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화
라이콴은 나와 함께 온 소소를 보고 방이 떠나가라 큰소리로 웃었다.
“크핫핫핫핫! 네가 영체화를 할 수 있단 아이냐? 영체화는 어떻게 하는 거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냐?”
그는 잔뜩 흥분한 채 마구 질문을 쏟아냈다.
“자자. 일단 마녀들부터 풀어주고 하나씩 천천히 하자구.”
그는 고개를 끄덕이곤 즉시 부하들을 시켜 마녀들을 풀어주게 했다.
물론 짐꾼들도 함께 풀려났다.
난 대마녀의 상태를 간단히 체크한 후 라이콴에게 물었다.
“우릴 어디로 데려다 줄거야?”
“생명체의 그림자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능하다.”
“그럼 다시 마녀의 숲으로도 갈 수 있는 거야?”
“그곳은 숲이기 때문에 나무의 그림자를 이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마녀의 숲으로 이동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현실 세계로 나오자 어느덧 점심 무렵이었다.
무사히 마녀의 숲으로 나온 마녀들은 서로를 부둥켜 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대마녀님. 잠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난 옆에 있던 대마녀를 불러 조용한 곳으로 간 다음 말했다.
“이번 사건도 들어보니 배후에 동물탈을 쓴 남자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그녀는 어느 정도 짐작한 듯 침착하게 대답했다.
“그래서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잠시 머무셨으면 합니다. 마녀들 모두.”
“저도 당장은 이곳이 위험하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어디 괜찮은 곳이 있나요?”
그녀의 말에 난 씨익하고 웃으며 대답했다.
“저희 회사 어떠세요? 남는 방도 많아서 잠깐이지만 지내시기엔 나쁘지 않을 겁니다.”
대마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다른 마녀들에게 전달하도록 하죠.”
잠시 후 대마녀가 회사로 가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난 급히 조한희에게 전화를 해서 마녀들을 태울 수 있는 차를 보내 달라고 요청하고 그녀들이 지낼 수 있게 장소를 준비해 달라고 부탁했다.
[알겠어. 그럼 태준 씨도 마녀들이랑 같이 오는 거야?]
“난 급히 가야 될 데가 있어서, 그것만 해결하고 갈게.”
그 사이 소소는 라이콴과 그의 동생에게 영체화 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영체화 하는 방법은 일반인은 불가능했고 무영족만 배울 수 있는 종족 특성 같은 거였다.
라이콴은 무술에 재능이 있어서인지 방법만 알자 금방 영체화 방법을 터득했다.
같이 온 라이콴의 동생은 그보다 좀 오래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한 시간 정도가 지나자 영체화에 성공했다.
“이쯤하면 이제 너희가 무영족의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있을 거야! 그러니 이제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너희 종족이나 잘 보살펴. 필요한 게 있으면 엄한 짓 하지 말고 날 찾아오고!”
둘은 내게 고개 숙여 고맙다고 인사했다.
“이렇게 간단한 것을. 정말 고맙소.”
그때 조한희가 보낸 차들이 마녀의 숲에 도착했다.
난 마녀들을 먼저 차에 태워 보냈다.
그리곤 한쪽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짐꾼들을 불렀다.
“너희들, 계속 일할 생각 있어?”
내 말에 그들은 쭈뼛거리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오늘 말도 안되는 일들을 겪긴 했지만 여기만큼 보수를 많이 주는 곳도 없어서 일을 그만두기가 어려웠다.
“그럼 너희도 우리 회사로 가. 내가 고용할 테니까. 할 일은 내가 따로 얘기해 줄게.”
그 말에 김호근이 물었다.
“회사가 어디…?”
“너희 피앤씨 컴퍼니라고 알아?”
“그럼요. 당연히… 설마…!”
“그래. 피앤씨 컴퍼니 본사로 가면 돼. 내가 미리 얘기해 둘 테니까 조한희 대표한테 가면 고용계약서를 줄 거야. 알겠지?”
그들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연신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다.
대충 주변 정리가 끝나자 라이콴에게 갔다.
“이제 호랑이 탈 쓴 놈이랑 만나기로 한 곳으로 안내해. 내가 직접 놈 얼굴 좀 봐야겠으니까!”
그런 다음 라이콴 옆에 있는 소소에게 말했다.
“소소야. 넌 일단 우리 회사로 가! 가서 메이화랑 같이 기다리고 있어. 난 이런 일을 벌인 놈 면상 좀 보고 갈 테니까! 가는 건 저 사람들 차를 타고 가면 될 거야.”
난 짐꾼들이 타고 있는 트럭을 가리켰다.
그녀는 날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곤 트럭으로 갔다.
아직 영체화 상태인 난 라이콴을 따라 호랑이 탈을 쓴 남자가 있는 곳으로 그림자를 타고 이동했다.
한참을 그림자 안에서 이동하던 그는 하늘 위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로 나가면 그가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난 그와 마주치기 껄끄러우니 이만 돌아가겠다.”
난 고개를 끄덕인 다음 곧장 위로 올라갔다.
쑤욱.
내가 나온 곳은 호랑이 탈을 쓴 남자의 그림자였다.
난 너무 가까이서 그를 봐서 놀랐고, 그도 갑자기 나타난 날 보고는 깜짝 놀랐다.
“으헉!”
“헉!”
그는 깜짝 놀라며 나를 밀쳤다.
콰콰쾅.
가볍게 민 것 같았는데 내 몸은 엄청난 충격과 함께 뒤로 날아가 벽에 박혔다.
반대편 벽에 박힌 난 호랑이 탈을 쓴 남자를 황당한 눈으로 쳐다봤다.
저 괴물은 뭐지?
일단 벽에서 일어나 몸부터 살폈다.
어찌된 일인지 영체화까지 풀려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살짝 때린 거지? 근데 이런 파괴력을 낸다고?!
호랑이 탈을 쓴 남자는 소매가 뜯어진 무도복을 입고 있었는데 움직일 때마다 팔뚝의 근육이 무섭게 꿈틀거렸다.
“넌 뭐야? 라이콴은 어디갔어?”
하지만 난 대답 대신 오히려 그에게 물었다.
“니가 마녀들 잡아오라고 시켰냐?”
“그것 때문에 온 거였어? 그래. 내가 마녀들 잡아오라고 시켰다.”
“왜지?”
“다 찢어죽이려고 그랬지. 그 년들이 내 딸을 죽였으니까.”
“딸?”
“그래. 그년들 때문에 내 귀엽고 사랑스러운 딸이 얼마 전에 죽었다. 단 하나뿐인 내 딸이 말이다!!”
소리치는 그의 목소리는 마치 호랑이의 포효처럼 온 방안을 쩌렁쩌렁 울렸다.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딸의 이름을 물었다.
“딸 이름이 어떻게 되는데?”
“김나령. 이름마저 너무나 사랑스러운 내 딸을 빌어먹을 년들이 죽여버렸다고!!”
“근데 뭔가 잘 못 알고 있는 거 같은데 니 딸은 죽인 사람은 마녀들이 아니야.”
“그게 무슨 소리야?!”
“마도 천하라는 말을 잘못했다가 뱀의 탈을 쓴 놈한테 죽었어. 내가 직접 그 자리에 있어서 정확히 알아!”
하지만 그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버럭 소릴 질렀다.
“말도 안되는 소리! 뱀도 그날 마녀의 숲에 갔다가 죽었다고 들었다. 근데 뱀이 내 딸을 죽였다고? 그딴 헛소리를 내가 믿을 것 같애?”
“진짠데. 뱀을 죽인 건 나야. 니 딸을 죽인 건 뱀이고.”
“뭣이? 니가 뱀을 죽였다고? 크할할할할!”
그는 뭐가 그리 웃긴지 한참을 웃었다.
“뱀은 우리 중 가장 교활한 놈이지. 그런 놈이 고작 너 따위한테 죽었다고? 그걸 나더러 믿으란 말이냐?”
“그게 사실인 걸 어쩌겠어. 아니면 직접 확인해 보던가.”
“확인?”
내 착각인지 모르지만 그의 가면이 살짝 꿈틀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좋아. 확인해 보지. 니가 뱀을 죽일만한 놈인지 말이야.”
후웅.
그의 주먹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날아왔다.
난 천수노인의 가르침대로 환영보가 아닌 최소한의 움직임을 사용해 그의 공격을 피하고 반격을 했다.
펑.
하지만 그는 아무 타격도 없는 듯 내 공격을 무시한 채 공격을 이어갔다.
후웅. 훙.
쉴틈도 없이 무시무시한 공격이 쏟아졌고 난 최대한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공격을 피하려고 노력했다.
가끔 실패하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일어나서 다시 연습했다.
그때 호랑이 탈을 쓴 남자가 공격을 멈추고 한 걸음 물러나서 말했다.
“지금 뭐하는 거지? 날 상대로 무공 연습을 하는 거야?”
“티 많이 났어? 제대로 된 상대 만나기가 힘들어서 말이야. 좀만 더 상대해줘. 죽이는 건 그 다음에 해줄게.”
능청스런 내 말에 전신에서 뿜어지던 기운이 더욱 거세졌다.
“날 상대로 연습이라…. 좋아 좋아. 날 즐겁게만 해준다면야 얼마든지 연습상대가 돼주지.”
그는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기분이 좋아 보였다.
맹수 같은 그의 움직임은 예측하기가 무척 힘들었지만 계속 보다보니 그 속도와 변칙적인 움직임에도 조금씩 적응이 됐다.
“움직임이 좋아졌군. 그럼 난이도를 조금 더 올려 볼까!”
그 말과 동시에 그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졌고 파괴력도 더 올라갔다.
난 또다시 똥줄이 빠져라 그의 공격을 피했다.
가끔 한 대씩 맞긴 했지만 그래도 처음보다는 많이 좋아졌다.
“좋아 좋아! 이제 한 단계 더 올려보자.”
말과 함께 그의 속도와 파워가 한 단계 더 올라갔다.
어느 순간이 오자 그의 공격은 더 이상 피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더 이상 피할 수 없다고 판단되자 환영보를 사용해 후딱 그의 공격 범위를 벗어났다.
하지만 그는 집요하게 따라붙으며 연신 주먹질을 해댔다.
결국 그의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내 몸은 다시 벽에 처박혔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고 벽에 박힌 날 계속 후려쳤다.
퍽. 퍼억. 퍽.
내 몸은 점점 벽 안으로 파묻혔다.
깊이… 더 깊이….
보통은 몇 대 때리다 멈추는데 이놈은 도저히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벌써 5분을 넘게 주먹질을 해대고 있었다.
힘은 또 어찌나 쎈지 떨쳐낼 수도 없었다.
이건 또 신선한 경험이네. 좋아. 어디까지 때릴 수 있는지 한 번 보자.
그의 공격은 그 후 15분 이상이나 계속됐다.
도합 20분이나 맞고 있었단 거다.
그제야 호랑이탈의 남자는 주먹질을 멈추고 일어났다.
이제 끝난 건가?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이번엔 그의 발길질이 시작됐다.
퍽. 퍽.
내 온몸이 그의 발길질에 무참히 짓밟혔다.
내공이 잔뜩 실린 그의 발길질에 내 몸은 더욱 땅속 깊이 파묻혔다.
“후아! 이제야 스트레스가 좀 풀리네. 야! 너 안 죽은 거 아니까 빨랑 일어나.”
드디어 공격을 멈춘 그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난 땅속에 박힌 몸을 일으켜 세우곤 웃으며 그를 쳐다봤다.
“드디어 끝난 거야? 근데 너 체력 진짜 좋다. 어떻게 40분을 넘게 지치지도 않고 때릴 수가 있지?!”
“됐고. 네 말을 믿기로 하지. 그 정도 실력을 지녔는데 여기까지 와서 거짓말하는 것도 이상하니까.”
“잘됐네. 그럼 이제 너만 죽으면 되겠다.”
내 말에 그는 또다시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크할할할! 날 죽인다고? 그 실력으로? 좋아. 어떤 잔재주를 부리는지 한 번 봐주지.”
그 말에 무시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빠졌다.
난 화룡도를 소환해 오른손에 들고는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곤 웃고 있는 그의 얼굴을 향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강한 공격을 펼쳤다.
“단월!!”
나 혼자 방어력 무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