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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97화 (97/196)

97화

내가 받은 등급은 SS등급이었다.

난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지만 옆에 있던 이태훈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며 SS등급이 된 이유에 대해 물었다.

“아니, 왜 SS등급인 거죠? 충분히 SSS등급도 가능했는데! 이유가 뭐죠?!”

그의 질문에 직원은 약간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박태준 씨가 높은 등급을 받은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방어력에서 측정 불가 등급이 나왔는데 이건 처음 있는 일이라 일단 평가 기준에서 제외했어요.”

“네? 제외했다구요? 그건 누가 봐도 너무 강해서 측정 불가가 나온 거잖아요! 공격력이 SSS가 나왔는데 당연히 방어력도 그와 비슷하거나 강하겠죠! 안 그래요?! 그런 건 측정관에게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그게… 측정관께서 사라지셨어요….”

“에? 사라졌다니 그게 무슨 말이죠?”

그 직원도 정확한 경위는 모르는지 고개만 저었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확실한 건 박태준 씨가 측정을 끝내고 난 후 갑자기 사라지셨어요.”

이게 무슨 말이지? 그 미친 노인네가 날 측정하고 나서 사라졌다고?!

이번엔 내가 직원에게 물었다.

“측정관들은 고용된 사람들 아닌가요? 근데 그렇게 막 사라져도 되는 거예요?”

“안 되죠. 근데 그분은 원래 방어력을 측정하던 분이 아니세요. 기존에 계시던 측정관이 휴가를 가는 바람에 잠깐 고용된 분이죠.”

잠깐 고용된 사람이라고? 하긴 그 지랄맞은 성격에 오래 붙어있진 못 했겠지. 그나저나 왜 사라진 거지? 아무리 봐도 타이밍이 나 때문인 것 같은데….

내가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이태훈은 계속 직원에게 항의했다.

“측정관이 사라진 건 그쪽 사정이고, 우린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아야겠어요.”

“그래서 지금 내부에서 회의를 진행 중입니다. 그리고 며칠 안에 세계 각성자 위원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들었어요. 그때까지 며칠만 기다려주세요.”

그 말을 들은 이태훈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세계 각성자 위원회요? 이게 그렇게까지 큰일인가요?”

“그럼요. 다른 등급도 아니고 SSS등급이에요. 다른 등급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간단한 회의만으로 처리가 됐을 텐데 SSS등급은 달라요. 그들에 대한 정보는 전 세계에 공유되기 때문에 더 그렇죠.”

잠깐! 전 세계에 공유된다고?!

생각에 잠겨있던 난 직원의 말에 깜짝 놀라 급히 물었다.

“잠깐만요! 전 세계에 공유된다는 게 무슨 소리죠? 본인이 원하면 비밀이 유지되는 거 아니었나요?”

“일반적인 경우는 그렇죠. 하지만 SSS등급의 경우는 달라요. 그들의 정보는 전 세계가 모두 공유하게 되어 있어요.”

“어느 정도 수준까지 공유가 되는 거죠? 간단한 신상명세 정도만인가요?”

허나 직원은 고개를 저었다.

“SSS등급을 받은 사람의 모든 걸 공유하도록 되어 있어요. 그 사람의 과거부터의 모든 행적과 실시간 위치 등 모두 말이죠.”

“그게 말이 돼요? 그건 인권침해 아닌가요?”

“그런 논란도 초기엔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일반 상황이 아닌 전시 상황이라 위협이 제거될 때까지 허용하기로 했어요.”

내 모든 행적이 노출된다고? 그럼 안 되는데…. 이건 무조건 막아야 해!

“SSS등급을 받은 사람들은 인성에 문제가 있어도 상관없이 등급을 부여받나요?”

“그건 아니에요. SSS등급은 말 그대로 상징적인 존재예요. 전 세계를 지켜주는 슈퍼히어로 같은 존재죠. 그런데 그들이 인성 논란에 휩싸이면 각성자의 이미지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어서 인성에 문제가 있다면 SSS등급은 취소돼요.”

“그래요? 그럼 능력은 SSS등급인데 인성이 안 좋아서 취소된 경우도 있나요?”

질문에 직원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혹시라도 인성에 문제가 있더라도 누가 SSS등급 받는 걸 포기하고 싶겠어요. 그 등급을 받으면 받는 혜택이 얼마나 많은데요!”

직원의 말에 난 웃으며 말했다.

“회의하는 곳이 혹시 어디죠?”

“7층 회의실인데 왜…. 그러시죠…?”

직원은 약간 불안한 눈으로 날 바라봤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럼 수고하세요.”

난 앞에 놓인 확인서와 은빛 카드를 챙긴 다음 혜택에 대한 설명은 듣지도 않고 바로 엘리베이터 앞으로 갔다.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안으로 들어간 난 1층이 아닌 7층을 눌렀다.

그걸 본 이태훈이 놀란 눈을 하고 물었다.

“아니, 왜 7층으로…?”

그러다 아까 직원이 7층에 회의실에 있다고 한 말이 떠올랐는지 급히 날 말렸다.

“태준 씨! 지금 회의실에 가서 따지려는 거예요? 그런 생각이라면 당장 그만둬요. 그럼 SSS등급 받기가 더 힘들어진다구요! 아까 직원이 하는 말 들었잖아요!”

흠. 이쯤에서 얘도 떼어 내야겠다.

난 말리는 이태훈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한마디 했다.

“꺼져!”

“네? 방금 뭐라고….”

“꺼지라고. 이제 넌 필요 없으니까.”

그리곤 회의실을 찾아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는 그런 내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하지만 그는 영업사원.

그것도 각성자들을 길드와 연결해주는 영업을 하는 사람이다.

등급 측정을 하고 높은 등급이 나오면 인성이 돌변하는 사람을 여러 번 봤기 때문에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단지 기분만 나쁠 뿐이다.

그렇다고 기분 때문에 나 같은 거물을 놓칠 순 없다고 판단했는지 다시 내게 바짝 따라붙었다.

“그래도 한 번만 더 생각해 주세요. 네? 이렇게 하는 건 태준 씨한테 도움이 하나도 안 된다니까요!”

난 다시 따라온 이태훈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제법 끈질기네. 어디 다음에 하는 내 행동을 보고는 어떻게 나오는지 볼까!

난 지금부터 회의실 안에 들어가서 깽판을 놓을 생각이다.

지금 SSS등급을 받고 내 존재가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된다면 그만큼 많은 견제를 받는다.

그러면 절대자들이나 히든 보스 세력을 견제하는데 차질이 생긴다.

그래서 지금부터 회의실 안에 들어가서 제대로 진상을 부릴 예정이었다.

난 이태훈이 하는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물론 회의실을 지키는 경비가 두 명 있었지만 간단히 제압했다.

회의실 안으로 들어가자 방어력을 측정한 측정관을 제외한 모두가 모여 있었다.

난 그들을 향해 웃으며 반갑게 인사했다.

“다들 안녕!”

하지만 모두는 갑자기 난입한 내게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중 1번 방에 있던 심사위원 중 한 명이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지금 회의하는 게 안 보이나?”

“아아. 보이지. 근데 내가 왜 SS등급이지? 그거부터 얘기해 봐!”

“그건 직원을 통해 충분히 설명을 들었을 텐데…!”

“듣기는 했지. 근데 납득을 못 하니까 올라온 거 아니야!”

“측정 불가라는 등급은 지금까지 없었던 등급이라 회의가 필요한 것뿐이야. 그러니까 당장 나가게!”

그 말에 난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게 회의가 필요한 일이야? 그냥 내 방어력이 SSS등급보다 높으니까 그런 결과가 나왔겠지. 안 그래?”

“흥! 그걸 어떻게 믿지? 너랑 지금 사라진 측정관이 짜고 벌인 일일 수도 있는데!”

민첩을 측정하던 측정관이 한 말이다.

난 그의 말에 큰소리로 웃었다.

“하하하하하. 그따위 방법은 너희들이나 쓰는 거고!”

“뭐?!”

그가 발끈했지만 난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그럼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확인하면 되잖아. 뭘 이따위 회의를 하고 있어!”

“단순한 방법?!”

“와서 날 쳐봐. 죽일 듯이 말이야. 한 놈이라도 내 몸에 상처 내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여기서 무릎 꿇고 사과할게. 어때?”

“그 말…. 후회하게 될 거다.”

그리곤 민첩을 측정하던 측정관이 순식간에 내게 다가와 주먹을 내질렀다.

속도가 제법이었지만 엄청날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방어력을 측정했던 노인이 훨씬 빨랐다.

퍼퍽.

너클이 끼워진 그의 손이 정확히 내 복부에 명중했다.

그는 고통에 일그러진 내 얼굴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들었지만 그의 예상과 달리 난 씨익하고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

“이 정도밖에 못하겠어? 좀 더 분발해봐.”

내 도발에 그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리곤 연타가 시작됐다.

“헉… 헉…. 이게 대체 어떻게….”

하지만 그는 여전히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나를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봤다.

“벌써 끝난 거야? 그럼 넌 실패니까 한 대만 맞자. 나만 맞으면 억울하잖아!”

“그, 그게 무슨…?”

하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고개가 획하고 돌아갔다.

내가 날린 불꽃 싸다구가 그의 얼굴에 작렬한 것이다.

그는 싸다구 한 번에 바닥에 넘어진 채 한동안 일어나질 못했다.

너무 모욕적이고 창피했기 때문이라!

그제야 다른 측정관과 심사위원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날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잠시 후 다들 뺨을 맞고 사이좋게 바닥을 뒹굴었다.

유일하게 공격력을 측정했던 측정관만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고요한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저 여자는 왜 안 나서지?

기의 크기로 봤을 때 그녀가 가장 강한 것 같았는데 나서지 않는 게 이상했다.

하지만 더 깊게 생각할 틈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난 심사위원과 측정관들이 다시 한번 날 향해 달려들었다.

이번엔 전과 다르게 무기까지 소환하고 날 공격했다.

“하하하하. 그렇게 해야 제대로 측정이 되지.”

하지만 역시 잠시 후에 벌어진 상황은 아까와 같았다.

모두들 내게 뺨을 맞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측정관과 심사위원들은 각성자이긴 하지만 뛰어난 각성자들은 아니었다.

적당히 A급 정도를 유지할 뿐이다.

하지만 이것도 완전히 믿을 수가 없다.

측정도 자기들끼리 했을 테니까.

“이제 왜 측정불가라고 했는지 믿을 수 있겠지?”

하지만 민첩을 측정했던 측정관은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으로 날 노려보며 소리쳤다.

“이 개새끼야! 내가 목숨을 걸고서라도 SSS등급은 절대 못 받게 할 거야! 두고 봐. 반드시 그렇게 할 테니까!”

그 소리를 듣자 내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어 뛸 듯이 기뻤다.

하지만 겉으론 내색하지 않았다.

난 그의 말은 무시한 채 바닥에 앉아 날 노려보는 이들을 한 번 슥 훑어보며 말했다.

“이제 내 방어력이 어떤지는 알았을 테니까 똑바로 결정하라고. 아참, 가기 전에 한 대씩만 더 맞자!”

난 순식간에 심사위원과 측정관의 뺨을 한 대씩 더 때렸다.

더 무섭고 잔인하게 깽판을 칠 수도 있지만 그랬다간 자칫 이들의 맘속에 공포심이 심어질 수도 있다.

그러면 공포심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가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적당한 선에서 물러났다.

그때까지도 공격력을 측정한 측정관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날 바라보고만 있었다.

아까와 달라진 점은 이젠 미소까지 짓고 있다는 점이다.

의미모를 그 미소가 약간 찝찝하긴 했지만 무시하고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그때 가만히 미소만 짓고 있던 그녀가 갑자기 날 불러 세웠다.

[박태준 씨, 잠시만 기다리세요!]

어! 전음?!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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