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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34화 (34/196)

34화

무수한 살기와 함께 경기장에 있던 수많은 이들이 날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나한테 도달하기도 전에 지들끼리 뒤엉켜 싸우는 놈들이 태반이었다.

그 광경을 보고 있자니 여기가 지옥이라는 게 다시 한 번 실감이 됐다.

완전 미친 곳이구만. 나도 계속 여기 있다가는 미쳐버릴 수 있겠어.

그 사이 몇 놈이 내게 달려들었지만 대부분 한두 방이면 정리가 됐다.

흠! 생각보다 수준이 낮은 걸. 랭킹이 낮은 놈들만 달려들어서 그런가? 안 되겠다. 내가 직접 찾아봐야겠어.

아무래도 랭킹 시스템의 특성상 자신보다 낮은 랭커에게 달려드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내게 덤비는 놈들은 전부 나보다 랭킹이 낮은 놈들 뿐이었다.

이럴 땐 나한테 흥미를 보이지 않는 놈들부터 찾아다녀야 돼. 그 놈들이 나보다 랭킹이 높은 놈들일 테니까.

난 일단 쓰러진 놈들 중 나와 비슷한 체격의 전사가 입고 있는 옷을 벗겨서 걸쳤다.

그리곤 나한테서 가까이 있는 놈들은 배제하고 최대한 멀리 있는 놈들부터 치기로 했다.

후욱. 퍽. 퍼억.

[랭킹 769위의 박태준이 랭킹 635위의 지킬을 죽이고 그 랭킹을 차지했다.]

콰쾅. 퍼퍽.

[랭킹 635위의 박태준이 랭킹 317위의 제니스를 죽이고 그 랭킹을 차지했다.]

내 예상대로 멀리 있는 놈들은 대부분 나보다 랭킹이 높은 놈들이었다.

하지만 그다지 어렵지 않게 그들을 죽일 수 있었다.

또한 나보다 랭킹이 낮은 랭커를 처치하면 랭킹은 오르지 않지만 대신 포인트라는 걸 얻었다.

[랭킹 317위의 박태준이 랭킹 581위의 에이플을 죽이고 포인트 300점을 획득했다.]

포인트를 어디서 사용할 수 있는진 모르지만, 경험상 이런 건 많이 가질수록 좋다.

난 그때부터 내게 달려드는 놈들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놈들도 모조리 처리하기 시작했다.

그쯤 되자 전사들은 이제 혼자서 달려들기보다는 무리를 지어서 날 공격했다.

오! 그렇게 나온다면 나야 땡큐지!

얼마나 싸웠을까.

온몸이 피로 뒤덮였고, 숨은 턱까지 차올랐다.

“헉…헉…. 아직도 멀었나?”

처음엔 무척 쉬웠다.

한두 방이면 쉽게 죽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일 대 일로 붙었을 때의 이야기.

한 명, 한 명은 내 상대가 안 되지만 여러 명이서 다구리를 치니 유효타를 날리기가 쉽지 않았다.

방어는 무시한 채 공격에만 집중했지만, 상대들도 방어에만 집중한 데다가 한 명을 때리려고 하면 다른 놈들이 집요하게 그 공격을 방해해서 공격에 충분한 힘을 싣지 못했다.

처음엔 천의권도 막 사용했지만 막대한 내공이 소모되기 때문에 이제는 최소한으로 꼭 필요할 때만 사용하고 있었다.

여기 있는 한 명 한 명은 S급 몬스터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고, 그런 몬스터 수백과 혼자서 싸우고 있으니 지치는 것은 당연했다.

무한의 방어력만 아니었으면 벌써 수백번도 더 죽었으리라.

“…헉…. 이 새끼들은 밥도 안 먹고 싸우나? 힘들어 뒤지겠네….”

그때 어디선가 작은 종소리가 울렸다.

땡…. 땡….

그 소리가 들리자 그 동안 미친 듯이 달려들던 자들이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고는 모두 한 곳을 바라봤다.

뭐지? 뭔가 종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잠시 적들의 공격이 멈추자 그 사이 급히 숨을 돌렸다.

근데 다들 뭘 보는 거지?

숨 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금한 건 더 참을 수 없다.

다른 이들이 바라보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커다란 삿갓을 쓴 자가 오른손에 종을 들고 그걸 흔들며 이곳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땡…. 땡….

저건 또 뭐하는 놈이야?

근데 이상한 건 삿갓을 쓴 자가 점점 다가오는데도 아무도 달려드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그가 다가오자 모두가 눈치를 보며 길을 터주고 있었다.

헐. 저 놈들은 또 왜 저래?

짧은 시간이지만 지금까지 몸을 부대끼며 피부로 느낀 사실이 하나 있다.

여기 있는 놈들은 죄다 미친놈이라는 사실이다.

전투와 피, 살인에 미쳐있는 놈들이다.

그런 놈들은 기본적으로 겁이 없었다.

그런데 저 놈들이 길을 비켜주는 걸 봤으니 이상할 수밖에!

하지만 잠시 후 삿갓을 쓴 자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을 보고 그들이 왜 그런 건지 알 수 있었다.

그들의 눈은 경외심을 담고 있었다.

강자에 대한 무한한 경외심.

강함을 증명한 자에 대한, 그리고 자신보다 강함이 확실한 이에 대한 경외심!

하지만 그 눈빛 안에는 경외심만 담겨 있진 않았다.

투쟁심과 질투심도 함께 담겨 있었다.

저 놈이 뭔데 저런 눈빛들을 하고 쳐다보는 거지?

그때 투쟁심과 질투심에 눈이 멀었는지 한 놈이 그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종소리가 한 번 울리는 사이에 달려들던 그는 온몸이 터져나가며 죽어버렸다.

방금 어떻게 한 거지? 뭘 했는데 죽은 거야?

내 눈엔 저자의 공격 자체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손에 들고 있던 종을 한 번 울렸을 뿐이다.

설마 저 종이 무기인 건가?

하지만 지금까지 종을 쳐서 사람을 죽이는 기술에 대해선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때 삿갓을 쓴 자가 어느새 내 앞까지 다가왔다.

그리곤 손을 들어 날 가리키며 말했다.

“너! 니가 오늘 내 저녁이다.”

“뭐? 저녁?”

저 새끼가 갑자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때 지옥철문의 목소리가 들렸다.

[랭킹 17위인 코센이 랭킹 317위인 박태준을 지목했다. 둘의 대결이 진행될 동안 다른 이들의 전투를 금한다.]

랭킹 17위? 이렇게 갑자기?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랭킹 17위가 날 지목했고 그와 대결을 해야 되나 보다.

그때 사방에서 환호와 야유가 뒤섞인 소리가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

“우우우우!”

환호의 소리는 코센을 향한 것이었고, 야유는 갑작스레 성사된 대결로 인해 얻게 된 내 기회에 대한 질투에서 나온 소리였다.

“널 지켜봤다. 내가 지목하지 않았어도 언젠가 올라올 놈인 걸 안다. 하지만 난 다른 강자들처럼 인내심이 많지 않은 편이지! 널 오늘 내 저녁으로 삼겠다.”

그리곤 쓰고 있던 삿갓을 날 향해 집어 던졌다.

훙훙훙.

날카로운 파공음을 내며 날아오는 삿갓을 가볍게 손으로 쳐냈다.

아니, 쳐냈다고 생각했는데 그대로 내 힘을 무시하고 내 목을 향해 밀고 들어왔다.

가가가각-

기분 나쁜 마찰음과 함께 삿갓은 내 목에서 한참을 돌다가 멈췄다.

뭔 힘이 이렇게 좋은 거야! 어? 저 놈 얼굴은 또 왜 저래?

삿갓을 벗어던진 코센의 얼굴은 위에서부터 가로로 절반이 뜯겨져 나가 있었다.

그의 얼굴에서 남아있는 부분은 코와 입이 다였고, 귀도 절반이나 뜯겨 있었다.

“너 얼굴이…. 그런 얼굴로 용케 살아있네. 아니 그보다 그런 얼굴로 날 지켜봤다고? 그게 가능한 거야?”

내 말에 코센의 입코리가 씰룩거렸다.

그리곤 아무 말 없이 들고 있던 종을 흔들었다.

땡….

순간 내 몸 전체가 부르르 떨렸다.

마치 소변을 다 누고 마지막에 몸을 떨 듯이 말이다.

난 그의 공격을 당하고 나서야 어떤 공격인지 알 수 있었다.

저거 음파 공격이구나. 종을 흔들면서 공기를 진동시켜 날 공격하는 거야!

하지만 내겐 별 소용 없었다.

그는 내가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자 약간 당황한 듯 했지만 침착하게 종을 더 흔들었다.

이번엔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을 흔들었는데 흔드는 간격이 불규칙했다.

땡…땡! 땡….

부르르르.

몸이 마치 지진 난 땅 위에 서 있는 것처럼 계속 떨렸다.

하지만 고통은 전혀 없었다.

“야! 재밌기는 한데 나도 급해서 말이야. 이만 끝내자!”

난 순식간에 그와의 거리를 좁히고는 천의 삼권인 파천을 시전했다.

엄청난 강기의 소용돌이가 날카롭게 한 점으로 압축되며 코센의 얼굴과 가슴을 순식간에 꿰뚫었다.

“컥!”

그리곤 바닥에 허물어졌다.

랭킹 17위 치곤 너무 허무한 죽음이었다.

[랭킹 317위의 박태준이 랭킹 17위의 코센을 죽이고 그 랭킹을 차지했다.]

지옥철문의 소리가 들린 후에도 잠시 동안 콜로세움에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곧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콜로세움의 새로운 강자를 환영하는 소리다.

그 환호성 속에도 경외와 질투, 시기, 투쟁심 등이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내 눈앞이 반짝이더니 주먹만한 크기의 날개 달린 아이가 나타났다.

“응? 이건 뭐지?”

그때 눈을 감고 있던 아이가 눈을 번쩍 뜨고는 날 보고 빙그레 웃었다.

“안녕하세요, 주인님. 전 앞으로 주인님의 시중을 들 벌레 48102입니다.”

“자…잠깐만! 이름이 뭐라고?”

“벌레 48102입니다.”

“벌레 48102가 이름이라고? 뭔 그딴 이름이 다 있어?”

“저희를 창조한 플뤼톤 님께서 저희를 벌레로 이름 짓고 나오는 순서대로 숫자를 붙이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주인님께서 불편하시다면 다른 이름을 지으셔도 됩니다.”

“그럼 앞으로 이름은 콩콩이로 하자. 콩알만하게 생겼으니까.”

난 이름을 짓고도 너무 대충 지은건가 싶어 다른 걸로 바꿀까 싶었지만 이내 고갤 저었다.

그래도 벌레 48102보다는 콩콩이가 백만배 낫지.

그때 내가 지어준 이름이 마음에 드는지 콩콩이가 꺄르륵하고 소리내어 웃었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앞으로 제 이름은 콩콩이입니다. 시키실 일이 있거나 궁금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 물어보시면 됩니다.”

그 말에 난 제일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여긴 밥은 안줘? 배고파 뒤질 것 같은데!”

“콜로세움에 있는 대부분의 전사들은 밥을 먹지 않습니다. 그래서 밥은 주인님께서 스스로 해결하셔야 합니다. 해결하는 방법은 다양한데, 직접 요리를 해드셔도 되고, 포인트를 사용해 음식을 구입하셔도 됩니다.”

“포인트로 음식도 구할 수 있는 거야?”

“네. 하루에 한 번 포인트 상점이 열리는 시간에 구매 가능합니다.”

“포인트 상점은 언제 열리는데?”

“잠시 후 모든 전사들에게 주어지는 휴식의 시간에 열리게 됩니다.”

“휴식의 시간? 그런 것도 있어?”

“네. 모든 전사들이 끝없는 전투로 인해 지친 몸을 잠시 쉴 수 있는 시간입니다.”

질문을 시작하니 궁금한 것들이 꼬리를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몇 시간 동안 미친 듯이 싸움만 했다.

그렇다 보니 이곳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었다.

그나저나 카린은 살아있는 건가?

처음 입구에서 헤어진 후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죽었으면 어쩔 수 없지. 그런데 쟤들은 왜 안 달려드는 거지?

이상하게도 코센과 싸우기 전까진 미친 듯이 달려들던 놈들이 지금은 전혀 달려들지를 않았다.

마치 나는 없는 것마냥 무시하고 자기들끼리만 주구장창 싸우고 있었다.

귀찮게 안 달려들면 나야 좋지. 그보다 궁금한 걸 더 물어봐야겠다.

아직도 궁금한 게 많이 남아 콩콩이에게 물어보려는 찰나 지옥철문의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퍼졌다.

[콜로세움의 전사들이여! 치열한 전투로 인해 지친 몸이 쉴 수 있는 휴식의 시간이 찾아왔다. 마음껏 쉬고 잠시 후 다시 시작 될 전투에 대비하라!]

“콩콩아. 지금이 휴식의 시간이라는데 포인트 상점은 어떻게 열지?”

“잠시만 기다리시면 눈앞에 자동으로 나타날 거에요.”

그 말대로 잠시 기다리자 새로운 메시지가 눈앞에 주르륵 나타났다.

<포인트 상점>

현재 포인트: 27500

구매 목록

완전회복물약-1000포인트

랜덤무기상자-3000포인트

랜덤음식상자-500포인트

귀환스크롤-25000포인트

랜덤방어구상자-3000포인트

천의문-30000포인트

가장 위에 <포인트 상점>이라고 써 있는 메시지를 쭉 읽어 나가던 난 구매목록에서 생각지도 못한 걸 발견하곤 깜짝 놀랐다.

“천의문? 저게 왜 여깄지?”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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