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화
“하하하! 형. 지금 저 새끼가 하는 말 들었어? 자기가 저승사자래! 하하하하.”
그리곤 비웃음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너 중2병이냐? 아님, 던전 안에서 뭘 잘 못 먹은 거… 억!”
하지만 그는 말을 다 끝내지 못하고 얼굴이 홱하고 돌아갔다.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환영보를 사용한 나는 순식간에 그들의 뺨을 후려치고 있었다.
짝. 짝. 짝. 짝. 후웅.
후웅?
싸대기 날리는 경쾌한 소리가 연이어 들리다 마지막에 내 손은 허공을 갈랐다.
“어쭈. 제법인데? 하지만 손을 하나만 있는 게 아니지!”
난 당황하지 않고 바로 그의 뺨을 향해 반대 손을 휘둘렀다.
이번엔 아까보다 속도가 더욱 빨랐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 남자는 내 움직임에 반응하며 내 손바닥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퍼퍽.
“크윽!”
주먹에 의해 싸대기는 막혔지만 내 힘을 견디지 못하고 그는 몇 걸음이나 뒤로 물러났다.
“호오! 진짜 제법인데? 하긴 내 던전을 힘으로 찢어버릴 정도의 실력이니 그 정도는 돼야지.”
한 번 붙어보고 저 남자가 내가 소유한 던전의 입구를 부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처음엔 여러 명이 힘을 합쳐서 부순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저 남자 혼자서 한 일 같았다.
그만큼 방금 그의 주먹에 담긴 힘은 상당했다.
하지만 그의 놀람은 나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어디서 갑자기 저런 놈이 나타난 거지?
“넌 정체가 뭐냐?”
그의 질문에 난 어이없단 표정을 말했다.
“야!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꼭 나쁜 놈 같잖아. 무단으로 침입한 놈들은 니들이면서 말이야.”
“뭐? 니들? 이 새끼가 어디서 예의 없이 어른한테 반말을 찍찍하고 있어?”
내 반말이 거슬렸는지 처음 내게 뺨을 맞은 대머리 남자가 앞으로 나서며 버럭 화를 냈다.
“야! 요즘 세상에 나이가 어딨어? 그리고 초면에 반말하는 건 예의 있는 거냐?”
그리곤 한마디 더 보탰다.
“너 보아하니 쉽게 욱하는 스타일 같은데 그거 머리에 안 좋아. 너 그래서 빨리 대머리가 된 걸 수도 있으니까 성질 좀 죽여라.”
내 말에 그는 얼굴이 시뻘개지며 화를 냈다.
“이 새끼가 언제 봤다고 그따위 말을 하고 있어? 너 이 새끼 오늘 뒤졌어!”
당장에라도 달려오려는 그를 아까 내 공격을 막은 중년의 남자가 제지했다.
멋진 갈색 슈트에 갈색 뿔테를 낀 그 남자는 언뜻 보기에도 부티가 넘쳐났다.
“기호야. 거기까지! 들어가 있어!”
그의 한 마디에 기호라 불린 남자는 씩씩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가 뒤로 물러나자 중년의 남자는 자기소개를 했다.
“니 말이 맞다. 요즘 세상에 나이는 중요하지 않지. 중요한 건 실력이지!”
“뭘 좀 아시네. 요즘 세상은 실력이 우선이지.”
“난 장지성이라고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네 잘난 실력 좀 보자!”
“장지성?”
“그래. 전국구인 불도끼 파의 행동대장이시다.”
“불도끼 파? 뭐야, 너희 조폭이었어?”
그때 장지성이 끼어든 남자를 향해 무섭게 호통 쳤다.
“장기호! 내가 조용히 하고 물러나라고 했지!”
그 말에 장기호는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인채 뒤로 물러났다.
“저 던전을 깬 게 넌가?”
“내가 아니고 우리지.”
난 뒤에 있는 이철진과 조한희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모습에 장지성은 나를 비웃었다.
“흥. 꼴에 동료라고 감싸는 건가? 뭐 좋아. 그게 니 생각이라면.”
그리곤 손에 거대한 황금빛 검신의 클레이모어를 소환했다.
“하지만 니 말대로 요즘은 실력이 우선이고, 힘이고, 돈인 세상. 그 생각을 관철시키려면 그 만한 힘이 있어야 될 거야! 나처럼 말이다. 합!”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클레이모어가 신비로운 궤적을 그리며 날아들었다.
응? 이건 스킬인가? 벌써 스킬이 개방된 거야?
대격변이 일어나며 각성을 했을 땐 신체 능력이 강해지고 고유 특성들만 개방됐을 뿐 스킬이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각성자들의 능력치가 상승하게 되면 스킬이 개방되게 된다.
내가 알기로 스킬이 개방되려면 평균 능력치가 1000이 넘어야 된다고 아는데 벌써 그렇게나 올렸다고?
처음 스킬 개방은 모든 능력치 평균이 1000을 넘어야 된다고 알려져 있다.
개방되는 스킬은 가장 높은 능력치를 기반으로 랜덤하게 주어진다.
스킬이 한 번 개방 된 후에는 던전에서 보상으로 스킬이 나오기도 하고, 무기에 붙어 있는 스킬을 사용할 수도 있게 된다.
나야 ‘방어력 무한’이라는 신급 스킬 때문에 다른 스킬을 가질 수 없지만 다른 각성자들은 횟수 제한 없이 스킬을 소유할 수 있다.
난 신비로운 궤적을 그리는 클레이모어를 바라보다 환영보를 전개해 장지성 뒤로 이동했다.
훅.
그리곤 무방비 상태의 장지성을 공격하려는데 그의 몸이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졌다.
빠르게 움직인게 아니라 말 그대로 눈앞에서 사라졌다.
내가 장지성을 찾기 못해 당황하는데 등 뒤에서 섬뜩한 느낌이 느껴졌다.
난 뒤돌아볼 새도 없이 곧바로 환영보를 사용해 한참 뒤로 물러났다.
그 순간 내가 서 있던 공간을 클레이모어가 베고 지나갔다.
후웅.
한 번의 공방이 끝난 후 난 조금 뒤로 물러난 다음 박수를 쳤다.
짝짝짝.
“휘유. 실력 좋은데. 보아하니 스킬 개방도 한 것 같고 말이야.”
“그걸 알고 있다는 건 너도 스킬 개방을 했다는 소리군. 이제 진지하게 한판 붙어보자.”
“지금껏 미친 듯이 싸움만 하다 와서 귀찮으니까 그냥 조용히 꺼지면 이쯤에서 봐줄게.”
“하하하. 허세를 부리는 건가? 감히 나, 장지성을 앞에 두고?”
말을 하는 그의 눈빛에 살기가 어렸다.
아무래도 내 말이 그의 자존심을 건든 모양이다.
그리곤 클레이모어를 빠르게 찔러왔다.
“굳이 벌주를 마시겠다면 어쩔 수 없지.”
난 가만히 서서 클레이모어가 다가오길 기다렸다.
그그극.
클레이모어의 끝이 정확히 내 가슴을 찔렀다.
하지만 내 피부를 뚫지는 못했다.
난 당황한 그를 보고 웃으며 순식간에 클레이모어를 든 그의 팔을 잘라버렸다.
서걱. 툭.
“끄아아아악!”
클레이모어를 든 그의 오른손이 팔꿈치까지 잘리며 바닥에 떨어졌다.
잔인한 광경이지만 지옥의 콜로세움에서 지겹도록 봐서 그런지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저 정도 상처로 비명을 지르는 그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지옥의 콜로세움에서는 팔 다리가 잘리는 일이야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콜로세움의 전사들은 그 정도로 비명을 지르지도 공격을 멈추지도 않았다.
배가 갈라져 내장이 쏟아져도 한 손으로 막으면서 공격을 이어갔다.
“뭘 그런 걸로 비명을 지르고 그래. 조폭씩이나 되면서 말이야.”
그런 다음 난 웃으며 바닥에 떨어진 그의 손에서 클레이모어를 주워들었다.
“오랜만에 한 번 먹어볼까!”
그리곤 들고 있는 클레이모어를 맛있게 씹어 먹었다.
으드득. 으득. 까드득.
- ‘라르칸의 클레이모어’를 섭취하셨습니다. 민첩이 29 오릅니다.
오호. 이거 꽤 좋은 아이템이었나 보네. 민첩이 29나 오른 걸 보니.
내가 득템했다고 좋아하고 있을 때 장지성은 그런 날 고통마저 잊은 채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괴…괴물이구나. 넌 사람이 아니었어. 그래. 넌 몬스터야!”
장지성은 피가 솟구치는 오른팔을 부여잡고 뒷걸음치며 말했다.
“야! 사람보고 괴물이라니. 그나저나 또 다른 아이템은 없어? 이거 맛있는데.”
내가 능청스럽게 다가가자 그는 급히 팔을 부여잡은 채 뒤로 물러났다.
“너…너…. 이대로 끝날 거라 생각하지 마! 나중에 와서 반드시 죽여버릴 테니까! 너와 관련된 모든 이들을 니 앞에서 찢어 죽여버릴 거야!”
그 말에 난 오히려 더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 너 바보구나? 그런 말을 하면 내가 바짝 쫄아서 도망가게 놔둘 줄 알았어? 너흰 오늘 여기서 다 죽는 거야.”
장지성은 내 말에 뒤에 있던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다들 저 놈을 막아!”
하지만 그들은 내 잔인하고 기괴한 행동에 겁을 집어 먹은 듯 머뭇거리며 나서질 않았다.
그 모습에 화가 난 그는 무섭게 눈을 부라리며 부하들을 노려봤다.
그리곤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지더니 저 멀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보니 블링크 같이 짧은 거리를 순간이동 할 수 있는 기술 같았다.
연속해서 순간이동을 하며 사라지는 그를 굳이 따라가진 않았다.
불도끼 파라고 했던가? 좀 귀찮지만 화근이 되기 전에 한 번 찾아가서 처리해야겠다.
“야, 니들은 안가?”
내 말에 흑빛이었던 장지성 부하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저…정말 그냥 보내 주시는 거에요?”
“대가리도 보내줬는데 니들 잡아서 뭐하겠니. 어서 가. 마음 변하기 전에.”
분주히 떠나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뭔가 찝찝했다.
뭔가 잊은 것 같은데. 뭐지? 아! 맞다. 아이템.
“야! 잠깐 정지!”
내 말에 다시 그들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왜…왜 그러시나요?”
“가지고 있는 돈이랑 아이템 싹 다 내놔!”
“네? 돈이랑 아이템이요?”
“그래. 빨랑 내놓고 가는 게 좋을 거야. 내 맘이 변하기 전에.”
내 말에 그들은 얼른 가지고 있는 것들을 다 소환해 바닥에 내려놨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난 다시 한 번 으름장을 놓았다.
“만약에 숨겨 놓았다가 걸리면 십원 당 싸다구 한 대씩이다. 알겠지?”
그 말에 몇몇이 움찔하더니 숨겨둔 장비들도 다 소환해 바닥에 내려놨다.
난 그 모습을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봤다.
그들은 가진 걸 모두 내려놓고는 내 맘이 바뀔까봐 미친 듯이 도망을 갔다.
어디 얼마나 놓고 갔는지 보자!
그들이 두고 간 건 아이템 9개와 현금 210만원이었다.
조폭들이라 현금을 많이 가지고 다니는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장지성한테서도 좀 뺏을 걸, 아쉽네.
그때 조한희와 이철진이 다가왔다.
“태준 씨? 태준 씨 맞아?”
난 그제야 그들을 웃는 얼굴로 돌아봤다.
“아! 미안미안. 내가 아이템에 정신이 팔렸었네.”
“너무 달라져 있어서 깜짝 놀랐어. 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러고 보니 분명 지옥의 콜로세움에서 이틀이란 시간을 보냈는데 현실은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은 것 같았다.
“한희야. 내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렸어?”
“대충 25분 조금 넘은 거 같은데.”
“그래? 25분이라….”
콜로세움에서의 시간을 48시간이라고 보고 거기에 60을 곱한 다음 25으로 나누면…. 대충 100이 조금 넘잖아. 그럼 콜로세움에서의 시간과 현실과의 시간이 100배나 차이 난다는 거네.
이번엔 이철진이 물었다.
“사제. 아까부터 궁금했던 건데 왼쪽 어깨 위에 그 파란 불덩이는 뭐야?”
“아! 이건 그냥 애완동물 같은 거야. 신경 안 써도 돼. 나중에 없어질 거야. 대신 만지면 뜨거우니까 조심하고.”
<뭐? 애완동물? 야, 이 개새끼야!!>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나한테만 들리는지 다들 아무 반응이 없었다.
난 그녀가 하는 소리는 무시하곤 간단히 지옥의 콜로세움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조한희와 이철진에게 이야기했다.
내 이야기를 다 들은 그들의 반응은 완전히 달랐다.
이철진은 강자들이 많은 콜로세움에 자신이 가지 못한 걸 아쉬워했고, 조한희는 그런 위험한 곳에 간 나를 걱정했다.
“그래서 말인데. 너희한테 할 말이 있어.”
“무슨 말?”
조한희의 물음에 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세상 종말에 대해서. 그리고 히든 보스에 대해서.”
나 혼자 방어력 무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