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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90화 (90/196)

90화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는 놀랍게도 내 코인을 훔친 소매치기였다.

보아하니 자이언트 웜의 둥지에서부터 내 옆에 따라붙은 모양이었다.

근데 카라잔의 등이야 그렇다 해도, 모래바람에 날아갈 때는 어떻게 따라온 거지?

궁금하긴 했지만 그거야 물어보면 될 일이다.

지금은 탄을 돌려보내는 게 급선무다.

난 바닥에서 충격을 받고 기절한 소매치기에게서 시선을 돌려 탄을 보고 말했다.

“이제 볼 일 다 봤으면 돌아가지 그래.”

하지만 탄은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쥐새끼도 잡아줬는데 야박하게 왜 이래? 조금만 더 놀다 갈게.”

“개소리하지 말고 어서 꺼지라고!!”

그는 조금 아쉬운 표정을 짓다가 알겠다고 말했다.

“아쉽지만 그러지 뭐.”

“진짜 가는 거지?”

난 생각보다 그가 쉽게 돌아가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론 불안했다.

저 미친놈이 또 무슨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왜? 막상 내가 간다니까 아쉬워?”

“그럴 리가…! 근데 너 게이트를 그렇게 쉽게 열 수 있는 거야?”

“그건 원래 안 됐는데 오늘 해보니까 생각보다 쉽게 되더라고. 그래서 와 본 거야. 이제 종종 놀러 올 수 있을 것 같아. 실험에 진척이 있으면 또 보러올 테니 기다리고 있어.”

“그건 절대로 사양할게. 앞으로 다신 얼굴 안 봤으면 좋겠네!”

“크하하하핫! 죽지나 말라구. 이 세상엔 예전과 달리 강한 놈들이 많이 늘어난 모양이니까.”

그리곤 게이트 안으로 사라졌다.

그가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자 열려있던 게이트도 잠시 후 닫혔다.

왠지 저 미친놈 얼굴을 자주 보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미치겠네, 일단 여기 일부터 마무리하고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겠다.

난 바닥에 기절해 있는 소매치기의 손을 잡고는 몸 안으로 내공을 흘려보냈다.

소매치기는 고통스러운지 꿈틀거리다가 비명을 지르며 눈을 떴다.

“꺄아아악!”

응? 꺄아악?!

하지만 손을 놓지는 않았다.

난 흘려보낸 내공을 다리 쪽으로 보냈다.

그리곤 다리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내공으로 다리에 있는 기혈을 틀어막았다.

이제 내가 내공을 거두기 전에는 절뚝거리며 걸을 수는 있겠지만 제대로 달리진 못할 것이다.

그제야 난 손을 놓고 소매치기에게 물었다.

“너 뭐야? 왜 몰래 숨어 있었던 거지?”

하지만 소매치기는 아무 말도 안 했다.

“일단 얼굴이나 좀 보자.”

난 소매치기가 두르고 있는 두건을 벗겼다.

얼굴을 다 가리고 있는 데다 반항이 심해서 벗기는데 제법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결국 성공했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소매치기는 여자였다.

아까 비명이 여자 같더라니!

“이제 다시 얘길 시작해볼까. 날 왜 따라다닌 거지?”

그제야 그녀는 대답했다.

“그 보물은 원래 내 거야. 그러니 나한테 줘!”

“하하하. 이게 네 거라고? 이게 왜 네 건데?”

“그거야 내가 훔쳤으니까….”

“그럼 네가 훔친 걸 내가 훔쳤으니 지금은 내 거가 맞지. 안 그래?”

“그, 그건…!”

그녀는 더 아무 말도 못 하고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보다 날 어떻게 따라다닌 거야? 은신술이 대단하단 건 알겠는데 그거랑 날 따라다니는 건 완전히 다른 건데.”

“흥! 난 최고의 도둑이야. 그 정돈 나한테 식은 죽 먹기라고.”

“그래? 그래서 이렇게 잡혀 있는 거야? 최고의 도둑이라면서?”

내 비아냥거림에 그녀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입을 닫고 눈을 감아버렸다.

“뭐 아무 얘기 안 하겠다면 어쩔 수 없지. 여기서 잘 지내라구. 난 급히 갈 데가 있어서 가볼게. 혹시라도 살아남으면 착하게 살아!”

그리곤 망설임 없이 등을 돌렸다.

그제야 그녀가 급히 날 불렀다.

“저, 저기!”

“왜?”

내가 돌아보자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고는 말했다.

“내가 널 따라올 수 있었던 건 내가 가진 스킬 때문이야.”

“스킬? 어떤 스킬인데?”

“난 하루 한 번 지정한 대상이 있는 곳으로 순간 이동할 수가 있어.”

“순간이동?”

그런 스킬도 있었나? 처음 들어보는데….

하지만 진짜 그런 스킬이 있다면 그녀가 내 옆에 몰래 숨어 있었던 게 이해가 된다.

“그럼 언제부터 몰래 숨어 있었던 거야?”

“네가 파란 피부를 가진 괴물과 싸울 때부터….”

“그래?”

저 말이 사실이라면 중요한 얘긴 못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 말을 완전히 신뢰할 수도 없다.

만약 저 소매치기가 나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를 다른 곳에 넘긴다면 내 계획에 상당한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어쩌지…. 죽여 버릴까? 아니면 데리고 다녀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는데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내가 피해 준 것도 없는데 이제 그만 놔주면 안 될까? 나도 볼일이 좀 있어서 말이야.”

하지만 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봐. 널 죽일지, 데리고 다닐지 고민 중이니까.”

내 말에 그녀의 얼굴은 사색이 됐다.

“죽이다니…! 사람을 죽이는 건 살인이야! 몬스터를 죽이는 것과는 다르다고! 혹시라도 날 죽이게 되면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게 될 거야!”

하지만 난 그녀 말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거라면 걱정하지 마. 이미 나한테 죽은 놈들이 수두룩하니까. 그래도 넌 내 코인도 훔치고 했으니 특별히 기억해볼게.”

“거짓말…. 이지?”

“그렇게 보여?”

난 최대한 잔인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게 통했는지 그녀는 두려움에 찬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진짜 죽이진 않을 거지? 그치?”

난 짜증 섞인 얼굴로 오른손에 화룡도를 소환하고는 그녀의 목에 들이밀었다.

“아, 그거참! 쫑알쫑알 시끄럽게 하지 좀 마! 정신 사나우니까!”

그제야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죽이자니 가지고 있는 능력이 아깝고, 그렇다고 살려두자니 어디로 튈지 모르는데 어떻게 하면 좋지? 좋은 방법 없나?

그때 모래바람과 함께 검은 연기가 나타났다.

[성공적으로 그대의 할 일을 완수했군. 그대와 약속대로 이시스 여신과 만나게 될 것이다. 지금 가겠는가?]

“흠. 그건 좋은데…. 여기에 짐이 하나 딸려 있는데 이건 어떻게 하면 되지?”

[…그대가 원하는 걸 이시스 여신이 들어주기로 하셨다. 데려가도 좋다.]

“내가 원하는 거?”

설마 내 생각을 읽은 건가?

내 고민을 해결해 주겠다면 나야 땡큐지.

난 뒤에 있는 소매치기를 돌아봤다.

“우리 지금 이시스 여신을 만나러 갈 거거든. 재밌는 경험이 될 거야! 좋지?”

그녀는 두려움과 공포에 가득찬 표정으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이, 이시스 여신의 신전…이라고? 거길 왜…?”

“나랑 이시스 여신이랑 할 말이 좀 있거든.”

그리곤 검은 연기를 보고 말했다.

“이제 갈까?!”

내 말이 끝나자 바로 발밑에 모래바람이 생겨났다.

모래바람은 나와 소매치기의 몸을 띄운 다음 이시스 여신의 신전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또다시 한참을 날고서야 우린 이시스 여신의 모래성이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같이 날아가던 소매치기는 모래성을 지키는 거대한 뱀들을 보고는 더욱더 두려움에 떨며 눈을 감아버렸다.

모래바람은 목적지에 도착하자 천천히 밑으로 내려가더니 성 입구에 정확히 우릴 내려놨다.

그러자 다시 예의 검은 연기나 나타나더니 말했다.

[날 따라와라. 여신께서 기다리고 계신다.]

안으로 들어갔는데 내부는 여신의 신전이라고 하기엔 너무 초라했다.

이게 이시스가 사는 곳이라고? 왜 이렇게 초라한 거지?

그때 드디어 이시스 여신이 있는 방으로 보이는 거대한 문 앞에 도착했다.

[내 임무는 여기까지다. 이제 직접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 그럼 여신이 기다리고 계실 것이다.]

그리곤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난 짧게 심호흡을 한 후 거대한 문을 밀었다.

생각과 달리 문은 부드럽게 열렸다.

내 뒤에 있던 소매치기는 도망가고 싶었지만 내가 다리의 기혈을 막아놔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절뚝거리며 날 따라왔다.

안으로 들어서자 정면에 화려한 의자가 보였다.

전체적으로 소박하다 못해 비어 보이는 인테리어 때문인지 유독 의자가 더욱더 화려해 보였다.

그리고 그 위에는 윤기가 흐르는 짙은 흑발을 한 매혹적인 여인이 앉아있었다.

그녀의 몸에서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어 한눈에 그녀가 이시스 여신인 걸 알 수 있었다.

어? 임신한 건가?

근데 그녀의 배가 임신한 것처럼 볼록했다.

아이가 곧 태어나기 전인지 만삭에 가까워 보였다.

그래서 나더러 리치킹을 막으라고 했던 거구나!

그제야 그녀가 왜 날더러 리치킹을 막으라고 한 건지 이해가 갔다.

근데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이시스의 자식이면 호루스인 건가?

옛날부터 신화에 관심이 많아서 그리스 로마 신화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 있는 다양한 신화들도 읽었었다.

특히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이시스 여신은 상당히 유명하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아들은 최고신인 라로부터 힘을 물려받아 새로운 최고신이 된 호루스다.

잠깐! 근데 저대로 두면 이시스 여신 진영은 절대자가 두 명 생기는 거 아니야? 괜히 리치킹을 막았나?

그때 아름다운 옥좌에 앉아있던 이시스로부터 목소리가 들렸다.

[운명을 거스르는 자여. 그대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 없다.]

“내 생각을 읽은 건가?”

[그것이 내가 가진 권능 중 하나지.]

역시 내 생각을 읽을 수 있구나!

“근데 왜 걱정할 게 없다고 한 거지?”

[곧 태어날 아이는 내 힘을 모두 가져갈 것이다. 그리고 난 사라지겠지.]

“사라진다고? 자식한테 힘을 모두 물려주고 사라진다는 말이야?”

[그렇다.]

“그래도 괜찮은 거야?”

[뭐가 말이냐?]

“죽는다며?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건데 그래도 괜찮은 거야?”

그녀는 내 말에 아무렇지도 않게 아름답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태어날 내 자식은 내 모든 기억과 힘을 간직한 채 영원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런데 내가 무엇이 두렵겠는가.]

“네가 죽는 거잖아. 근데 안 무서워?”

[죽음은 곧 기나긴 휴식이지. 드디어 영겁의 시간을 지나 내게도 휴식이 찾아오는 것뿐인데 뭐가 무섭다는 거지?]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더 말해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고는 다른 걸 물었다.

“내가 운명을 거스르는 자란 건 어떻게 안 거야?”

[그대에게서 말살자의 기운이 느껴지니까!]

보아하니 말살자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오늘 제대로 한번 물어봐야겠다.

“대체 말살자라는 게 뭐야? 말살자의 조각에 대해선 알아도 아무도 말살자가 뭔지는 모르더라고! 혹시 넌 알고 있어?”

[말살자는 절대신에 반해 그가 만든 세상과 규칙을 뒤엎으려 했던 자를 말한다.]

“뭐? 절대신에 반대한 존재가 말살자라고?”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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