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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38화 (38/196)

38화

초열의 불꽃이 내 몸을 휘감자마자 헬파이어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날 집어삼켰다.

하지만 헬파이어의 불꽃은 초열의 불꽃에 먹히듯 사라졌다.

그리고 날 감싸고 있던 초열의 불꽃도 사라졌다.

하지만 사라진 건 초열의 불꽃만이 아니었다. 내공도 탈진했을 때처럼 완전히 사라졌다.

벌써 사라져? 3초도 안 된 거 같은데? 그리고 내공은 왜 다 사라진 거야?

하지만 나보다 더 놀라고 당황한 사람은 카르멘인 듯 했다.

그녀는 공격을 멈추고 의심과 놀람이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네가 어떻게 초열의 불꽃을 사용하는 거지? 그건 플뤼톤 님이 아끼는 초열의 꽃송이를 이용해야지만 낼 수 있는 불꽃인데…. 응?”

그때 그녀가 멀찍이 떨어져서 싸움 구경을 하고 있던 카린을 발견했다.

“저건 플뤼톤 님의 정원을 관리하는 카린이잖아!? 그럼 너 설마…? 이건 당장 확인해 봐야겠어.”

그리곤 다급한 표정으로 어디론가 급히 사라졌다.

다른 이들은 영문을 모르겠단 표정이었지만 난 그녀가 어디로 간 건지 알 수 있었다.

초열의 꽃송이가 있던 정원으로 간 거겠지? 이러면 시간이 정말 없어지는데. 대체 휴식의 시간은 언제 돌아오는 거야?

난 여차하면 바로 귀환스크롤을 찢을 생각으로 품 안에 있는 스크롤을 만지작거렸다.

다른 이들도 카르멘의 갑작스런 행동을 의아해했다.

“쟤 갑자기 왜 저러는 거야?”

“몰라. 아마 저놈이 사용한 초열의 불꽃 때문인 것 같은데?”

“그게 어때서? 그런 능력이 있으면 더 강해진 거잖아! 그럼 우리한테 더 좋은 건데 왜 저래?”

휴! 저놈들이 싸움 밖에 모르는 멍청한 놈들이라 다행이야.

그때 다시 나타난 카르멘이 사색이 된 얼굴로 날 보고 소리쳤다.

“이… 이 미친 새끼야! 야, 다들 저 새끼 잡아!”

갑자기 난리를 치는 카르멘을 보고 다들 어리둥절해했다.

“크핫핫핫. 대체 뭔데 그리 호들갑이야?”

오로치의 말에 카르멘이 크게 분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저 새끼가 플뤼톤 님의 초열의 꽃송이를 먹었다고! 그걸 플뤼톤 님이 아시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저 새끼 못 잡으면 우리 다 뒤질 때까지 구르는 거야!”

“뭐? 초열의 꽃송이를 먹었다고? 그건 음식이 아니라 아이템이잖아. 그걸 어떻게 먹었단 거야?”

초열의 꽃송이가 아이템이었어? 그래서 먹을 수 있었던 건가?

“나도 몰라. 어쨌든 분명한 건 지금 초열의 꽃송이는 화원에 없고, 저 새끼가 초열의 불꽃을 사용할 수 있단 게 중요한 거지. 거기다 저길 봐. 플뤼톤 님의 화원을 관리하는 카린도 저기 있잖아!”

“어? 그렇네.”

그제야 대충 돌아가는 상황을 알아차린 그들의 눈이 모두 나를 향했다.

“하하하. 다들 왜 그래? 아까처럼 일 대 일로 놀아보자.”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난 품속에 있는 두루마리를 만지작거리며 언제라도 돌아갈 수 있게 준비를 했다.

“일단 도망가지 못하게 팔 다리부터 잘라. 아! 저놈 물리 공격은 듣지 않는 것 같으니까 내가 어떻게 해서든 자를게. 저 새끼 마법은 어느 정도 먹히는 것 같더라고.”

숨긴다고 숨겼는데도 눈치 빠른 카르멘은 내가 마법엔 어느 정도 타격을 받는다는 걸 눈치 챈 모양이다.

젠장. 아쉽지만 천의문 비급은 포기해야겠다.

그들이 다가오는 걸 보고 품 안에서 만지작거리고 있던 두루마리를 꺼내려는 찰나.

[콜로세움의 전사들이여! 치열한 전투로 인해 지친 몸이 쉴 수 있는 휴식의 시간이 찾아왔다. 마음껏 쉬고 잠시 후 다시 시작될 전투에 대비하라!]

기다리고 기다리던 휴식의 시간을 알리는 지옥철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난 긴장이 풀리며 그대로 허물어지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휴식의 시간은 플뤼톤이 정한 규칙.

그 규칙은 콜로세움에선 절대적이다.

랭킹 10위 안에 있는 강자들이라도 그 규칙은 무조건 따라야한다.

“지금 마음껏 쉬어둬라. 지금이 니가 쉴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일 테니까!”

카르멘은 으르렁거리듯 말을 내뱉고는 몇 걸음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서 자리에 주저앉고는 계속 날 주시했다.

하지만 지금 내게 중요한 건 눈앞에 나타난 포인트 상점뿐이다.

<포인트 상점>

현재 포인트: 31800

구매 목록

완전회복물약-1000포인트

랜덤무기상자-3000포인트

랜덤음식상자-500포인트

귀환스크롤-25000포인트(품절)

랜덤방어구상자-3000포인트

천의문-30000포인트

난 신속하게 아이템을 골랐다.

일단 천의문을 사면 1800포인트가 남으니까 완전회복물약 하나 더 살 수 있겠네.

선택이 끝나자 곧바로 포인트 지불 버튼을 터치했다.

-총 31000포인트가 사용됩니다. 구매하신 상품은 즉시 지급됩니다.

그리곤 곧바로 환한 빛과 함께 노란빛의 액체가 담긴 둥근 플라스크와 낡은 책자 하나가 허공에 나타났다.

카르멘은 내가 뭘 사는지 유심히 지켜보다 나타나는 걸 보고 별게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비웃는 투로 말했다.

“회복물약 먹고 반항할 때까지 반항해봐. 마지막으로 재미 좀 보게 말이야. 호호호호!”

난 그런 그녀를 보며 한 번 씨익 웃어주고는 둥근 플라스크를 집어 쭉 들이켰다.

꿀꺽. 꿀꺽.

회복물약은 약간 끈적거리면서 시큼한 맛이 났다.

그리곤 바로 온몸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이야! 이거 효과가 엄청나구나. 1000포인트나 하는 이유가 있었네!

난 감탄하며 몸상태를 점검했다.

몸 컨디션은 완벽했다.

난 다음으로 허공에 떠있는 노란빛의 낡은 책자를 집었다.

책 표지에는 한자로 天意聞(천의문)이라고 쓰여있었다.

하늘의 뜻을 알다라는 뜻인 건가?

난 너무 궁금해 책을 펼쳐보려는데 어딘가로 사라져있던 콩콩이가 나타나 말했다.

“주인님. 이제 휴식 시간이 5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벌써 10분이 지난 거야?”

생각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책은 나중에 돌아가면 봐야겠다.

난 주변을 둘러보며 카린을 찾았다.

저 멀리서 내 동향을 살피던 카린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부리나케 달려왔다.

그리곤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이제 가는 거야?”

“그래 이제 갈 거야. 내가 특별히 할 건 없는 거지?”

“내가 알아서 다 할 테니까 넌 나한테 신경 끄고 앞에서 무섭게 노려보는 쟤들이나 신경 써!”

그때 카르멘이 카린을 노려보며 말했다.

“카린! 네가 어떻게 플뤼톤 님께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지? 니가 받은 은혜를 생각해봐!”

그 말에 카린도 지지 않고 대답했다.

“은혜? 1000년을 넘게 그 좁은 곳에서 화단 가꾼 게 은혜라고? 좆까라 그래!”

“뭐? 뭘 까?”

하지만 카린은 그녀는 쳐다보지도 않고 날 보며 말했다.

“이제 네가 스크롤을 꺼내서 찢는 순간 난 네 안에 있는 초열의 불꽃에 동화될 거야. 혹시 내가 견디지 못해 사라지면 그건 다 니 탓이니까 평생 죄책감을 느끼며 괴로워 해야 돼. 알겠지?”

그때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카르멘이 놀라서 소리쳤다.

“스크롤? 설마 귀환스크롤?”

그 소리에 난 웃으며 품 안에서 황금빛의 스크롤을 꺼내들었다.

“잘 아네! 그럼 이제 다신 보지 말자. 플뤼톤한테 안부 전해주고! 아! 초열의 꽃송이 꿀맛이었다는 것도 전해줘.”

[휴식의 시간이 이제 끝났다. 전사들이여, 다시 치열하게 싸워라! 그리고 스스로의 강함을 증명해라! 죽는 그 순간까지!]

지옥철문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난 이미 황금빛 스크롤을 찢은 후였다.

날 향해 달려드는 카르멘과 오로치 등의 얼굴이 환한 빛에 휩싸여 사라지더니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귀환할 곳을 말하라.

“지옥의 콜로세움으로 오기 직전에 있었던 곳. 던전 기드온으로 보내줘!”

말이 끝나자 곧바로 눈앞이 환해지며 익숙한 풍경이 나타났다.

내가 서 있는 곳은 던전 기드온의 보스방 한가운데였다.

“드디어 돌아왔구나. 근데 카린은 어딨지?”

주위를 돌아봤지만 카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설마 죽은 건가? 뭐… 어쩔 수 없지. 귀찮았는데 잘 됐네.”

<뭐? 귀찮아? 야 이 새끼야 죽을래?>

“뭐야? 너 카린이야?”

하지만 카린은 머릿속에서 들리고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 이 새끼야! 너 땜에 이렇게 됐는데 어떻게 그딴 식으로 말할 수 있어! 어?>

“그나저나 어떻게 된 거야? 왜 목소리만 들리는 건데?”

<몰라. 초열의 불꽃에 동화되기는 했는데 이 불꽃이 날 완전히 집어삼켜서 오히려 날 흡수했어.>

“널 흡수했다고?”

이건 또 뭔 소리야?

<그래. 말 그대로 초열의 불꽃에 내가 완전히 흡수됐다고! 지금은 간신이 의식만 남아있는 상태야! 이대로라면 조만간 의식도 완전히 날아갈 것 같아!>

“흠. 그건 아쉽게 됐네. 꽃 먹은 건 미안하게 됐어. 좋은 곳으로 가길 기도할게.”

깔끔하게 작별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카린이 시끄럽게 머릿속에서 소리쳤다.

<뭐라는 거야 이 개새끼야! 나 아직 안 죽었거든. 그리고 살 수 있는 방법도 있어!>

“그래? 뭔데?”

<내 의식만 작은 불꽃의 형태로 니 주변에 머무는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의식만 불꽃이 될 수도 있는 거야?”

<가능할 것 같아. 하지만 그러려면 니 도움이 필요해.>

“내 도움?”

<그래. 초열의 불꽃을 소유한 네가 날 소환해야 돼.>

갑자기 소환? 이건 또 뭔 개소리지?

“소환을 내가 어떻게 해? 난 한 번도 해본 적 없거든. 미안하지만 넌 그냥 죽어야겠다.”

<이 새끼야! 너 때문이잖아. 책임져야지! 그리고 소환 별거 없어. 그냥 머릿속에 작은 불꽃의 이미지를 그린 다음 초열의 불꽃을 움직이면 돼.>

“그래. 니 말대로 해보며 할 수야 있겠지. 근데 그래서 나한테 뭔 도움이 되는데?”

그 말에 카린의 당황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너한테 미안하긴 한데 그렇다고 내가 귀찮음까지 무릅쓰고 그걸 할 이유는 없잖아? 나한테 도움 되는 일이라면 모를까.”

그 말에 카린은 한 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그새 죽었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난 던전 밖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근데 던전 입구에 거의 다 왔을 때 갑자기 카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좋아! 날 소환해주면 초열의 불꽃을 흡수할 수 있게 도와줄게.>

“그걸 니가 도와줄 수 있어?”

갑작스런 카린의 제안에 난 의구심을 드러냈다.

<초열의 불꽃과 동화되고 나서 안 사실인데 아직도 니 몸속에선 초열의 불꽃과 니가 원래 가진 기운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근데 내가 가진 동화하는 능력을 활용하면 둘을 완벽히 융합시킬 수 있을 거야!>

“그 다음엔 어떻게 되는데?”

<일단 나부터 소환해주면 안 될까? 진짜 곧 사라질 것 같단 말이야.>

그녀의 다급한 목소리에 난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한 제안이 내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좋아. 잠시만!”

난 곧바로 머릿속에 작은 불꽃의 이미지를 그리며 초열의 불꽃을 발현시켰다.

화륵.

그러자 곧 손바닥만한 파란색 불꽃이 눈앞에 나타났다.

<휴. 겨우 살았네.>

“근데 초열의 불꽃을 내 내공에 완전히 동화시키면 넌 어떻게 되는 거야?”

<그 전에 날 용암이나 가장 뜨거운 불꽃이 있는 곳에 데려다줘. 그렇게만 해주면 살아갈 수 있어.>

“좋아. 대신 확실히 합쳐줘야 돼.”

<알았어!>

카린은 토라진 듯 그 후로 아무 말도 안 했다.

난 손에 들고 있던 천의문 비급을 품 안에 넣고는 포탈을 향해 걸어갔다.

한희는 무사히 집에 돌아갔으려나?

이틀이나 내가 사라졌기 때문에 많이 궁금해 할 거라 생각하며 밖으로 나갔다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깜짝 놀랐다.

한쪽엔 이철진이 피투성이가 된 채 조한희를 보호하고 있었고, 반대편엔 등산복 차림의 남자 다섯이 서서 그들과 대치 중이었다.

그때 입구에서 나온 날 조한희가 발견하곤 반가움과 기쁨, 원망이 한데 뒤섞인 목소리로 날 불렀다.

“태준 씨!”

조한희의 외침에 거기 있던 모든 이의 시선이 내게로 쏠렸다.

그때 등산복 차림의 남자들 중 나와 비슷한 연배의 대머리가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넌 또 뭐야?”

난 그의 말에 피식하고 웃었다.

역시 현실 세계는 너무나 친절했다.

무작정 죽이려 달려들지도 않고 말이다.

“웃어? 죽고 싶어? 넌 뭐냐고?!”

“나? 니들 저승사자! 일단 한 대씩 맞고 시작하자!”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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