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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99화 (99/196)

99화

짱짱 길드가 이태훈 말대로 강자에게 절대복종하는 곳이라면 흡수해서 정예부대로 부릴 수 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힘으로 인정받는 게 우선이지만 말이다.

“지금 짱짱 길드 길드장은 어떤 사람이지?”

그 질문엔 이태훈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저도 그걸 모르겠어요. 짱짱 길드 길드장은 아직 외부로 노출된 적이 없거든요.”

“그래?”

외부에 노출된 적이 없다라…. 일단 한 번 찾아가 봐야겠군.

“근데….”

“네?”

대충 짱짱 길드에 대한 정보 수집이 끝나자 그를 떠보기 위해 슬쩍 운을 띄웠다.

“이 일이 재밌어?”

“네? 그게 무슨…?”

그는 내 말에 살짝 긴장하며 의문을 표했다.

“아니, 너무 열정적으로 움직이기에 물어본 거야!”

그제야 그는 긴장을 풀고 웃었다.

“뭐, 재미도 있지만 먹고 살려고 하는 거죠. 누가 처음 보는 사람한테 욕 들어 먹어가면서 하는 일을 좋아하겠어요!”

그러다 자신의 실언을 깨닫고는 날 향해 급히 손사래를 쳤다.

“절대 태준 씨를 두고 한 말은 아니에요! 그러니 오해하지 마세요!”

하지만 난 오히려 그의 말에 웃으며 답했다.

“아니야. 내가 개새끼지! 처음 보는 사람한테 욕하고 꺼지라고 했으니까.”

“아니에요. 진짜 태준 씨한테 한 말은 아니에요! 충분히 그럴만한 상황이었잖아요!”

그는 어찌할 줄을 모르며 계속 변명을 했다.

“하하하. 진짜 괜찮다니까. 그보다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네? 물어볼 거라면… 뭘?”

“혹시 보수가 더 괜찮은 일이 있다면 이 일 말고 다른 일 해볼 생각 없어?”

내 말에 그는 눈만 껌뻑이며 내 눈치를 살폈다.

내가 한 말이 어떤 의도인지를 파악하려는 듯했다.

“그냥 물어보는 거야. 너무 긴장할 필요 없어!”

“그, 그런가요?”

하지만 그는 여전히 미심쩍은 눈으로 내 눈치를 살폈다.

하긴 그럴 만도 한 게 오늘 내가 그에게 보여준 모습은 완전히 미친놈이었을 테니까!

내 눈치를 보던 그는 한참 후에야 조심스레 입을 뗐다.

“뭐, 저도 앞으로 결혼도 해야 하니 안정적이고 수입이 더 좋은 직장이면 좋죠. 중요한 건 그런 직장이 없다는 게 문제지만요.”

“그래? 그럼 내가 좋은 직장 하나 소개해줄까? 너한테 딱 어울리는 곳이 있는데!”

“네? 직장을 소개해 준다구요?”

그는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길드 영입을 제안하는 자린데 오히려 내가 자신에게 다른 일을 소개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잠시 혼란스런 표정을 하던 그는 이내 결심을 했는지 고개를 저었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전 지금 일이 좋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연결해준 다른 각성자분들과의 의리도 있고 말이죠. 그분들이 다른 길드를 찾을 때도 제가 도와드리기로 했거든요.”

그 말을 듣자 그가 더 마음에 들었다.

“그런 마음가짐. 아주 좋아! 일단 그 문제는 나중에 다시 얘기하기로 하고, 짱짱 길드는 어떻게 가면 되지?”

내가 주제를 돌리자 그제야 이태훈의 안색이 다시 밝아졌다.

“저랑 약속을 잡고 가시면 됩니다. 연락처 알려주시면 제가 짱짱 길드 측과 약속 날짜를 잡고 알려 드릴게요.”

“그래. 대신 되도록 빨리 부탁해. 내가 좀 바쁘거든.”

“네, 최대한 빨리 잡도록 할게요.”

그리곤 아이즈를 통해 서로의 연락처를 공유한 후에 헤어졌다.

이태훈과 헤어져 종로 대로변으로 나온 나는 그제야 시간을 확인했다.

4시 27분이라…. 이제 한희한테 전화를 해볼까!

뚜뚜뚜뚜뚜뚜.

잠시 통화 연결음이 들린 후 조한희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한희야, 준비 끝났어.”

[그래? 각성자 등급은 어떻게 됐어?]

“SS등급 받았어….”

그리곤 G타워에서 있었던 일들을 간단히 얘기해줬다.

[역시 태준 씨야. 측정 불가라니…. 어쨌든 SS등급이면 지하 격투장에도 호기심을 가질 거야.]

“내가 피앤씨 대표라는 건 아무도 모르게 해야 돼. 알지?”

[그거라면 걱정 마. 태준 씨가 직접 알려준 사람을 제외하곤 태준 씨가 대표인 걸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약간 걱정이 됐다.

혹시라도 내 정체가 노출될까봐 말이다.

조한희는 잠깐의 침묵에서 내가 뭘 걱정하는지 알아채고는 날 안심시켰다.

[걱정하지 마! 피앤씨와 관련된 태준 씨의 정보는 완전히 정리했으니까!]

그녀가 그 정도까지 말하는 건 확실히 처리했다는 말이다.

그제야 안심이 됐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돼?”

[태준 씨 정보를 브로커한테 넘길 거야. 그럼 브로커가 태준 씨한테 연락할 거야. 빠른 시합을 원했으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연락이 올 거야!]

“오케이. 그럼 들어가서 무슨 실험을 하고 있는지만 알아오면 되는 거지?”

[응. 그거면 돼. 그럴 리는 없겠지만 위험하다 싶으면 도망쳐야 돼! 알겠지?]

“걱정 말고 좋은 소식이나 기다리세요. 그럼 다시 연락할게.”

전화를 끊고 조한희에게 들은 지하 격투장에 대해 생각해봤다.

대한 그룹에서 왜 지하 격투장을 만들었을까? 아마 진짜로 그놈들이 각성자들을 가지고 실험을 한다면 그들에 대한 실험장일 가능성이 커! 문제는 실험에 성공한 후의 목적이야. 대체 뭣 때문에 그런 일을 하는 걸까? 이미 세계적인 기업인데다 경제적으로 위협받고 있는 상황도 아닌데 말이야!

이리저리 머릴 굴리고 있는데 아이즈를 통해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박태준 씨인가요?]

“네. 누구시죠?”

[격투장 관련해서 안내해드릴 사항이 있어 연락드렸습니다.]

왔구나!

격투장에 대해 얘기하는 걸 보니 조한희가 말한 브로커인거 같았다.

“네, 말씀하시죠.”

[오늘 밤 10시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폐공장으로 오시면 됩니다. 자세한 주소는 전화를 끊고 나면 보내드리죠.]

“그럼 우린 거기서 만나게 되는 건가요?”

[하하하. 저와 만날 일은 없을 겁니다. 제가 하는 일은 격투장과 선수를 연결시켜주는 걸로 끝이죠. 그 이후는 선수 본인이 직접 알아서 하셔야 됩니다.]

철저하게 신분을 숨기시겠다…. 어쩔 수 없지!

“알겠습니다. 그 외에 주의 사항 같은 건 없는 건가요?”

[없습니다. 그럼 이만.]

그리곤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잠시 후 상세한 주소가 적힌 메시지가 왔다.

“흠. 남동공단이라…. 가보면 알겠지!”

* * * * *

그날 밤 10시. 남동공단의 한 폐공장.

“여긴가?”

이제는 영업을 안 하는 폐공장 앞에 서서 공장을 잠깐 바라봤다.

약간 음산하다 못해 기괴한 기운마저 느껴지는 그런 외형의 공장이었다.

난 기감을 확장해서 공장 안을 살폈다.

공장 안에선 꽤 많은 기들이 감지됐다.

어디보자. 하나… 둘… 셋.

숫자를 세자 스물세 명이나 됐다.

근데 생각보다 인원이 적다.

내가 떠올린 지하 격투장의 이미지는 케이지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이 구경을 하고 소릴 지르는 환경을 생각했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다.

그럼 안으로 들어가 볼까!

난 거침없이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중간에 검사 같은 게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거 전혀 없이 공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별도의 보안 절차도 없는 거야?

의문을 가지고 공장 안으로 들어가자 낡고 텅 빈 공장 내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미리 감지한 대로 이십여 명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내가 공장 안으로 들어가자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이 분위기는 뭐지?

이상하게 모두가 내게 노골적으로 적의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때 그들 사이에 있던 한 사람이 앞으로 걸어오며 말했다.

청바지에 화려한 꽃무늬가 수 놓인 재킷을 입은 40대 초반의 남자였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외모지만 풍기는 분위기가 굉장히 독특해 한 번 보면 잊기 힘들 것 같았다.

“어서 오세요. 혹시 박태준 씨 맞으신가요?”

환하게 웃으며 묻는 그를 보고 맞는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모여 있던 사람들에게서 더 많은 적의가 뿜어져 나왔다.

왜 저러는 거지?

모두가 날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그때 앞으로 나선 남자가 더욱 진하게 웃으며 말했다.

“전 안내를 맡은 마재형이라고 합니다. 지금부터 신원 확인을 위한 간단한 테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테스트? 그런 것도 있나요?”

“간단한 테스트니 그리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말과 함께 그의 뒤에 있던 사람들이 날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어어? 이게 갑자기 무슨…?”

갑작스런 상황에 난 당황했다.

갑자기 달려드는 것도 당황스럽지만 그보다 그들이 정말로 날 죽이려고 달려들었기 때문에 더 당황했다.

이것들은 왜 이러는 거야? 데스매치 뭐 그런 건가?

하지만 길게 생각할 틈이 없었다.

온갖 무기를 소환한 각성자들이 살의를 내뿜으며 내 전신을 공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 이런 상황에서 가만히 맞으며 그들의 상황을 봐줄 만큼 착한 사람이 아니다.

“풍천각!”

많은 이들에 둘러 싸였을 때 가장 효율적인 기술 중 하나인 제 2식 풍천각을 시전했다.

마치 고전 게임인 스트리트파이터의 류처럼 회전하는 내 발에 주위에 있던 이들이 순식간에 온몸이 찢겨 죽었다.

힘을 억제했기 때문에 대량 살상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가까이 있던 몇 명을 죽이기엔 충분한 위력이었다.

이 정도면 경고는 됐겠지?

더이상 달려들면 모두 죽이겠다는 경고의 의미를 담은 풍천각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살의를 불태우며 내게 달려들었다.

마치 내가 불구대천의 원수라도 되는 양 말이다.

약을 한 건가?

하지만 그들의 상태를 보면 그런 것도 아니다.

그냥 참을 수 없는 분노에 휩싸인 것처럼 보였다.

이 정도 했는데도 덤벼들면 어쩔 수 없지.

난 모두를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그때부터 손 안에 사정을 두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달려드는 사람들을 죽였다.

순식간에 내 주변은 피바다가 됐다.

난 바닥에 떨어져 있는 누군가의 검을 집어 들고는 검에 묻어 있는 피를 내 옷에 닦았다.

그리곤 검을 입에 넣고는 씹었다.

까드득. 으득.

“넌 안 와? 내가 갈까?”

홀로 남아 있는 마재형을 향해 검을 씹어 먹으며 한마디 했다.

온통 피범벅이 되어 있는 상태로 검을 씹어 먹는 내 모습은 한 마리 악귀 같았지만 그는 오히려 기분이 좋은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박태준 씨. 신원 확인이 완료됐습니다. 실제 경기장으로 안내하겠습니다.”

“뭐? 실제 경기장? 그럼 여긴 뭔데?”

“아까도 말했듯이 여긴 신원 확인을 위한 테스트장입니다. 실제 경기장은 다른 곳에 있죠.”

그런 거였어?

“근데 테스트를 꼭 이런 식으로 해야 되는 건가? 기분 나쁘게…!”

“이해 부탁드립니다. 주최 측 입장에서도 보험은 들어놔야 해서요.”

“보험?”

이건 또 뭔 소리야?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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