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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89화 (89/196)

89화

막사 앞에 나온 몬스터들은 빌로프를 제외하고 모두 세 명이었다.

그중 둘은 전신을 가리는 갑옷을 입고 있어,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한 명은 검은 갑옷을 입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빌로프처럼 붉은색 갑옷을 입고 있었다.

마지막 한 남자만이 갑옷을 입지 않고 있었는데 외모가 특이했다.

체구는 나와 비슷했지만 파란색 피부에 이마에는 눈이 하나 더 달려 있었다.

거기다 왼쪽 팔도 어디서 잘린 건지 없었다.

내 질문에 파란 피부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내가 던졌지. 날파리가 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 지금 보니 제법 큰 날파리로군.”

“그래? 그럼 이 창은 돌려줘야지. 파천!!”

난 파란 피부의 남자를 향해 들고 있던 창으로 파천을 시전했다.

창이 엄청난 기세로 파란 피부의 남자를 향해 짓 쳐들었다.

하지만 그 남자는 언제 소환했는지 붉은빛이 도는 창을 들고는 마주 찔러왔다.

콰콰쾅.

어마어마한 폭음과 충격파가 주변을 휩쓸었다.

나와 그 남자 모두 부딪친 충격에 두세 걸음씩 뒤로 물러났다.

나도 놀랐지만 파란 피부의 남자도 상당히 놀란 것 같았다.

“날파리라는 말은 취소해야겠어. 최소한 쥐새끼 정도는 되겠군.”

그리곤 빌로프를 돌아보며 물었다.

“네가 말한 게 혹시 저놈이냐?”

“예, 군단장님!”

역시 군단장이구나!

“네가 2군단장이야?”

난 확실히 하기 위해 파란 피부의 남자를 보고 물었다.

“날 놀라게 했으니 이름 정돈 알려주지. 난 주군의 2군단을 이끄는 라킴이다.”

“흠. 그렇구나. 근데 쟤한테 얘기 들었지? 더는 들어오지 말라는 말!”

그는 내 말에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하. 듣긴 들었지. 안 그래도 어떤 놈인지 궁금했는데 이렇게 직접 제 발로 찾아와주다니… 고맙군. 하하하하.”

그러다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는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실력을 보아하니 사단장들로는 상대하기 힘들겠어. 내가 직접 상대할 테니 공간을 만들어라.”

그의 말에 즉시 거대한 원형 공간이 생겼다.

“그럼 이제 붙어볼까?! 근데 아까 보여준 그게 최선이라면 곤란해. 그랬다간 바로 죽을 테니까.”

라킴의 말에 난 웃으면서 코인을 하나 꺼내 씹었다.

“걱정 말고 너나 잘하세요!”

그리곤 바로 환영보를 사용해 공격을 시작했다.

훙. 후웅.

최선을 다한 건 아니지만 라킴은 수월하게 내 공격을 모두 피하거나 막았다.

역시 군단장이라 이거지. 그럼 어디 이건 어떻게 대처하나 볼까!

이번엔 최대한으로 속도를 올리고 일반 공격과 일권을 섞어가며 공격했다.

그러자 라킴도 계속 피할 수만은 없다고 느꼈는지 반격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승부는 좀처럼 나지 않았다.

공방이 계속되자 라킴의 얼굴에 있던 여유도 점차 사라졌다.

그의 공격이 몇 차례 내 몸에 적중했지만 내가 아무 데미지를 입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정도까지 날 몰아붙인 놈은 기드온 말곤 처음이군. 널 내 적수로 인정하지. 이제부턴 그에 걸맞게 최고의 기술들로 널 상대하겠다.”

그리곤 지금껏 제대로 사용하지 않던 창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나도 최선을 다해 지금껏 갈고 닦은 것들을 쏟아부었다.

그래도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았다.

그의 공격은 내게 전혀 소용이 없었고, 내 공격도 그에게 많은 데미지를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우리가 싸우던 바로 옆 허공에서 거대한 에너지 흐름이 느껴졌다.

어? 설마…. 게이트가 열리는 거야?!

라킴도 이상한 에너지 흐름을 감지했는지 공격을 멈추고 나와 같이 에너지가 몰리고 있는 허공을 바라봤다.

어쩌지? 무시하고 계속 전투를 해야 되나?

라킴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나와 눈이 마주쳤다.

“아무래도 방해꾼이 생긴 것 같은데 계속할 건가?”

“계속 안 하면 물러날 거야?”

“하하하하. 그건 아니지.”

“그렇다면 계속해야지!”

그리곤 다시 서로 공격을 시작했다.

어차피 게이트가 완전히 열리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게 얼마나 싸웠을까!

여전히 승패를 내지 못하고 싸우고 있는데 드디어 게이트가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예상치도 못한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탄?!”

게이트 안에서 나온 건 남쪽 섬의 주인인 탄이었다.

칠흑같이 검은 피부와 꼬리를 가진 10대 소년의 모습을 한 그는 예전과 달라진 게 전혀 없어 보였다.

그는 날 보고는 의아해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넌 뭐지? 내가 찾던 놈이랑 얼굴이 다른데?!”

잠깐 고민하던 그는 이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거야 확인해보면 되지.”

그리곤 손을 한 번 까딱하자, 엄청난 충격이 머리에 가해졌다.

쾅.

“윽!”

난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하지만 곧바로 일어나서는 그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이 새끼야. 이게 다짜고짜 뭐하는 짓이야!”

하지만 그는 날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크핫하하하. 역시 맞구나. 생김새가 달라져서 못 알아볼 뻔했네.”

그때 옆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라킴이 탄을 향해 소리쳤다.

“이건 또 어디서 온 쥐새끼지?! 방해하지 말고 저리 꺼져!”

그 말에 탄은 기분 좋게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하! 여긴 재밌구나, 재밌어. 보아하니 다른 차원에서 온 놈 같은데 어디 실력 좀 볼까!”

그리곤 날 공격했던 무형의 기운이 이번엔 라킴을 공격했다.

쾅. 콰쾅.

라킴은 열심히 탄의 공격을 막았지만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탄을 처음 만났을 땐 그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몰랐지만 지금 보니 거의 절대자급에 가까운 강함을 가지고 있었다.

“크하하하! 제법이구나. 이 정도까지 버티는 걸 보니.”

그 말에 라킴은 자존심이 상했는지 얼굴이 사납게 변해갔다.

그리곤 그의 이마에 붙은 눈이 붉어지며 피 같은 눈물을 흘렸다.

그와 동시에 그가 들고 있던 창도 붉은빛으로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버러지 같은 놈이 감히 날 놀리다니! 죽어랏!”

그의 창이 붉은 궤적을 그리며 빛과 같은 속도로 탄을 향해 날아갔다.

그걸 본 탄은 가볍게 오른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그의 손바닥에 야구공만한 검은 에너지가 생겨났다.

라킴의 창은 정확히 탄의 손바닥에 있는 검은 에너지와 충돌했다.

엄청난 폭음이 생길 거란 예상과 달리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라킴이 던진 창은 탄의 손바닥에 막힌 채 허공에 떠 있었는데 검은 에너지가 서서히 라킴의 창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 사이 탄은 날 보며 말했다.

“이거 어때? 너한테서 영감을 받아서 만든 기술인데 말이야!”

“나한테서?”

“그래. 넌 모든 무기를 다 씹어 먹을 수 있으니까 말이야. 어때? 괜찮지?!”

저 새끼가 갑자기 왜 저리 친근하게 굴지?

한번 밖에 안 봤지만 날 해체하려고 했던 게 탄이다.

거기다 난 그가 소중히 여기는 아이템까지 먹어 치웠는데 너무 친근하게 구니까 의심부터 들었다.

그는 내 생각을 알아챘는지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경계할 필요 없어. 아직 널 해체할 무기를 완성하지 못했거든. 조만간 완성될 거 같긴 하지만 말이야. 크하하하핫!”

“미친 새끼…!”

그 사이 라킴의 창은 탄의 검은 에너지에 의해 완전히 사라졌다.

그걸 본 라킴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탄을 바라보고 있었다.

“흠. 그 정도로 충격받으면 안 되지. 난 내 목숨만큼 소중한 아이템도 저 새끼한테 먹혔었거든. 그러니까 열심히 살라구. 오늘은 내 기분이 무척 좋으니 한 만 명 정도만 죽이는 걸로 봐줄게. 괜찮지?”

그리곤 그의 손짓 한 번에 몰려 있던 언데드들이 수백 마리씩 박살 났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막아서지 못했다.

사단장과 군단장 모두 그가 절대자에 근접한 강자라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다.

한동안 무자비한 살육을 즐기던 그는 상쾌한 표정으로 공격을 멈추고 라킴을 보고 말했다.

“이제 꺼져. 난 이놈이랑 할 얘기가 좀 있으니까. 또 방해하면 그땐 다 죽여 버릴 거야. 크하하하핫!”

라킴은 분노와 수치심이 뒤섞인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감히 나서지 못했다.

그 말이 진심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이를 악물고는 회군 명령을 내렸다.

그리곤 돌아가면서 탄을 향해 말했다.

“주군이 널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그때가 오면 잘린 네놈 머리를 씹어 먹어주마!”

“크하하핫! 그것도 재밌겠네. 기대할게!”

언데드 군단이 모두 돌아가자 탄이 날 보며 말했다.

“근데 여긴 시간대도 좀 변한 거 같고 왜 이리 뒤죽박죽이 된 거야?”

그러고 보니 과거로 돌아왔는데도 탄은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듯했다.

이놈도 말살자의 조각을 소유했었기 때문에 영향을 안 받은 건가?

궁금하긴 해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질문을 먼저 했다.

“여긴 왜 온 거지?!”

잔뜩 경계한 내 모습에 탄은 내 어깨를 툭툭 치며 웃었다.

“크하하핫. 걱정 마. 너 죽이러 온 거 아니니까. 네 덕분에 재밌는 것들을 많이 알아냈거든. 한동안 연구만 했더니 답답해서 산책도 하고 몇 가지 실험도 할 겸 해서 나왔지.”

“실험?”

“아아. 별건 아니고 내가 널 해체할 무기를 개발 중인데 요즘 어느 정도 진척이 있었어. 그래서 간단히 너한테 실험해 보려고 왔지.”

“뭐?”

간단히 말하면 날 마루타로 쓴다는 소리다.

역시 저놈은 미친 게 확실해!

그때 탄이 품에서 검은색 단검을 꺼냈다.

예전 내가 먹은 단검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검날이 꿈틀꿈틀 움직이고 있었다.

탄은 꿈틀거리는 검은 검날을 매만지며 웃었다.

“이건 내가 우연히 발견한 금속인데 아주 재밌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어떤 능력이냐면….”

그리곤 바로 내 코앞으로 다가오더니 배를 단검으로 쑤셨다.

물론 칼이 박히진 않았지만 기분 나쁜 메시지가 계속 나타났다.

- 방어력이 10퍼센트만큼 감소했습니다.

- 방어력이 추가로 10퍼센트만큼 감소했습니다.

예전에 말살자의 조각으로 만든 단검에 찔렸을 때처럼 방어력이 감소했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하지만 그때와 다른 건 이 검은 중복해서 효과가 적용됐다.

난 급히 환영보를 전개해 탄과 거리를 벌렸다.

다행히 탄은 쫓아오지는 않고 자신의 단검을 흐뭇하게 바라보다 날 쳐다봤다.

“어때? 죽이지? 네가 도망가는 걸 보니 효과는 확실한가 보네. 아직 네 몸을 해체할 정돈 아니지만 조금만 더 연구하면 가능할 것 같아. 멋지지 않아?! 크하하하핫!”

“이, 이 미친 새끼…!”

그 말에 그는 더 호탕하게 웃으제꼈다.

“크하하하하핫! 내가 미치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런 작품을 만들었겠어. 이게 다 내가 완전히 미친놈이기 때문에 가능한 거라구. 크하하하핫!”

난 그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제 실험 다 했으면 그만 꺼져줄래. 내가 좀 바빠서 말이야!”

“크하하핫! 그러지. 엿듣고 있는 쥐새끼 한 마리만 잡고 말이야.”

“쥐새끼?”

그때 내 바로 옆에서 비명과 함께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크헉!”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어?! 넌 그 소매치기?!”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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