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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87화 (87/196)

87화

“자네가 알고 있는 보물은 본래 우리 앙크족이 수호했었네.”

“그 말은 지금은 아니라는 건가요?”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500년 정도 전에 갑자기 생겨난 자이언트 웜에게 쫓겨났다네.”

“자이언트 웜이 보물을 노렸단 말인가요?”

“아마도 그건 아닐 거야. 아마 자신들의 둥지로 쓰기 위함이 아니었나 생각하네.”

하긴 자이언트 웜들도 새끼를 낳고 키워야 할 장소는 필요할 테니까.

“근데 자이언트 웜들은 보통 개별적으로 움직이지 않나요? 그렇다고 들은 것 같은데….”

“자네 말대로 성체가 되면 개별적으로 움직이지. 하지만 성체가 되기 전까지는 둥지에서 단체로 길러진다네.”

“그럼 자이언트 웜들만 없다면 원래대로 보물을 수호하러 가실 건가요?”

라루힘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이미 500년 전의 일이네. 우린 지금 이대로의 삶으로 만족한다네. 자네가 만약 보물을 발견한다면 다 가져도 좋네.”

“정말이요?”

“그럼. 어차피 우리한테는 필요도 없는 물건이니까 신경 쓸 필요 없네.”

“알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난 얼른 보물을 찾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인사를 했다.

그도 내 마음을 알아챘는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정말 고마웠네. 언젠가 사막에 다시 온다면 내 이름을 크게 부르게. 사막에서 내 이름을 부른다면 자네가 어디 있든 내가 들을 수 있으니까 말일세. 그럼 잘 가게!”

모래 인간들의 배웅을 받으며 마을 밖으로 나온 나는 곧바로 카라잔이 있는 곳으로 갔다.

카라잔은 내가 다가오자 움찔거리긴 했지만 도망가거나 숨진 않았다.

“야! 이제 보물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내 말에 카라잔은 거대한 몸을 납작 엎드렸다.

아마도 그 위에 타라는 말인 듯했다.

난 즉시 카라잔의 등 위로 올라갔다.

근데 잡을 게 마땅히 없어 불편했다.

“야! 형태 변형해서 앉아가기 쉽게 의자랑 손잡이 좀 만들어봐!”

그러자 카라잔의 등 한쪽이 위로 볼록하게 올라오더니 서서히 의자의 형태로 변해갔다.

잠시 후 완성된 의자에 앉아 옆에 있는 손잡이를 잡았다.

“생각보다 편하네. 잘했어!”

카라잔은 칭찬에 기분이 좋은지 몸을 들썩거렸다.

“이제 출발하자!”

투투투투투.

카라잔은 엄청난 속도로 모래를 헤치면서 어딘가로 기어갔다.

이거 생각보다 좋은데! 이시스 신전을 갈 때도 요놈을 타고 가면 되겠네.

아이즈로 위치를 확인하니 마침 이시스 신전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그때 카라잔이 서서히 속도를 줄이더니 어딘가에서 멈췄다.

그리곤 몸을 낮춰서 내가 내리기 쉽게 만들었다.

“여기서 내리면 되는 거야?”

내 말에 카라잔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볼까!”

앞으로 몇 걸음 안 옮겼는데 발이 서서히 모래 속으로 빠져들었다.

유사구나!

난 호흡을 멈추고 유사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한참을 모래 속에서 아래로 내려가던 내 발끝에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 느껴졌다.

그리고 서서히 아래로 내려가더니 결국, 머리끝까지 모래에서 빠져나오자 내 몸은 빠른 속도로 아래로 떨어졌다.

급히 아래를 보자 다행히도 50미터 정도 아래에 땅이 보였다.

가속도 때문에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던 난 땅에 닿기 직전에 백두산 용암지대에서 했던 것처럼 발등을 쳐서 위로 몸을 띄우며 속도를 줄였다.

덕분에 큰 충격 없이 땅에 설 수 있었다.

“흠. 여기가 보물이 있는 곳인가?”

앞을 보니 거대한 동굴 입구가 보였다.

“저기로 들어가면 되겠지? 근데 왜 새끼 자이언트 웜들은 하나도 안 보이지?”

라루힘의 말대로라면 새끼 자이언트 웜이 이곳을 둥지로 쓰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새끼 자이언트 웜들이 잔뜩 보여야 하는데 이상하게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안쪽에 있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동굴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 예상대로 동굴을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새끼 자이언트 웜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발견한 자이언트 웜들은 모두 누군가에 의해 죽어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나보다 먼저 들어온 사람이 있는 거야?”

기감을 확장해서 누가 있는지 살폈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난 그제야 급히 안쪽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새끼 자이언트 웜들의 시체는 더욱 늘어났다.

그렇게 계속 안으로 들어가다 보니 앞쪽에서 희미하게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난 혹시 몰라 기를 최대한 감추고 몸을 숨긴 채 앞으로 걸어갔다.

싸우는 소리가 들린 곳은 동굴 중간에 있는 커다란 공터였다.

슬쩍 들여다보니 네 사람이 싸우고 있었는데 세 사람이 한 사람을 둘러싼 채 몰아붙이고 있었다.

어? 저거 아까 그 소매치기 아니야?

세 사람에게 공격을 받는 사람은 아까 내 코인을 훔치고 사라진 소매치기였다.

공터 한쪽에 상당한 양의 보석과 금들이 쌓여 있는 것으로 봐서 아마 보물을 두고 싸우고 있는 모양이었다.

모두 각성자였는데 세 사람은 꽤 실력이 있었다.

하지만 소매치기는 굉장한 움직임으로 그들의 공격을 모두 피하고 있었다.

도둑이라 그런지 상당히 민첩한가 보네. 그럼 난 이 틈에 보물이나 가로채볼까.

난 환영보를 극성으로 사용해 보물이 있는 곳으로 순식간에 이동했다.

어디보자. 어디 쓸만한 게 좀 있나?

보물들 사이로 아이템으로 보이는 물건들도 몇 개가 보였다.

흐흐흐. 아이템도 있구나. 일단 가방에 넣고 나중에 살펴보자.

난 백팩을 열고 거기 있는 보물들을 하나씩 가방 안에 넣었다.

보물들은 가방 안에 들어가자 바로 A4용지로 변하면서 차곡차곡 쌓여갔다.

그때 도둑 중 한 명이 날 발견하고 소리쳤다.

“저, 저 새끼가…! 그건 우리 거야!!”

그 소리에 다른 도둑들도 싸움을 멈추고 날 쳐다봤다.

모두의 시선이 몰리자 난 반갑게 인사했다.

“다들 반가워!”

하지만 그사이에도 보물을 백팩에 집어넣는 건 멈추지 않았다.

“저 새끼 잡아!!”

방금 전까지 싸우던 세 명의 도둑들은 소매치기는 남겨두고 날 공격하기 위해 다가왔다.

그 틈에 소매치기는 날 한 번 쳐다보고는 지난번처럼 허공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난 신경도 쓰지 않고 보물을 가방에 집어넣는 일에만 집중했다.

그들은 손에 든 단도로 내 몸 곳곳을 찔렀지만, 그사이에도 난 보물을 계속 집어넣었다.

“이, 이 새끼 뭐야?!”

내가 자신들의 공격에 어떤 타격도 받지 않는 듯하자, 도둑들은 당황하며 공격을 멈추고 뒤로 몇 발짝 물러났다.

그 사이 드디어 보물을 다 담은 나는 백팩을 등에 메고 그들을 돌아봤다.

“안 덤빌 거야? 그럼 난 간다.”

난 망설임 없이 그들을 지나쳐 걸었다.

“다들 저 새끼 가방을 노려. 어떻게 한 건지 모르지만 저기에 보물이 다 들어있을 테니까!”

그 외침에 모두 내 가방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잠시 후 그들 모두는 바닥에 쓰러진 채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러댔다.

“내가 보물 찾는 수고를 덜어줬으니까 죽이지는 않을게. 착하게들 살고!”

난 바닥에 꿈틀거리는 도둑들을 뒤로하고 동굴을 빠져나왔다.

흐흐흐. 생각보다 소득이 괜찮은데! 이거 팔면 돈이 꽤 되겠어.

지금도 돈은 많지만 자고로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했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동굴 밖으로 나와 모래가 흐르고 있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제 저기로 나가기만 하면 되는 건가.

난 곧바로 하늘을 향해 몸을 날렸다.

내공이 예전보다 늘어서 그런지 한 번 솟구치는 것만으로 모래가 있는 천장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래에 닿자, 모래가 내 몸을 밀어냈다.

그 때문에 난 허공에서 버티지 못하고 땅으로 다시 내려왔다.

추진력이 더 필요하겠어. 어디 다시 한번 해볼까!

몇 번 시도를 했지만 생각보다 모래가 밀어내는 힘이 강했다.

흠. 이대로는 안 되겠어. 일단 모래 안으로만 들어가면 어떻게든 위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때 가방에 넣은 보물 중, 창처럼 생긴 무기가 있었던 게 기억났다.

난 즉시 백팩을 뒤졌다.

한참을 뒤적이던 난 드디어 원하던 종이를 찾고는 즉시 가방 밖으로 빼냈다.

그러자 아름다운 보석으로 예쁘게 치장된 긴 창이 나타났다.

난 창을 오른손에 들고는 다시 힘차게 하늘 위로 도약했다.

모래에 닿기 직전 발등을 몇 번 밟고선 추진력을 더 올렸다.

그리곤 오른손에 들고 있던 창을 힘껏 내지르며 외쳤다.

“창천!!”

들고 있던 창이 엄청난 기세로 모래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퍼퍼퍽.

창천에 직격당한 모래는 상당히 움푹 파였다.

하지만 모래는 빠르게 뚫린 구멍을 복구하고 있었다.

난 재빨리 구멍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그리곤 위를 향해 계속 주먹을 날렸다.

쾅. 쾅.

모래가 매워지기 전에 계속 강력한 일격을 가해서 위로 올라가는 길을 만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가다보니 드디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푸아!”

유사 밖으로 나온 난 한동안 참았던 숨을 쉬었다.

다행히 카라잔은 도망가지 않고 아까 있던 자리에서 가만히 대기 중이었다.

“잘 기다리고 있었네. 근데 어쩌냐! 새끼 자이언트 웜들이 다 죽어버렸어.”

카라잔은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몸을 일자로 세우고는 들어본 적이 없는 괴성을 질러댔다.

끄옹옹옹옹...!

카라잔이 울자 뒤에 있던 다른 자이언트 웜들도 카라잔과 똑같은 자세를 취하곤 비슷한 괴성을 냈다.

아마도 새끼 자이언트 웜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듯했다.

한참을 그렇게 울던 카라잔이 대가리를 숙여 내 앞으로 바짝 들이밀었다.

왠지 해명을 요구하는 듯 했다.

“내가 죽인 건 아니고 나보다 먼저 다른 도둑들이 들어왔더라고. 그놈들이 죽인 거야. 아마 지금 가면 그놈들 찾을 수 있을 거야.”

내 말에 카라잔이 다시 한번 이상한 소리를 질렀다.

크옹옹옹...!

그 소리를 듣자 카라잔 뒤에 있던 다른 자이언트 웜들이 몽땅 땅속으로 사라졌다.

아마도 복수를 하기 위해 둥지로 돌아간 모양이다.

카라잔도 같이 땅속으로 사라지려 했지만 내가 급히 제지했다.

“잠깐! 넌 나랑 같이 갈 데가 있으니까 복수는 저 놈들한테 맡겨.”

하지만 카라잔은 불만스러운 몸짓을 하며 날 쳐다봤다.

“내가 그 도둑들은 반쯤 죽여 놨으니까 저놈들만으로도 상대하는 덴 어려움이 없을 거야.”

그러나 여전히 카라잔은 불만스러운 몸짓을 했다.

그걸 본 난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너 죽을래?”

그제야 카라잔은 흠칫 놀라더니 얌전히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 난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너 이시스 여신의 신전이 어딘지 알고 있지?”

하지만 이시스 여신이란 말을 듣자마자 다시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누가 봐도 두려움에 떠는 모습이었다.

왜 저러지? 무슨 일 있었나?

“걱정 마. 넌 신전 근처까지만 날 데려다주면 되니까.”

그제야 카라잔은 얌전히 몸을 숙였다.

난 카라잔 등에 올라탄 후 의자에 앉았다.

“가자! 이시스 여신이 있는 곳으로!”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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