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방어력 무한-42화 (42/196)

42화

트레이닝복 남자들의 얼굴은 황당함에서 분노로 점차 바뀌었다.

“일단 너부터 죽여주마!”

하지만 달려드는 폼을 보니 각성자지만 제대로 무예를 배운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난 환영보도 쓰지 않고 슬쩍 공격을 피한 다음 가볍게 권강을 날렸다.

퍽.

“커허억!”

달려들던 남자는 주먹 한 방에 배를 부여잡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 다음 바로 다른 남자의 명치에도 주먹을 꽂아넣었다.

“끄헉!”

그도 역시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며 한참을 숨도 못 쉬고 켁켁거렸다.

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그들의 품을 뒤져 현금을 챙겼다.

“뭐… 뭐하는 짓이야?!”

먼저 맞은 남자가 겨우 몸을 추스르곤 내 행동에 당황하며 말했다.

“아, 이거? 문 수리비는 줘야지. 너희 때문에 부서진 거니까.”

“뭐? 그건 니가… 컥!”

난 다시 한 번 그의 배에 주먹을 꽂아 넣고는 웃으며 말했다.

“니들이 김찬성 씨를 위협하니까 내가 부순 거잖아. 애초에 벨을 두 번이나 눌렀는데 그때 열어 줬으면 이런 일도 없고 좋잖아! 안 그래?”

그들은 어이가 없었지만 또 말대답 했다간 맞을까봐 아무 말도 못하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이제 그만 꺼져줄래? 난 김찬성씨와 할 말이 좀 있으니까.”

그 말에 그들은 서로를 부축하며 문밖으로 도망갔다.

그러면서 진부한 대사를 내뱉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여기서 딱 기다려. 곧 다시 돌아올 테니까!”

“그래. 멀리 안 나갈게.”

난 그들이 사라진 걸 확인한 후 부숴진 문을 대충 기대 세우고는 앉아 있는 김찬성을 일으켜 세우면서 말했다.

“깔끔하게 해결됐네요. 전 박태준이라고 합니다.”

“김찬성이요. 이제 원하는 걸 말씀해 보시죠.”

그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좋습니다. 제가 온 이유는 김찬성 씨를 스카웃하기 위해서입니다.”

“스카웃? 저를요?”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는지 그는 살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생각 있으신가요?”

“좀 당황스럽네요. 날 제대로 알지도 못할 텐데 갑자기 스카웃이라니.”

“하하하. 천재 프로그래머시잖아요. 알지도 못하는데 찾아왔을까요!”

“천재라니…. 그건 아니지만 컴퓨터를 좋아하긴 하죠. 일단 조건이나 한 번 들어보죠.”

난 조한희와 나눴던 이야기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그의 눈은 생기로 반짝였다.

“흥미로운 이야기군요. 안 그래도 나중에 그런 시스템을 하나 만들까 생각하긴 했었는데 말이죠.”

그리곤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툭하고 말을 내뱉었다.

“그럼 이제 내 요구사항을 말할 차례군요.”

“말씀하시죠.”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난 돈에는 관심 없어요. 내가 원하는 건 새로운 정보죠. 새로운 정보가 끊임없이 넘쳐났으면 좋겠어요. 아! 여기서 말하는 새로운 정보는 내가 예측할 수 없는 정보를 말하는 거에요.”

역시 소문대로군. 정보수집광이라더니 딱 예상한 조건을 내거는구나!

“그거라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런 정보는 끊임없이 넘쳐날 테니까. 오히려 넘쳐나는 정보를 취합하기가 더 힘들 겁니다.”

그는 내 대답을 듣고는 더욱 반짝이는 눈으로 날 바라봤다.

“하나 더 있어요. 내가 만든 프로그램을 세상 모든 사람이 봤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미래에 내가 만든 프로그램은 무료로 배포할 생각이었죠. 하지만 그건 힘들겠죠?”

난 그의 말을 듣고는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저희 목적이 돈인 만큼 무료는 힘들죠. 하지만 김찬성 씨가 바라는 게 모든 사람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거라면 무료는 아니더라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허들을 낮추도록 해보죠. 물론 프로그램의 퀄리티가 뛰어나야 한다는 전제가 붙어야겠지만 말이죠.”

살짝 그의 자존심을 건드는 말로 마무리를 했더니 바로 반응이 왔다.

“프로그램의 퀄리티라…. 당신들이 상상하지도 못하는 그런 시스템을 구축해주죠. 대신 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엔 시스템을 폐기하고 돌아갈 겁니다.”

그는 자신의 실력이 의심받았다고 생각해 약간 화가 난 듯 보였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죠. 계약서는 다른 장소에서 쓰는 걸로 하고, 일단 장소부터 옮기죠. 아까 상황을 봤을 때 아무래도 여긴 일하는 데 방해 요소가 많을 거 같네요.”

그때 무언가 이 건물을 향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어? 이 기운은?

낯설지 않은 기운.

분명 어디선가 마주친 기운이다.

그러다 갑자기 기운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아무래도 내가 있다는 걸 안 모양이다.

스르륵.

어디로 들어왔는지 모르게 원숭이 가면을 쓴 장신의 남자가 문앞에 나타났다.

“어? 넌 원숭이 가면?”

그는 며칠 전 선택의 밤 때 만난 원숭이 가면을 쓴 남자였다.

하지만 그는 날 처음 본다는 듯 물었다.

“날 아나?”

“널 아냐고? 벌써 잊은 거야? 선택의 밤에 만났었잖아!”

하지만 그는 여전히 날 모르겠단 투로 말했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일단 방해되니 저리 꺼져라.”

그리곤 오른손을 옆으로 까딱 움직였다.

“어?”

순간 내 몸이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반대편 벽에 처박혔다.

염력?

염력은 상당히 까다로운 능력 중 하나다.

모든 물체를 원격으로 제어하는 능력인데, 사용자의 능력이 강할수록 접근하는 것조차 어렵다.

그리고 지금 원숭이탈을 쓰고 있는 남자는 상당히 강력한 염력을 사용하고 있었다.

“야. 깜짝 놀랐잖아! 그리고 김찬성씨는 나랑 먼저 볼 일이 있거든!”

난 환영보를 전개해 순식간에 김찬성을 팔에 끼고 문밖으로 달려나갔다.

일반인인 김찬성씨가 있는 상태에서 큰 힘을 쓰는 건 너무 위험해!

하지만 막 문을 나서려는 내 앞을 무형의 기운이 가로막았다.

퉁.

“움직임이 상당하구나. 내 눈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라니. 하지만 그것도 내 능력 앞에선 무용지물이지.”

쳇. 건물 안이라 웬만하면 사용 안 하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지.

염력을 파훼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시전자의 인지 범위를 벗어난 빠르기로 움직이는 것.

다른 하나는 압도적인 힘으로 눌러 버리는 거다.

빠르게 자세를 잡고는 원숭이탈의 남자를 향해 천의권 1식 일권을 펼쳤다.

“흡! 일권!”

몸 안에 있던 내공이 순식간에 주먹으로 빨려나가듯 모아지더니 폭발적으로 터져나갔다.

콰콰쾅!

일권은 압도적인 힘으로 눈앞에 있는 모든 것들을 파괴했다.

그건 원숭이 가면 남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가 급하게 친 무형의 에너지 방벽도 일권 앞에서 종잇장처럼 찢어졌다.

하지만 그는 일권이 자신에게 덮치기 전 자리에서 증발하듯 사라졌다.

난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서둘러 김찬성을 데리고 밖으로 빠져나왔다.

“휴. 겨우 나왔네. 그나저나 안에 사람들이 많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우리가 빠져나온 낡은 빌라의 아래층 한쪽이 내 공격에 의해 완전히 박살이 나 있었다.

이대로라면 건물이 얼마 못 버틸 것 같다.

“건물 무너져요! 모두 나오세요!”

난 큰소리로 빌라를 향해 소리친 다음 환영보를 이용해 서둘러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내가 사라지고 얼마 후 그 자리에 원숭이 가면을 쓴 남자가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아까 그놈은 누구지? 저만한 힘을 가진 각성자를 우리가 아직 모르고 있었다니…. 어서 보스께 보고해야겠군.”

그리곤 연기처럼 자리에서 사라졌다.

* * * * *

양재동에 위치한 제법 넓은 크기의 사무실.

나와 김찬성은 그곳에 마련된 쇼파에 앉아 있었다.

“여기가 어디죠?”

끌려오듯 이곳으로 온 김찬성은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이 상황에 당황하기보다는 오히려 즐거운 듯 보였다.

“여기가 아까 제가 말한 정보 수집처입니다.”

“아! 그렇군요. 근데 정보는 어떤 식으로 수집하는 거죠?”

“그건….”

그때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럭키와 츤츤이, 그리고 조한희다.

럭키는 날 보고는 반가움에 짧은 앞발을 들어 인사했다.

“오랜만입니다. 근데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

“아! 이분은 김찬성 씨. 우리 프로그래머셔. 앞으로 니가 주는 정보를 기반으로 정찬성 씨가 프로그래밍을 할 거야!”

[안 그래도 한희 씨한테 얘기 들었어. 그나저나 너 못 본 사이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는데? 몸에서 이상한 기운도 느껴지고 말이야.]

그러고 보니 지옥에서 돌아온 후 츤츤이는 처음 만나는 거였다.

럭키와 정보 조직을 만드는 게 꽤 재밌는지 아예 럭키와 함께 먹고 자며 집엔 들어오지도 않았다.

“뭐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지. 그나저나 집엔 안 들어올 거야? 사제가 너 기다린다고 목 빠지겠다.”

[가긴 가야지. 아마 내일 중으론 들어갈 수 있을 거야.]

그 상황을 지켜보던 김찬성은 굉장히 당황하고 있었다.

들어오자마자 반갑게 인사를 한 직립보행 하는 닥스훈트.

갈색의 대형견과 혼자서 대화를 나누는 자신을 데려온 남자.

거기다 이 모든 상황과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미녀.

“하하하하하. 정말 재밌네요. 얼마 만에 당황이란 감정을 느낀 건지….”

갑자기 큰소릴 내며 혼자 웃는 김찬성에게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그도 그걸 느꼈는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아. 미안해요! 이 상황이 너무 재밌어서 그만…. 어쨌든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저 직립보행하는 닥스훈트는 말을 하는 걸로 보아 얼마 전 선택의 밤 때 각성을 한 듯하고, 저기 계신 아름다운 여성분은 눈이 안 보이는데 마치 보이는 것처럼 돌아다니는 걸 봤을 때 역시 각성자. 특히, 길잡이 계열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네요. 문제는….”

그는 나와 츤츤이를 번갈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둘의 조합이 아무리 봐도 이해가 안 된단 말이죠. 박태준 씨는 개와 뭔가 대화를 하는 것 같은데 개 쪽에선 아무 반응도 없단 게 너무 이상해요. 꼭 텔레파시 같은 걸 쓰는 것처럼 말이죠.”

이야! 천재는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그 짧은 순간에 그걸 다 파악하다니!

모두가 그의 빠른 두뇌회전에 감탄하고 있을 때 츤츤이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게 궁금해?]

그는 갑자기 들린 정체모를 목소리에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소리치거나 호들갑을 떨진 않았다.

매우 침착한 모습으로 목소리가 나온 곳을 찾을 뿐.

[여기야. 여기!]

여기라는 말에 고개를 돌리던 김찬성은 츤츤이와 눈이 마주쳤다.

“설마…?”

[설마는 무슨! 이게 내가 말하는 방법이지. 머릿속에 직접 말을 하는 거.]

그제야 그는 모든 의문이 풀렸는지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조한희가 다가와서 인사를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조한희라고 해요.”

“김찬성이라고 합니다. 그나저나 전 새로운 정보를 어떻게 모으는 지가 궁금하군요. 그것부터 알았으면 합니다.”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자신이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그 말에 럭키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대부분의 정보는 저희가 조사할 겁니다.”

“저희라면?”

그는 지금 또 당황했다.

보통은 그가 대화 중에 다시 한 번 묻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일들은 한 번만 들어도 모두 이해가 되고 상황정리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온통 새로운 일들 투성이였다.

그건 그에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바로 대왕의 충성스런 백성들이죠.”

나 혼자 방어력 무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