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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56화 (56/196)

56화

“윽!”

처음으로 테세우스의 입에서 비명소리가 새어 나왔다.

하지만 진정한 압천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난 고통스러워하는 테세우스를 앞에 두고 하늘로 손을 들어 올렸다가 그의 머리를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

테세우스는 황급히 피하려했지만 그의 머리가 자석처럼 내 손바닥으로 빨려 들어왔다.

쿠쿠쿵.

엄청난 소리와 함께 그는 무릎을 꿇었다.

이때다!

난 그때를 놓치지 않고 테세우스가 던져놓은 검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곤 서둘러 테세우스의 검을 씹어 먹었다.

와그작. 와드득. 쩝쩝.

순식간에 테세우스의 검을 먹어치우자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 ‘제우스의 힘이 깃든 뇌신검’을 섭취했습니다. 민첩이 274만큼 오릅니다. 전기 내성이 25퍼센트 만큼 증가합니다.

예상대로 전기 데미지를 주는 아이템을 먹자 전기 내성이 올랐다.

“하하하하. 검을 먹어?! 너 그 검이 뭔지나 알고 먹은 거야? 그거 제우스가 직접 나한테 준 검이야. 만약에 제우스가 알면 노발대발하겠는데! 하하하하!”

갑자기 그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미친 듯이 웃어댔다.

압천에도 그는 별다른 데미지가 없어 보였다.

젠장. 아무렇지도 않다고? 이제 할 수 있는 공격이 없는데…. 그나마 뇌신검이라도 먹었으니 이젠 버티는 일만 남은 건가!

그때 테세우스가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대뜸 손을 내밀었다.

“우리 친구하자!”

“뭐? 친구?”

이 새끼 뭐하는 놈이지? 자기 친구 죽였다고 복수한다고 할 때는 언제고 갑자기 친구?

-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가 당신과 친구의 연을 맺길 원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테세우스가 친구 맺길 원한다는 메시지까지 나타났다.

친구 맺는데 메시지는 왜 나오는 거야?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메시지가 나왔다는 건 그의 말에 거짓이 없다는 거다.

하긴 페이리토오스랑도 싸우려다가 친구가 됐다는 걸 보니 변덕이 심한 놈인가 보네.

난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망설이 없이 그의 손을 잡았다.

어차피 더 이상 그를 이길 방법이 없었다.

그는 내가 손을 잡자 환하게 웃으며 두 팔을 벌려 날 안아줬다.

“이제부터 너와 나는 친구다. 나 테세우스는 친구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달려가겠다.”

“읍! 징그럽게 이게 뭔 짓이야?”

급히 그를 품에서 떼어내곤 질린 듯한 얼굴로 물었다.

“근데 왜 갑자기 날 친구로 삼은 거지? 난 니 친구를 죽였잖아!”

“친구가 되는데 굳이 이유가 필요한가? 그리고 페이리토오스는 다시 살아나니까 괜찮아. 굳이 이유를 대라면 내 마음이 시킨다고 해야겠지! 하하하하.”

오글거리는 대사를 내뱉는 그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 새끼 중2병인가? 거기다 성격은 또 왜 이리 오락가락이야? 거기다 페이리토오스가 살아난다는 것도 알고 있으면서 난 왜 부른 거지?

- 테세우스와 친구가 되었습니다. 위기의 순간 친구의 이름을 크게 불러 보십시오. 친구인 테세우스는 당신을 외면하지 않을 겁니다.

이건 또 뭔 소리야? 위기 때 저 놈을 부르면 도와준다는 건가?

그때 테세우스가 속삭이듯 말했다.

“위험하면 날 꼭 불러! 내가 당장 달려갈 테니까. 알겠지? 여기만 있으니까 따분해 죽겠다구.”

그 말을 듣자마자 그가 나와 친구를 맺은 이유가 짐작됐다.

“결국 따분해서 나랑 친구 맺은 거야? 얘길 들어보니 그런 거 같은데?”

하지만 그는 단호한 표정으로 아니라고 말했다.

“어허! 따분해서 친구를 맺다니. 난 순수하게 마음이 시키는 대로 너랑 친구를 맺은 거야.”

그러나 그 반응을 보자 더욱 확신이 들었다.

“친구라면 사실대로 말해봐! 너, 다른 세상으로 가보고 싶어서 그런 거지?”

내가 핵심을 찔렀는지 그의 몸이 움찔했다.

그리곤 갑자기 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사실 오래 전부터 다른 세상과 연결된 통로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 망할 신들이 내가 못 나가게 규칙을 정해 놨어! 지들은 맘대로 나가면서 나한테만 말이지.”

그는 말을 하자 열이 받는지 한동안 씩씩거리다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테이레시아스에게 물어봤더니 방법을 알려주더라구!”

“테이레시아스? 그 장님 예언자?”

“어? 니가 테이레시아스를 어떻게 알아?”

“내가 있는 곳에도 제법 알려져있는 사람이거든.”

테이레시아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맹인 예언자다.

신들의 비밀을 까발려서 눈이 멀었다고 하던데, 정확한 이야기가 알려지진 않았다.

“그래? 어쨌든 그녀가 신들이 정한 규칙을 피해 다른 세상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는데, 그게 바로 친구가 위험에 처했을 때야!”

“그게 가능해? 고작 친구가 위험에 처했다고 신들이 정한 규칙을 깰 수 있다고?”

“그녀 말에 의하면 친구와의 우정은 남녀 간의 사랑처럼 숭고해서 신들의 규칙을 예외적으로 비켜갈 수 있다고 하더라구.”

그때 내 왼편으로 포탈이 생겨났다.

- 귀환 포탈이 생성되었습니다. 포탈을 통과하면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저기로 같이 들어가면 안 돼?”

내 말에 테세우스는 고개를 저었다.

“규칙 때문에 난 들어갈 수가 없어. 너도 아무 때나 날 부를 수 있는 건 아니야! 내가 정말 필요할 정도로 급박한 순간에만 날 부를 수 있어. 네가 가진 강함을 봤을 때 그럴 상황이 생길진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위급한 순간이 생긴다면 제발 좀 꼭 불러줘! 알겠지?”

“걱정 마. 말 안해도 부를 테니까.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부르게 될지도 모르겠다.”

“정말? 그럼 나야 좋지. 그럼 기다릴 테니까 잘 돌아가. 그리고 간만에 오늘 재밌었다.”

손을 흔드는 테세우스를 뒤로하고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나온 곳은 두 번째 보스를 죽인 바로 그 장소다.

보스가 아직 보이지 않는 걸 보니 몬스터가 살아나진 않은 것 같다.

그때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태준 씨!”

“어? 한희 니가 여기 왜 있어?”

목소리의 주인공은 조한희였다.

그녀뿐 아니라 다른 이들도 모두 있었다.

“다들 여기서 뭐해? 나 기다린 거야?”

“당연하지. 하도 안 나오길래 올라와봤는데 두 번째 보스도 없고 태준 씨도 없길래 일단 기다리고 있었어.”

“하하하. 기다려줬다니 조금 감동인걸! 근데 얼마나 기다린 거야?”

“얼마 안 돼. 대충 1시간 정도 됐나?”

“1시간? 그거 밖에 안 돼?”

내가 테세우스의 시련을 받은 시간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한나절이다.

근데 1시간만 흘렀다는 건 그곳 역시 지옥처럼 이곳과 시간 흐름이 다르다는 말이다.

“근데 대체 어디 갔다 온 거야?”

조한희의 물음에 난 웃으면서 모두에게 말했다.

“일단 나가자. 가면서 얘기해 줄게.”

우린 던전 밖으로 이동했고, 가는 길에 두 번째 보스를 잡은 일부터 테세우스를 만난 것까지 이야기 해줬다.

물론 그와 친구가 됐다는 이야긴 하지 않았다.

그냥 운이 좋아서 빠져나왔다고만 얘기했다.

동료들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내 말을 다 들은 그들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그래서 테세우스는 어땠어? 강했어?”

“전설의 영웅이라는데, 강해?”

해진우와 최우혁이 동시에 물어왔다.

“강해. 말도 안 되게 말이야! 솔직히 한 방 먹이긴 했는데 그 끝을 모르겠어. 완전 천재의 끝판왕이라니까!”

“그 정도야?”

“응. 지금까지 내가 만난 적 중에 가장 강했어. 비교도 안 되게 말이야! 근데 이제 다들 어떻게 할 거야?”

내 말에 최우혁이 대표로 말했다.

“우린 여기 남아서 공략을 더하기로 결정했어. 돌아가도 특별히 할 것도 없는데다 이 정도로 연습할 수 있는 장소는 찾기가 힘들거든. 거기다 떨구는 아이템도 상당히 좋고.”

“다들 괜찮겠어? 두 번째 보스는 화염 내성 방어구가 완전히 갖춰지지 않으면 절대로 상대해선 안 돼. 알겠지?”

“걱정하지 마. 안 그래도 던전 안이 불타는 거 보고 식겁했으니까.”

최우혁이 그 당시를 회상했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럼 나랑 한희만 갔다 올게. 최대한 빨리 오긴 할 텐데 조금 길어질 수도 있어.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알겠지?”

동료들에게 진법을 통과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려준 후 나와 조한희는 동굴 밖으로 나왔다.

밖은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우린 서둘러 울산 공항으로 이동해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갔다.

가는 길에 조한희가 궁금한 것들에 대해 물어왔다.

“근데 테세우스가 키라보다 강해?”

“키라도 대단하긴 했는데, 사실 힘이 많이 제한돼 있어서 지금의 나라면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을 거야! 하지만 테세우스는 그런 힘의 제약이 없어서인지 말도 안 되게 강했어. 지금 내가 어떤 수를 써도 이길 수 없을 만큼!”

“그럼 테세우스를 절대자라고 볼 수 있는 거야?”

“다른 절대자랑 싸워보질 않아서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다른 절대자들과 근접한 강함을 가진 건 확실해! 그리고 지금 난 그들과 상대가 안 된다는 것도 확실하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난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않았다.

내 공격이 테세우스에게 큰 타격을 주진 못했지만 난 이제까지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발전을 했고, 앞으로 더 발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대자는 혼자서 움직이지 않는다.

다들 세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그와 대항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춰야 한다.

“그래서 일단 자금부터 확보가 되면 서둘러 제대로 된 조직부터 만들어야겠어.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니까!”

그녀도 내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갤 끄덕였다.

양재동에 있는 사무실로 가면서 우리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여러 얘기를 나누며 의견을 조율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럭키가 반갑게 우릴 맞았다.

“반갑습니다. 한희 씨는 오랜만에 뵙네요.”

“반가워, 럭키야. 찬성 씨도 오랜만이에요.”

그녀의 인사에 김찬성도 옅은 미소를 띄며 그녀에게 인사했다.

“반가워요. 그나저나 제가 만든 아이즈는 봤나요?”

“그럼요! 그래서 이렇게 당장 달려 왔는걸요!”

그리고는 오는 길에 나와 나눴던 앞으로의 계획을 얘기해줬다.

모든 얘길 들은 김찬성은 전반적으로 만족하는지 웃으면서 고갤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대로 진행해도 좋을 것 같네요. 제 요구도 잘 반영된 것 같구요. 그럼 정식 출시는 언제 할 거죠?”

“앞으로 한 달 후로 예상하고 있어요. 그 사이에 공장 설비도 갖추고,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런칭행사도 가져야죠! 아마 런칭만 하면 주문이 미친 듯이 들어올 테니까 맘 단단히 먹어야 할 거에요. 그 사이 찬성 씨는 부족한 부분들 더 보완해주시구요.”

그리곤 3주 동안 대대적인 준비를 했다.

조한희는 가지고 있는 돈을 다 투자해 작은 공장을 사고, 아이즈를 대량 생산할 설비를 갖췄다.

거기에 각종 언론을 통해 아이즈 론칭 행사에 대해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리고, 드디어 아이즈 론칭 행사날이 됐다.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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