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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36화 (36/196)

36화

콜로세움 3구역이 원형 경기장이라는 단순한 형태였다면 2구역은 곳곳에 용암이 흐르는 개방된 장소였다.

시체들이 곳곳에 방치된 채 썩어가고 있어 악취가 코를 찔렀다.

“여긴 랭킹 100위 안에 드는 놈들만 오는 곳이라며? 근데 상태가 왜 이래?”

“2구역에 있는 전사들은 랭킹 11위에서 100위까지 90명이 있고, 부관이 15명이 있습니다.”

“근데 상태가 왜 아까 3구역보다 심한 건데?”

“심하다고? 뭐가? 좋기만 하구만.”

카린은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근처에 있던 용암 안에 몸을 담갔다.

“아! 좋다. 이 냄새. 이 감촉. 이게 살아 있단 거지.”

그 모습에 난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에휴. 나도 저렇게 미치지 않으려면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 근데 콩콩아.”

“네. 주인님.”

“여기 콜로세움에선 하루에만 수백의 전사들이 죽어나가는데 빈 인원은 어떻게 채우는 거야?”

오늘 내가 죽인 놈들만 해도 백명 가까이 됐다.

거기에 자기들끼리 서로 죽고 죽인 수까지 합치면 수백은 우스웠다.

“콜로세움의 인원은 언제나 1000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콜로세움의 전사가 죽으면 그보다 아래 랭킹의 전사들은 순위가 자동으로 한 개씩 상승하게 됩니다. 그리고 대기 중인 전사가 입장하게 됩니다.”

“대기 중이라고? 아까 우리가 들어온 문에는 아무도 없던데?”

“콜로세움의 입구는 모두 10개입니다. 각 문은 지옥의 다른 곳들과 연결되어 있는데 아까 주인님께서 들어오신 문은 플뤼톤 님의 침실과 연결된 곳입니다. 그래서 랭킹 10위 안의 강자들이나 주인님처럼 다른 차원에서 온 전사들만 가끔 이용할 뿐 다른 이들은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궁금한 게 더 남았다.

“3구역은 그렇게 들어온다고 쳐. 그리고 1구역은 죽지도 않는다니 지들끼리 싸우라고 하자구. 그럼 2구역은? 2구역에서 전투로 죽어서 비는 인원은 어떻게 되는 거야?”

“2구역도 3구역과 마찬가지입니다. 2구역에서 죽는 전사가 생기면 랭킹 101위인 전사가 2구역으로 들어올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됩니다.”

“그럼 혹시 1구역에서 죽는 사람이 생겨도 같은 룰이 적용되는 거야?”

하지만 그 질문엔 콩콩이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진 않습니다. 1구역에 있는 강자가 죽게 될 경우 랭킹 11위에게 자격이 부여되긴 하나 1구역에 있는 모두의 승인을 얻어야지만 1구역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제야 모든 의문이 풀렸다.

“근데 여긴 왜 아무도 안 보여? 그리고 105명만 산다면서 왜 이렇게 넓은 거야?”

“콜로세움에서 구역의 크기는 인원에 비례하지 않고 그들의 강함에 비례합니다. 그래서 3구역이 가장 크기가 작고, 1구역의 크기가 가장 크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래? 그럼 여기서 포인트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이 넓은 곳을 다 뒤지면서 찾아야 돼?”

하지만 그런 걱정도 잠시.

날 향한 살기가 감지됐다.

- ‘대격변의 영웅’ 칭호 효과로 인해 빅터의 살기가 무효화 됩니다.

- ‘대격변의 영웅’ 칭호 효과로 인해 우로스의 살기가 무효화 됩니다.

- ‘대격변의 영웅’ 칭호 효과로 인해 카투의 살기가 무효화 됩니다.

왔구나!

눈앞의 메시지가 이리 반가울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3구역에서처럼 무턱대고 달려들지 않았다.

안 오면 내가 가지 뭐.

난 즉시 기감을 확장해 살기를 보낸 이들을 찾았다.

저깄구나.

세 명의 전사가 한데 모여 있는 게 감지됐다.

즉시 환영보를 전개해 그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그들은 내가 올 걸 알았다는 듯 동시에 날 공격했다.

젠장. 함정이었구나!

그들은 일부러 살기 날려 날 유인한 것이었다.

그러나 함정이면 어떠랴.

내 방어력은 무한인 것을.

퍼펑. 퍽. 쾅.

다양한 타격음과 함께 주먹, 발 등이 내 몸에 적중했다.

하지만 난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나서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한 놈은 너구리, 한 놈은 악어, 또 한 놈은 곰이네! 혹시 수인족 그런 건가?

내가 그들의 모습에 궁금증을 느끼는 동안 그들은 타격을 받지 않는 나 때문에 당황하고 있었다.

“크륵. 넌 뭐냐? 뭔데 아무 타격도 안 입는 거지? 크륵.”

악어의 얼굴을 한 자가 듣기 거북한 목소리로 물었다.

“뭐냐니? 사람이지. 그보다 니들은 수인족 뭐 그런거야?”

내 말에 곰의 형상을 한 자가 자기 가슴을 퉁퉁 치며 말했다.

“킁. 우린 코르크 족의 위대한 전사들이다. 킁.”

그때 아무 말 없이 있던 너구리가 입을 열었다.

“이만 철수한다.”

뜬금없는 그의 말에 악어와 곰이 말도 안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반박했다.

“크릉. 형! 지금 공격 한 번 막혔다고 그러는 거야? 크릉.”

“킁. 그래, 형. 우리가 진짜로 나서면 저딴 놈 찢어버리는 건 일도 아니야. 킁. 근데 포기하자고?”

그러나 너구리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얼굴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저 자의 랭킹은 아마 17위일 거다. 아까 코센이 3구역으로 넘어가는 걸 봤는데 돌아오지 않았어. 그리고는 저자가 넘어왔지. 아마 분명할 거야.”

“크릉. 형. 코센 정도는 형 혼자서도 죽일 수 있잖아. 근데 뭘 걱정하는 거야?”

악어가 나서며 너구리의 의견에 반박했다.

“그렇지. 나 혼자서도 코센 정도는 죽일 수 있지. 하지만 상처 하나 없이 죽이는 건 힘들어. 그러나 저 자를 봐라.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저 자를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악어는 그의 말에 반박했다.

“크릉. 형! 좀 전에 포인트 상점 열린 걸 잊었어? 크릉. 저 놈이 회복물약을 먹었을 수도 있잖아.”

너구리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조금 전 우리 공격을 아무렇지도 않게 맨몸으로 받아낸 걸 봤을 때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봐야지.”

그 말에 곰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악어는 여전히 불만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카투야. 우리 목적을 잊었어? 모두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야지. 그러기 위해선 살아남는 게 가장 중요해. 괜히 위험을 감수할 필욘 없지.”

그때 가만히 그들이 하는 말을 듣고 있던 내가 끼어들었다.

“야! 니들도 다른 차원에서 온 거야? 말을 들어보니 그런 거 같은데?”

내 질문에 너구리가 잔뜩 경계하는 표정을 하며 대답했다.

“그렇다. 우린 위대한 코르크 족의 전사들. 보아하니 너도 다른 차원에서 넘어왔나 보군.”

“그렇다고 봐야지.”

“그럼 빠르게 본론만 얘기하지. 우린 너와의 싸움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니가 우리와 싸우길 원한다면 피하진 않을 것이다. 그땐 전력으로 부딪혀주지!”

그러면서 너구리의 몸에서 숨막힐 듯한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외모만 보고 너구리가 가장 약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걸 본 난 빠르게 머릴 굴렸다.

지금 저들과 싸우면 지지는 않겠지만 이기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거야. 그렇다면 차라리 다른 놈들을 찾아서 죽이는 게 더 이득이겠어.

결정을 내린 난 너구리를 향해 말했다.

“좋아. 나도 너희와 싸우면 동물 학대하는 것 같아 찝찝하니까. 대신 다른 놈들이 어디 숨었는지만 알려줘.”

“여기서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움푹 파인 웅덩이가 나올 거다. 거기서 대부분 싸우고 있지. 싸움에 미친놈들이니까.”

말을 마치고 돌아가려는 그들을 난 급히 불러세웠다.

“잠깐만. 너희 랭킹은 어떻게 되지?”

내 말에 악어가 발끈하며 소리쳤다.

“크릉. 우리 랭킹은 왜? 빨리 꺼져버려!”

하지만 너구리가 그를 제지했다.

“카투. 그만둬라. 여기 카투는 38위고, 저기 우로스는 내 부관이라 랭킹이 없지. 그리고 난 12위인 빅터라고 한다.”

“뭐? 12위라고?”

“흥. 우리 형님 랭킹보고 쫄았나보지?”

12위씩이나 되는데 날 보고 몸을 사린다고? 여기 있는 놈들이 전부 싸움에 미친놈들은 아닌가보네.

내 표정을 보고 생각을 읽은 건지 카투가 다시 한 마디 했다.

“크릉. 만약 나와 우로스가 없었다면 형님은 진작 10위 안에 들어갔을 걸. 우리 때문에 형님은 일부러 1구역에 있는 놈들과 대결을 벌이지 않으시는 것뿐이야.”

“카투!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그리고 너. 내가 조언을 좀 해주자면 절대로 1구역에 있는 강자들과는 싸우지 마라. 그들은 이미 상식을 벗어난 존재들. 혹시 그들과 마주친다면 즉시 도망가는 게 좋을 거야.”

그리곤 동생들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사라졌다.

난 그가 한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는 알려준 길을 따라 걸었다.

15분 정도 걷자 그의 말대로 곳곳에 폭탄에 맞은 것처럼 움푹 파인 땅들이 보였다.

그 안에선 3구역처럼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다만 3구역과 다른 점은 일 대 일의 싸움이 대부분이었고, 싸우지 않는 이들은 다른 이들의 싸움을 신중하게 관람하고 있었다.

여기가 진짜 콜로세움 같네. 그나저나 누구랑 싸우지?

3구역은 개떼처럼 날 향해 달려들어서 싸우기가 편했는데, 여긴 상대를 찾아야하는 게 불편했다.

일단 아무한테나 시비를 걸어볼까.

난 근처에서 싸움을 관람하고 있는 이들 근처으로 가서 큰소리로 외쳤다.

“나랑 싸우고 싶은 새끼 다 나와!!”

부끄러워서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저 개새끼가 어딜 끼어들고 있어!”

“나랑 붙자, 이 씹새야.”

한두 명이 반응했지만 그걸론 부족하다.

난 거기서 한 번 더 그들을 도발했다.

“병신 같은 새끼들! 쫄았냐?”

“뭐, 쫄아? 야 이 개새끼야!”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도발이 먹힌 네 명의 전사들이 날 향해 마구 달려들었다.

역시 단순하다니까.

하지만 그 와중에도 덤비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는 전사들도 있었다.

일단은 네 명부터.

일제히 달려들기는 했지만 합을 맞춰본 사이는 아니라 그런지 빈틈이 많이 보였다.

난 그 틈을 파고들며 강렬한 한 방씩을 날렸다.

퍽. 퍼펑.

“크윽!”

“컥!”

한 대씩 맞은 이들은 신음 소리를 내며 몇 걸음 물러나긴 했지만 큰 타격은 없는지 다음부턴 좀 더 신중하게 달려들었다.

확실히 2구역의 전사들은 일반 권강으론 한두 방에 죽이기 어려웠다.

천의권을 사용해야지만 죽일 수 있을 정도로 강했다.

시간을 끌면 나만 불리해지겠어. 확실한 한 방으로 보내버려야지.

이렇게 사방에서 공격을 당할 때 사용하면 좋은 기술이 바로 천의 사권인 풍참이다.

사실 이건 너무 막대한 내공이 들어가 사용하기 부담스럽긴 하지만 이처럼 강자들에게 둘러 싸여 있을 때 사용하기 좋은 기술이었다.

난 가만히 서서 그들이 모두 달려들기를 기다렸다 천의 사권을 시전했다.

“흡! 풍참!”

순간 날 중심으로 예리한 강기의 바람이 훅하고 퍼져나갔다.

“헉…헉…. 젠장. 풍참은 내공을 너무 많이 잡아먹어서 힘들단 말이야.”

내가 숨을 몰아쉬는 사이 달려들던 적들의 몸이 조각조각나며 바닥에 떨어졌다.

[랭킹 17위 박태준이 랭킹 98위 로스를 죽이고 포인트 1200점을 획득했다.]

[랭킹 17위 박태준이 랭킹 33위 림을 죽이고 포인트 3100점을 획득했다.]

[랭킹 17위 박태준이 랭킹 43위 크릴을 죽이고 포인트 2600점을 획득했다.]

[랭킹 17위 박태준이 랭킹 72위 칭콴을 죽이고 포인트 1800점을 획득했다.]

후아. 그래도 랭킹이 높은 놈들이라 그런지 포인트도 많이 주는구나. 이거면 좀만 더 모으면 되겠어.

그때 허공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핫핫핫. 너 재밌는 기술을 쓰는구나.”

고개를 들자 얇은 팬티만 입은 근육질의 남자가 허공에 떠서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자신을 올려다보자 그는 땅으로 내려오더니 내 앞에 섰다.

키는 나와 비슷한 170 중반 정도로 보였는데 얼굴 전체에 털이 덮여있어서 나이는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그의 신체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엄청난 근육이었다.

그 때문에 키는 나와 비슷했지만 덩치는 나보다 두 배는 더 커보였다.

“넌 또 뭐야?”

내가 반말로 묻자 그는 재밌다는 듯 웃으며 대답했다.

“크핫핫핫. 난 랭킹 7위인 근육왕자 오로치다.”

“랭킹 7위?”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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