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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78화 (78/196)

78화

익시온은 예전처럼 불타는 수레바퀴에 매달린 채 우리 앞으로 왔다.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익시온을 결박하고 있던 족쇄가 풀어지고 불타는 수레바퀴 혼자 어딘가로 굴러가버린 것이다.

투투투투투.

익시온은 시원한 얼굴로 사라지는 수레바퀴를 보다가 우릴 바라보며 웃었다.

“그대들 덕분에 내 누명을 벗을 수 있었다. 그에 대한 감사로 그대들에게 이것들 중 하나를 선물로 주겠다. 선택하라.”

<퀘스트 완료>

익시온이 누명을 벗음으로 인해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퀘스트 보상으로 아래 것들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1. 헤라의 황금사과.

2. 하데스의 망각의 의자.

3. 헤르메스의 신발.

4. 아이기스 방패.

5. 크로노스의 아다마스.

6. 아프로디테의 허리띠.

그리스 신화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아이템들이었다.

난 아이템들을 하나씩 천천히 살펴봤다.

- 헤라의 황금사과: 헤라클레스의 11번째 임무에 나온다. 잠들지 않는 용 라돈이 지키는 황금 사과나무의 열매로 구체적인 효능은 알려진 바가 없다. 여신들을 싸우게 할 정도로 아름다운 사과다.

이건 별거 없구나. 다음 것도 볼까.

- 하데스의 망각의 의자: 앉으면 모든 기억을 잃고 영원히 앉아 있게 되는 의자이다. 테세우스도 이 의자에 실수로 앉았다가 오랫동안 기억을 잃었었다.

- 헤르메스의 신발: 전령의 신 헤르메스가 신고 다니는 날개 달린 신발이다. 신발을 신게 되면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으며 민첩이 두 배만큼 상승한다.

- 아이기스 방패: 아테나의 방패인 아이기스로 최고의 방어력을 자랑한다. 소지자의 방어력을 두 배만큼 증가시킨다. 소지자는 하루에 한 번 절대 방어를 사용할 수 있다.

- 크로노스의 아다마스: 제우스의 아버지인 크로노스가 들고 다니던 낫이다. 아다마스에 조금이라도 베이게 되면 일정 확률로 즉사하게 된다.

- 아프로디테의 허리띠: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착용한 허리띠다. 착용자는 번개 공격에 100 퍼센트 내성이 생긴다. 이 아이템을 통해 착용자의 매력이 올라갈지도….

아이템들을 쭉 살펴보자 더욱 혼란스러웠다.

모두 다 전설급 아이템이었고 효과도 굉장했다.

하지만 고심하며 하나씩 제거하다보니 헤라의 황금사과와 헤르메스의 신발이 남았다.

민첩을 두 배나 올려주고 하늘을 걷게 하는 헤르메스의 신발이 여러모로 좋아보였지만, 이상하게 황금사과에 자꾸 눈길이 갔다.

다른 이들은 이미 선택을 했는지 자신이 고른 장비들을 소환해 살피고 있었다.

어떤 걸 고르지?

한참을 더 생각하다가 그냥 마음이 가는 쪽을 고르기로 했다.

“헤라의 황금사과로 할게.”

- 퀘스트 보상으로 헤라의 황금사과를 선택하셨습니다. 황금사과가 소환됩니다.

메시지와 함께 눈앞이 환하게 빛나며 허공에 황금사과가 나타났다.

황금사과를 집자 또다른 메시지가 나타났다.

- 헤라의 황금사과를 획득하셨습니다. 헤라가 무척 소중히 여기는 황금사과나무에 있던 마지막 황금사과입니다. 특히 여성이 좋아하며, 선물하면 특별한 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역시나 별다른 건 없어 보였다.

아… 내가 왜 이걸 선택했지? 뭐에 홀렸었나….

뒤늦게 후회해봤자 변하는 건 없다.

익시온은 감사의 인사를 한 번 더 남기고 사라져버렸다.

동료들을 바라보자 그동안 보상으로 받은 아이템들이 마음에 드는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었다.

각자에게 주어진 아이템이 다 달랐는지 다들 다른 아이템들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 나가볼까!”

그때 모두의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가 또 나타났다.

- 최상급 던전 ‘익시온의 무덤’을 클리어하셨습니다. 조건을 만족했기 때문에 최상급 던전 ‘익시온의 무덤’이 신화급 던전 ‘신들의 만찬’으로 변경됩니다. 변경된 난이도는 재입장시 적용됩니다.

응? 신화급 던전? 이런 건 처음 보는데…!

다들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를 확인했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신화급 던전은 뭐야? 최상급 위에 더 어려운 난이도가 있다고?”

해진우는 치를 떨며 말했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 이거, 어쩌면 나중에 여길 또 와야 될지도 모르겠어!”

내 말에 모두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최상급도 이렇게 어려웠는데 신화급은 대체 난이도가…. 어휴! 생각만해도 무섭네….”

최우혁만이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지만, 모두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자자. 일단 나가자. 어차피 신화급 던전은 지금은 시도도 못할 것 같으니까. 일단 계획대로 먼저 움직이자. 이 던전 공략은 우리가 충분히 강해진 다음에 도전해 보는 걸로 하고!”

우린 던전을 나온 다음 짐을 챙겨 서울로 올라갔다.

하지만 던전 밖 동굴에 있던 물품들은 그대로 놔두기로 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분명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로 출발하기 전에 난 이예진을 불러 조용히 말했다.

“아무래도 넌 우리 팀에는 안 맞는 것 같아. 이쯤에서 계약은 끝내는 걸로 하자. 던전 공략도 끝났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계속 우리 팀에 남아있고 싶어 했다.

“난 계속 남아있고 싶은데…!”

그러나 난 단호하게 말했다.

“니가 멋대로 행동해서 팀에 피해를 준 것 만해도 벌써 두 번째야. 난이도가 높은 던전일수록 그런 작은 실수가 엄청난 피해로 팀원들에게 돌아올 수 있어. 하물며 넌, 그걸 실수도 아닌 재밌을 것 같아서 저지른 거잖아. 맞지?”

그러나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았잖아? 죽은 사람도 아무도 없고.”

“물론 결과도 중요하지. 그러나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그러면 여기 있는 누군가는 죽었을 수도 있어. 우리 모두 지옥에서 사이좋게 수레바퀴에 매달려 있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난 내 사람이 위험에 처하는 걸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그래서 그런 거니까 이해 부탁해. 너 정도 실력이면 원하는 어떤 팀이든 들어갈 수 있을 거야.”

그녀는 내 결심이 완전히 굳었다고 느꼈는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원망과 분노에 찬 눈으로 날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곤 아무 말 없이 자기 짐을 챙겨서 다른 사람들에게 인사도 없이 훌쩍 떠나버렸다.

그제야 난 동료들에게 가서 이예진이 떠났다고 말해줬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서도 동료들에게 설명했다.

그들은 내가 내린 결정에 약간 실망한 듯 했지만, 팀 전체를 위한 결정이란 걸 이해했다.

서울로 올라온 다음 다들 오랜만에 집에서 며칠 쉬면서 내 연락을 기다리기로 했다.

난 다들 떠난 걸 확인 한 후 바로 럭키가 있는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로 들어가자 럭키와 츤츤이의 모습이 보였다.

난 그를 보자 대뜸 화부터 냈다.

“야. 대체 중국은 왜 간 거야? 가면 간다고 얘기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니야? 내가 너한테 그 정도 밖에 안 됐어?”

[나도 일이 이렇게 될지 몰랐다고! 짜증나니까 그만 얘기해.]

“야. 너 왜 그래? 무슨 일인데?”

츤츤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잠시 한적한 곳을 거닐던 츤츤이는 벤치 위로 올라가 앉더니 중국에 간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몇 달 전 집에 있는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어.]

“무슨 목소리?”

[날 인간으로 만들어 준다는 목소리였어. 인간이 되고 싶으면 중국으로 오라고. 사실 나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으면 잡술 따위에는 걸리지 않기 때문에 난 그 목소리에 더욱 신뢰가 갔어. 그리곤 홀린 듯이 중국으로 갔지. 사실 가면서 너한테 말을 할까 했는데 네가 잔소리를 늘어놓을 것 같아서 럭키한테만 말하고 간 거야.]

난 그가 한 말이 맞다는 걸 증명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라면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지금 시국에 목소리 하나 들렸다고 중국에 간다고 하면 말이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몸을 보아하니 사람도 안 된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오래 걸렸던 거야?”

[그게 내가 짜증나는 점이야. 목소리가 들려서 갔는데 중국에 갔는데 한창 들리던 목소리가 갑자기 안들리잖아.]

“그래서?”

[그래선 뭐 그래서야. 중국 개새끼들 좀 조지고 내가 거기 짱 먹었지.]

“뭐? 중국 개들도 밑에 둔 거야?”

츤츤이는 내가 놀라자 약간 우쭐해서는 말했다.

[거기나 여기나 다를 게 뭐 있나. 쪽수만 다른 거지.]

“그 쪽수 차이가 어마어마할 텐데…!”

[그래봤자 개새끼들이지.]

“거기는 럭키 같은 각성한 개는 없었어?”

[있었지. 세 마리 있었는데 가뿐히 밟아줬지 뭐. 웃긴 게 여긴 또 고양이들이 그렇게 설치대. 그래서 그것도 좀 정리하고….그러다보니 좀 늦었네….]

이 새끼 뭐지?

난 황당한 표정으로 츤츤이를 보다 버럭 화를 냈다.

“그럼 결국 중국에서 개새끼들 관리하다 늦었다는 거 아니야! 맞지?”

[…그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니까…!]

“단순하지 않긴 뭐가 안 단순해! 그래서 목소리의 정체는 찾았어?”

내가 다시 목소리 얘길 꺼내자 그는 다시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못 찾았어. 어떤 새끼가 장난친 건지 잡히기만 하면 죽여버릴 거야!]

“에휴. 그럼 거기서도 개들 통해서 소식은 들었겠네?”

[뭐. 절대자들이 현실로 넘어왔다는 거?]

“그래.”

[듣기야 했지. 내 본 실력만 돌아오면 한판 제대로 붙어보는 건데…. 아쉽네. 그나저나 넌 어떻게 할 거야?]

“그래서 말인데 너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부탁?]

난 츤츤이에게 그동안 생각한 계획을 얘기했다.

말을 다 들은 츤츤이는 괜찮은 생각이라며 고갤 끄덕였다.

[괜찮네. 넌 절대자 세력의 균형을 맞추고 난 여기서 멍청한 놈들을 굴리란 거지?]

“굴리란 게 아니고 수련을 시키라고. 걔들한테 어울리는 무공도 좀 알려주고.”

[그러니까. 그게 굴리는 거지 뭐. 흐흐흐. 안 그래도 열 받아서 스트레스만 쌓였는데 제대로 스트레스 풀겠구만.]

츤츤이를 보고 있자니 동료들의 미래가 보이는 것 같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럼 좀 부탁할게.”

[바로 가려구?]

“그래야지. 한시가 급한 일이니까. 무슨 일 있으면 럭키 통해서 연락하고.”

난 즉시 근처에 있는 이동포탈을 검색했다.

서치에는 이동포탈의 좌표와 어디로 이어져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1시간 단위로 업데이트 됐다.

마침 근처에 프랑스와 연결된 이동 포탈이 있었다.

빠르게 이동하니 흰빛을 내뿜는 이동 포탈이 보였다.

프랑스와 연결된 포탈이라 그런지 프랑스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포탈 앞에는 정부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신분을 확인하고 있었다.

“신분증 좀 보여주시죠.”

난 상대방 아이즈에 내 신분증을 보냈다.

“확인 됐습니다. 하나 충고 드리자면 스페인 구경 쪽으로는 안 가는 게 좋을 겁니다. 거기 지금 분위기가 심상치 않거든요. 그럼 좋은 여행 되세요.”

감사의 인사를 한 다음 포탈을 통과했다.

잠시 후 내 눈앞에는 이국적인 풍경의 도시가 보였다.

“여기가 프랑스구나!”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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