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화
경비들은 각성자가 아니었기에 무지막지한 내 무력 앞에 덜덜 떨고만 있었다.
난 그들을 향해 한 번 웃어주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문을 부술 때의 소리 때문인지 건물에 있던 각성자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너 뭐야?! 뭐 하는 새낀데 이 난리를 피워?!”
무리 중 한 사람의 외침에 난 씨익하고 미소를 지었다.
“너희 같은 개새끼들 조져버릴 사람!”
그리곤 곧바로 무리를 향해 달려갔다.
이런 놈들은 손에 사정을 두면 안 된다.
난 무자비하게 내 앞을 막아서는 이들을 죽였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내 모습에 더 막아서는 이는 없었다.
난 그 길로 커다란 기가 느껴지는 5층으로 올라갔다.
기가 느껴진 방 안으로 들어서자 네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한 명은 소매치기였고, 나머지 세 사람은 나와 비슷한 나이의 남자들이었는데 놀랍게도 그들은 똑같이 생겼다.
“세쌍둥이?”
내가 놀라 소리치자 세쌍둥이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그 중 한 명이 험악하게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넌 뭔데 우리한테 이러는 거야?”
“나? 난 저 여자 스카웃하러 왔는데!”
“뭐?”
내가 소매치기를 쳐다보며 말하자 그걸 들은 세쌍둥이는 살기 어린 얼굴로 소매치기를 쳐다봤다.
하지만 소매치기는 영문을 모르겠단 표정으로 당황하며 나를 한 번 쳐다보곤 급히 세쌍둥이를 향해 말했다.
“…난 모르는 일이야. 저 새끼가 누군지도 모른다고! 지금 처음 본 사이야!”
이시스의 권능이 잘 먹혔는지 그녀는 날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저 여자 말이 맞아! 저 여자는 날 몰라.”
“그럼 왜 이러는 거야?!”
“아까도 말했잖아. 저 여자 스카웃하러 왔다고! 저 여자 동생 있는 곳이나 말해.”
“네가 그걸 어떻게…?”
“뭘 당연한 걸 묻고 있어! 스카웃하려면 그 대상에 대한 조사는 기본 아니야!? 그보다 동생 어딨는지나 말해!”
그제야 긴장하던 세쌍둥이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흐흐흐. 이 새끼야. 동생 찾고 싶으면 당장 꿇어! 안 그럼 동생은 뒤질 테니까!”
그들은 소매치기에게 썼던 방법대로 나한테도 그녀의 동생을 가지고 협박했다.
“싫은데.”
“뭐?”
그들은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싫다고 말하자 약간 당황했지만 여전히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
“싫다고? 그럼 동생을 죽여도 된단 말이야?! 그럼 저 여자는 영원히 스카우트 못 할 텐데!”
그 말에 난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 네 놈 중 한 놈이 말하게 될 테니까!”
그리고 난 곧바로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런 놈들을 상대할 땐 손속에 사정을 두면 안 된다.
그럼 오히려 그걸 이용하려 드니까 말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느냐?!
잔인하게 밟아주면 된다.
그래서 내가 그들보다 더 상위 포식자라는 걸 확실히 보여주면 된다.
난 잔인하게 한 놈 한 놈 확실하게 죽였다.
그동안 그들은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날 공격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두 명은 처참하게 죽었고 한 놈만이 남았다.
“오, 오지 마!”
하지만 난 아무 말 없이 미소 지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아… 안 돼…! 사… 살려줘!”
“그럼 이제 동생이 어딨는지 말할 거야?”
“그, 그건….”
“괜찮아! 말 안 해도 돼. 오랜만에 비명 들으니 좋네. 스트레스도 풀리고. 그럼 조금만 더 들어볼까!”
그 말에 그는 사색이 되어 급히 외쳤다.
“이, 이 건물 지하에 있어!”
“지하?”
“나만 아는 비밀 통로가 있는데 거기에 가둬놨어!”
“그래? 그럼 안내해!”
그는 절뚝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다음 앞장서 내려갔다.
지하로 내려가는 길은 3층의 빈 창고 안에 숨겨져 있었다.
그곳을 통해 지하로 내려가자 쇠창살로 막힌 철창 안에 몇몇 사람들이 들어있었다.
아마도 이 놈들이 잡고 협박용으로 쓰는 사람들 같았다.
소매치기는 그 중 한 철창을 향해 달려가서는 철창문을 뜯고 안에 있는 사람을 꺼냈다.
일반인은 불가능하지만 각성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녀는 제대로 먹지 못해 비쩍 마른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동생과 여동생을 꼭 끌어안고는 한참을 울었다.
그동안 난 살아남은 세쌍둥이 중 한 명에게 말했다.
“야! 그동안 훔친 돈들 다 어딨어?”
“…어? 돈은 왜?” “당연히 가지려고 그러지. 왜? 불만 있어?”
하지만 그는 여전히 말하길 망설이고 있었다.
“말 안 하겠다면야 어쩔 수 없지.”
난 즉시 그의 팔 하나를 잘라버렸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그는 자신의 팔이 잘린 것도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야 알았다.
“끄아아아아악!”
그의 처참한 비명이 지하실을 가득 메웠다.
하지만 난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돈 어딨어?”
“끄으으윽! 흑, 흑…. 5층…. 비밀 금고에….”
“가자.”
그는 고통에 신음하며 대충 팔을 지혈하고는 절뚝거리며 다시 계단을 올라갔다.
난 그를 따라가기 전에 소매치기를 향해 말했다.
“거기 내가 한 말 들었지? 난 당신 스카웃하러 온 거니까 동생들이랑 같이 5층 사무실로 올라와. 알겠지?”
그녀는 인정사정없는 내 모습을 봤기 때문에 겁에 질린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난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5층으로 올라갔다.
비밀 금고는 벽 안에 숨겨져 있었다.
근데 생각보다 그 안에 들어 있는 돈이 적었다.
난 인상을 쓰며 그를 노려봤다.
“왜 이거밖에 없지?”
“그, 그게…. 상납한다고….”
“뭐? 상납?”
그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간단히 그의 말을 들어보니 카이로의 치안을 담당하는 이밀 길드에 상납하지 않으면 카이로에선 활동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얼마나 상납했는데?”
“매달 2억 코인씩….”
“뭐? 매달 2억 코인?”
이거 완전 미친놈들이네. 매달 1억 코인씩이나 받아 처먹는다고?!
순간 쳐들어갈까도 생각했지만 참았다.
지금은 그런 놈들보다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더 많았다.
난 일단 금고에 있는 코인을 몽땅 챙겨서 백팩에 넣었다.
“저… 기 조금만 남겨주면 안 될까…?”
“응? 조금만 남겨달라고? 왜?”
“…그거 다 가져가면 남는 게… 하나도 없는데….”
“아! 앞으로 먹고살 걱정하는 거구나! 그치?”
그는 약간의 희망을 가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라면 전혀 걱정할 필요 없어. 너한테 돈은 필요 없거든.”
“그게 무슨?”
그는 무슨 말이냐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넌 여기서 죽을 거야.”
“뭐?”
그는 너무 놀라서 제대로 말도 못 하고 입만 뻐끔거렸다.
“후환을 남겨두면 안 되지. 그래도 시키는 대로 잘했으니까 깔끔하게 끝내줄게.”
그리곤 순식간에 다가가 그의 목을 비틀었다.
우득.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그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때 방안으로 소매치기와 그의 동생들이 쭈뼛거리며 들어왔다.
그러다 방안에 널려있는 시체를 보곤 그녀의 여동생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꺄아아악!”
그녀의 남동생 역시 눈을 꼭 감고 고개를 숙인 채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흠. 아이한테 보여주긴 좀 잔인하네.
난 그제야 방안을 둘러보곤 그 사실을 깨달았다.
지옥의 콜로세움에서 지내고 온 후로 아무리 잔인한 시체를 봐도 거부감이 없었기 때문에 인지를 못하고 있었다.
“여긴 동생들한테 좀 그런 거 같으니까 밖으로 나가서 얘길 할까?”
그녀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생들을 데리고 얼른 건물을 빠져나왔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이동 포탈이 활성화된 후로 24시간 문을 여는 커피숍들이 많아져서 이야기할 만한 커피숍 찾는 건 아주 쉬웠다.
안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자 잠시 후 시킨 음료와 간단한 음식이 나왔다.
그제야 그녀의 동생들은 조금 진정이 됐는지 눈앞에 놓인 음식들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난 그 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보다 소매치기를 향해 말했다.
“그럼 피곤할 테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까?! 아까도 말했듯이 난 널 스카웃하기 위해 왔어.”
그녀는 겁에 잔뜩 질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잔인한 내 모습에 겁먹은 모습이었다.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 널 해치러 온 게 아니라 스카웃하러 왔다니까!”
“그럼 뭘 훔치면 되는 거죠?”
그녀는 당연히 자기를 스카웃하는 이유가 도둑질을 시키기 위해서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난 그녀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내가 널 스카웃하는 이유는 도둑질을 시키려는 게 아니야. 널 우리 팀에 넣으려고 하는 거지.”
“팀이요?”
자기 생각과 달리 도둑질을 시키지 않는다고 하자 약간 놀란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그래. 주로 하는 일은 던전을 공략하고 절대자들의 세력과 싸우는 일이 될 거야. 조금 위험하긴 하겠지만 동생들은 지금보다 훨씬 안전한 삶을 살 수 있을 거야. 누구한테도 위협받지 않고 말이야!”
그 말이 그녀의 마음을 뒤흔든 모양인지 동생 얘기가 나오자 그녀의 눈이 급격히 흔들렸다.
“너도 이번에 겪어보고 깨달았을 거야. 이런 식으로 살다간 언젠가 너뿐 아니라 동생들까지 위험해질걸!”
그리곤 잠시 텀을 두고 쉬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서 너한테 기회를 주는 거야. 다른 삶을 살아볼 기회 말이야. 네가 결정을 내리게 되면 너와 동생들은 이집트를 떠나서 한국으로 가게 될 거야. 거기서 새로운 집에서 살며 동생들은 한국에 있는 학교에 들어가게 되지. 물론 충분한 급여도 주고 말이야.”
그녀는 내 말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내가 당신과 일하기만 하면 그 모든 걸 얻을 수 있다구요? 저한테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죠?”
“말했잖아. 네가 가진 능력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싫다면 어쩔 수 없지. 평생 소매치기로 살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돼. 너 말고도 대안을 찾으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이 말은 거짓말이다.
지금까지 그녀 정도로 뛰어난 은신술을 가진 각성자는 보지를 못 했다.
그래서 이렇게 귀찮은 일까지 벌여가며 그녀를 스카웃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내색은 전혀 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척 그녀의 결정을 기다렸다.
그녀는 고민하며 동생들을 몇 번이나 바라보다 드디어 결정을 내렸는지 말했다.
“좋아요. 근데 제가 뭘 믿고 당신을 따라가죠? 당신이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데 말이죠.”
“하하하. 그런 거라면 걱정 안 해도 돼. 내 신분은 확실하니까. 그리고 내 실력을 봐서 알겠지만 내가 널 스카웃하려는 게 아니라면 뭐 하러 그런 수고까지 해가며 네 동생들을 빼냈겠어. 안 그래?”
그리곤 품에서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명함을 받아든 그녀는 거기 적힌 회사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피앤씨 컴퍼니 대표? 당신이 그 회사 대표라구요?”
그녀는 생각지도 못한 이름이 명함에 적혀있자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날 바라봤다.
“정확히는 공동대표지. 이제 내 신원은 충분히 증명된 것 같은데!”
피앤씨 컴퍼니는 절대자들이 나타난 후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이제 전 세계에서 피앤씨 컴퍼니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였다.
그제야 그녀도 결심을 했는지 날 보고 말했다.
“좋아요. 당신 팀에 합류하도록 하죠. 대신 당신이 한 약속은 모두 지켜야 돼요. 알겠죠?”
“걱정 마. 내가 말한 것들은 바로 준비될 테니까!”
다시 한번 내 대답을 들은 후에야 그녀는 조금 안심이 되는지 약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이름은 리함이에요. 여기 남동생은 필로, 여동생은 메리엠이구요. 이제 어떻게 하면 되죠?”
그녀의 말에 난 활짝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하긴! 바로 한국으로 가야지!”
나 혼자 방어력 무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