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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80화 (80/196)

80화

툴루즈로 가는 길은 무척 한적했다.

나는 간만에 마음의 여유를 느끼며 천천히 운전을 했다.

파리에서 툴루즈까지는 차로 10시간 정도가 걸렸기 때문에, 가는 길에 한 번 정도는 숙소를 잡고 자기로 결정했다.

파리를 떠난 지 6시간 정도가 지나자 리모주란 도시에 도착했다.

저녁이었기 때문에 차를 주차하고 일단 숙소부터 찾았다.

그러다 식당과 숙박을 같이 하는 곳을 찾았다.

건물도 깨끗해 보여서 하루 머물기 괜찮아 보였다.

“저기로 들어가자.”

하지만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망설였다.

난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는 그녀 손을 잡아끌면서 말했다.

“돈은 내가 낼 테니까 걱정 말고 들어와!”

그때 샤를이 낸시를 잡은 내 손을 뿌리치며 날 무섭게 노려봤다.

“우리 누나 건들지 말라고 했죠!”

“하하하. 미안. 다음부터 조심할게.”

난 사과를 하고 낸시를 보고 말헀다.

“손 잡아서 미안. 그나저나 돈은 내가 낼 테니까 들어가자. 밖에서 잘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뭐가 그래도야. 이럴 땐 감사합니다 하고 못 이긴 척 받아들이면 되는 거야.”

안으로 들어온 나는 큰 방을 두 개 잡았다.

방에서 간단히 씻은 우리는 일층 식당으로 내려와 밥을 먹었다.

무척 배가 고팠던 나는 메뉴판에서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일부러 잔뜩 시켰다.

그리곤 어느 정도 먹고는 배불러서 못 먹겠다고 하곤 먼저 방으로 들어왔다.

그래야 낸시와 샤를이 편하게 먹을 수 있을 테니까.

예상대로 위층에서 아래를 힐끗 내려다보니 그들은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고 있었다.

난 흐뭇한 미소를 짓고는 방으로 들어가 정권지르기를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정권지르기와 발차기를 끝내고 심상수련을 하고 있는 내 기감에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수상한 기를 향해 조용히 다가갔다.

역시나 복면을 쓴 남자가 건물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뭐하냐?”

그는 갑작스레 들린 내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도망을 갔다.

기감을 확장해 주변을 살폈지만 다른 수상한 이는 없는 듯 하자 난 곧바로 그를 따라갔다.

근데 그의 움직임이 이상했다.

마치 날 유인하는 것처럼 적당히 흔적을 남기면서 가고 있었다.

함정인가? 뭐 그것도 좋지.

조금 더 그를 따라가니 인적이 드문 허름한 창고 안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난 거침없이 창고 문을 확 열어젖혔다.

안에는 세 사람이 서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함정이다.

셋 다 복면을 쓰고 있었는데, 가운데 서 있는 사람이 날 향해 물었다.

“넷째를 죽인게 너냐?”

“넷째? 아. 낸시 집 엿보던 놈 말하는 거야?”

“넷째를 아는 걸 보니 니 놈이 확실하구나.”

“응. 나야.”

난 숨김없이 말헀다.

그 말을 들은 가운데 복면남은 이를 바드득 갈았다.

“넌 오늘 여기서 살아나갈 수 없다.”

난 그 말을 들으면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에휴! 어째 니들은 하는 말이 다 거기서 거기냐. 좀 더 참신한 말 없어?”

“저 새끼는 최대한 잔인하게 죽여야겠다. 넷째를 죽인 놈이니 방심하진 말고!”

그리곤 셋이서 날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들 모두 내 상대는 아니다.

난 가볍게 둘째와 셋째는 죽이고 가운데 있던 가면남만 살려뒀다.

하지만 그도 죽지만 않았을 뿐이지 죽을 정도로 맞아서 죽어가고 있었다.

“야. 누가 시킨 거냐?”

“세…셋….”

“뭐? 좀 더 크게 말해봐.”

“…세, 셋째… 도…련….”

“셋째 도련님이라고?”

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하지만 중요한 정보는 다 들었다.

셋째 도련님이 죽이려 했다고? 근데 왜? 어차피 그녀는 대리자가 없어서 결투도 못할 텐데…. 왜지?

아무 생각해도 알 수가 없을 땐 원인 제공자를 찾아가면 된다.

이 상황에서는 셋째 도련님이 원인 제공자가 되겠다.

어차피 내일이면 툴루즈에 도착하니 그때 가서 확인하면 된다.

난 창고 안에 시체들을 남겨두고 바로 숙소로 돌아왔다.

다행히 내가 없는 동안 별일 없었는지 안정적인 둘의 기가 느껴졌다.

방으로 돌아온 난 아까 못한 심상수련을 마저 했고, 아침이 됐다.

일층 식당에서 간단한 아침을 먹은 우리는 차를 타고 다시 이동했다.

시골길을 달려 4시간 정도 만에 우린 툴루즈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본가는 어느 쪽으로 가면 되지?”

“마을 외곽으로 가면 거대한 저택이 나올 거에요. 거기가 본가에요.”

그녀의 말대로 마을 외곽을 돌다보니 거대한 저택이 나왔다.

그 앞으로 차를 가져가자 경비가 우릴 막아세웠다.

“무슨 일이시죠?”

“후계자 시합 때문에 온 낸시에요.”

“무슨 말씀이시죠? 후계자 시합이라니요.”

그는 영문을 모르겠단 얼굴로 우릴 바라봤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후계자 시합을 모른다니?”

“그런 거 없으니까 저리 가세요!”

강압적인 그의 태도에 난 낸시를 돌아봤다.

“진짜 후계자 시합 있는 거 맞아?”

“그럼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여길 뭐하러 왔겠어요. 이 더럽고 추악한 곳에!”

“그래? 알겠어. 잠깐만 여기서 기다려.”

난 차에서 내린 다음 경비원에게 물었다.

“진짜로 시합 없어?”

“없다니까 왜 이래? 다들 안 꺼져?!”

하지만 난 다시 물었다.

상당한 양의 내공을 끌어올린 상태로 말이다.

“진짜 없는 거 확실해?”

“어…없다니까요…. 진짜…요….”

난 거기서 더 기를 상승시켰다.

“너 만약에 거짓말하는 거면 그땐 사지가 다 찢길 텐데 괜찮겠어? 진짜 시합 없는 거 확실해?”

그제야 그는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이…있어요.”

“근데 왜 거짓말을 했을까?”

“세, 셋째 도련님이….”

흠. 이번에도 셋째 도련님이네. 얼굴이나 보고 가야겠다.

난 차에 탄 다음 경비원에게 말했다.

“열어!”

그는 잽싸게 문을 열어주고는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낸시와 샤를 모두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대체 어떻게 한 거에요?”

“그냥 나만의 노하우지.”

난 대수롭지 않게 얘기한 후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대저택이다 보니 실제 본가 건물까지 가는데도 5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본가 앞에 차를 주차하자 미리 나와있던 집사가 인사를 했다.

“낸시 님이시죠? 잠시 후 식사가 시작되니 바로 식당으로 가시면 됩니다.”

집사의 말에 낸시가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한 후 날 쳐다봤다.

“고마워요. 덕분에 무사히 올 수 있었어요. 여기서부턴 저랑 동생 둘이서 해볼게요!”

동생 샤를을 보자 가면 안된다는 간절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잠깐만! 나도 이 안에 좀 들어가야겠어.”

“네? 왜요?”

낸시는 갑작스런 내 말에 놀란 듯 했고, 샤를은 방방 뛰며 좋아했다.

“만나볼 사람이 있거든.”

“만나볼 사람이요? 누굴…?”

“셋째 도련님이란 사람.”

“네? 그 사람을 왜…?”

그녀는 내 입에서 예상치도 못한 말이 나오자 깜짝 놀란 듯 했다.

“그냥 볼일이 좀 있어. 그나저나 어서 들어가자. 배고프다.”

그리곤 능청스럽게 집사 뒤에 섰다.

낸시는 지금 내 행동이 이해가 안되는 듯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집사를 따라갔다.

집사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곳은 거대한 식당이었다.

식당 안에는 몇몇 사람들이 앉아 있다가 들어온 우릴 보고 눈을 빛냈다.

“이게 누구야! 낸시 아닌가. 오랜만이군. 부모님 장례식 이후론 처음이지?!”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은 여기서 나이가 제일 많아 보였다.

“안녕하세요, 프랑수아 오라버니.”

프랑수아라는 남자는 그녀의 인사를 받고 입은 미소를 지었지만 그의 눈은 날 훑어보고 있었다.

“근데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지? 혹시 대리잔가?”

“아! 아니에….”

“맞습니다. 제가 낸시 대리잡니다.”

난 낸시의 말을 자르고 프랑수아를 향해 말했다.

그 말에 그의 옆에서 묵묵히 차를 마시고 있던 남자가 슬쩍 고갤 들어 날 바라봤다.

그리곤 그의 눈이 놀람으로 물들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쟨 또 왜 저래?

그가 왜 그러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원인이란 건 확실하다.

바로 그때 타이밍 좋게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전체부터 시작해서 메인과 디저트까지 맛있게 식사를 했다.

밥을 먹던 중 낸시가 조용히 물어왔다.

“왜 대리자라고 하신 거에요? 그냥 가셔도 되는데….”

“그냥 여기에 흥미가 좀 생겨서…. 그리고, 널 후계자로도 만들고 싶고.”

“네? 왜 갑자기…?”

하지만 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밥 먹는데 집중했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곧바로 대결 장소로 이동했다.

내 눈은 식당에서 낸시를 통해 알아낸 셋째 도련님에게 머물러 있었다.

통통한 체형에 찢어진 눈을 한 그는 무척 간사해 보였다.

대결 장소는 실내 체육관이었다.

이곳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장소란 생각이 들었다.

“오늘 대결은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네 분의 후보자께서 안에 있는 공을 뽑으시고 같은 색깔을 뽑은 후보자의 대리자끼리 결투를 진행하게 됩니다. 승리 조건은 상대가 항복이라는 말을 하거나 기절 또는 죽으면 됩니다. 그럼 뽑기를 시작할 테니 후보자 분들은 모두 나와 주십시오.”

잠시 후 대진표가 만들어졌는데 내 상대는 프랑수아란 사람의 대리인이었다.

그는 여전히 날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근데 나한테 뭐 문제 있어? 왜 그렇게 놀란 표정이야?”

“당신 진짜 인간이 맞는 거야?”

“왜?” “인간이 어찌 그런 힘을 가질 수 있는 거지? 그건 마치 절대자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그런 힘. 인간이 가질 수 없는 힘인데….”

그제야 난 그가 왜 날 보고 놀랐는지 알았다.

그는 상대 안에 있는 힘을 그대로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거였다.

그렇다보니 내가 가진 거대한 힘을 보고 놀란 거였고.

“인간 같지도 않은 당신과 싸워봤자 의미가 없으니 기권하겠소.”

급기야 그는 싸우지도 않고 기권을 했다.

프랑수아도 그가 미리 귀띔을 해줬는지 크게 동요하는 기색 없이 날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다음 시합은 둘째와 셋째의 대리자 싸움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승부가 빨리 났다.

셋째가 데려온 대리자가 압도적인 실력으로 상대를 찍어 눌렀기 때문이다.

결국 셋째 후보자의 대리인과 내가 결승을 치르게 됐다.

둘 다 별다른 상처가 없었기 때문에 시합은 바로 진행됐다.

셋째 후보자의 대리인은 여유로운 미소를 보이는 잘생긴 갈색 머리의 프랑스 청년이었다.

내가 그 앞에 서자 그는 날 보며 말했다.

“미리 말해두지만 난 S등급 각성자다. 괜히 다치기 싫으면 기권하는 게 좋을 거야.”

“S등급이라…. 아유, 너무 무섭네. 무서워서 오줌이나 싸겠어?”

“뭐, 뭐?”

그는 내가 자길 놀린다는 걸 알고는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야. 넌 얼굴이 빨개져도 잘생겼구나. 진심 부럽다.”

“닥쳐라!”

그리곤 그가 얇은 검신의 레이피어를 소환하곤 날 향해 달려들었다.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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