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방어력 무한-96화 (96/196)

96화

능력치 측정소가 위치한 거대한 홀에는 능력치 측정을 위한 여러 장비가 놓여 있었다.

대기 줄에서 기다리며 다른 사람들이 하는 모습을 보니, 공격력과 방어력의 경우 특정 포탈을 통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서 측정을 하는 것 같았다.

그 외에 민첩이나 힘 등은 홀에 놓인 특별한 기계를 통해 측정했다.

기다리다 보니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측정을 담당하는 직원이 내게 물었다.

“박태준이요.”

“박태준… 박태준…. 아! 여기 있네요. 각성한 능력이 육체강화네요. 맞나요?”

“네. 맞아요.”

“그럼 이쪽으로 오세요.”

그는 날 데리고 이동 포탈 앞으로 데리고 갔다.

포탈 위에는 전광판 같은 게 보였는데 거기에 측정된 등급이 나오는 모양이었다.

“여기로 들어가면 돼요.”

“그냥 들어가면 되는 건가요?”

“네. 들어가면 안에 방어력 측정관이 따로 있으니까 궁금한 건 그분께 물어보면 될 거예요.”

난 고개를 끄덕이곤 망설임 없이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눈앞에 환한 빛이 사라지자 나타난 건 거대한 평지였다.

그리곤 미처 상황을 파악할 새도 없이 강한 충격이 복부에 전해졌다.

콰쾅.

충격에 한 발 뒤로 물러선 난 약간 짜증 난 얼굴로 정면을 바라봤다.

“아이 썅! 이게 갑자기 뭐 하는 짓이에요?!”

하지만 날 때린 노인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강한 내공이 느껴져서 적당히 세게 쳤는데도 아무렇지도 않다고? 너 사문이 어디냐?!”

갑자기 저게 뭔 소리야! 등급 측정하러 왔는데 사문은 왜 찾는 거야?

내가 아무 말도 안하고 멀뚱멀뚱 쳐다보자 노인은 약간 짜증이 나는지 욕을 하기 시작했다.

“이 개새끼야! 어른이 묻는데 빨랑 대답 안 하고 뭐 하는 거야?!”

그 모습에 나도 더는 참지 않았다.

“개새끼? 노망난 늙은이가 뭐라는 거야!”

“뭐…! 노망난 늙은이?!”

그리곤 다시 가슴에 강한 충격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번엔 공격에 대비를 하고 있어서 맞아도 뒤로 물러나지는 않았다.

그 모습에 노인은 상당히 놀란 듯했다.

“대체 사문이 어디기에 너 같은 괴물을 키워낸 거지? 오냐! 어디까지 버티는지 한번 보자!”

그리곤 노인이 눈앞에서 사라졌지만 내 눈엔 노인의 움직임이 그대로 보였다.

하지만 공격을 피하진 않았다.

콰쾅.

여전히 난 그의 공격에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았다.

몇 번의 공격이 더 있고 나서야 노인도 이상함을 느꼈는지 공격을 멈추고 의아한 눈으로 물었다.

“왜 공격을 피하거나 반격하지 않는 거냐?”

“피해도 되는 거야? 지금 방어력 측정하는 거 아니었어? 그래서 가만히 있었던 건데…!”

그 말에 노인은 더욱 충격을 받았다.

그리곤 갑자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하하! 너 같은 괴물은 길재혁 그 놈 이후 처음이구나. 아니지, 길재혁 그놈은 한계가 대충 가늠이라도 됐는데 넌 그조차도 안 되는구나! 좋아, 이제 나가봐도 좋다.”

길재혁? 길재혁이면 우리나라 최초의 SSS급 각성자잖아!

길재혁은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SSS등급을 받은 각성자다.

모든 능력치에서 그 당시까지 있던 최고 기록을 싹 갈아치웠다고 한다.

그 기록 중 힘은 다른 SSS등급 각성자인 문철웅에 의해 깨졌지만 다른 능력치들은 아직도 그가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냥 이대로 나가면 되는 건가요?”

난 변한 그의 태도를 보고 다시 존댓말을 썼다.

“그래. 나가면 된다. 이곳은 방어력을 측정하는 곳이니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아니, 차고 넘치지. 크하하하하핫!”

그는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큰소리로 웃어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날 죽일 듯이 달려들던 노인이라곤 믿기지 않았다.

세상엔 역시 미친놈들이 많다니까!

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밖으로 나왔다.

포탈을 통해 밖으로 나오자, 보이는 건 놀란 눈을 하고 있는 직원의 얼굴이었다.

왜 저러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게 뭐야? 저런 것도 있는 거야?”

“나도 저런 건 처음 봐! 측정 불가라니…!”

“기계가 고장 난 거 아니야?”

이게 무슨 소리지? 측정 불가?

그제야 난 포탈 위에 있는 전광판으로 눈을 돌렸다.

거기엔 내 이름이 쓰여 있었는데 이름 옆에 측정 불가라는 글자가 써져 있었다.

측정 불가?

“측정 불가라는 게 무슨 뜻이죠?”

난 놀란 직원에게 질문했다.

하지만 직원도 이런 일은 처음인지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그… 그게 저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그럼 다음은 어디로 가면 되죠?”

그제야 그는 정신을 차리고 날 다른 포탈 앞으로 안내했다.

“여기로 들어가시면 전투력 측정하는 곳이 나올 겁니다.”

어느새 직원의 말투도 아까와 달라져 있었다.

난 직원의 안내에 따라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이번에 나타난 곳은 축구장처럼 생긴 잔디가 깔린 경기장이었다.

그리고 눈앞에 엄청나게 두껍고 큰 철로 된 덩어리가 보였다.

이게 뭐지?

그때 어디선가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렸다.

“새롭게 측정 받으러 온 사람인가요?”

고개를 돌리자 고상한 외모의 중년 여성이 서 있었다.

특이하게 전통 한복을 입은 그녀는 내가 쳐다보자 미소를 지었다.

“여긴 공격력을 측정하는 곳이에요. 측정 방법은 간단해요. 저기 앞에 보이는 철덩어리를 가장 강한 공격 기술로 공격하면 돼요.”

“정말 그것만으로 전투력 측정이 되나요?”

생각보다 너무 간단해서 다시 한번 물어봤다.

그녀는 자주 겪는 일인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철덩어리는 일반 철이 아니에요. 저건 대격변 때 떨어진 운석에서 채취한 건데 특이하게 공격력에 비례해 철의 색이 변해요. 처음엔 거무스름한 색이지만 공격의 강도에 따라 노란색에서 붉은색, 보라색, 갈색, 파란색, 희색 순으로 나타나죠.”

“그래요? 신기하네요.”

운석에서 나온 철에 저런 성질도 있었구나.

“그럼 그냥 치면 되는 건가요?”

“준비 되는 대로 공격하면 돼요.”

“맨손만 사용하는 건가요? 아님 무기도 허용되나요?”

“무기가 있다면 사용 가능해요.”

“그럼 사양 안 하고 쓸게요.”

난 즉시 화룡도를 소환했다.

내 오른손에 붉은 도신의 화룡도가 들렸다.

잠깐 철덩어리를 보며 집중을 한 난 철덩어리를 향해 세로로 도를 그으며 작게 소리쳤다.

“단월!”

화룡도가 세로로 천천히 그어지며 모든 걸 잘랐다.

철덩어리까지도 말이다.

난 측정관을 돌아보며 말했다.

“저거 잘려도 상관없는 거죠?”

측정관은 내가 철덩어리를 잘라버리자 황당한 얼굴로 날 바라봤다.

그 사이 철덩어리의 색이 천천히 흰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걸 본 측정관의 얼굴은 황당함에서 놀라움으로 변했다.

“흰색이라니…. 길재익과 문철웅 이후론 처음 있는 일이네요. 어쨌든 축하드려요. 공격력 부문에선 최고 점수를 받게 됐네요.”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난 감사 인사를 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이번에도 역시 밖에 있던 직원의 눈은 놀람으로 가득했다.

포탈 위에 있던 전광판에는 내 이름 옆에 SSS라는 등급이 적혀 있었다.

흠. 공격력은 SSS등급이구나. 이제 다른 능력치들은 어떤지 볼까!

그 후로 힘과 민첩도 측정을 했다.

하지만 힘과 민첩은 내공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 능력치만 사용해서 힘은 S등급, 민첩은 SS등급이 나왔다.

모든 측정이 끝난 후 난 최종 결과를 기다렸다.

옆에 있던 이태훈은 연신 흥분해서 계속 조잘거리고 있었다.

“태준 씨 정말 대단해요. 그 정도 능력이면 최소 SS등급은 나올 거예요. 문제는 방어력에서 받은 측정 불가 등급과 1번 방에서의 결정 보류가 변수일 텐데…. 어쨌든 SS등급은 확실해요!”

그리곤 몇 가지 길드들에 대해 말을 하며 적극적으로 추천을 하기 시작했다.

“태준 씨 정도면 지금 미르 길드나 태산 길드도 들어갈 수 있을 거예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길드가 저 두 개거든요. 들어가는 조건이 까다롭긴 하지만 들어가기만 하면 미래가 보장된다고 보면 되죠. 미르와 태산 말고 다른 길드도 몇 개 있는데….”

이후로도 이태훈의 말은 계속되었다.

난 시끄러웠지만 참고 그의 말을 계속 들었다.

왜냐하면 생각보다 쏠쏠한 정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생생한 현장의 정보들을 많이 알고 있었다.

요즘은 국내 길드가 돌아가는 상황은 보고서를 통해서만 보기 때문에 현실과는 약간의 괴리감이 있었다.

그의 얘길 들어보니 현재 대한민국의 길드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미르 길드와 태산 길드였다.

그건 소설 속에 있을 때도 동일했기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세 번째로 강한 길드가 창천 길드라는 얘길 들었을 땐 놀랐다.

왜냐하면 소설 속에서는 3위 길드가 창천 길드가 아니었다.

아니, 창천 길드란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었다.

흠. 창천 길드는 왜 미래에 사라진 거지?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쇠퇴해서 사라진 건가? 아님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아무래도 나와 인연이 있는 길드다 보니 조금 더 관심이 갔다.

그리고 길드들에서 요즘 세력을 키우기 위해 높은 등급을 받은 각성자들을 데려가기 위해 엄청난 연봉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건 당연한 일이지만 경쟁이 너무 과열되다 보니 출혈 경쟁이 되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그리고 그런 출혈 경쟁을 더욱 부추기는 게 서치였다.

던전에 대한 공략 정보들은 모두 서치를 통해 거래됐다.

그러다 보니 새로 생기는 던전을 누가 먼저 공략하느냐가 길드의 수입과 직결됐다.

또한 높은 난이도의 공략일수록 더 비싸게 거래됐기 때문에 길드들은 강한 각성자들을 더 원했다.

각성자의 성장 가능성을 보기보다는 당장 얼마나 강한지가 더 중요해져 버렸다.

그런 상황을 알고 나자 약간 씁쓸하긴 했다.

의도는 그게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론 그런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지. 아직은 자리가 잡혀가는 과정이니. 일단 완전히 자리가 잡히면 단점들을 하나씩 보완해야겠어. 나중에 이 문제에 대해서도 한희랑 상의를 해봐야겠다.

그 외에도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는데 듣다보니 궁금한 게 생겼다.

“지금 길재혁이나 문철웅은 어느 길드에 소속돼 있죠?”

내 질문에 신나게 말을 하던 이태훈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날 바라봤다.

“역시 길재혁이나 문철웅을 라이벌로 생각하는군요. 하지만 그럴 필요 없어요. 문철웅은 현재 소속 길드 없이 용병으로만 뛰고 있고, 길재혁은 세계 최고의 길드인 골렘 길드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골렘 길드라…. 좋은 데 들어갔네!

골렘 길드는 세계 최고의 실력자들만을 모아서 만든 길드다.

국적도 다양했고, 길드 가입 조건도 굉장히 까다로웠다.

최소 가입 각성자 등급이 SS급일 정도다.

현재 골렘 길드는 아메리카 대륙에 있는 절대자들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특히 골렘 길드 길드장인 크리스는 절대자에 가까운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알려졌을 정도다.

그렇게 이런저런 정보를 듣고 있는 사이 내 각성자 등급 결과가 나왔는지 직원이 날 불렀다.

“박태준 씨. 이리로 오시겠어요.”

그가 있는 데스크로 가니 은빛 카드와 함께 확인서를 발급해 줬다.

그리고 그 확인서에는 SS등급이라고 적혀 있었다.

나 혼자 방어력 무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