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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88화 (88/196)

88화

카라잔은 엄청난 속도로 이시스 여신이 있는 곳을 향해 기어갔다.

사실 난 이시스 여신이 있는 신전으로는 갈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내 목적은 이시스 여신이 아니라 리치킹이 이시스 여신 세력을 흡수하는 것을 막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시스 여신이 어느 정도 세력을 가졌는지는 알아야 했다.

그래야 적당한 힘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 빠른 속도로 달리던 카라잔이 갑자기 멈춰 섰다.

방심하고 있던 내 몸은 앞으로 튕겨 나가며 허공을 날았다.

“어어!!”

급히 몸을 뒤집어 바르게 착지했지만, 깜짝 놀란 난 카라잔을 무섭게 노려봤다.

카라잔은 두려움에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처음엔 나 때문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다른 무언가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거였다.

난 급히 주위를 둘러봤다.

처음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잠시 후 뭔가가 이곳을 향해 다가오는 게 보였다.

저게 뭐지?

다가오는 뭔가는 온통 검은 연기에 휩싸여 있어서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최대한 안력을 키우고 바라봤지만 검은 연기기 때문에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검은 연기가 다가올수록 카라잔의 떨림은 더욱 심해졌다.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온 검은 연기는 움직임을 멈추더니 거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운명을 거스르는 자여! 이곳은 아직 그대가 올 곳이 아니다. 그대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라!]

“너 내가 누군지 알어?”

[운명을 거스르고 파괴하는 자!]

그 말만 하고 검은 연기는 다시 입을 열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하지?! 강행돌파? 아님, 피해서 돌아가야 되나?

잠시 고민을 하다 검은 연기를 향해 물었다.

“내가 들어가고 싶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것이 그대의 의지라면 막을 수 없는 일…. 하지만 선택엔 언제나 책임이 따르는 법…. 그 선택으로 인해 그대는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흠! 근데 넌 뭔데 이런 얘길 해주는 거지?”

[난 이시스 여신의 의지이자 목소리다.]

“그럼 지금 이시스가 여길 보고 있다는 거야?”

[그렇다.]

이시스 여신이 직접 이곳을 보고 있다는 말에 결심을 굳혔다.

좋아. 그럼 궁금한 것만 몇 개 물어보고 일단 리치왕을 막으러 가야겠다. 급한 것부터 일단 막고 둘러보는 건 나중에 해도 되니까…!

“좋아. 그럼 궁금한 거 몇 가지만 묻고 갈게.”

[…좋다.]

“지금 리치왕이 여기로 오는 건 알고 있을 텐데, 막을 방법이 있어?”

[물론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직 때가 이르다. 그러니 그대가 할 일을 해라.]

“계속 할 일을 하라고 하는데 내가 뭘 할지 알고나 하는 소리야?”

[물론. 현재 그대는 균형을 이루는 역할을 하고 있지. 절대자들 간의 균형을 말이다.]

난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이시스 여신은 내가 하려는 일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걸 어떻게 아는 거지?”

[여신의 권능으로….]

“권능?”

[….]

그것에 대해선 더 말하고 싶지 않은지 침묵했다.

“좋아. 대신 조건이 있어. 네 말대로 난 리치왕의 군대가 여기로 오는 걸 최선을 다해 막을 거야. 대신 그 후엔 이시스 여신과 직접 만나고 싶은데…. 가능하겠지?”

[…좋다, 그대가 할 일을 마친다면 그대의 뜻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그대의 의지가 정해졌다면 전장으로 그댈 안내하겠다.]

“오! 바로 갈 수 있는 거야? 그럼 좋지. 그 전에 잠깐만!”

난 떨고 있는 카라잔에게 다가갔다.

떨고는 있지만 도망가지 않은 용기를 칭찬했다.

“무서웠을 텐데 도망가지도 않고 잘했어. 이제 네가 할 일은 다 했으니까 돌아가도 괜찮아. 대신 내가 말한 대로 모래 인간들 괴롭히지 말고 살아. 알겠지?”

카라잔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곤 왔던 길로 쏜살같이 사라졌다.

카라잔이 사라지고 나서야 난 검은 연기를 향해 돌아섰다.

그리곤 주머니에서 코인을 하나 꺼내 씹으며 말했다.

“이제 전장으로 가 볼까!”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발밑에서 작은 모래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모래바람은 순식간에 내 전신을 감싸더니 급기야 하늘로 몸을 띄웠다.

그리곤 그대로 어딘가를 향해 날아갔다.

날아가는 길에 밑으로 이시스 여신이 사는 것으로 보이는 모래성이 보였다.

주변엔 일곱 마리의 거대한 뱀들이 성을 지키고 있었다.

뱀들은 어찌나 큰지 카라잔도 한입에 삼킬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걸 보고서야 들어가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휘유! 억지로 안 들어가길 잘했네. 저런 뱀들이랑 싸우다 잡아먹히기라도 하면…. 윽, 끔찍해라.

죽지는 않겠지만 뱀의 뱃속에 들어간다는 상상만으로도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기분이 나빴다.

모래성을 지나 한참을 날아가니 저 멀리 뭔가가 보였다.

모래 괴물과 미라 등으로 이루어진 이시스 여신의 대군이 진을 치고 있었다.

아마도 리치왕의 군대를 상대하기 위한 병력 같았다.

거기서 조금 더 날아가자 엄청난 수의 언데드 군단이 진군하는 게 보였다.

하지만 사막이라 그런지 진군 속도가 엄청나게 늦었다.

저 정도 속도면 2-3시간은 더 걸어야 두 군대가 만나겠어. 그 정도면 시간은 충분하지!

그때 모래바람이 멈추더니 날 언데드 군대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내려줬다.

흠. 저놈들을 어떻게 막지?!

뛰어난 은신 능력이 있다면 몰래 잠입해서 부대를 이끄는 몬스터만 죽이면 된다.

하지만 난 뛰어난 은신 능력이 없다.

그렇다면 그냥 들이대는 수밖에!

근데 얼굴은 가리는 게 좋겠지? 그래야 좀 더 혼란스러울 테니까!

난 백팩에서 아름답게 수 놓인 스카프 두 장을 꺼냈다.

그리곤 그걸로 눈만 빼고 모든 곳을 다 가리곤 언데드 군대를 향해 뛰어갔다.

보통 개인이 다수와 싸우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그래서 다구리엔 장사없다는 말도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비슷한 상대끼리 에서나 통하는 말이다.

사람 한 명과 개미 수천 마리가 싸운다고 개미들이 사람을 이기진 못한다.

무참하게 짓밟혀질 뿐.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었다.

언데드 군대들은 내게 개미 같은 존재였다.

그 정도로 나와 언데드들과의 실력 차이는 어마어마했다.

2식 풍천각 한 번에 수백 마리의 언데드들이 사지가 찢겨나가며 죽었다.

이쯤 되면 나올 때가 됐는데….

내가 언데드 군대에 뛰어든 지도 30분 정도가 지나고 있었다.

얼추 죽인 언데드만 해도 수천 마리를 넘어가는 상황인데 아직도 이렇다 할 강한 몬스터는 나오지 않았다.

바로 그때 전장을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감히 주군의 군대를 막아서는 것이냐?!”

“드워프?”

모습을 드러낸 이는 붉은 갑옷을 입은 작달막한 언데드 드워프였다.

키는 130 정도 되어 보였고, 자신의 키만한 거대한 도끼를 손에 들고 있었다.

“난 2군단 예하 3사단장인 빌로프다. 주군의 군대를 막아선 이유가 뭐지? 이시스의 부하인가?”

“부하라긴 그렇고 잠깐 동업하는 사이…. 정도로 보면 될 거야!”

내 말에 그는 더욱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은 이시스의 명으로 주군의 군대를 막아선 것이군. 그렇다면 죽어라!”

빌로프는 말이 끝나자마자 거대한 도끼를 휘둘렀다.

후우웅-

엄청난 파공음과 함께 거대한 도끼가 내 머리를 향해 날아왔다.

하지만 난 웃으며 팔을 들어 도끼를 막았다.

퍼억.

그리곤 빌로프가 도끼를 회수하기 전에 얼른 도끼날로 입을 가져갔다.

스카프를 두르고 있어 불편하긴 했지만 도끼날을 씹어 먹을 수는 있었다.

콰득.

역시 빌로프가 가진 도끼는 아이템이었는지 아주 쉽게 도끼날이 씹혔다.

내가 도끼를 씹어 먹자, 빌로프는 깜짝 놀라며 도끼를 회수했다.

“너…. 괴물이구나, 도끼를 씹어 먹다니…!”

“야! 괴물이라니! 거울을 보고 말해, 누가 누구한테 괴물이란 거야?!”

도발하기 위해 한 소리지만 빌로프는 성급하게 달려들지 않고 신중하게 내 움직임을 살폈다.

“안 올 거면 내가 갈게.”

난 곧바로 빌로프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생긴 것과 달리 빌로프는 민첩하게 내 공격을 피하며 반격도 했지만, 그의 실력은 리치몬드와 비슷한 정도였다.

그 정도로는 내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

승패는 금방 갈렸다.

내가 좀 더 공격 속도를 올리자 빌로프는 결국 막지 못하고 공격을 맞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 모습에 충직한 언데드들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피해만 늘어날 뿐 아무 도움도 안됐다.

그 사이 빌로프는 다시 일어나서 나를 공격했지만 소용없었다.

난 쓰러진 빌로프의 가슴에 발을 얹고는 그의 손에서 들린 도끼를 뺏었다.

콰드득. 콰득.

“야! 괜히 힘 빼지 말고 그냥 돌아가! 그리고 전해. 여긴 내가 지키고 있으니까 넘보지 말라고!”

빌로프를 죽여버릴까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내 존재를 뒤에 오는 후속 부대에 알리는 게 더 효율적일 듯싶었다.

난 뒤로 몇 발짝 물러나 빌로프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다.

잠시 후, 겨우 자리에서 이러난 빌로프는 비틀거리며 날 노려봤다.

“네가 강하긴 하다만 결국 이시스는 리치킹님의 발아래 무릎 꿇게 될 것이다.”

“그건 모르겠고 꼬우면 리치킹보고 직접 오라고 해!”

그리곤 내공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무시무시한 기운이 내 주위로 퍼져 나갔다.

그 기운에 주변에 있던 언데드들은 부들부들 떨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빌로프도 내 기운에 저항은 하고 있지만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그리고는 뭔가를 결심한 듯 군대를 돌려 회군하기 시작했다.

끝난 건가?

그때 예의 검은 연기가 모래 바람과 함께 나타났다.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저들은 선발대였을 뿐이다. 저들의 진군을 멈추기 위해서는 군단장을 잡아야 한다.]

“그럼 군단장이 있는 곳으로 날 데려다줘!”

[…알겠다.]

그리곤 다시 모래바람이 내 몸을 띄우고는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날아갔다.

회군하는 빌로프의 군대가 보였고, 그 후로도 한참을 날아가자 대기하고 있는 군대가 보였다.

검은 연기 말대로 이게 본진인지 아까 본 빌로프의 군대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언데드들이 보였다.

일단은 빌로프가 와서 소식을 전할 때까지 기다려보자.

하늘에서 기다린 지 2시간 정도가 지나자 드디어 빌로프의 군대가 본진에 도착했다.

기감을 확장하자 빌로프가 어딘가로 급히 가는 게 느껴졌다.

군단장이 있는 곳으로 가는 거겠지? 좀더 가까이 가볼까!

모래바람에게 명령을 내려 빌로프가 들어간 막사 쪽으로 이동을 했다.

그때 막사의 천장을 뚫고 뭔가가 빛과 같은 속도로 내게 날아왔다.

깜짝 놀랐지만 허공에 떠 있는 상태라 피할 수가 없었다.

콰쾅.

날아온 건 평범한 창이었는데 정확히 내 가슴에 명중했다.

그리고 명중한 순간 모래 바람이 사라지며 내 몸은 밑으로 떨어졌다.

이대로 꼴사납게 떨어질 수는 없지.

난 허공에서 발등을 밟으며 빌로프가 들어간 막사 앞으로 이동했다.

이미 막사 안에 있던 이들이 밖으로 다 나와 있었기 때문에 난 최대한 여유 있는 모습으로 그들 앞에 내려섰다.

그리곤 들고 있던 평범한 창을 들어 보이며 물었다.

“이거 누가 던진 거야?”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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