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방어력 무한-49화 (49/196)

49화

1식이나 2식은 넓은 범위를 공격하기 때문에 공격력이 상대적으로 약했다.

하지만 3식 파천은 다르다.

창술인 파천은 모든 힘을 한 점에 모아 꿰뚫는 기술.

그 파괴력은 1식이나 2식과는 차원이 달랐다.

에우리티온은 그제야 이상한 기운을 눈치채고 날 바라봤다.

그리곤 자신을 향해 무시무시한 기세로 날아오는 도끼 자루를 보곤 급히 팔을 들어막았다.

푸슉!

하지만 도끼 자루는 너무나 쉽게 그의 팔을 뚫고 그대로 미간까지 꿰뚫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는 도끼 자루에 꿰뚫린 채 바닥에 쓰러졌다.

쿵.

드디어 첫 번째 중간 보스를 잡았다.

우리 모두는 에우리티온이 쓰러지자 같이 긴장이 풀려 자리에 주저 앉았다.

“와! 난이도 미쳤다. 이걸 어떻게 잡으란 거야?”

“그니까! 어떻게 잡긴 했는데 다시 잡으라면 몇 명 죽을 수도 있겠는데?!”

어느새 곰으로 돌아온 최우혁과 해진우는 자리에 주저앉아 수다를 떨었다.

아마도 긴장을 풀기 위함인 듯 했다.

그들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도끼에 수도 없이 찍혀서인지 옷은 너덜너덜해졌고, 회복 스킬을 받았음에도 곳곳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조한희와 이예진도 피만 안 흘린다 뿐이지 녹초가 된 건 똑같았다.

“다들 고생했어. 앉아서 쉬고 있어. 난 아이템 확인 좀 할게.”

에우리티온의 시체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고, 그 자리엔 몇 가지 아이템이 떨어져 있었다.

난 먼저 도끼부터 집어 들었다.

- ‘에우리티온의 쌍도끼’ 중 한쪽. 두 쪽이 있어야 제 위력을 발휘한다.

이건 내가 하나를 이미 먹어버려서 못쓰겠네. 다른 또 뭐지?

이번에도 역시 편자가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얻은 편자완 달리 하늘색을 띄고 있었다.

- ‘에우리티온의 편자’. 녹여서 신발 밑에 부착하면 민첩이 1.5배 상승한다.

와! 미쳤네. 민첩 1.5배라니! 이건 최우혁한테 주면 딱이겠다.

그 외엔 커다란 ‘진실의 나팔’ 조각 빼곤 없었다.

난 아까 먹다만 도끼를 씹어 먹으며 동료들을 모았다.

콰드득. 쩝쩝. 콰득.

“냠냠. 이게 중간 보스를 잡고 나온 전부야. 쩝쩝.”

내가 먹으면서 얘기를 했지만 다들 익숙한지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일단 편자는 우혁이를 줬으면 좋겠어. 아무래도 스피드가 주특기니까! 덕분에 아까 예진이가 살기도 했고 말이야. 다들 어떻게 생각해?”

“좋은 생각이네요.”

조한희가 내 의견에 힘을 실어줬다.

다른 이들도 이견은 없었다.

“그럼 이건 나가면 녹여서 신발 밑창처럼 만들어 줄게.”

그리곤 녹초가 된 동료들을 한 번 둘러보고는 말을 이었다.

“모두 수고했어. 오늘은 나가서 쉬는 게 좋겠어. 몬스터들이 언제 다시 살아날지도 모르니 말이야!”

모두 그러는 게 좋겠다고 했다.

우린 다시 던전 입구로 돌아와 밖으로 나갔다.

그리곤 각자 씻고 밥도 먹으며 휴식 시간을 가졌다.

모두 너무 피곤했는지 이른 저녁에 잠자리에 들었다.

그래서인지 아침 일찍 일어난 우리는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다시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돌아다니는 켄타우로스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벌써 되살아 난거야?”

어제 처리한 켄타우로스들이 모두 되살아나 있었다.

최상급 던전을 깨기 힘든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거였다.

하루 안에 마지막 보스까지 깨지 않으면 다음 날 모두 초기화가 된다는 점.

극악의 난이도와 제한된 시간.

이런 요소들이 최상급 던전을 난공불락으로 만든 원인이다.

그 후로 일주일간 우리는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갔다.

그 사이 우리 실력도 많이 늘어서 이젠 중간보스인 에우리티온을 제외하곤 나 없이도 진행이 가능했다.

하지만 에우리티온은 무리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공격력이 부족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해결책도 오늘 찾았다.

-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의 이름 없는 활’. 헤파이스토스의 걸작 중 하나지만 완성되고 이름을 붙이기 전 도둑을 맞아 이름이 없다. 주인이 아닌 자는 활시위를 당기지 못한다.

대박이다. 헤파이스토스의 활이라니! 이게 에우리티온이 쏘던 활이구나!

여기까지 오면서 알게 된 사실은 몬스터는 다시 살아나지만 한번 떨군 아이템을 다시 떨구진 않았다.

즉, 지난번에 편자를 떨어뜨렸다면 다음번엔 몇 번을 죽여도 편자는 나오지 않는다.

“이거 좀 봐봐! 에우리티온이 사용하던 활이야.”

그 말에 모두 득달같이 달려들더니 활을 구경했다.

“근데 이거 누구 주지?”

최우혁의 질문에 내가 대답했다.

“활이 주인을 선택한다고 하니까 한 명씩 활시위를 당겨보자. 주인만 활시위를 당길 수 있다고 하니까!”

내 말에 따라 우리 모두는 자연스레 열을 맞춰 선 다음 한 명씩 활시위를 당겼다.

“이…이! 이거 왜 이래? 불량 아니야?”

최우혁은 활시위가 당겨지지 않자 투덜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해진우도 기대를 가지고 당겼으나 미동도 없었다.

그건 이철진이나 이예진도 마찬가지였다.

마지막으로 조한희가 활을 들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가 활을 당길 거란 기대를 하지 않았다.

누가 봐도 맹인이 활을 무기로 사용한다는 게 이상했으니까!

그러나 모두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녀는 활시위가 당겨지자 깜짝 놀라 손을 놓았는데 화살이 저절로 생겨나며 앞으로 쏘아졌다.

슝. 퍼펑.

“꺄악!”

그녀는 깜짝 놀라 손에 들고 있던 활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의외긴 했지만 난 속으로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더욱 강한 적들이 나올 텐데 그녀도 자신의 몸은 지킬 수 있어야 되니까 말이다.

“그럼 이 활의 주인은 한희 너로 정해졌네. 활 자체의 위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조금만 연습하면 에우리티온 잡는데도 큰 힘이 될 거야!”

그 후로 다시 며칠 동안 던전을 돌면서 조한희는 활 쏘는 연습을 충분히 했다.

거기다 네임드 몬스터인 칸이 떨구는 장비 중에도 쓸만한 것들이 제법 있었다.

중간 보스인 에우리티온도 좋은 장비들을 가끔 떨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료들의 실력이 몰라보게 향상됐다.

드디어 그들이 내 도움 없이 에우리티온을 잡은 날.

난 던전 공략을 마친 다음 동료들에게 며칠 밖에 나갔다 오겠다고 말했다.

“이제 나 없이도 잘하니까 며칠만 밖에 나갔다 올게.”

“갑자기 어딜?”

그들 마음속에서 나란 존재는 큰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 내가 빠진다니 불안한 건 당연하다.

하지만 난 그들을 격려했다.

“급히 처리해야 될 일이 있어서…. 오래는 안 걸릴 거야! 이젠 나 없이도 에우리티온을 잡을 수 있으니까 조금씩 전진해봐. 대신 다음 중간 보스에는 절대 도전하지 말고!”

다들 급한 일이라는 말에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

난 떠나기 전에 이철진을 불러 가지고 있던 ‘갈탄의 장갑’을 건내줬다.

이철진은 이게 뭐냐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그건 갈탄의 장갑이라는 거야. 착용하면 힘을 50퍼센트나 올려주는 아이템이지. 사제는 힘을 위주로 사용하니까 많은 도움이 될 거야!”

내 말에 그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이런 귀한 걸 날 줘도 돼?”

“한희만 잘 지켜줘! 그러라고 주는 거니까!”

그는 내 말에 자기 가슴을 탁하고 치며 말했다.

“그건 걱정하지 마! 어떤 일이 있더라도 상처하나 없게 할 테니까!”

사실 이철진은 이곳에 와서 이렇다 할 활약을 못했다.

그건 츤츤이한테 배운 무공이 힘을 위주로 하는 것들인데 아직까지 힘이 딸려서 제 위력을 발휘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갈탄의 장갑도 있고 하니 달라질 것이다.

난 간단히 동료들과 작별인사를 한 후 동굴을 나왔다.

오랜만에 보는 바깥 하늘엔 보름달이 떠 있었다.

흠! 이제 럭키가 알려준 장소로 가 볼까!

사실 난 여기로 오기 전에 럭키한테 용암처럼 엄청 뜨거운 불이 있는 장소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었다.

그리고 그저께 그런 장소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안 그래도 요즘 밤마다 카린이 빨리 자기가 들어갈 곳을 찾아내라고 난리여서 시끄러웠는데 드디어 갈 수 있게 돼서 마음이 가벼웠다.

럭키가 알려준 장소는 백두산이었다.

백두산은 활화산으로 요즘 지진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 곧 폭발할 거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이슈가 되고 있는 화산이다.

현재 북한은 대격변 후 각성자들에 의해 체제가 완전히 무너진 상태다.

무법지대로 변한 북한은 지역을 나눠 일부 각성자들에 의해 지배를 받고 있었다.

그로 인해 백두산까지 가는 길은 약간의 위험이 있긴 하지만 자유롭게 열려 있었다.

난 곧바로 비행기를 타고 김포 공항에 내렸다.

그 다음 럭키한테 잠시 들려 ‘에우리티온의 편자’를 주고는 제련할 수 있는 곳을 알아보고 신발에 붙일 수 있게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다음 날 아침 차를 빌려 휴전선 근처까지 이동한 후 내려서 도보로 북한 땅으로 들어갔다.

오랜만에 밖에 나와 경치도 감상하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좋구나 좋아! 근데 얘들은 잘하고 있겠지?

막상 멀리 떨어지니 동료들만 던전에 놔두고 온 게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걱정을 털어버렸다.

걔네들은 빨리 강해져야 돼. 최소한 지옥의 콜로세움에 있던 10위 안의 강자들 정도 실력은 돼줘야 앞으로 절대자들과 싸울 때 도움이 될 수 있어!

마음을 다잡고 다시 여유로운 마음으로 주변 경치를 감상하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날카로운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난 그냥 갈까 하다가 호기심이 일어 비명소리가 들린 곳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거기서 본 광경은 머릿속에서 상상했던 모습이 아니었다.

난 당연히 비명을 지른 여자가 위험에 처해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내 눈에 들어온 광경은 오히려 여자가 비명을 지르면서 찾아온 사람들을 죽이고 있었다.

이미 그녀 옆에는 그녀가 죽인 시체들이 십여 구나 쌓여있었다.

설마 비명소리로 사람들을 유인한 건가? 대체 뭐하는 여자지?

그녀는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귀여운 외모를 가진 여자였다.

하지만 그녀가 입은 흰색의 하늘거리는 원피스는 곳곳이 피에 젖어 있어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여자의 정체가 궁금하긴 했지만 가야 할 길도 멀다.

잠시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데 방금 한 남자를 죽인 여자가 날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그 미소를 보자 정체가 더욱 궁금해졌다.

안 되겠다. 정체만 확인하고 떠나자!

그녀는 내가 떠나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 묘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꺼냈다.

“오빠도 비명소리 듣고 나 도와주러 온 거야? 너무 착한 오빠다. 난 그런 오빠만 보면 가슴을 갈라서 보고 싶더라!”

난 순간 잘 못 들었나 싶어 다시 물었다.

“뭘 갈라서 보고 싶다고?”

“아! 오빠 가슴 말이야. 착한 오빠니까 가슴 안도 남들과 다르게 생겼을 거야. 그치?”

“…너 미친년이지?”

“뭐? 미친년?

그 말에 그녀의 표정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지며 무서운 표정으로 날 노려봤다.

“야야. 뭘 그렇게 노려보고 그래? 무섭잖아!”

난 괜히 쫄은 연기를 했지만 누가 봐도 그녀를 놀리기 위한 거란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내 연기는 어설펐다.

그녀는 살기를 풀풀 날리며 날 노려봤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선 풍기는 분위기와는 정반대의 말이 나왔다.

“오빠. 나 너무 흥분돼서 안 되겠어. 그 입부터 뜯어 먹어야겠다.”

“뭘 뜯어 먹어?”

저거 제대로 미친년이구나!

나 혼자 방어력 무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