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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85화 (85/196)

85화

사막으로 가기 전에 카이로 시내에서 물부터 샀다.

처음으로 가는 사막이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였다.

아이즈가 있어 길을 잃거나 할 염려는 없겠지만 미리 준비해서 나쁜 건 없으니까.

생수를 열 병 사서 백팩에 넣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화가 들렸다.

“그게 정말이야?”

“진짜라니까 그러네. 자이언트 웜이 먹어 치운 아이템이랑 돈들이 모두 그 안에 있다니까!”

“본 사람은 있대?”

“당연하지. 내 동생 중의 한 명이 우연히 유사에 빠졌는데 그 아래에서 엄청난 양의 아이템과 보물들이 모인 걸 봤대.”

“이 사람이 장난치고 있어. 그럼 그 동생은 거기서 어떻게 빠져나왔는데?!”

“…그걸 안 물어봤네.”

유사면 모래로 만든 늪을 말하는 건데…. 그 안에 보물이 있다고?

난 슬그머니 이야기하는 남자들에게 다가가 물었다.

“그게 진짜예요? 유사 안에 보물이 있다는 게?”

그들은 낯선 동양인이 갑자기 말을 걸자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이럴 땐 이게 최고지.

“하하하하. 그렇게 경계하실 필요 없습니다. 마침 사막을 여행하려는데 궁금해서요.”

그러면서 품속에서 10만 코인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돈을 보자 이집트 남자의 얼굴에서 경계의 빛이 사라졌다.

그는 재빨리 내 손에 있는 코인을 낚아채고 친절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진짜지. 내가 아는 동생 중 한 명이 봤다니까.”

“혹시 거기가 어딘지 알 수 있나요?”

“그건 아무도 몰라. 유사는 계속 위치가 변하거든.”

“그래요…?!”

그는 별 정보도 아닌데 돈을 받은 것 같아 미안했던지 몇 가지 충고를 해주었다.

“혹시라도 유사를 찾고 싶다면 자이언트 웜이 있는 곳을 찾으면 될 거야. 자이언트 웜이 있는 근처에 유사가 있을 확률이 높거든. 그리고 한 가지 더 주의를 하자면, 절대로 사막 중앙에 있는 이시스 신전 근처는 가지 마.”

“왜요? 이시스는 사람들한텐 해코지를 안 한다고 들었는데요?!”

“일반적으론 그렇지. 하지만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사람들에겐 자비가 없으니까 하는 소리야. 절대로 그 근처로 가면 안 돼!”

“알겠습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난 그들에게서 멀어진 다음 바로 아이즈를 통해 유사의 위치에 대해 검색했다.

하지만 찾을 수 없다는 메시지만 떴다.

“역시 아이즈로도 안 되나….”

그때 누군가 내 주머니를 훑고 가는 게 느껴졌다.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데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지만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속주머니를 살피니 안에 들어있던 백만 코인이 몇 개가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소매치긴가? 요즘 같은 세상에 소매치기라니…. 재밌네!

아이즈가 생기고 난 후론 소매치기 같은 범죄는 거의 사라지고 없었다.

사람들이 현금으로 거래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물건을 노리는 강도는 여전하지만, 그 역시도 줄고 있었다.

각성자도 늘어나는 데다 초월슈트를 입는 일반인들도 상당히 늘어났기 때문에 강도질하다 도리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감을 확장하자 빠른 속도로 멀어지는 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저놈이구나!

순식간에 내 모습은 사람들 사이에서 사라졌다.

카이로의 좁은 골목 안.

아무도 없는 어두운 그곳에서 전신을 망토로 둘둘 말고 있는 사람이 손에 든 코인을 세고 있었다.

“와! 그 새끼 대박이었네. 요즘 세상에 백만 코인을 이렇게나 들고 다닌다고? 크크크…. 미친 새끼.”

“나 미친 새끼 아니거든!”

갑작스레 들려온 소리에 그 사람은 화들짝 놀라며 골목 입구를 쳐다봤다.

“너…. 여길 어떻게…?”

“그보다 돈이나 돌려주지. 그거 내 건데.”

난 질문에 대한 대답 대신 오른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피식하고 웃었다.

“보아하니 각성자 같은데 잘도 여기까지 찾아왔네! 근데 돈도 많은 거 같은데 이건 내가 요긴하게 쓸게. 액땜했다 생각하라구. 그럼 빠이~!”

그리곤 허공으로 스르륵하고 사라졌다.

“어딜…!”

그 모습에 깜짝 놀라 잡으려 했지만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기감을 확장했지만 어디서도 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설마 마인과 관련된 놈인가?!”

사라지는 모습이 동물탈 쓴 놈들이 사라질 때와 매우 흡사했다.

“근데 그 놈들이 여기서 소매치기나 하고 있을 리가 없는데….”

생각할수록 혼란스럽기만 했다.

결국,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 채 사막으로 향했다.

사막에 들어선 지 두 시간쯤 되었을까.

자리에 멈춰선 나는 백팩에서 물통을 하나 꺼내 마신 다음 코인을 꺼내 씹었다.

까드득. 쩝쩝.

그러면서 주위를 한 번 둘러봤다.

온통 모래뿐이다.

아이즈를 통해 현재 위치를 확인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오지 못했다.

바닥이 모래라 그런지 이동하는 데에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거기다 더운 건 참을 수 있었지만, 끊임없이 불어오는 모래바람이 시야를 가리며 이동을 방해했다.

“오늘 안에 도착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일단 갈 수 있는 만큼 가보자!”

아이즈로 이시스가 있는 곳을 향해 방향을 잡은 다음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후로 반나절을 더 걸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이즈를 통해 목적지까지의 거리를 가늠해보니 아직 반이나 남아있다.

“밤새 걸어야 내일 아침쯤 도착하겠네! 에휴, 일단 걷자!”

다시 걸음을 옮기는데 앞에서 뭔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저게 뭐지?”

너무 멀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잠시 후 그것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모래 폭풍…?!”

다가오는 건 모래 폭풍이었다.

거대한 모래 폭풍이 눈앞에 보이는 모든 걸 휩쓸며 다가오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봤지만 온통 모래만 보일 뿐 피할 곳도 없었다.

난 급히 바닥을 향해 주먹질해댔다.

강력한 공격에 모래가 움푹움푹 파이기 시작했다.

모래가 2미터 정도 파이자 난 급히 그 속으로 들어간 후 호흡을 멈췄다.

잠시 후 강력한 모래 폭풍이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폭풍이 지나간 것이 느껴지자 모래 밖으로 올라왔다.

“젠장! 이게 뭔 개고생이야!”

투덜거리며 몸에 묻은 모래를 털어내는데 저 멀리 아까까지 보지 못했던 게 보였다.

“어?! 저거 마을인가?”

멀리서 보이는 건 마을이었다.

“이런 곳에 마을이 있다고? 일단 한 번 가볼까.”

처음엔 신기루인가 싶었지만 가까이 가보니 그건 아니었다.

진짜 마을이 사막 한복판에 있었다.

“근데 왜 아깐 안 보였던 거지? 모래 속에 감춰져 있었던 건가?”

모래에 감춰져 있던 마을이 모래 폭풍 때문에 드러난 모양이다.

밖에서 본 마을 안 건물들은 카이로의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건축 양식도 카이로의 것과 흡사한 현대식이었다.

흠. 현대적인 건축물이 지어져 있다는 건 얼마 전까지 있었던 마을이란 건데…. 어떻게 된 거지…?

그러나 마을 안에 들어서자마자 신기하게도 인기척이 느껴졌다.

모래 속에 있던 마을이라 당연히 아무도 살지 않는 버려진 마을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기감을 확장하자 마을 안 집들에서 수백 개의 기가 느껴졌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모래 속에 있던 마을에 누군가 살 수도 있는 건가?

궁금하긴 했지만 아무 집이나 벌컥 문을 열고 들어갈 수는 없는 일.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마을을 둘러보기로 했다.

그렇게 마을을 반 정도 둘러보고 있는데 누군가 앞에서 날 향해 걸어왔다.

걸어오는 이를 본 나는 다시 한번 놀랐다.

“모래… 인간…?”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는 있지만 모래로 만들어진 사람이었다.

모래라곤 하지만 모든 부분이 굉장히 자세히 표현되어 있어 작은 표정 변화까지 감지할 수 있을 정도였다.

난 앞에 서 있는 노인의 형상을 한 모래 인간을 신기한 눈으로 쳐다봤다.

그때 그가 입을 열었다.

“이곳에 인간이 들어온 건 오랜만이군.”

“어? 말도 할 수 있어?”

그는 내가 놀라는 게 기분 나빴는지 얼굴을 찌푸렸다.

“그 무슨 무례한 말인가? 당연히 말을 할 수 있지. 인간만이 말을 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의 질책에 무안해진 난 급히 사과했다.

“죄송해요, 너무 놀라워서. 근데 여긴 뭐 하는 곳이죠?”

“뭐 하는 곳으로 보이나?! 당연히 우리가 사는 마을이지!”

여전히 기분이 나쁜지 그는 차갑게 말했다.

“근데 진짜 모래로 만들어진 건가요?”

내 질문에 그의 표정이 더욱더 싸늘하게 변했다.

“자넨 정말 무례하군.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언제나 그런 식으로 질문하나?”

“제가 좀 그런 편이죠. 너무 신기해서 그런 거니 이해해 주세요.”

웃으면서 넉살 좋게 말했다.

난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재밌었다.

모래 속에 숨겨진 마을과 거기 사는 모래 인간들.

마치 옛날이야기 속에 실제로 들어온 듯한 기분이었다.

현실에서도 믿지 못할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 요즘이지만 생소한 사막 안에서 겪는 일이라 더 감성적으로 된 듯하다.

“우리 마을에 볼일이 있어서 온 게 아니라면 그만 나가주게. 우린 외부인을 반기지 않네!”

여전히 차가운 목소리로 노인이 말했다.

“조금만 더 구경하고 가면 안 될까요?”

“당장 나가게!”

조금 더 버틸까도 생각했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이들이 이렇게 숨어서 생활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난 더 우기지 않고 쿨하게 돌아섰다.

그도 내가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고 돌아서자 안심한 듯했다.

그때 누군가 우릴 향해 급히 달려오며 소리쳤다.

“라루힘! 라루힘!”

달려온 사람 역시 모래 인간이었는데 10대 중반의 소년의 모습이었다.

“요카람. 무슨 일인데 그리 급한 게냐?”

“헉… 헉…. 카라잔이 오고 있어요!!”

“카라잔? 어디서 오고 있지?”

“저쪽이요.”

요카람이란 소년이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아이즈로 확인하자 그가 가리키는 곳은 이시스 신전이 있는 방향이다.

그 말을 들은 라루힘은 급히 말했다.

“즉시 마을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전투가 가능한 인원들을 불러 모아라! 어서!”

그 말에 소년은 다시 어딘가로 급히 달려갔다.

난 슬그머니 라루힘에게 다가가 물었다.

“카라잔이 뭐죠?”

그는 내 질문에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아직도 안 가고 있었나? 그만 가게! 여긴 위험해!”

“그러니까 뭐가 위험하다는 건지 알려주셔야 가죠.”

그는 차가운 눈으로 날 노려보다가 포기했는지 고개를 저었다.

“좋아. 그렇게 원한다면 알려주지! 자네 혹시 자이언트 웜이라고 알고 있나?”

“네. 들어는 봤죠. 근데 그게 왜요?”

“자이언트 웜은 땅속을 기어 다니는 거대한 벌레지. 그것들은 원래 개별적으로 움직였는데 몇 달 전에 그 벌레들을 하나로 묶어 이끄는 자이언트 웜이 생겨났네.”

“자이언트 웜을 이끄는 자이언트 웜이라구요?”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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