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화
“그 말이 사실이냐?”
최강철은 한 줄기 희망이 담긴 눈으로 날 바라봤다.
그때 최민혁이 다급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아버지. 저희 가문의 일에 누군지도 모르는 외부사람을 끌어들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최강철은 되려 최민혁에게 화를 냈다.
“시끄럽다. 네가 데려온 사람도 외부인이지 않느냐! 지금까지 네 말만 믿고 기다렸거늘…. 우혁이 상태를 보거라. 더 나빠지지 않았느냐!”
“헐. 혹시 지금까지 우혁이를 치료한 게 최민혁이었어요?”
“그래. 민혁이가 유능한 치유사를 데려와서 치료 중이었지.”
“제가 바로 들어가 봐도 될까요?”
그 말에 최강철이 한 줄기 희망이라도 잡은 듯 날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 가능하겠느냐? 우혁일 제정신으로 돌리는 게 말이다.”
“그건 걱정 마세요. 다만 저랑 아버지만 안에 들어갔으면 하는데 괜찮을까요?”
그 말에 최민혁이 급히 말렸다.
“아버지. 그건 절대 안 됩니다. 저 새…아니, 저 사람이 무슨 일을 저지를지 어떻게 믿고요. 저도 같이 들어가겠습니다.”
“그건 안 되지. 너야말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최강철은 우리 둘을 가만히 지켜보다 결단을 내렸다.
“나랑 이 친구만 들어가곘다. 넌 여기서 대기하고 있거라.”
“하지만 아버지….”
“시끄럽다! 더 이상 토 달지 말거라.”
그리곤 날 보고 말했다.
“어서 들어가보자.”
“네.”
난 최민혁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보곤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최민혁은 뭔가를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어딘가로 급히 달려갔다.
창고 안은 깨끗하게 리모델링 되어 아늑한 방처럼 꾸며져 있었다.
그리고 최우혁은 침대에 전신이 묶인 채 누워있었다.
하지만 정신을 잃은 건지 자고 있는 건지 의식은 없었다.
최강철은 애정과 안쓰러움이 가득한 눈으로 최우혁을 바라봤다.
“우혁인 여기 들어온 뒤부터 계속 저렇게 정신을 잃고 있거나 그게 아니면 미친 상태로만 있구나.”
“그럼 본가로 온 이후 제정신으로 돌아온 적이 한 번도 없나요?”
“여기로 올 때부터 정신을 잃은 상태였단다. 그 후로 한 번도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말이야.”
“그럼 곰인 상태로 돌아온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거죠?”
“그래. 가끔 정신이 들어 미친 상태로 있을 때면 언제나 민혁이가 데려온 치료사가 다시 우혁이를 재운 다음 치료에 들어갔단다.”
그 말에 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올 때부터 정신을 잃었다는 건 최민혁이 뭔가 수를 부렸다는 말. 그리고 발작을 일으킬 때마다 다시 재웠다는 건 혹시라도 곰으로 변하는 걸 막기 위한 거겠구나!
그렇다면 일단 그를 깨워야 한다.
그 다음 곰으로 변하게 하면 끝이다.
“아버님. 제가 잠시만 우혁이 상태 좀 보겠습니다.”
난 최우혁에게 다가가 그의 손목을 잡았다.
그리곤 내공을 흘려보냈다.
그러자 곧바로 반응이 왔다.
“으으윽!”
처음엔 신음소리만 내던 최우혁의 입에서 어느 순간 비명이 터져 나왔다.
“끄아아악!”
그걸 본 최강철이 놀라서 날 밀치며 소리쳤다.
“이게 뭐하는 짓이냐?!”
“치료하는 건데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는 날 보고 최강철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치료? 내 아들을 고통 받게 하는 게 치료라고?”
“일단 정신을 차리게 만들어야 치료가 가능하거든요. 어쨌든 이제 정신을 차린 것 같으니 본격적으로 치료를 해보겠습니다.”
그는 뭐가 말을 하려다 말고는 날 뚫어지게 쳐다봤다.
“좋다. 한 번만 더 믿어보지. 허나 니 말이 거짓일 때는 그만한 책임을 져야 할 거야!”
“걱정 말고 지켜보시죠. 제가 매직을 보여드릴테니까!”
그리곤 정신을 차린 최우혁에게 다가갔다.
그는 날 보곤 여전히 미친놈 마냥 웃어댔다.
“낄낄낄낄. 너 지난 번에 봤던 놈이구나. 우리 또 술래잡기할까? 이것 좀 풀어주면 재밌게 놀아줄게. 낄낄낄.”
난 그를 보고 웃으며 마법처럼 주문을 외웠다.
“그래그래. 최민혁이 술래잡길 좋아하지. 최민혁이. 그치?”
“뭐? 최민혁?”
그 말을 듣자마자 갑자기 그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리곤 그를 구속하고 있던 구속구가 터져 나가더니 거대한 곰의 모습으로 변했다.
난 최강철을 돌아보며 웃었다.
“보세요. 제가 매직을 보여드린다고 했죠?”
“이… 이게 어떻게…?”
그때 정신을 차린 최우혁이 최강철과 나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버지? 아버지가 왜 여기에? 그리고 넌 박태준? 이게 무슨 조합이지?”
난 최우혁에게 지금 벌어진 상황에 대해 얘기해줬다.
“근데 넌 어떻게 된 거야? 왜 정신을 잃은 채 여기로 온 거야?”
그는 내 질문에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게 나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어.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졌으니까.”
“그래?”
그때 창고문이 열리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선두에 최민혁과 거구의 남자가 보였고, 그 뒤로는 토끼탈을 쓴 십여 명의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들을 본 최강철의 눈이 분노로 물들었다.
“최강민! 니 짓이냐?”
그의 질문에 최강철과 비슷하게 생긴 거구의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내 짓이라…. 뭐, 반은 맞고 반은 틀렸어. 궁금한 건 죽은 다음 염라대왕한테 물어보라고. 야! 다 죽여!”
그의 말 한 마디에 뒤에 있던 토끼탈을 쓴 사람들이 번개처럼 우릴 에워쌌다.
그걸 보고 난 최강철에게 물었다.
“아버님. 잠깐만 버틸 수 있죠?”
“버틸 수 있냐고? 이놈들 모두 직접 찢어 죽여주마!”
그리곤 순식간에 몸이 부풀어 오르며 곰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 크기가 얼마나 큰지 최우혁의 1.5배는 돼 보였다.
“하하하. 좋네요. 그럼 조금만 버텨주세요.”
그리곤 바로 환영보를 사용해 최민혁 앞으로 달려가 주먹을 내질렀다.
하지만 내 주먹은 토끼탈을 쓴 사람의 손에 의해 막혔다.
“호호호호. 제 고객님께 그렇게 함부로 손을 대시면 안되죠.”
“하하하. 그런가요? 근데 어쩌죠? 저 새끼는 좀 맞아야 되는데?”
난 잡힌 주먹을 비틀어 빼며 곧바로 반대 주먹으로 1식 일권을 펼쳤다.
콰콰쾅.
“크허억!”
“으아악!”
일권 한 방에 앞에 있던 최민혁과 최강민은 뒤로 한참을 나뒹굴더니 급기야 들어왔던 문까지 부수고 나가 떨어졌다.
하지만 정작 토끼탈을 쓴 여자는 그 자리에 없었다.
역시! 저 토끼탈도 원숭이탈이랑 한 패였어. 혹시 저 놈들이 히든 보스 세력인 건가?
하지만 아직 추측일 뿐이다.
그때 사라졌던 토끼탈이 귀신처럼 눈앞에 나타났다.
“당신 대체 누구죠? 이 정도 능력을 지닌 각성자가 왜 갑자기 우리 일에 끼어드는 건가요?”
그녀의 목소리는 약간 당황한 듯 보였다.
“내가 끼어든 게 아니고 너희가 날 방해한 거지. 안 되는 줄 알았으면 그만 꺼져줄래?”
허나 그녀는 다시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실력이 대단하단 건 알겠어요. 그렇지만 이 상황을 뒤집진 못할 거에요. 다들 이리와서 이 사람을 상대하세요.”
그녀의 말에 최강철과 최우혁을 상대하던 토끼탈을 쓴 사람들이 모두 내게 달려들었다.
그 모습에 난 그녀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이것들로 날 막으려는 거야? 힘들 텐데!”
“호호호. 알고 있어요. 하지만 상관없어요. 난 저 사람들만 죽이면 되니까!”
그리곤 곧바로 최우혁과 최강철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걱정하진 않았다.
최우혁이 어느 정도 실력인진 내가 잘 아니까!
최소한 내가 갈 때까지 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이 너무 짜증났다.
바빠 죽겠는데 내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 거지! 그냥 싹다 죽여버리고 아이템이나 챙겨야겠어!
난 달려드는 토끼탈을 쓴 사람들을 향해 2식 풍천각을 사용했다.
빠르게 회전하는 내 몸을 중심으로 거대한 강기의 회오리가 나타났다.
회오리는 점점 커지더니 급기야 달려들던 토끼탈을 쓴 사람들까지 삼켜버렸다.
잠시 후 거짓말처럼 강기의 회오리가 사라진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토끼탈을 쓴 사람들은 모두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휴. 이제야 좀 개운하네. 근데 1식이랑 2식 한 번씩 썼다고 벌써 내공이 바닥나면 어쩌자는 거야!
속으로 투덜거리면서 앞을 보자 모든 이가 싸움을 멈추고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건 최민혁과 최강민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눈에 담긴 감정을 경악이었다.
그때 정신을 차린 토끼탈의 여자가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그런 힘을 가지고 있을 수 있죠?”
그리곤 뭔갈 결심한 듯 이를 악문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은 이만 물러나죠. 하지만 다음에 만날 땐 오늘과 많이 다를 거에요.”
“어딜 가려구!”
최우혁이 그녀를 잡으려 했지만 그녀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신기하게도 그녀뿐 아니라 바닥에 피투성이가 된 토끼탈의 사람들 역시 함께 사라졌다.
저 능력은 참 신기하단 말이야! 순간이동 같은 건가?
그때 누군가 욕을 하며 내게 달려왔다.
“야, 이 개새끼야!”
최민혁이다.
그는 선명한 노란빛을 내뿜으며 내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의 공격은 내 오른손에 간단히 막혔다.
그리고 그의 불꽃이 내 손을 통해 순식간에 흡수됐다.
정확히는 내 오른손에 소환된 카린에 의해 흡수된 것이다.
내 몸속에서 초열의 불꽃을 흡수시키고 있던 카린은 색다른 불꽃이 감지되자 얼른 나타나 최민혁의 불꽃을 흡수해 버린 것이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내가 그녀를 소환해제 하지 않는 한 자유롭게 사라졌다 나왔다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내 안에서 초열의 불꽃을 흡수시킬 수도 있는 것이고 말이다.
[질은 좀 떨어지지만 아쉬운 대로 괜찮네. 종종 좀 부탁해. 그리고 내가 지낼 보금자리 빨리 알아보고!]
그리곤 다시 사라졌다.
최민혁은 갑자기 사라져버린 불꽃에 당황했다.
“이…이게 갑자기 왜 이래? 내 불…억!”
그의 몸이 내 주먹에 의해 ㄱ자로 꺾였다.
켁켁대는 최민혁을 두고 최우혁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 놈은 너한테 넘길게.”
그 사이 최강민의 모습이 사라졌다.
혼란한 틈을 타 도망간 것 같았다.
“아버님, 잡아 올까요?”
하지만 그는 내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내 직접 하마!”
그리곤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건지 5분도 되지 않아 수십 명의 사람들이 창고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최강민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
“우리 가문에 반역이 일어났다. 너희는 지금부터 반역자 최강민을 잡아와라. 그리고 가문의 모든 이들을 회의실로 소집해라. 30분 이내로!”
“예!”
가장 정면에 있던 이가 대표로 대답하곤 모두는 일사분란하게 창고를 떠났다.
그리곤 최강민과 최우혁은 구석에서 뭔가를 심각하게 논의했다.
대충 상황이 정리 된 것 같자 최우혁에 의해 의자에 묶여 있는 최민혁에게 다가가 물었다.
“야. 너 아까 그 토끼탈은 어디서 만난 거야?”
“내…내가 대답해 줄 것 같아!”
“응? 말 안해줄 거야? 그럼 좀 맞자!”
그리곤 신나게 따귀를 때렸다.
“억…. 마…말할게… 크억!”
“어디서 만났어?”
“마…마녀의 하루….”
“마녀의 하루? 설마 마녀의 숲에 있는 거기?”
그는 내 말에 더 맞지 않기 위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거긴 금지(禁地)잖아?!”
나 혼자 방어력 무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