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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76화 (76/196)

76화

“그래. 이차원 가방은 하나 밖에 지정이 안되니까 내가 지정한 가방을 이차원 가방으로 만든 다음 나한테 넘기는 거야. 그 대신 내가 매달 사용료를 지불하는 거지.”

“사용료라면 얼마나?”

“한 달에 천만 코인. 어때?”

“천만 코인요?! 좋아요. 어차피 쓸 일도 없는 능력이었는데 그렇게나 돈을 쳐주시면 저야 좋죠.”

난 곧바로 미리 준비해 놓은 백팩을 가져와서 그에게 내밀었다.

“지금 바로 해줘.”

“그러죠 뭐. 그럼 입금은 언제?”

“오후에 연봉이랑 같이 계좌로 입금 될 거야.”

그 말을 들은 그는 입이 귀에 걸린 상태로 내가 내민 백팩을 받아들었다.

그리곤 가방에 잠시 손을 얹었다 뗀 다음 가방을 돌려줬다.

“다 됐어요.”

“벌써?”

난 확인 삼아 가지고 있던 코인을 가방 안에 넣었다.

그러자 코인이 바로 A4용지 크기의 얇은 종이로 바뀌었다.

가방 안에서 완전히 꺼내자 다시 코인의 형태로 돌아왔다.

흡족한 마음으로 가방을 받아든 난 홍준기에게 말했다.

“그럼 계약서도 다 쓴 것 같으니 오늘은 할머니 모시고 사택으로 들어가고 내일 아침 8시까지 내 사무실로 와. 바로 출발할거니까.”

그가 돌아가고 난 후 난 곧바로 수련실로 들어갔다.

오늘 던전을 돌면서 싸워보곤 확실히 알았다.

내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말이다.

사실 요즘 세상에서는 아무도 기본기를 신경 쓰지 않는다.

능력치만 올리면 되는데 누가 기본기를 신경 쓰겠는가.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천수노인을 만나 깨달음을 얻기 전까진 말이다.

내가 직접 해보고 나서야 기본기가 가진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기만 했다.

더 노력해야 돼. 끊임없이!!

다음 날 아침.

난 홍준기와 함께 헬기를 타고 울산에 있는 익시온의 무덤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만난 최우혁, 해진우, 이철진, 이예진은 몇 달 사이에 몰라보게 발전해 있었다.

하지만 길잡이가 없다보니 맨땅에 헤딩하는 일이 많았고, 위험한 순간도 많았다.

그나마 메인 탱커인 정찬호가 와서 위험률을 조금 낮추긴 했지만 여전히 길잡이 없이 최상급 던전을 도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뛰어난 힐러인 이예진이 없었다면 벌써 전멸했을 것이다.

그들도 그걸 잘 알기 때문에 조한희보고 몇 번이나 와달라고 요청했을 정도다.

난 그들에게 새로운 길잡이인 홍준기를 소개했다.

“오늘부터 같이 던전을 돌게 될 길잡이 홍준기다. 막내니까 다들 잘 보살펴줘. 부족한 거 있으면 잘 챙겨주고.”

내 말에 정찬호가 물었다.

“형은 다시 돌아갈 거야?”

모두들 내가 무슨 대답을 하는지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리 메인 탱커도 생겼고 길잡이도 생겼다지만 그들만으로 중간 보스를 잡는 데는 무리가 있었다.

절대적인 전투력에서 너무 많은 차이가 났다.

“아니, 나도 한동안은 같이 있을 거야.”

그들은 내 말에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던전 공략에는 난 가급적 끼어들지 않을 거야. 내가 판단했을 때 너희에게 위험하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만 도와줄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알겠지?”

하지만 내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그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부터 빡시게 달릴 테니까 준비해둬!”

* * * * *

그로부터 두 달 후.

전 세계는 키라의 등장 후 세 달 동안 크고 작은 전투를 벌였다.

그러다 이제는 어느 정도 힘의 균형을 이루게 됐다.

전 세계는 절대자들이 점령하고 있는 지역을 오픈형 던전으로 지정하고 높은 포상금을 걸었다.

그사이 통합화폐인 코인은 완전히 세계에 자리를 잡았고 모든 거래는 코인을 통한 거래로 바뀌었다.

하지만 실물 코인은 진짜 동전이기 때문에 그보다는 아이즈를 통한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됐다.

증강현실 기술을 접목해 아이즈에 제품과 가격을 등록만 하면 즉시 결제가 가능했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코인으로 거래하는 일은 거의 없을 정도가 됐다.

또한 각성자들의 능력을 측정하는 기계도 개발이 됐다.

그걸 통해 각성자들의 현재 능력을 측정한 후 등급이 부여됐다.

F부터 SSS까지로 등급이 나눠졌는데, 이 같은 각성자 등급제는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취지는 던전 등급에 따라 입장할 수 있는 각성자 등급을 제한해서 무모하게 덤벼드는 각성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거였다.

하지만 각성자 등급은 새로운 차별을 만들었다.

높은 등급의 각성자와 낮은 등급의 각성자는 받는 대우가 완전히 달랐다.

다행인 건 각성자의 능력은 노력을 통해 어느 정도 극복이 될 수 있다는 거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능력치를 올려 등급을 올리기 위해 위험한 던전이나 절대자들의 영역 외곽에 도전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일부에서는 이런 각성자 등급제를 폐지하자는 주장도 나왔지만 이미 권력을 잡게 된 높은 등급 각성자들에 의해 무마되기 일쑤였다.

그로 인해 길드들의 판단 기준도 얼마나 높은 등급의 각성자를 보유했나로 결정됐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SSS등급을 받은 각성자는 18명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단 2명만이 존재했다.

* * * * *

“구천구백구십팔.”

후웅.

“구천구백구십구.”

후웅.

“만!”

오늘도 난 만 번의 정권지르기와 만 번의 발차기를 끝내고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다들 쉬지 말고 계속해! 쉬면 백번씩 추가야!”

내 앞엔 최우혁과 해진우, 이철진, 홍준기 그리고 정찬호까지 땀을 뻘뻘 흘리며 주먹을 내지르고 있었다.

가장 먼저 끝낸 이철진이 바로 바닥에 주저앉았고, 뒤이어 정찬호와 최우혁이 수련을 끝냈다.

제일 늦은 건 역시 홍준기였다.

아무래도 기본 특성이 전투 쪽이 아니다 보니 체력도 제일 약했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끝까지 할당량을 다 채웠다.

“에고고고. 어째 날이 갈수록 더 힘들어지는 것 같냐.”

최우혁의 말에 해진우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말이야. 에구 죽겠다.”

말로는 불평을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 불만은 없어 보였다.

수련의 효과가 확실히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 두 달 동안 미친 듯이 던전 공략에 매달렸다.

생각보다 길잡이인 홍준기의 능력이 뛰어나서 3구역의 안개 정령도 공략에 성공했고, 4구역의 헤라 바로 앞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그동안 난 보스전을 제외하곤 일체 나서지 않고 뒤에서 개인 수련에 집중했다. 정권지르기와 발차기를 하거나 심상수련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아무도 그런 내게 불평불만을 가지진 않았다.

저러다가도 자신들이 위험해지면 내가 나설 거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나서지 않은 만큼 동료들의 실력은 날이 갈수록 향상됐다.

거기에 얼마 전부터 하루 일과가 끝난 후 내가 수련할 때 다른 동료들도 같이 연습에 참여했다.

난 가방에서 금빛의 코인 하나를 꺼내 씹었다.

까득. 까드득.

그때 조한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어. 한희야. 오랜만이네. 웬일이야?”

[다름이 아니라, 절대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그게 무슨 말이야. 자세히 말해봐!”

그녀의 말에 의하면 절대자들 중 세력이 강한 스페인의 리치킹이 아프리카에 있는 절대자 이시스의 세력을 흡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게 정말이야?”

[럭키가 보내온 정보니 확실할 거야.]

저 말이 사실이라면 상황이 매우 곤란해진다.

세 달간 살펴본 바에 따르면 절대자들은 각자 성향이 달랐다.

키라는 자신의 영토를 확장시키는데 전혀 관심이 없다면 리치킹은 정복자처럼 자신의 영토를 넓히는데 열중했다.

리치킹이 만약 이시스의 세력을 흡수한다면 순식간에 그는 대륙으로 힘을 뻗치게 될 것이다.

“알겠어. 여기 빨리 마무리 짓고 내가 가볼게. 근데 아직 츤츤이한테 연락은 없는 거지?”

[아! 안 그래도 그 얘길 해줘야 되는데 깜박했네.]

“뭔데?”

[츤츤이가 다시 돌아왔대. 아까 럭키가 조금 전에 츤츤이가 돌아왔다고 하더라구.]

“그래? 괜찮대?”

[괜찮기는 한데 조금 지치고 화가나 보이더래.]

뭔 일이 있긴 있었나보네.

“알겠어. 내가 찾아갈 테니까 어디 가지 말고 꼭 붙어 있으라고 럭키한테 말해줘.”

[그래. 몸 조심해. 필요한거 있으면 연락하고.]

그녀의 목소리에서 진심으로 날 걱정하는 게 느껴졌다.

난 고맙다고 말한 후 전화를 끊었다.

어쩔 수 없이 이 생활도 정리해야겠네.

아직 동료들은 실전에 투입하긴 좀 그러니 더 굴리고 나 혼자라도 가서 리치킹 세력에 타격을 줘야겠어.

난 앉아서 쉬고 있는 동료들을 쳐다보다 선포하듯 말했다.

“우린 내일 헤라와 제우스를 잡는다!”

그들은 내 말에 깜짝 놀랐다.

“헤라와 제우스를 친다고? 갑자기?”

헤라라면 이제 공략할 때가 됐지만 제우스는 다르다.

그는 이 던전의 최종보스.

만약 공략에 성공한다면 이제 더는 이 던전을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럽과 아프리카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서 그래.”

“유럽과 아프리카라고?”

최우혁이 깜짝 놀라 물었다.

“그래. 그래서 내가 좀 가보려구.”

난 조한희에게 들은 이야기를 동료들에게도 해줬다.

“우린 같이 안 가도 되는 거야?”

해진우의 물음에 난 고개를 저었다.

“아직 너희 실력으론 무리야. 그래서 여길 빨리 정리하고 확실한 실력자한테 너흴 트레이닝 시키려고.”

“확실한 실력자? 그게 누군데?”

그때 내 말을 듣고 있던 이철진이 눈을 빛내며 물어왔다.

“혹시 스승님이 돌아온거야?”

난 그를 향해 웃으며 고갤 끄덕였다.

“그래. 드디어 돌아왔댄다. 빨리 여기 클리어하고 츤츤이한테 가르침을 받는 게 더 빨리 성장하는 방법이야.”

“근데 츤츤이가 누구야?”

정찬호가 물었다.

홍준기 역시 궁금한지 정찬호의 말에 고갤 끄덕이며 날 쳐다봤다.

“사제 사부. 내 사부이기도 하고. 여하튼 내일은 힘든 하루가 될 테니까 일찍들 자둬.”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우리는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고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빠르게 각 구역을 클리어해갔다.

하도 많이 돌아서 그런지 몬스터들이 떨구는 아이템도 이젠 거의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4구역 보스인 헤라 앞에 도착했다.

그녀가 있는 곳은 아름답게 꾸며진 거대한 방이었는데, 그곳에서 그녀는 갖가지 보석들로 장식된 의자에 앉아 거울을 보며 갈색의 긴 머리칼을 빗고 있었다.

머리칼을 빗을 때마다 아름다운 음악이 빗 사이로 흘러나왔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최우혁이 보스방 앞에서 물었다.

다른 이들도 다들 그게 궁금한지 날 쳐다봤다.

“어쩌긴 들어가서 그냥 조지는 거지. 근데 헤라는 거의 절대자급 전투력을 가졌을 거야. 이곳이 던전이라 그 힘이 약해져있긴 하겠지만 그래도 쉽지 않을텐데 다들 괜찮겠어?”

내 말에 해진우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형 눈에는 안 차겠지만 우리도 그동안 얼마나 성장했다구! 우리 몸 정도는 알아서 챙길 테니까 걱정하지 마!”

다들 해진우의 생각에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길잡이랑 힐러 잘 챙기고. 들어간다!”

난 망설임 없이 헤라가 있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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