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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60화 (60/196)

60화

소리에 내공을 실어 외치는 건 최근에 터득한 사자후라는 기술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는 최적화된 기술이다.

역시나 예상대로 다들 싸움을 멈추고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마녀 중 누군가가 날 향해 다급히 소리쳤다.

“누… 누구냐?!”

난 대답 대신 앞에 있는 개의 형상을 한 궁극의 키메라 뒤로 순식간에 다가가 머리에 손을 얹었다.

화르륵.

초열의 불꽃이 순식간에 키메라의 몸을 태웠다.

내가 손을 뗐을 땐 개의 모습을 한 검은 액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다른 형태를 하고 있던 궁극의 키메라들이 내게서 급히 거리를 벌렸다.

근데 분명 이 놈들을 지휘하는 놈이 어디 있을 텐데…. 어디지?

기감을 확장해 봤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걸로 봐서 기를 숨기고 은신해 있는 듯 했다.

그 사이 내게서 거리를 벌렸던 궁극의 키메라들 중, 사람의 형상을 한 놈이 마치 날 시험해보듯 들고 있던 검으로 날 공격했다.

가만히 있을까하다 팔을 들어 막아 봤다.

역시나 공격이 막히자 지난번처럼 검은 순식간에 형태를 바꿔 내 팔을 휘감고는 몸 안으로 침투하려 했다.

하지만 내공으로 미리 보호하고 있는 내 몸에 들어올 수는 없었다.

그러자 이번엔 내 전신을 에워싸더니 전신이 송곳처럼 돋아나서는 온 몸을 후벼 파기 시작했다.

역시, 지난번과 같은 거구나.

백두산 가는 길에 만났던 키메라랑 똑같은 방식이다.

난 전신에 초열의 불꽃을 일으켜 몸을 덮고 있던 검은 액체를 순식간에 태워버렸다.

초열의 불꽃은 생각보다 쓰임새가 많았다.

최근 두 달이 넘는 시간 동안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다른 수련보다는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힘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다.

소리에 내공을 실어 보내는 사자후도 그런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초열의 불꽃도 카린에 의해 몸에 완전히 흡수된 뒤로는 자유자재로 일으킬 수 있었다.

특히 내공을 사용한 기술들에 초열의 불꽃을 더하면 그 위력은 엄청났다.

대신 초열의 불꽃이 내공까지 태워버리기 때문에 아직까지 여러 번 사용은 힘들었다.

내가 인간 형태의 궁극의 키메라까지 불태워버리자 남아있던 키메라들이 급히 한 곳으로 모였다.

그러더니 서서히 뭉치기 시작해 거대한 슬라임 같은 모습이 됐다.

높이만도 5미터는 넘어보였고, 둘레도 상당했다.

“한 곳으로 뭉쳐주면 나야 좋지!”

검은 슬라임을 향해 걸어가는데 슬라임의 몸 곳곳이 갑자기 불룩불룩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또 뭘 하려고 저러지?

순간 검은 액체에 잠식당했던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난 급히 마녀들을 돌아보며 피하라고 소리쳤다.

“다들 당장 피해! 여기 있으면 위험해!”

하지만 그 순간 슬라임의 몸은 폭탄 터지듯 부셔지더니 수많은 조각들이 마녀들이 있는 곳으로 비처럼 날아갔다.

그리고 마녀들의 몸과 닿은 검은 조각들이 순식간에 그녀들의 몸안으로 침투하는 게 보였다.

“꺄악! 이게 뭐야!”

“어머머!”

젠장! 빨리 끝내버리는 건데….

괜히 여유를 부리다 피해만 늘어나게 생겼다.

이제 방법은 하나! 빨리 지휘하는 놈을 찾아야 돼!

난 더욱 기감을 확장했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때 대마녀의 목소리가 바람에 실려 내 귓속으로 들어왔다.

[찾는 사람은 마을 입구에 있어요! 서둘러 가주세요!]

천룡이 백두산 아래 있던 날 불렀던 것과 같은 기술이다.

천룡의 제자라서 그런지 같은 기술을 쓰는구나!

난 그녀의 말대로 바로 마을 입구로 향했다.

하지만 마을 입구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기감을 확장했지만 역시나 마찬가지다.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날 찾나?”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급히 돌아보자 귀신처럼 누군가 나타났다.

그 사람은 뱀의 탈을 쓰고 있었는데 몸도 뱀처럼 굉장히 말라있었다.

역시 여기도 저 동물 탈 쓴 놈들이 벌인 짓이구나.

저들이 히든 보스 세력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어쨌든 저들이 음지에서 수많은 세력들을 포섭하고 있는 건 확실하다.

보아하니 최민혁처럼 메이화라는 여자를 이용해 마녀의 숲을 장악하려는 속셈인 듯 싶었다.

“나타나줘서 고마워! 시간 없으니 빨리 끝낼게.”

난 환영보를 극성으로 사용해 그 앞으로 간 다음 일권을 사용했다.

푸화악!

하지만 그는 이미 허공 속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목소리만이 들려왔다.

“굉장한 공격이긴 하다만 그런 공격으론 내 옷깃 하나 스칠 수 없다.”

역시 저놈들은 까다롭단 말이야. 시간도 없는데…. 잠깐! 저놈이 노리는 게 뭘까? 당연히 메이화가 대마녀가 되는 거겠지? 그러기 위해선…. 아차! 대마녀가 위험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난 급히 대마녀가 있는 곳으로 환영보를 사용해 달려갔다.

내가 사라지자 다시 뱀의 탈을 쓴 이가 귀신처럼 나타났다.

“제법 눈치가 빠르군. 하지만 이미 늦었어. 대마녀는 오늘 밤 죽는다. 크크크크.”

그는 음산한 웃음 소리만 남긴 채 다시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 * * * *

오두막 앞에 도착한 난 급히 문을 열어젖혔다.

예상대로 오두막 안에는 메이화가 대마녀와 함께 있었다.

그리고 대마녀의 안색이 상당히 안 좋아보였다.

난 급히 그녀를 밀치고 대마녀 옆으로 간 다음 소리쳤다.

“너, 뭔 짓을 한 거야?”

그러나 그녀는 무슨 소리냐는 듯 날보고 말했다.

“무슨 짓이라니? 내가 왔을 때부터 대마녀님은 저러셨다고!”

“뭐?”

그녀의 표정을 보니 거짓말하는 것 같지 않았다.

이 상황까지 와서 발뺌할 이유도 없으니 말이다.

그럼 누가…?

그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김나령.

왜인지 모르지만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때 대마녀가 내 손을 잡고는 따뜻한 눈으로 날 바라봤다.

“그 아이도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을 테니 이해해 주세요.”

“이해는 무슨? 잠깐만 기다려봐요!”

난 급히 마녀의 등에 손을 얹고 내공을 살짝 흘려보냈다.

“으윽…!”

고통스러운지 대마녀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온몸을 샅샅이 훑었다.

그러다 뇌 속으로 들어가려는 뭔가를 발견했다.

저깄구나. 이제부터가 중요해!

난 아주 작은 양의 초열의 불꽃을 내공에 감싸서 대마녀의 몸안에 집어넣었다.

초열의 불꽃을 그대로 집어넣게 되면 보통 사람은 그 열기를 감당할 수 없어 내장이 다 녹아버릴 것이다.

그래서 내공으로 열기를 감싼 대마녀의 몸 안으로 흘려보냈다.

불꽃은 곧바로 뇌로 침투하려는 검은 액체를 집어삼켰다.

그리고 내공을 회수하려는데 몸 곳곳을 탁한 기운이 막고 있는 게 느껴졌다.

난 그 중 몇 가지 중요한 부분만 조심스럽게 뚫었다.

그리곤 그녀의 등에서 손을 뗐다.

말은 간단한 것 같지만 굉장히 섬세한 작업이었다.

조금이라도 실수했다면 대마녀는 바로 죽거나 반신불수가 됐을 것이다.

“휴! 일단 급한 대로 마무리 했어요. 이제 움직이는 게 한결 나아지셨을 거에요.”

내 말대로 잠깐 몸을 움직여 본 그녀는 놀란 눈으로 날 바라봤다.

“그녀의 예언이 정말 맞았군요! 언젠가 마녀들이 위기에 처할 때 귀인이 나타나 해결해 준다고 하더니…!”

“예언요?”

그러고 보니 천룡도 예언을 들었다고 했다.

그럼 같은 예언자인 건가?

궁금하긴 했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급한 일이 있다.

“일단 마을 입구부터 가봐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모르니까요.”

“그러죠. 오랜만에 움직여보는군요.”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나 걸었다.

그 모습을 보고 메이화는 깜짝 놀랐다.

“대마녀님! 일어날 수 있으세요?”

“다 여기 계신 귀한 손님 덕분이죠. 그보다 다른 손님들이 밖에 오신 듯하니 같이 나가시죠.”

그녀의 말에 기감을 확장해본 나는 오두막을 둘러싼 수많은 기를 느끼곤 깜짝 놀랐다.

대마녀의 치료에 집중하느라 주변을 신경 못 써서 이만큼 접근하는데도 알지 못헀다.

대마녀는 침대 한켠에 놓인 자신의 키만한 지팡이를 집어들더니 앞장서 밖으로 나갔다.

오두막 밖에는 수많은 마녀들이 모여 있었다.

다만 그녀들의 모습은 제정신으로 보이진 않았다.

마치 좀비처럼 이성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그들의 선두에 김나령이 보였다.

그녀는 멀쩡히 걸어 나오는 대마녀를 보곤 상당히 놀란 듯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니가 한 짓이야?”

보아하니 내가 치료한 건지 묻는 듯 했다.

“어. 내가 치료했지. 근데 너 사람 뒤통수를 그렇게 치면 안 되지. 최민혁한테 약주고 어떻게 하라고 알려준 것도 너야?”

“최민혁? 그 화룡길드 길드장?”

“그래. 그 새끼가 널 소개시켜 준거거든.”

“흥. 그 열등감에 쩔어 있는 병신 같은 새끼. 내 이럴 줄 알았지. 그래서 그 새끼는 빼자고 했던 건데….”

“빼자고 했다고? 누구한테?”

순간 실언을 했다고 느낀 김나령은 급히 말을 바꿨다.

“지금 그런 말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닐 텐데! 어떻게 대마녀를 살린 건지 모르지만 그녀가 오늘 죽는다는 사실은 변함없어. 그리고 그 모든 누명은 메이화 네년이 쓰는 거고. 하하하하.”

그 말에 옆에 있던 메이화가 발끈하며 소리쳤다.

“뭐? 나는 거기에 왜 끌어들이는 거야!”

“그냥 네년은 생긴 게 재수가 없어. 이유는 그거면 충분해! 모두 저들을 잡아!”

그녀의 말에 좀비처럼 흐느적거리며 서 있던 마녀들이 일제히 우릴 향해 다가왔다.

“하하하하. 대마녀님. 이제 어떻게 할 거지? 언제나 현명한 척 하더니, 오늘은 왜 벙어리처럼 말이 없으실까! 하하하하하.”

아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그녀의 이중적인 모습에 소름이 돋았다.

흠. 어쩌지? 다 죽여버릴까?

그때 내 생각을 알아차렸는지 나와 눈이 마주친 대마녀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곤 들고 있던 지팡이로 강하게 바닥을 세 번 때렸다.

쿵. 쿵. 쿵.

그러자 반투명한 막이 그녀를 뒤덮었다.

“이 지팡이는 스승님께서 절 위해 직접 만들어 주신 물건이에요. 당시 대륙 최고의 술사셨던 스승님이 새기신 절대방어진이 이 지팡이에 새겨져있구요. 그러니 전 신경 쓰지 마시고 편히 움직이세요.”

“그럼 나는요?”

옆에 있던 메이화가 다급히 외쳤다.

“그대 곁에는 늘 붙어다니는 친구가 있으니 위험하지 않을 거에요.”

“그….그걸 어떻게?”

메이화는 깜짝 놀라 대마녀를 쳐다봤지만 그녀는 인자한 미소만 지을뿐 더 이상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쳇. 어쩔 수 없죠. 소소야! 나와서 날 지켜줘.”

그 외침에 그녀의 그림자에서 무언가가 쑤욱하고 올라왔다.

온 몸을 검은 붕대로 감은 사람이었는데 드러난 몸매로 봐서 여자 같았다.

풍기는 느낌으로 봐서 상당한 고수로 보였다.

이 정도면 저 둘은 신경 안 써도 되겠네.

난 김나령을 바라봤다.

그녀는 살짝 당황한 듯 싶었지만 아직 여유로워 보였다.

그 말은 아직 숨겨둔 수가 더 있다는 말이다.

어디 그 여유가 어디까지 가는지 보자!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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