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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71화 (71/196)

71화

그녀는 호랑이 탈을 쓴 이가 김나령의 아빠라는 소식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 했다.

그리고 내 말을 모두 들은 그녀는 걱정스런 얼굴로 말했다.

“그거 정말 큰일이군요. 생각보다 그들의 마수가 깊이 뻗어있을 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제가 그런 제안을 드린 겁니다.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서요.”

“알겠어요. 하지만 거처를 옮기는 건 큰일이라 다른 마녀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군요. 일단은 긍정적으로 논의하도록 하죠.”

대마녀가 돌아가고 나서 지금까지의 상황을 간략히 정리해 봤다.

마인이란 존재와 그 밑에 있는 십이지신들.

그들의 수법은 워낙 교묘해 이미 많은 이종족들이 잠식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엔 옛날과는 다르다.

예전엔 이종족만 신경 쓰면 됐었다.

인간들은 힘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달랐다.

각성자가 나타나면서 오히려 이종족의 힘을 추월해버렸다.

결국 마인도 그걸 알고 있다면, 인간들을 포섭하기 위해 뭔가 수를 쓰겠지. 아마도 길드를 포섭할 가능성이 커! 어쩌면 이미 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이 부분도 자세히 알아봐야겠어.

난 지갑에서 천만 원을 꺼내 자연스럽게 입으로 가져갔다.

쩝. 쩝. 꿀꺽.

- 천만 원을 섭취했습니다. 힘이 3만큼 오릅니다.

이제는 천만 원을 먹어도 한 자리 수 밖에 능력치가 안 올랐다.

그렇다고 내가 능력치 올린다고 회사 돈을 모두 먹어치울 수도 없다.

여기서 좀 더 도약하기 위해선 자금이 많이 필요하니까 말이다.

실컷 먹는 건 그 뒤에 해도 돼. 일단은 아이템으로 버텨보자.

난 혼란스러운 마음을 비우기 위해 명상에 들어갔다.

그리곤 천수노인의 말대로 심상 수련을 시작했다.

수련 대상은 오늘 만난 호랑이탈 남자다.

아! 저기선 이렇게 움직이는 게 더 좋겠구나. 여기도 그렇고.

천수노인의 말대로 심상수련만으로도 많은 공부가 됐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련을 하다 보니 어느새 아침이 왔다.

난 회사 구내 식당에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창천 길드로 향했다.

검색해 보니 창천 길드는 요 근래 유명해진 길드였다.

길드원도 8명 밖에 안 된다고 알려졌는데 하나 같이 뛰어난 각성자라고 알려졌다.

사이트에 나와 있는 주소로 찾아가자 한옥으로 지어진 커다란 집이 나왔다.

문앞에 초인종도 없고, 경비도 없어서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 반응도 없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자 커다란 마당이 제일 먼저 보였는데 어떤 남자가 거기서 웃통을 벗고 수련을 하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 고등학생 정도로 보였다.

핫! 합! 하앗!

우렁찬 기합 소리가 마당 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렸고 그가 뻗는 주먹과 발끝에 상당한 내공이 실려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난 수련에 방해 될까봐 조심스럽게 그를 돌아 다른 곳으로 가려는데 누군가 빽하고 소릴 질렀다.

“누군데 함부로 여기까지 들어온 것이냐?”

고개를 돌리자 수련을 하고 있던 남자가 호랑이 같은 눈으로 날 노려보고 있었다.

“수련하는데 방해됐나 보네. 천수노인을 만나러 왔는데 혹시 어디 계신지 아니?”

“사부님을 만나러 왔다고? 정체가 뭔데 사부님을 찾는 거지?”

좋게 얘기하려고 했는데 꼬맹이가 하는 말이 귀에 거슬렸다.

“야! 넌 싸가지 없게 왜 보자마자 어른한테 반말하고 지랄이야!”

물론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당하는 입장이 되니 기분이 상당히 나빴다.

다짜고짜 반말을 들으면 이런 느낌이구나. 앞으론 좀 더 조심해야겠어!

그때 남학생이 다짜고짜 달려들더니 주먹을 휘둘렀다.

“허! 이젠 공격까지?”

난 그의 공격을 슬쩍 흘리며 말했다.

“너 내 신조가 뭔지 알아?”

“뭔데?”

“싸가지 없는 놈은 맞아야 된다는 거지.”

공격을 피한 난 남학생의 몸에 가볍게 주먹을 꽂았다.

하지만 공격이 성공하려는 찰나 그의 몸이 연체동물처럼 움직이며 말도 안 되는 자세로 내 공격을 피했다.

난 그와 잠시 거리를 벌리고 황당한 눈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너 대체 뭐야? 그런 능력도 있는 거야?”

“흥! 내 멋진 능력을 보니까 쫄았나보지? 이제라도 무릎 꿇고 빌면 용서해주지.”

“하하하하. 재밌는 놈일세. 그럼 좀 더 놀아볼까!”

한참 주먹을 교환하다 보니 그가 가진 능력이 뭔지 알게 됐다.

그의 능력은 가장 많은 이들이 가진 신체변형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능력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활용했다.

보통은 신체변형 능력이 생기면 신체 일부를 무기로 변형하는 게 대다수였다.

가끔은 무기나 다른 형태로 만들기도 했지만 어쨌든 그 능력을 도구의 형태로 만드는데 활용했다.

하지만 이놈은 달랐다.

그가 사용하는 형태 변형은 일정한 형태가 없었다.

내 공격에 맞춰 몸을 변형시킨 다음 피해냈다.

근데 더 흥미로운 건 변형되는 속도다.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눈으로 쫓을 수 없을 만큼 빨랐다.

이놈 재밌네.

그는 격투센스도 무척 뛰어났다.

특히 임기응변이 뛰어나 변칙적인 공격에 능했다.

그래도 싸가지 없으니 맞을 건 맞아야지.

뛰어나긴 했지만 내 상대는 아니다.

퍽.

그는 팔로 내 주먹을 막았지만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몇 발자국이나 물러났다.

난 거기서 멈추지 않고 빠르게 달려들며 미들킥을 날렸다.

발차기가 약간 어설펐지만 그건 빠른 스피드와 강한 힘이 커버해줬다.

“크윽!”

이번에도 그는 팔을 올려 막았지만 충격에 꼴사납게 바닥을 굴렀다.

“이제 싸가지가 좀 생겼냐?”

“뭐? 이 새끼, 넌 오늘 뒤졌어!”

비아냥거리는 내 말에 그는 벌떡 일어나서는 기마자세를 취하고 두 손을 벌려 크게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가 그리는 원을 중심으로 강한 기가 모이는 게 느껴졌다.

“네 이놈!! 이게 뭐하는 짓이냐?!”

호통을 치며 나타난 이는 천수노인이었다.

“사…사부님!”

그는 급히 하려던 행동을 멈추고 천수노인 앞으로 달려가 무릎을 꿇었다.

천수노인은 다가온 그의 머리를 세게 한 대 쥐어박았다.

딱.

“아흑. 근데 저 새끼가 먼저 허락도 없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구요!!”

딱.

“악!”

“저 새끼? 너보다 나이가 열 살은 많은 사람한테 저 새끼?!”

한동안 천수노인의 꿀밤은 계속됐다.

한참을 맞던 그는 그제야 죄송하다고 싹싹 빌었다.

그때서야 천수노인은 때리던 걸 멈추고 날 바라봤다.

“미안하네. 막내 제자 놈인데 버릇이 좀 없어. 밖에서 양아치 짓을 많이 했거든.”

그 말에 남학생은 발끈하며 소리쳤다.

“양아치라뇨! 협객이라고 해주세요. 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습니다.”

딱.

“아야!”

“협객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어서 수련이나 해!”

그리곤 날 안으로 안내했다.

천수노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갈 때 제자의 원망스런 눈길이 따갑게 느껴졌지만 모른 체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내 제자 놈은 어떻던가?”

“훌륭하던데요. 센스도 뛰어나구요. 싸가지가 좀 없어서 문제죠.”

내 말에 그는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재능은 있는데 이상한데 빠져서 제대로 연습을 안한단 말이야.”

“이상한 데요?”

“아까 자네도 들었잖나. 협객이라는 거.”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단 내 얼굴을 보고는 천수노인이 고개를 저었다.

“에휴. 그런 게 있네. 그나저나 바쁠 텐데 날 이리 빨리 찾아온 건 뭔가 궁금한 게 있어서겠지?”

“어르신 길드에 며칠 머물면서 제게 부족한 기본기들을 좀 배워볼까 하는데 가능할까요?”

“기본기라…. 자네 정도면 굳이 배우지 않아도 될 텐데 배우려는 이유가 있나?”

“강한 상대들과 싸워야 되거든요. 지금의 저는 상대도 안 되는 그런…!”

천수노인은 영혼을 꿰뚫어 볼 것만 같은 눈으로 날 한동안 계속 쳐다봤다.

“알겠네. 그렇게 하도록 하게. 그럼 일주일 동안 내 제자들과 함께 수련에 참여하도록 하게. 그동안은 나도 자네를 제자처럼 대할테니…. 그래도 괜찮겠나?”

“그럼요. 저야 감사하죠. 바로 시작할까요?”

난 의욕에 불타며 물었다.

“대길아!”

천수노인의 외침에 밖에서 누군가 부리나케 뛰어왔다.

나와 비슷한 나이의 남자였는데 등이 굽은 곱추였다.

얼굴은 평범했지만 대머리였다.

“사부님. 부르셨어요?”

대길이라 불린 남자가 생긴 것과 어울리는 걸걸한 목소리로 물었다.

“오늘부터 너희와 함께 수련할 친구니, 데리고 가서 옷을 주고 우리 길드에서 지켜야할 것들을 알려주거라.”

“네. 사부님. 이리로 와.”

그는 날 보고 따라오라고 손짓한 다음 앞장서 걸었다.

건물 뒤편으로 돌아가자 작은 집들이 여러 채 있었다.

그 중 한 방의 문을 열고는 들어가라고 했다.

“난 박대길이야. 여긴 니가 앞으로 지낼 방이고. 우리 길드 옷은 내가 금방 가져다줄게. 잠깐만 기다려.”

그리곤 그는 문을 닫고 가버렸다.

방 안은 슈퍼싱글사이즈 침대 하나와 일인용 테이블과 옷장이 다였다.

“단출하고 좋네.”

오히려 잡생각 안하고 수련에만 몰입하기에 딱 좋아보였다.

그때 방문이 열리며 박대길이 다시 들어왔다.

“이게 길드복이야. 입고 바로 마당 수련장으로 나오면 돼.”

그리곤 다시 방문을 닫고 가버렸다.

그가 가져다 준 옷은 태권도장 같은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도복이었다.

옷을 갈아 입고 수련장으로 나가자 이미 몇 사람이 나와 있었다.

모두 네 명이었는데, 박대길과 남학생 말고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빨간 단발머리 여자와 그녀와 비슷한 또래의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남자였다.

“형. 저 새끼야. 잘못한 건 저 새낀데 나만 맞았다고…!”

눈을 부라리며 날 노려보는 남학생을 보고 난 웃으며 인사를 했다.

“우쭈쭈. 이젠 고자질까지 하는 거야? 근데 내가 뭐라고 했지? 싸가지 없으면 맞아야 된다고 안 했나?”

그리곤 몸 안의 내공을 서서히 끌어올렸다.

그때 천수노인의 성난 외침이 들려왔다.

“그만! 이게 뭐하는 짓이냐!”

천수노인의 일갈에 우리 모두는 자리를 잡고 똑바로 섰다.

그는 그 모습을 흡족하게 바라보다 모두를 향해 말했다.

“여긴 오늘 새로 들어온 박태준이다. 신입생이 들어왔으니 서열정리 한 번 해야겠군. 다들 태준이와 일대일 대련을 시작한다. 단, 내공과 각성한 능력은 사용을 금한다.”

이렇게 갑자기?

약간 놀라서 천수노인을 바라봤지만 그는 그냥 웃고만 있었다.

날 놀리는 것 같았지만 어쩌랴.

까라면 까야지.

그때 예의 남학생이 앞으로 나섰다.

“난 양성한이다. 흐흐흐. 사부님께서 내게 이런 기회를 마련해주실 줄이야.”

난 그의 말에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내가 뭐라고 했지? 싸가지 없는 새끼는 맞아야 된다고 했지? 오늘 한 번 신나게 맞아보자!”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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