되려나?

“이번 승리 상금은 얼마나 되지?”

“예. 8억 코인입니다.”

“그래? 그럼 챔피언 상금은 얼마지?”

“챔피언의 경우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승리할 경우 보통 100억 코인 정도가 됩니다.”

난 태연한 척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론 상당히 놀랐다.

경기 한 번 하고 백억 코인이라고? 그 말은 이 경기를 보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단 거네. 외국에서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이 경기를 보고 있을 가능성이 크겠어. 어쨌든 주는 돈은 받아야지.

곧바로 직원에게 계좌 번호를 알려줬다.

그러자 잠시 후 8억 코인이 계좌로 입금됐단 메시지가 왔다.

빠르기도 하지. 근데 이렇게 대기하다 또 시합을 뛰는 건가?

난 궁금한 걸 직원에게 물었다.

“난 오늘 몇 번 정도 더 싸워야 되는 거지?”

“죄송하지만 시합 횟수에 대해선 저희도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알아 올 수는 없는 거야?”

“죄송합니다. 그건 저희 소관을 벗어나는 일이라…. 정말 죄송합니다.”

그때 문이 열리며 마재형이 들어왔다.

그리곤 곧장 내게로 와서 웃으며 말했다.

“박태준 씨. 정말 대단하던데요! 그 정도 실력이면 바로 승급할 수 있겠어요!”

“승급? 그건 또 뭐야?”

“선수마다 랭크가 정해져 있습니다. 태준 씨의 경우 오늘 처음 왔기 때문에 브론즈지만 아까 시합 내용을 봤을 때 바로 실버로 승급할 수 있겠네요.”

“브론즈? 실버? 무슨 게임도 아니고 랭크는 왜 정해 놓은 거야?”

예전에 자주 하던 게임들에서 보던 랭크 시스템과 흡사해 보여서 한 말이다.

“그래야 비슷한 실력의 각성자끼리 시합을 할 수가 있죠. 이곳 격투장은 아시겠지만 수많은 사람이 관람하고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의 금액이 오고 가는 곳이에요. 그런 금액을 베팅하는 사람들이 시시한 경기를 보고 싶겠어요? 당연히 피 튀기며 서로 짐승처럼 싸우는 걸 원하죠. 그래서 랭크를 만들어 비슷한 실력의 각성자끼리 싸우게 만드는 거죠.”

난 미소를 지은 채 말하는 마재형을 가만히 쳐다봤다.

아까는 정확히 몰랐는데 이제 보니 알겠네! 이놈도 몬스터랑 융합한 거야. 그래서 기괴한 기운이 감지된 거고.

마재형을 처음 봤을 때 느꼈던 독특한 분위기가 뭔지를 이제야 알 수 있었다.

“랭크는 어떻게 정해져 있지?”

“브론즈, 실버, 골드, 마스터. 이렇게 네 단계로 정해져 있어요. 지금 태준 씨에 대한 승급 절차가 진행 중이니 곧 승급 여부가 결정될 거예요.”

“넌 랭크가 어떻게 되는데?”

하지만 이번 질문엔 그는 답하지 않았다.

대신 더욱 진하게 미소를 짓기만 했다.

“대답 안 할 거야? 랭크가 어떻게 되냐니까?”

난 포기하지 않고 더욱 끈질기게 물었다.

“제 랭크가 뭐 중요한가요. 태준 씨 랭크가 중요하지. 마침 태준 씨 랭크가 결정됐단 메시지가 왔네요. 잠시만요….”

그리곤 잠시 말을 끊고 메시지를 확인했다.

메시지를 확인한 그는 조금 놀란 표정을 하며 날 바라봤다.

“이건 정말 의왼데요! 태준 씨 랭크가 골드로 정해졌어요.”

“골드? 아까는 실버가 될 거라고 하지 않았어?”

“저도 그렇게 예상했는데 아마도 위에서 태준 씨 실력을 높게 평가했나 봐요. 바로 골드가 된 걸 보면 말이죠.”

“골드라…. 그건 그렇고 난 오늘 얼마나 더 시합해야 되는 거지?”

“잠시만요. 태준 씨 랭크가 갑자기 올라서 시합을 약간 조정해야 돼서요. 바로 알아볼게요.”

그리고 그는 아이즈를 통해 뭔가를 확인했다.

잠시 후 확인을 다 끝냈는지 날 보며 말했다.

“오늘은 한 번만 더 시합하면 되겠네요.”

“한 번만 더 하면 되는 거야?”

“네. 대전 상대가 지금 준비 중이니까 곧 시작할 수 있을 거예요.”

할 말을 다 했는지 마재형은 또다시 어딘가로 가버렸다.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새벽 1시 30분이 넘어 있었다.

흠. 근데 안으론 어떻게 들어가지? 저 직원이 계속 붙어 다녀서 몰래 들어가긴 힘들 것 같은데…. 결국 몇 번 더 와서 기회를 봐야 되나?

깽판을 치고 안으로 들어가 볼까도 했지만 그러기엔 이곳 지하가 너무 깊어서 잘못하면 갇혀버릴 수도 있었다.

그래서 이곳에 대한 정보를 더 모을 때까지는 얌전히 시합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직원이 조심스레 말했다.

“박태준 님. 다음 시합이 준비됐습니다. 시합장으로 이동하겠습니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대기실 안을 둘러봤다.

하지만 그때까지 아무도 대기실 안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설마 아직도 시합을 하는 건가?

난 고개를 갸웃거리며 직원을 따라 시합 장소로 이동했다.

이번에 직원이 안내한 시합 장소는 아까와는 완전히 달랐다.

내가 들어간 경기장은 아까보다는 작았다.

크기는 대학 강의실 정도였는데 특이하게 바닥 전체에 뾰족한 송곳 같은 것들이 무수히 박혀 있었다.

이게 뭐야…? 여기서 싸우라고?

자세히 보니 바닥 드문드문 송곳이 없는 바닥이 보였다.

아마도 그곳들을 밟고 싸우라는 말인 것 같았다.

재밌네. 랭크가 올라가서 경기장 난이도도 올라간 건가?

그때 반대편에 있던 문이 열리며 다른 이가 걸어 나왔다.

이번에 나온 사람은 여자였는데 얇은 속옷만 걸치고 있었다.

하지만 얼굴에 복면을 뒤집어쓰고 있어서 나이나 외모는 알 수가 없었다.

풍기는 기운도 제법이네. 저 정도면 S급은 되겠어.

골드 랭크라고 하더니 그녀에게서 풍기는 기운이 아까 상대했던 남자와는 완전히 달랐다.

그때 또다시 스피커를 통해 아까와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오늘의 제 7시합이 곧 시작됩니다. 다들 베팅을 시작해주세요.]

역시나 베팅을 하라는 안내를 하곤 잠시 경기장에 정적이 흘렀다.

그사이 복면을 쓴 여자는 내 5미터 정도 앞까지 걸어온 다음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난 그녀의 눈을 보려고 복면을 살폈지만 복면이 눈까지 가리고 있어 그녀가 아까 남자처럼 눈에 초점이 있는지 없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그때 베팅이 종료됐다는 안내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베팅이 모두 종료됐습니다. 그럼 경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경기를 시작하라는 안내가 나왔지만 복면의 쓴 여자는 바로 달려들지 않았다.

“안 올 거야? 안 오면 내가 가지 뭐! 너도 한 방에 죽이고 오늘 바로 마스터 랭크로 올라가줄게.”

그리곤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환영보를 사용하진 않았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밑천을 다 드러내 보이면 안 되기 때문이다.

환영보를 사용하진 않았지만 각성 단계가 초인이기 때문에 능력치 두 배가 적용됐다.

그래서 환영보를 사용하지 않아도 내 움직임은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훅.

순식간에 난 그녀 앞으로 뛰어오르며 일권을 내질렀다.

하지만 일권은 두 발이 바닥에 닿아있어야 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래서 허공에서 시전한 일권의 위력은 아까보다 많이 약했다.

그 때문인지 그녀는 두 팔을 교차해 쉽게 막아냈다.

하지만 그 정도는 나도 예상한 일이다.

내 목적은 그녀의 공격에 맞는 거니까.

상대의 실력은 내뿜는 기운으로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론 정확한 힘을 알지 못한다.

기운을 갈무리 할 수 있는 자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정확히 상대의 실력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직접 맞아보는 거다.

그때 내 공격을 막은 그녀의 손톱이 순식간에 길게 늘어나더니 허공에 있던 내 몸을 순식간에 할퀴고 지나갔다.

난 공격에 맞은 다음 일부러 송곳이 있는 바닥 위에 쓰러져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걸 본 그녀의 발톱도 순식간에 길게 자라나더니 발톱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걸 통해 그녀는 자유롭게 송곳을 지나 쓰러진 내 앞으로 왔다.

그리곤 그녀의 양 손톱에 상당한 기운이 몰리며 푸른색 기운이 맺히는 게 보였다.

그녀는 푸른 기운이 맺힌 손톱으로 가차 없이 내 몸을 찔렀다.

그그그극.

하지만 그녀의 손톱은 내 몸을 뚫지 못하고 기분 나쁜 소리만 내며 지나갔다.

흠. 이 정도 실력이면 별거 없네. 이런 실력으로 무슨 절대자 급의 각성자를 만들어 낸다는 거지?

그녀가 약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강한 것도 아니었다.

물론 골드 위에 마스터가 랭크가 있지만 이대로라면 마스터 랭크도 별거 아닐 것 같았다.

대충 확인이 끝나고서야 난 살짝 뜨고 있던 눈을 완전히 뜨고는 웃으며 말했다.

“뭐 별거 없네. 너도 그만 죽어라!”

그녀는 내가 멀쩡히 눈을 뜨고 말하자 위기감을 느꼈는지 동물처럼 급히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난 곧바로 그녀를 따라붙으며 일권을 날렸다.

이번엔 아까 허공에서 날린 일권과는 완전히 다른 제대로 된 일권이었다.

후우우웅.

복면을 쓴 그녀는 아까처럼 양팔을 교차해 막았지만, 그것만으로 막을 수 있는 일권이 아니다.

일권을 막은 그녀의 두 팔이 터져 나가더니 급기야 그녀의 몸 역시 일권의 강기를 견디지 못하고 터져나갔다.

다시 한동안 경기장 안에 정적이 감돌았다.

[......시합이 종료됐습니다. 하지만 연이어 시합이 너무 싱겁게 끝나서 특별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응? 특별 이벤트?”

[아직 랭크가 마스터는 아니지만 특별히 마스터급 상대와의 대전을 연이어 준비했습니다. 다시 한번 베팅을 시작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스터 랭크라고?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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