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화
“대왕의 백성들? 대왕은 누구고 백성은 누굴 말하는 거죠?”
김찬성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들이 계속 튀어나오는 이곳이 좋았다.
계속 새로운 것들이 튀어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바로 우리….”
“그건 제가 말씀 드리죠.”
난 럭키의 말을 끊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작가와 만난 이야기부터 히든 보스 이야기까지 다 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할 얘긴 아니지만 김찬성이라면 이해할 거라는 왠지 모를 확신이 들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김찬성 씨를 부른겁니다. 사실 오늘 처음 만난 사람에게 이런 이야길 해도 될지 망설였지만 김찬성 씨라면 이해해줄 거란 확신이 들어서 말씀 드리는 겁니다.”
그러면서 김찬성의 눈치를 살폈다.
그의 눈은 호기심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제가 찾던 곳이 여기군요!”
“네? 찾던 곳이요?”
“언제나 새로움을 줄 수 있는 곳 말입니다. 앞으로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제 조건은 다른 것 없습니다. 제 지적 호기심을 채워줄 수 있는 새로운 정보. 그것만 보장해주시면 됩니다.”
뭐야. 그런 거였어?
난 그가 이해한 듯하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 다음 대답을 했다.
“그거라면 염려 안 하셔도 됩니다. 아마 정보가 넘쳐나서 힘드실 테니까요. 그럼 시스템이 구축되는 데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그는 잠시 방안을 둘러보고는 말했다.
“장비들만 갖춰지면 일주일이면 되겠네요. 대신 이 사무실 한 켠을 제 작업실로 만들어줬으면 합니다.”
“여길요? 왜 굳이 여길…?”
“여기가 가장 빨리 새로운 정보를 받을 수 있는 곳이니까요! 제 책상은 저쪽에다 놔주시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자신의 자리까지 적극적으로 골랐다.
난 그의 적극적인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우리한테는 지금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하니까 말이다.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알겠습니다. 필요한 장비를 말씀해주시면 주문해 드리겠습니다. 자세한 계약 내용은 며칠 내로 서면으로 준비해 오겠습니다.”
그 후 우리 모두는 며칠간 매우 바쁘게 움직였다.
김찬성의 요구대로 그가 원하는 장비도 모두 샀다.
물론 비용은 투자 개념으로 조한희가 모두 지불했다.
그 사이 럭키도 전국에 있는 개들을 통해 곳곳에 있는 던전의 정보를 모았다.
김찬성은 장비가 모두 갖춰지자 럭키의 정보를 바탕으로 시스템 구축에 들어갔다.
* * * * *
일주일 후 던전 기드온 안.
요 며칠 바쁘게 움직였기 때문에 오랜만에 던전 안에서 명상에 빠져 수련을 하고 있었다.
츤츤이는 이철진을 더욱 혹독하게 수련시키겠다며 며칠 전 다른 장소로 떠났기 때문에 던전 안은 매우 조용했다.
그때 던전 입구에서 강한 충격이 느껴졌다.
- 던전 기드온의 포탈에 강력한 공격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누구지?
오랜만에 갖는 고요한 시간을 방해받자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던전 밖으로 나갔다.
어차피 저들이 들어올 수는 없을 테니까.
던전 밖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그를 보자 반가움에 나도 모르게 손을 들고 인사했다.
“오랜만이야. 팔은 괜찮아?”
인사한 사람은 얼마 전 나에게 팔이 잘린 불도끼파의 장지성이다.
그는 팔이 잘린 자리에 의수를 끼고 있었는데 제법 정교해보였다.
“야. 그 의수 좋아보이네. 비싼 거냐?”
그는 내 질문에 인상을 구길대로 구기며 화를 냈다.
“이 개새끼야! 오늘이 니 제삿날이다!”
그리곤 옆에 서 있는 남자에게 말했다.
“저 새낍니다, 형님.”
장지성이 말을 건 남자는 나와 비슷한 나이에 평범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다만 눈이 날카롭게 찢어져 있어 언뜻보면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흰수트를 입은 그는 장지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날 향해 말했다.
“너냐? 내 부하 팔을 이렇게 만든 게?”
“응. 나야. 문제 있어?”
난 반말을 하며 상대를 도발했지만 그는 아무 반응없이 대화를 이어갔다.
“문제라…. 조폭이 다른 사람 구역을 들어갔어. 그리고 싸움이 났지. 그러다 다친 거니까 엄밀히 말하면 우리 잘못인 게 맞아. 그 점에 대해선 사과하지.”
그리곤 갑자기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그 모습에 옆에 있던 장지성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너 재밌는 놈이네! 못난 부하 때문에 고개를 숙이는 보스라… 캬! 멋져부러!”
하지만 고개를 든 그의 눈빛은 투쟁심으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부하에 대한 사과는 끝났고, 이제부턴 내 개인적인 호기심! 우리 한 판 붙자.”
“갑자기?”
“우리 행동대장이 그렇게 약한 사람은 아닌데 너한텐 전혀 상대가 안 됐다 하더라고. 그러니 호기심이 안 생길 수가 있나. 거기다 무기를 씹어먹는 괴물이라니 더 궁금하기도 하고.”
“좋아. 대신 나도 너랑 싸워 이기면 얻는 게 있어야지.”
그리곤 곰곰이 생각하는 채 하다 말했다.
“그래. 내가 이기면 넌 내 동생이 되는 거야. 어때?”
내 제안을 들은 그는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그거 재밌네. 그렇게 하지. 그럼 시작해 볼까!”
그리곤 달려들며 공격을 시작했다.
그의 공격은 단순했다.
주먹과 발차기. 길거리 싸움에서나 볼 법한 움직임이다.
근데 이상하게 피하기가 어려웠다.
오른쪽 주먹을 피하면 그 피한 자리를 예상한 듯 다음 공격이 바로 날아왔다.
그건 어디서 배운 움직임이 아니다.
천부적인 재능과 수많은 실전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얘도 천재구나. 싸움의 천재!
감탄을 할 정도로 그의 움직임은 뛰어났다.
반격할 틈을 주지 않고 끊임없이 공격이 들어왔다.
거기다 지치지도 않는지 벌써 10분째 공격을 지속하고 있었다.
이 정도 실력이면 자기보다 한 두 단계 높은 힘을 가진 각성자라도 이기긴 쉽지 않겠어.
그만큼 그의 공격은 대단했다.
거기다 모든 공격이 치명적인 급소만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실력이 한 두 단계 차이일 때다.
그와 나의 실력차는 한 두 단계가 아니다.
최소 다섯 단계 이상은 차이가 난다.
환영보를 전개해 그의 공격 반경으로부터 벗어난 나는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정말 대단한데! 이 정도로 완벽한 연계기는 처음 봤어.”
하지만 그는 내 칭찬에도 기쁘지 않은지 살짝 인상을 썼다.
“그런 것 치곤 넌 한 대도 안 맞았잖아. 그게 더 대단한 것 같은데? 근데 공격은 안 할 거야?”
내가 한 대도 안 맞았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말에는 여유가 보였다.
뭔가 숨기는 게 있구나!
하지만 아직 그게 뭔지 모른다.
그렇다면 직접 몸으로 부딪혀 보는 수밖에.
“공격이라…. 정 원한다면 뭐.”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내 몸은 순식간에 그 앞에 나타났다.
그리곤 권강을 사용하며 흡자결까지 운용했다.
하지만 그는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며 주먹이 날아오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퍽.
“어어?”
때린 건 난데 데미지를 받은 것도 나다.
그를 때리는 순간 반대로 엄청난 충격이 내 몸에 전해졌다.
한참을 뒤로 밀려난 후 내 주먹과 가슴을 번갈아보다 그를 쳐다봤다.
“이거 혹시 반탄공이야?”
“이 스킬을 안다니 놀라운데!”
진짜 반탄공이라고?
반탄공은 상당히 희귀한 스킬 중 하나다.
맞은 데미지를 그대로 돌려주는 스킬로 스킬 등급이 올라갈수록 되돌려주는 데미지도 커진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데미지를 돌려주는 것보다 데미지를 안 받는다 점이다.
이렇게만 보면 내가 가진 신급 스킬은 방어력 무한보다 더 좋아 보인다.
데미지까지 돌려줄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 스킬은 무한이지만 반탄공은 데미지를 흡수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시전자 방어력의 두 배까지만 흡수할 수 있다.
즉, 방어력이 천이라면 이천까지만 흡수가 가능한 것이다.
“좀 놀랍긴 하네. 그 스킬은 진짜 얻기 어려운 건데.”
“놀랍긴 나도 마찬가지야. 이 스킬을 알고 있다니. 그럼 이제 포기하고 패배를 인정할 건가?”
저 정도면 사기캐라고 봐도 무방하다.
상상을 초월하는 전투 센스에 반탄공까지 지녔으니까.
하지만 난 사기캐 중의 사기캐다.
“하하하. 패배라…. 어디 이것도 막는다면 생각해보지.”
그리곤 바로 그를 향해 일권을 펼쳤다.
엄청난 내공이 오른손을 통해 터져나오며 정면을 휩쓸었다.
이번 일권은 지난 번 김찬성 집에서 사용했을 때보다 위력이 더 강했다.
아마도 초열의 불꽃을 계속 흡수하고 있어서 인 듯 싶다.
카린이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지 터져나가는 일권의 폭풍 같은 강기 속에 언뜻언뜻 파란 빛이 함께 보였다.
그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공격을 보고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은 듯 했다.
‘이건 막을 수 없는 공격이다.’
하지만 피할 수도 없다.
뒤에 부하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악물고 자세를 낮춘 다음 두 팔을 교차해 얼굴을 가리고는 공격에 대비했다.
콰콰쾅.
엄청난 폭음과 함께 먼지가 휘날리며 내 시야를 가렸다.
내게 충격이 없는걸로 봐서 데미지가 그에게 들어간 것 같다.
잠시 후 먼지가 가라앉자 공격 받기 전에 취한 자세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 그가 보였다.
다른 점이라면 원래 있던 자리에서 십여 미터나 뒤로 밀려나 있었고, 온 몸이 피투성이였다.
“엄청 터프한데! 그걸 버티다니 말이야.”
하지만 그는 대답이 없었다.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는 선채로 기절해 있었다.
이야. 이놈 이거 독종이네. 선채로 기절하다니.
하지만 난 그런 그가 마음에 들었다.
나중에 만들 생각인 소수 정예 전투집단에 꼭 필요한 인재란 생각이 들었다.
“야. 니들 중에 회복 스킬 가진 사람 없어? 이놈 이대로 두면 곧 죽는다.”
내 말에 뒤에 있던 부하들이 급히 그를 둘러싸더니 회복스킬을 시전했다.
하지만 상처가 생각보다 심한지 깨어나질 못했다.
장지성은 이 와중에 도망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대로 두지 말고 큰 병원으로 데려가야 될 거야. 안 그럼 죽을 테니까! 혹시라도 그 놈이 살아나면 내가 나중에 직접 찾아간다고 전해!”
그들은 내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고 급히 그를 데리고 떠났다.
난 떠나는 그들을 보며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아이템 몇 개만 놔두고 가라고 할 걸 그랬나….
원래는 그들이 가진 아이템을 다 뺏으려고 했지만 보스와 싸워보곤 생각이 바뀌었다.
그들을 내 세력으로 끌어들이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서 일부러 그들의 아이템이나 돈을 뺏지는 않았다.
그나저나 장지성은 다음에 만나면 죽여버려야겠어. 지 때문에 보스가 싸우는데 또 도망을 가! 그런 놈은 나중에 뒤통수 치기 전에 싹을 잘라버려야 돼.
그리곤 다시 명상을 하기 위해 던전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스마트 폰에서 고전적인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
“어? 한희네? 여보세요.”
전화를 받자 스마트 폰 너머에서 잔뜩 흥분한 조한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준 씨. 지금 최상급 던전이 처음으로 발견됐어.]
“뭐? 최상급 던전?”
나 혼자 방어력 무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