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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52화 (52/196)

52화

화룡은 호통치듯 말하고 있었지만, 어딘가 무척 힘들어 보였다.

불꽃에 휩싸인 화룡의 전신에선 끊임없이 작은 폭발들이 일어나고 있었는데 화룡은 그걸 제어하는 중인 것 같았다.

“많이 힘들어 보이는데. 내가 좀 도와줄까?”

[이곳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하찮은 인간 따위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곳은 나의 거처. 어서 여기서 나가라. 그리고 인간들에게 전해라. 곧 백두산이 폭발할 거라고.]

“카린. 너 저기 들어가면 이 불꽃들 제어할 수 있지?”

[내가 누군지 잊었어? 지옥의 불꽃에 비하면 이 정도는 우습지.]

“좋아. 다 흡수되려면 아직 멀었어?”

[이제 거의 다 됐어. 조금만 기다려봐! 나도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

펑. 퍼펑.

그때 화룡의 몸에서 일어나던 폭발이 점점 심해지기 시작했다.

[아아아, 인간아. 이미 늦었다. 더 이상 버틸 수가 없구나. 내 1500년의 시간이 이리도 허무하게 사라지다니. 용이 되려 그 긴 시간을 버텨왔건만, 한순간의 욕심으로 인해 모든 걸 망치는구나.]

“뭔 개소릴 하고 있어? 조금만 더 버텨봐. 몇 분만! 지금까지 잘 버텨 왔잖아!”

[난 너무 오랜 시간을 버텨왔다. 이제는 쉬고 싶다.]

“야! 카린. 아직 멀었어?”

카린을 다그쳤지만 그녀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아마 마무리 작업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 사이 화룡의 폭발은 점점 더 심해졌다.

그 폭발은 용암지대의 다른 용암들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 때문인지 용암 지대 전체가 곧 폭발할 것처럼 들썩이기 시작했다.

“어어! 진짜 위험한데! 이거 터지면 나도 죽는 거 아니야?”

마치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용암지대의 땅이 울룩불룩 솟아오르며 대폭발 직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때 내 몸안에서 엄청난 힘이 요동치는 게 느껴졌다.

그리곤 카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드디어 된 거야?”

[그래. 이제 끝났어. 초열의 불꽃을 흡수한 인간이라니. 내가 한 일이지만 믿을 수가 없어!]

- 초열의 불꽃과 내공이 완전히 융합되었습니다. 화염 내성 100 퍼센트를 달성했습니다. 이제 어떤 불꽃에도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화염 내성 100 퍼센트를 달성했다는 기분 좋은 메시지가 나타났지만 지금은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야! 빨리 들어가서 폭발을 막아!!”

내 다급한 외침에 파란색 불꽃 형태였던 카린이 근처에 있던 용암 안으로 쏙하고 들어갔다.

그리곤 그녀가 들어간 곳을 중심으로 무언가가 확하고 퍼져 나갔다.

“뭐야? 끝난 건가?”

더 이상 용암지대의 들썩임도 없었고 폭발도 없었다.

화룡의 모습도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야! 카린. 너 거기 있냐?”

내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용암 안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다.

지옥에서 봤던 카린이다.

“어? 너 그 몸은 어떻게 된 거야? 몸도 만들 수 있는 거였어?”

카린은 기분 좋은 표정으로 다시 생긴 몸을 요리조리 훑어보며 말했다.

“그건 아닌데 불꽃을 흡수하다 보니 신기한 기운도 같이 있더라구. 왠지 흡수할 수 있을 것 같길래 흡수했더니 이렇게 몸이 만들어지지 뭐야! 근데 흡수 중간에 그 힘이 도망 버리는 바람에 완벽히 흡수는 못했어. 그래도 힘은 예전보다 더 강해진 것 같네!”

그때 우리 발밑으로 붉은색의 작은 도마뱀 한 마리가 기어와서는 내 발밑을 맴돌았다.

용암 지대 안에 웬 도마뱀? 설마…?

내가 바닥에 손을 뻗자 도마뱀을 쏜살같이 내 손 위로 올라왔다.

그리곤 기분이 좋은지 입에서 작은 불꽃을 뿜어냈다.

화륵.

“설마, 네가 화룡인거야?”

도마뱀은 내 말이 맞다는 듯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내 예상이 맞나보네. 아마 카린이 힘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화룡의 힘까지 흡수한 모양이야.

“귀여운데. 나도 좀 만져볼까!”

카린이 만지려하자 도마뱀은 입에서 연신 불을 뿜어내며 경계하는 자세를 취했다.

화륵. 화르륵.

“하하하. 니가 자기 힘을 가져가서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은데!”

“쳇. 도와준 은혜도 모르고 말이야! 그나저나 넌 이제 나갈 거야?”

“가야지. 다시 최상급 던전도 공략해야 되고 돈도 벌어야 되고…. 할 일이 많네.”

“그럼 잘 가고. 웬만하면 또 보지 말자.”

카린과 작별을 하고 나가려는데 어깨 위에 있던 도마뱀이 바닥으로 폴짝 뛰어내리더니 앞장서 어딘가로 기어갔다.

그러다 중간에 멈춰 서서는 날 돌아봤다.

“나보고 따라오란 거야?”

화륵.

도마뱀은 내 말이 맞다는 듯 입에서 불꽃을 뿜어 낸 다음 다시 어딘가로 기어갔다.

도마뱀을 따라가니 숨겨진 작은 동굴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3평 남짓한 방에 새빨간 도신을 가진 도와 반쯤 뜯긴 축구공만한 구슬이 방 한가운데 놓여 있었다.

“이거 날 가지라는 거야?”

화륵.

도마뱀이 다시 입에서 불꽃을 뿜어냈다.

난 그걸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뜯겨진 구슬을 먼저 손에 들었다.

- 이무기 화룡의 내단을 획득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 의해 반쯤 먹혀 있는 상태라 온전한 상태는 아닙니다. 상당히 순도가 높은 에너지로 다양한 곳에 쓰입니다.

“내단은 또 처음보네. 영물들한테 들어있다는 얘긴 들었는데….”

그리곤 손에 든 내단을 망설임 없이 입으로 가져갔다.

와그작. 와작.

예상과 다른 소리가 났지만 맛은 나쁘지 않았다.

“음, 맛도 괜찮은데. 쩝쩝. 읍!”

- 이무기 화룡의 내단을 섭취했습니다. 내단에 담겨 있던 화룡의 불길이 전신을 불태웁니다.

- 화염 내성으로 인해 데미지가 취소됩니다. 초열의 기운을 머금은 내공이 자연스레 내단을 흡수합니다. 육체의 재구성이 시작됩니다. 고통에 주의하세요.

“또? 으으악!”

뚜둑. 우둑. 우두둑.

동굴 안은 뼈들이 부딪히는 기분 나쁜 소리와 내 비명 소리만이 가득했다.

그리고 잠시 후.

“후우. 드디어 끝난 건가? 어디 좀 볼까?”

하지만 큰 변화는 없어 보였다.

피부가 좀 더 매끄러워졌고, 옷 기장이 짧아진 걸로 봐서 키도 조금 큰 것 같았다.

그거 말곤 이렇다 할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외형적으론 말이다.

“상태창!”

<상세 정보>

이름: 박태준

나이: 30

상태: 정상

성장 단계: 초인

*능력치(초인)

힘: 980

민첩: 1031

마력: 681

내공: 3780

물리 방어력: ∞

내성: 화염 100%/얼음 50%/전기 50%/독 30%

성장 단계를 터치하자, 지난번처럼 상세 설명이 나타났다.

- 성장 단계: 최초 일반 단계에선 활성화되지 않지만 각성자들 중 특별한 깨달음이나 신비로운 능력을 손에 넣은 자들에게만 나타나는 항목이다. 일반-각성-초인-초월-??? 순으로 성장 단계가 설정되어 있다. 현재 성장 단계인 초인에선 모든 능력치의 2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2배?! 대박인데!”

두 배면 능력치가 낮을 때는 큰 효과가 없지만, 능력치가 높아질수록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난 한동안 기쁨의 소릴 질러대다 옆에 놓여있는 도를 집어들었다.

- 화룡도를 획득하셨습니다. 이무기, 화룡의 스승이 우화등선하기 직전 선물한 도입니다. 화룡검과 세트라는 걸 제외하곤 자세한 내력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화염 내성이 없는 자라면 만지는 것만으로도 불에 타 재가 될 수 있습니다.

메시지처럼 도를 잡고 있는 손에서 노란 불꽃이 일며 내 전신을 감쌌지만 내성 때문인지 잠시 후 사라졌다.

“흠! 내가 도를 쓸 일이 있을까? 그냥 먹어 버려?”

그 말에 밑에 있던 도마뱀이 화를 내듯 거칠게 불을 뿜어댔다.

화르륵. 화륵.

하지 말라는 뜻인 것 같다.

“알았어. 네가 준 거니까 먹지는 않을게. 그냥 내가 쓰라는 거지?”

도마뱀은 자신의 뜻을 알아줘서 기쁜 듯 작게 불을 내뿜으며 내 주위를 빙빙 돌았다.

- 화룡도가 당신을 새로운 주인으로 선택했습니다. 영혼에 귀속됩니다. 귀속된 아이템은 자유롭게 소환하고 해제할 수 있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내가 제대로 써줄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츤츤이로부터 제대로 된 도술은 배워본 적이 없었다.

내가 유일하게 쓸 수 있는 도법은 천의권에 있는 단월 하나뿐이다.

어떻게든 되겠지! 이제 나가볼까.

아이템도 다 챙겼겠다. 이제 나가기만 하면 된다.

“근데 어디로 나가지? 혹시 나가는 길 알아?”

화룡도를 소환 해제한 다음 도마뱀에게 물으니 다시 자기를 따라오라는 듯 어딘가로 빠르게 기어갔다.

따라가자 천장에 빛이 새어 들어오는 작은 구멍이 보였다.

“저기로 가라는 거야?”

도마뱀은 자기 말이 맞다는 듯 불꽃을 내뿜었다.

천장까지는 높이만 30미터가 넘어 보였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저기까지 가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았다.

“너도 같이 갈래?”

내가 도마뱀에게 같이 가자고 권했지만 도마뱀은 용암 안으로 쏙 들어가서는 고개만 빼꼼 내밀었다.

가기 싫다는 의미인 듯 싶다.

“여기 남겠다는 거구나. 알겠어. 나한테 왜 내단이랑 아이템을 준 건지 모르지만 고맙다. 너도 언젠가는 꼭 용이 되길 바랄게. 카린도 같이 사니까 외롭지만은 않을 거야!”

그리곤 바로 천장을 향해 뛰어 올랐다.

내 몸은 화살처럼 빠른 속도로 천장을 향해 올라갔다.

하지만 거리가 부족했다.

올라가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며 땅으로 떨어지려는 순간 오른발로 왼발 등을 찼다.

그러자 다시 속도가 붙으며 위로 올라갔다.

그 과정을 몇 번 반복하자 구멍에 도달할 수 있었다.

구멍에 매달린 난 아래를 내려다보며 스스로에게 감탄했다.

그냥 해본 건데 진짜 될 줄이야…. 박태준. 멋지다!

그리곤 구멍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나온 곳은 산중턱쯤이었다.

난 곧바로 천지로 올라갔다.

천지에선 더 상 수증기가 발생하고 있지 않았다.

잠시 후 내가 온 걸 알았는지 이무기 천룡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대가 화룡의 불꽃을 제어해냈구나. 허나 그로 인해 화룡은 모든 힘을 잃었다. 그가 다시 용이 되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지나야겠지. 그러나 이 또한 그가 선택한 것. 그대의 도움에 감사한다.]

“인사는 됐고, 나한테 뭐 줄지 생각해 봤어?”

[화룡이 그대에게 화룡도와 자신의 내단 일부를 준 걸 알고 있다. 그것만으론 부족하단 건가?]

살짝 찔렸지만 티내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럼.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그래서 있어 없어?”

[언제나 그렇듯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구나. 화룡이 그로 인해 어떻게 됐는지 잘 기억해 두어라.]

“설교는 됐고, 줄 거야 말거야?!”

내 짜증이 통했는지 그는 거대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입에서 작은 물방울을 만들어 나를 향해 날려보냈다.

물방울은 천천히 날아와 내 머리에 닿자마자 탁하고 터졌다.

그리곤 나타나는 메시지.

- 이무기 천룡이 전해준 축복의 징표를 받았습니다. 얼음 내성이 30 퍼센트만큼 오릅니다. 독에 대한 내성이 20 퍼센트 오릅니다.

- 이무기 천룡이 전해준 축복의 징표로 인해 이제부터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습니다.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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