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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83화 (83/196)

83화

산탄데르 안은 그야말로 지옥과 다름 없었다.

건물은 대부분 불타거나 부서져 있었고, 곳곳에 죽은 사람들의 시체가 보였다.

마치 지옥과도 같은 모습에 모두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그때 인간들을 죽이며 돌아다니던 해골병사 세 마리가 우릴 발견했다.

그 중 한 마리는 어딘가로 달려갔고, 다른 두 마리는 우릴 향해 달려왔다.

“키아악!”

퍼걱. 파가각.

하지만 해골병사들은 로빈의 손에 의해 완전히 바스러졌다.

호오. 역시 로빈의 능력은 진동이구나.

내 예상대로 로빈의 능력은 진동이었다.

닿은 물체의 내부를 진동시키기도 하고, 공격하는 물체를 진동시켜 파괴력을 올리기도 한다.

파괴력은 진동수에 비례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나도 직접 보는 건 처음이다.

해골병사를 처리한 로빈이 우릴 돌아보며 소리쳤다.

“우리 임무는 리치몬드를 죽이는 거다. 다들 화가 나겠지만 일단 리치몬드부터 찾는다. 그 새끼부터 박살 낸 다음 남아 있는 개새끼들을 싹 다 죽여버리자! 알겠나?”

“네!”

“예!”

분노로 붉게 충혈된 눈으로 소리치는 그의 모습은 카리스마가 넘쳐 흘렀다.

나도 모르게 네라고 대답하게 만들 정도로 말이다.

그때 어딘가로 사라졌던 해골병사가 다른 몬스터들을 더 끌고 나타났다.

우린 가볍게 그것들을 박살낸 후 리치몬드를 찾기 시작했다.

난 기감을 최대한 확장해 탐색을 했고, 길잡이인 루카스도 길잡이만의 방법으로 리치몬드를 찾았다.

그때 거대한 에너지를 가진 몬스터가 도시 밖을 빠르게 빠져나가는 게 보였다.

“어! 지금 뭔가가 도시를 빠져 나가는데…! 리치몬드는 아닌 것 같고 그 부하 같은데 어떻게 할까? 제법 강한 기운이 느껴지는 걸로 봐서 그냥 병사는 아닌 것 같은데…!”

내 말에 로빈이 즉시 결정을 내렸다.

“그럼 두 팀으로 나눠서 리치몬드를 찾는다. 박태준과 토냐, 니콜라스는 도시 밖으로 나간 놈을 따라가고, 프랑수아와 루카스는 나와 함께 도시 안을 수색한다. 리치몬드를 발견하면 바로 아이즈로 연락하도록.”

신속하고 훌륭한 상황 판단력이다.

우린 곧바로 도시 밖으로 이동하고 있는 몬스터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놈은 내가 감지할 수 있는 범위를 살짝 벗어나긴 했지만 가는 방향을 알기 때문에 금세 따라 잡을 수 있었다.

도시 밖은 숲이었다.

우린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눈치 채지 못하게 따라가는데 상대가 멈춰서는 게 느껴졌다.

그놈이 멈춰선 곳엔 몬스터가 몇 마리 더 있었다.

대부분 그놈과 비슷한 힘을 가진 몬스터였지만, 그 중 한 놈은 그놈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저 놈이 리치몬드구나!

“아무래도 저 앞에 리치몬드가 있는 거 같아. 어서 로빈한테 연락해.”

내 말에 토냐가 즉시 아이즈로 상대팀한테 연락을 했다.

“바로 온대. 그러니 자기들 올 때까지 나서지 말래.”

그때 어디선가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낄낄낄낄. 쥐새끼 같은 것들이 몰래 숨어서 뭐하는 거지?”

황급히 소리가 들린 하늘을 바라보자 박쥐 형상을 한 기괴한 모습의 몬스터가 나무 위에 매달려 있었다.

“감히 리치몬드님 뒤를 밟다니…. 예의 없는 것들…!”

그 사이 모여 있던 몬스터들이 이쪽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저 박쥐같이 생긴 몬스터가 알린 모양이다.

“지금 몬스터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어. 버틸 수 있겠어?”

내 말에 토냐가 발끈했다.

“지금 우리 무시하는 거야? 우리가 지난 몇 달간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고나 그러는 거야?! 이딴 건 위기도 아니야! 니콜라스. 준비해 주세요.”

그리곤 즉시 전투 태세를 취했다.

그녀의 말에 니콜라스도 고개를 끄덕이더니 몸에 힘을 줬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의 몸이 점점 줄어들었다.

정확하게는 몸집이 줄어들었다는 게 맞는 표현이겠다.

몸 전체에 있던 살들이 압축되며 마치 갑옷처럼 그의 몸을 감쌌다.

저건 마치 김나령이 마지막에 검은 키메라 뒤집어썼을 때랑 비슷해 보이네. 원리도 비슷하겠지?

“낄낄낄낄. 그래봤자 리치몬드님의 공격 한 번에 재가 될 것들이 발악하기는. 낄낄낄.”

“너 아까부터 좀 시끄럽다. 그만 죽어라!”

내 몸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박쥐같은 몬스터 뒤에 나타났다.

하지만 그는 그것도 인지하지 못했다.

난 그대로 그의 몸에 다섯 개의 구멍을 뚫은 다음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제야 조용하네. 그보다 언제 오려나! 너흰 준비 다 끝났어?”

하지만 토냐와 니콜라스는 상당히 놀란 얼굴을 하고 날 쳐다보고 있었다.

“너… 민첩이 대체 얼마나 되길래 그렇게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거야?”

“별거 아니야.”

“별거 아니라고? 얼마나 빠른지 네가 사라진 자리에 잔상이 생길 정도였는데도?!”

토냐는 말도 안 된다는 듯 따지듯 물었지만 난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몬스터들의 기가 바로 앞까지 다가왔기 때문이다.

“왔다!”

내 외침과 동시에 수풀을 헤치고 몬스터 다섯 마리가 나타났다.

한 명은 온몸을 가리는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었는데, 느껴지는 기로 봐서 우리가 추적한 놈인 것 같았다.

나머지는 모두 해골들이었다.

그 중 한 해골은 손에 책을 들고 있었고, 두 해골은 각각 창과 검을 들고 가운데 있는 거대한 해골을 호위하듯 서 있었다.

그리고 그들 한가운데 있는 2미터가 넘는 거대한 해골.

불타는 채찍을 오른손에 들고 전신에 검은 갑옷을 입은 저 몬스터가 바로 리치몬드다.

그는 나타나자마자 구멍이 난 채 죽어 있는 박쥐를 닮은 몬스터를 보고는 우릴 돌아봤다.

그의 해골 눈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가 지금 어떤 심정인지는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분노를, 말이다.

“라퀴몽을 저렇게 만든 게 너희들인가?”

리치몬드는 음산한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티비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상당히 차분한 성격 같았다.

영상으로 볼 때만 해도 싸움에 완전히 미친 놈 같더니….

“응. 내가 그랬는데 왜?”

화르륵.

내 대답에 그가 쥐고 있는 불타는 채찍이 더욱 강하게 타올랐다.

“난 리치몬드다. 해골 군단의 군단장이었지.”

“이었지? 그럼 지금은 아니야?”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없었다.

“뭐 말하기 싫으면 말고. 난 박태준. 어디 실력 좀 볼까!”

아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달려들어 강기를 잔뜩 머금은 주먹을 날렸다.

후우웅.

단순한 정권지르기지만 그 안에 담긴 힘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다른 몬스터들은 내 움직임에 반응도 못했고 리치몬드만이 급히 팔을 들어 막았다.

콰콰쾅.

단순한 정권지르기였지만 엄청난 폭음과 함께 리치몬드가 몇 걸음이나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반격은 없었다.

다만 놀란 눈으로 날 바라봤다.

“니가 박태준이라고? 설마 1군단장님을 패퇴시켰던 그 박태준인가?”

“1군단장? 그게 누군데?”

“몬스터 군단을 이끌었던 1군단장님을 모른다고? 분명 기드온님이 박태준이란 인간을 만나면 주의하라고 하셨는데….”

기드온이란 이름을 듣자 떠오르는 몬스터가 있었다.

내가 처음 공략에 성공한 상급던전의, 기드온이란 이름의 몬스터.

대격변 당시 몬스터 군단을 이끌었던 데스나이트 기드온 말이다.

“설마 데스나이트 기드온 말하는 거야?”

“역시 너로군. 기드온 님은 널 만나면 최대한 조심하라고 했다만 과연 어느 정도인지 시험해주마. 과연 기드온 님이 인정할 만한 인물인지 아닌지 말이다.”

“그럼, 너 죽을 텐데. 괜찮겠어?”

“주군의 명을 이행하다 죽는다면 그보다 더한 영광은 없지.”

그리곤 다른 몬스터들에게 명령했다.

“너흰 내가 싸울 동안 다른 놈들이 끼어들지 못하게 다 죽여버려라.”

그 명령에 다른 몬스터들이 앞으로 나섰다.

전신을 후드로 감싸고 있는 남자가 중얼거리며 하늘로 손을 들어 올리자 땅 속에서 해골과 구울들이 땅 속에서 몸을 일으켰다.

책을 들고 있던 해골은 마법을 쓸 수 있는지 여러 공격마법을 토냐와 니콜라스에게 쏟아부었다.

니콜라스는 탱커답게 해골 마법사의 마법 공격도 곧잘 막고 있었다.

보아하니 마법 저항력도 상당한 듯 싶었다.

토냐도 주술사라고 하더니 구울과 해골병사들의 공격을 광역딜로 처리하고 있었다.

아직 창과 검을 든 해골은 나서지 않았지만 나서더라도 당분간은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거기다 빠르게 가까워지는 다른 팀원들의 기도 느껴졌기 때문에 안심하고 리치몬드를 쳐다봤다.

“이제 우리도 한바탕 어울려 볼까?!”

리치몬드는 대답 대신 들고 있는 채찍에 불꽃을 더욱 불어넣더니 가볍게 휘둘렀다.

그가 휘두른 채찍이 날아왔지만 피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불타는 채찍은 순식간에 내 몸을 휘감았다.

화르륵.

그는 내가 피하지 않자 의외라는 듯 바라봤다.

“왜 피하지 않았지?”

“피해야 돼?”

약간 자존심이 상했는지 그는 휘감은 채찍이 더 강하게 조였다.

하지만 난 여전히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

“끝이야? 사실 조금 기대했는데 별거 없네.”

내 말에 그는 감겨 있던 채찍을 풀었다.

하지만 난 풀리는 채찍의 끝부분을 낚아챘다.

“뭐하는 짓이지?”

아무렇지도 않게 불타는 채찍을 잡은 날 보고 리치몬드가 약간 당황한 듯 물었다.

“이러려는 짓이지.”

그리곤 바로 채찍을 입에 넣고 씹기 시작했다.

아작. 아작.

입속에서 느껴지는 불길에 화끈했지만, 내성 때문인지 따뜻한 정도의 느낌만 있었다.

리치몬드는 내가 채찍을 씹어 먹자 황급히 채찍을 빼앗으려 했지만 난 단단히 버티며 계속 씹어먹었다.

결국 리치몬드는 들고 있던 채찍을 던지고는 손에 거대한 낫을 소환했다.

“이것까지 사용할 줄은 몰랐는데…. 과연 이 공격도 막아내는지 보자!”

리치몬드가 휘두른 거대한 검은 낫이 빠르게 내 목을 향해 날아왔다.

가가각.

낫이 내 목을 훑고 지나갔지만 여전히 난 채찍 먹는 걸 멈추지 않았다.

으적. 으적.

“…쩝…쩝…. 조금만 기다려봐. 그것도 먹어줄 테니까…. 쩝….”

- ‘리치몬드의 불타는 채찍’을 섭취했습니다. 내공이 28만큼 오릅니다.

역시 효율은 코인보다 아이템이 좋다니까!

코인 수십 개를 먹어야 오르는 능력치가 아이템 하나로 해결됐다.

물론 리치몬드 정도 되는 몬스터가 들고 있는 아이템이니까 그런 거겠지만.

채찍을 다 먹은 난 리치몬드를 쳐다봤다.

그는 아무 데미지도 입지 않는 날 보고 당황한 듯 보였다.

저 낫도 땡기는 걸!

생각이 끝나자 난 곧 리치몬드 앞으로 빠르게 이동해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지니고 있는 낫을 풍차처럼 돌리며 공격을 막아냈다.

공격이 막혔지만 난 거기서 멈추지 않고 일권을 사용했다.

“일권!”

짧은 외침과 함께 내 주먹을 중심으로 엄청난 내공이 몰리며 터져나갔다.

하지만 그 모습이 예전과 달랐다.

강기의 색도 선명한 푸른빛을 띄고 있었고, 공격범위도 훨씬 좁았다.

그 말은 위력이 더욱 늘어났다는 걸 뜻한다.

이번에도 리치몬드는 낫을 풍차처럼 돌리며 공격을 막았지만 일권을 견디지 못하고 낫을 들고 있던 팔이 통째로 터져나갔다.

난 바닥에 떨어진 낫을 주워들고는 입에 넣고 씹었다.

으드득. 으득.

그리곤 팔이 뜯겨 나간 리치몬드를 보고 웃으며 물었다.

“…쩝…. 쩝…. 다른 건 없어?”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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